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교수’ 라는 타이틀에 마음이 가있는 경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법한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오늘의 주제는 ‘영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의사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영어는 의과대학 입시, 본과 진입, 대학원 석박사 졸업 등 몇가지 단계를 제외하곤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영어로 된 원서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 등을 포함하여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 수준의 영어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그러나 ‘교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아무리 잘 가르치고, 아무리 연구능력이 뛰어나고, 아무리 진료실적이 우수해도 ‘논문’이라는 장벽을 넘을 수 없으면 시작할 수 없고, 설령 시작하더라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교수라는 타이틀입니다.

 

근래 외국에서 살다온 경험을 가진 의대생들도 많고, 영어공부에 대한 강조가 계속 되어 와서 지금의 의대생들 영어실력은 제가 의과대학 입학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합니다.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영작문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수려한 문장을 자랑하는 우리말 한문단을 번역했는데 영어로 두세줄 되는 경험.. 다들 있지 않으신가요? ^^


서론이 길었네요. 오늘 제가 올리는 글의 주제는 한국사람이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할 때 '영어'는 그 본문(논문)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비중(기여)을 차지하는 걸까요?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해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중엔 이른바 논문 영어 교정 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해 보신 분이 계실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영어 교정에 대해서는

 

1) 단과대학 혹은 대학차원에서 지원하는 경우
2) 저널(특히 국내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의 경우) 편집국에서 지원하는 경우
3) 개인적으로 투고 전후에 (영문법에 대한 리비전도 있음) 사설 영문교정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안그래도 논문 저자에 대한 기여도 문제가 뜬금없이 정계 진출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슈가 되곤 하는데..
1) 만약 어떤 사람이 1인이 순전히 이 논문의 영어화 에만 기여했다면 저자가 될 수 있을까요?
대개 논문의 팀으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다섯 명이서 논문을 썼다고 가정해보죠. 그런데 이중 한명은 논문을 영어로 쓰는 작업에 100% 기여하고 다른 기여는 없다고 가정해봅시다. 이사람은 논문의 저자인가요 아닌가요?

 

1) 번의 경우에서 이 사람을 논문 저자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다음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다섯 명이 실험결과는 멋지게 나왔는데 영어가 서툰 다섯 사람입니다. 이들이 대충 영문으로 논문을 작성하고 사설 영문 교정업체에 교정을 맡겼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어가 틀린곳이 많아서 대폭 수정된 결과를 받았고, 이를 다 반영하여 투고했다고 해보죠. 2) 이런 경우 사설 영문 교정업체에서 이 논문을 수정해준 사람은 이 논문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2) 번의 경우가 헤깔리는 경우 좀 더 세분해서 생각해 봅시다.
3-1) 영어가 너무 서투른 나머지 우리말 논문을 쓰고 이의 번역 자체를 업체에 맡긴 경우
3-2) 서투르나마 아무튼 저자 5인의 손으로 영어 논문을 쓰고 업체에서 대폭 (50% 이상의 문장을 수정?) 뜯어 고친 경우
3-3) 영어 논문을 써서 교정을 맡겼는데 소폭 (10% 미만?) 교정의 결과가 와서 반영한 경우
위의 세가지로 대충 간략히 나눠봤는데 이런 경우는 교정업체의 교정자가 논문에 대한 기여도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3-1)의 경우는 이런경우를 생각해보죠. 국제 학술지에 투고하는데 1인 투고를 가정하고, 이사람이 논문의 내용은 다 만들었는데 영문은 전문 번역업체에 맡겨서 투고했다면 이를 1인 논문이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영문으로 번역한 사람에게 저자로서의 기여를 인정해서 2인 저자 논문으로 해야 연구윤리에 위배되지 않는건지..


여기까지는 사설 번역업체 이야기만 한건데요. 논문을 투고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메이저 리비전, 마이너 리비전이 오는 경우 지적사항 중에 영어가 부실하다 손좀 봐라 라는 지적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영어가 부실하면 대개의 경우 내용 읽지도 않고 리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내용이 아주 성실하고 괜찮은데 읽기가 힘든 수준의 영어다 그러면 아주 착한 리뷰어가 문장 하나 하나 고쳐가면서 메이저 리비전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어가 부실한데 마이너 리비전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논문 투고 했는데 메이저 리비전이 왔고, 메이저 리비전으로 선정된 주 이유가 영문법에 대한 사유로 정말 친절한 리뷰어가 거의 논문을 뜯어 고치다시피, 원래 투고한 사람의 문장이 거의 안남게 빨간펜 교정을 해주는 경우도 드물게 있습니다.

 

이런 경우 내용은 원저자의 것이지만 글은 리뷰어의 수정사항을 거의 반영하게 되지요. 거의 리뷰어가 써준거나 다름 없는 경우라고 봐도...

 

자, 3번과 마찬가지 상황을 여기서도 적용해보죠. 리뷰어가 아주 조금 손봐준 경우부터 리뷰어가 한 50% 정도의 문장에 손을 댄 경우까지 가정했을 때 이 리뷰어는 저자입니까?


이렇게 놓고 생각해보니 왠지 영어 문장을 손봐준 교정업체, 리뷰어 혹은 한글 논문을 번역해서 영문으로 만들어준 번역가 는 논문의 ‘저자’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논문의 저자 목록에 있는 사람 중에 순전히 논문의 영어화에만 기여한 사람은 저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영어 능력이 부족해서 우리말 논문을 완성한 후 번역업체에 맡겨서 영어 논문을 만들어 투고한 사람들은 영어 논문의 저자인가요 아닌가요? 저자들의 논문이 되려면 팀 안에 누군가가 영어 초안이라고 내 놓아야 인정될까요? 아니면 우리말로 된 논문 초고가 있으면 저자들의 논문일까요? 또한 번역자의 기여는?


언젠가 일본에서는 영어를 거의 모르는 과학자를 위해 논문 투고를 전문으로 도와주는 시스템 (일문 - 영문의 번역 및 교정)이 있다고 들은것 같기도 한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아무튼...

 

모국어로 논문을 쓰라고 하면 쓸 수 있는 많은 좋은 표현들이 영문 투고를 위해 날아가는 경험을 다수 해보다가 뜬금없이 생각나서..


마지막으로 영어 한마디 못하지만 노벨상을 받았다고 해서 화제가 된 일본의 과학자 이야기를 링크 걸어봅니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472562.html

 

영어 한마디 못하지만 그는 노벨상을 받았다

2008년 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인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 카이스트 100% 영어수업에 빗대 트위터 등에서 다시 화제 수상식 참가 전까진 여권도 만든 적 없어…소감도 일어로

www.hani.co.kr

 

200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교토산업대)는 영어 논문의 작성은 공저자인 다른사람에게, 불가피하게 본인이 작성한 경우는 알파벳이 틀릴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노벨상 수상시까지 여권을 가져본적도 없고, 노벨상 수상식에서 처음으로 일본어로 연설했다고 하네요.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들.

 

1)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논문의 주된 아이디어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영어로 논문을 쓰는 문제는 그 다음의 문제겠지요. 이쪽 바닥에서 공용어로 쓰이는 것이 영어이다보니, 당연히도 다른 연구자들에게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논문을 쓸 수 밖에는 없을테이고, 그래서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국가의 연구자들에게 있어서 영어논문작성이 큰 산으로 다가오는 것일텐데, 이를 위해서 많은 사설 영문교정업체들이 생겨났고, 많은 도움들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단순히 교정을 해주었다고 해서 저자에 넣느냐는 너무 오소독스한 이야기인것 같아요. 사설 교정업체에게는 영문교정을 해준 댓가를 이미 지불한거기 때문에 논외로 해야할 듯 싶습니다. 이외 단순히 영작을 해줬다고 저자목록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반대합니다만, 이건 교신저자의 마음이겠죠. 정말 저자 중 영문작성을 담당한 사람의 표현을 통해서 연구결과를 보다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줬다면야 교신저자의 재량에 따라 저자에 넣을 수도 있고, acknowledgement에 감사인사를 할 수도 있는거고. 만일 리뷰어가 논문첨삭을 해줬다면야 백번 감사할 일이지만, 현재의 peer-review 시스템상 저자로 참여할 수는 없는 상황 아닌가요?이런 경우에는 감사의 편지와 함께 떡이라도 한상자 택배로 보내면 될 듯 싶기는 합니다만.

 

2)

추가로, 논문 저자의 핵심은, 논문에서 주장하는 새로운 발견의 "지적 기여"입니다. 영어가 분명 지적 기여로 간주될 수는 있지만, "새로운 발견"을 하는데 이용된 것은 아니지요. 분명히 실험을 하고, 그 실험을 분석하고, 그림을 만들어 내고, 글을 쓴 사람에게 저자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애매한 것 하나가, 언급하신 예시의 리뷰어처럼 영어로 "비판적"인 지적 기여가 들어가서, 새로운 발견의 가치가 올라간 상황입니다. 이 부분은 교신저자의 철학과 개인적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3)
쓰다보면, 사람들이 특히 학생들이 "영어"로 논문을 잘 못 쓰겠다고 하는데, 실제로 논리력 부분에서 허점이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어에 부담을 느낀다고 착각하지만, 실제 논문의 뼈대나 문장력은 "영어" 글쓰기와는 별개로 학습되어야 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사실 우리나라가 유난히 공저자 기준이 관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따지고 보면, "영어" 하나로는 공저자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결국 저자의 결정은 교신저자의 선택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현재 저자에 대한 관대함 때문에 생겨난 일이지, 결코 일반적인 일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한국에서도 한글로 글을 작성하고, 전문 번역업체에 맡겨서 논문을 쓸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개인이 영어로 논문을 쓰는 것은 전적으로 "선택"에 맡겨야 하겠지만...

 

5)

영어는 당연히 아무런 비중이 없죠. 의사전달의 툴에 불과하고 논문의 영어 문장을 작성한 것은 서비스의 일종이지 논문의 아이디어나 실행이 아니기 때문에.

 

6)

10000% 공감합니다. 자신의 모국어로 논리적인 사유를 할 수 있고 논리정연한 깔끔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곧 영어(외국어)로도 작문을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7)

 Acknowledgment 섹션이 그래서 편리한 것 같아요. 저자로 넣기 애매한 사람들 이름 우르르 다 밀어넣을 수가 있으니..

 

과학자들은 다양한 동기로부터 연구를 시작한다. 그것은 학문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일 수도 있고 (가장 이상적인 사례다!), 졸업, 승진/취업, 또는 연구비 수주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또는 그냥 해야 되나보다 하고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봤다. 이렇게 다양한 동기로 시작된 연구의 끝은 하나로 수렴한다. 논문 출판. 자기가 얻은 결과를 정리하여  자신의 언어를 통해 다른 연구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줌'으로써 끝나는 것이다연구를 '계획'하고, 이론 작업이나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얻고', 이를 해석하여 '새로운 지식' 을 얻는 과학적인 활동은 일면 격식을 차린 글쓰기와는 거리가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문적 성과는 최종적으로 논문으로 정리된다. 따라서 '훌륭한' 과학자는 '효과적인 논문 작성' 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진행한다. 훌륭한 과학자는 결국 효과적인 글쟁이다.

(출처 - 링크)

논문을 통해서 전파되는 '새로운 지식 발견'의 영광은, 논문을 작성한 '저자'에게 돌아간다. 특히나 저자가 많은 '의생명과학' 논문들의 credit은 제1저자 (first author), 마지막 저자 (last author), 그리고 책임저자 (corresponding author) 가져가는 일이 많다. 보통은 마지막 저자가 책임저자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의 경우 마지막 저자가 그 연구의 전체 책임자이다. 제1저자는 보통 그 연구 자체를 일선에서 직접 수행한 박사과정 학생이나 박사후 연구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중간 저자는 제1저자와 마지막 저자가 아닌 저자들이다.

우리의 비극은 한 연구의 수확이 '논문의 특정 저자'에게 불균등하게 돌아가는 데에서 시작한다. 한 연구를 마치는 데 참여한 개개인 과학자의 공헌을 수치화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공동연구가 더 많아지고 있는 최근 연구에서는, 심지어 저자들 사이에서도 누구의 기여도가 더 큰지 알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논문을 읽는 독자들은 수 많은 저자들 중 누가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 알 방법이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사람들에게는 앞뒤 다 자르고 다음과 같은 메시지만 남아있기가 쉽다. "A 교수" 그룹에 있는 "B" 연구자가 "C"를 발견했대. 다시, "A"는 마지막 저자나 책임저 자일 가능성이 높고, "B"는 제1저자이다. 졸업/승진/취업/연구비수주 등 논문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과실을 얻기 위하여 현대의 과학자는 논문의 "중요한 저자"가 되어야만 한다. 연구를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논문의 제1저자나 교신저자가 되는 순간, 그 연구의 영광을 대부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학계의 일면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문의 '저자됨 (authorship)'을 가지고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를 종종 본다.

First authorship이나 corresponding author를 놓고 공동 연구자들 끼리 또는 심지어 같은 실험실 안에서도 science와는 거리가 먼 눈치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주 드물지 않게 공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명예 저자'가 되는가 하면, 많은 공헌을 하였지만 불합리하게 저자 목록에서 빠질 수도 있다 (유령 저자). 자신이 기여한만큼 좋은 authorship을 갖지 못했다는, 교수님이 내 연구성과를 논문이 간절히 필요한 (졸업 등을 위하여) 누구에게 주어버렸다는 볼멘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좋은 authorship을 향한 경쟁은 현대를 살아가는 과학자들에게 불가피한 것이지만, 의외로 이를 명확히 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은 없다. 그리고 소위 'MD lab'에서 일어난다는 많은 분쟁(?)들도 기원을 찾아들어가면 'authorship' 인 경우가 많다.

필자는 아직 연구 책임자 급도 아닐 뿐더러 학위과정 초기부터 시작해도 아직 채 10년이 되지 않은 초짜 과학자일 뿐이지만 (그래서 authorship을 정할 위치는 아니지만...) authorship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은 가지고 있다. 물론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authorship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활발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 최종 authorship 결정 권한은 연구 책임자에게 있다.

모든 저자들은 이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다툼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결정은 연구 책임자가 내린다. 이것이 내포하는 의미는, 만약 연구 책임자가 공정하지 못한 사람일 경우, 열심히(!) 연구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이나 연구원은 본인이 아무리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여도 현실적으로 그 결정에 반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그 연구실에 합류하기 전, 지금까지 쭉 그 실험실의 authorship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publication들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 실험실 사람들과 인터뷰하면서 그 실험실의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공정하지 못한 실험실이라고 판단되고 자신이 authorship에 민감할 경우 그 실험실에 합류하지 않는 편이 낫다. 이런 것도 알아보지 않고 덜컥(!) 실험실에 들어가는 것은 조금 어리석은 일이다.

2) First author는 논문 draft를 직접 작성해야 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이다. 첫번째 저자가 논문을 직접 작성하지 않는다면 무엇인가 이상하다. 개인적으로는 실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것 만큼 '논문'을 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논문을 직접 쓴 사람은 그 연구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어떤 display item (figure/table)을 어떤 위치에 배치하여 전체적으로 어떤 story를 만들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한데 녹여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게 된다. 이것은 실험을 직접 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고 고통스런 작업이다.

자신이 first author가 될 정도로 이 연구를 이끌어왔다고 생각한다면, 논문을 쓰는데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Draft를 쓰지 않았다면 first author가 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난 크게 이상할 게 없다고 본다. 연구 책임자의 스타일상 책임자가 직접 논문을 쓴다면, 적어도 main table 과 figure들은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경우에도 논문의 draft를 직접 쓰는데 참여하도록 지속적으로 시도하여야 한다. 

3) 책임저자 그리고 마지막 저자.

사실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 저자는 그 연구그룹에서 가장 senior로서 연구를 주도하였거나, 가장 큰 연구비를 마련한 사람이 되는 것이 되는 것이 무리가 없다고 본다. 두 세 연구팀이 공동 연구를 하였다면, 공동 연구팀의 책임자들이 책임저자를 공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드문 경우로 그 연구가 책임senior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실질적으로 주도되었다면, 마지막 저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책임저자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4) 중간 저자

어려운 문제이지만 연구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한 사람이면 저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식'생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예를 들면 중요한 샘플을 제공하였다든가 의뢰를 받고 단순 실험을 한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이들이 도움이 없다면 연구를 해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원할 경우 중간 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느 선까지 저자가 될 수 있느냐는 연구 책임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필자는 한 사람의 과학적인 성과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믿는다. 혹시 논문 한 두 편 정도야 우연히 좋은 저자가 될 수도, 반대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 그 사람이 출판한 논문들을 모아놓고 보면 그 사람이 '평균적으로' 어떤 과학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따라서 authorship이 공정하게 정해진다는 '신뢰'가 있고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 있으며, 그 사람의 가치를 논문에 적인 저자 리스트가 아니라 실제 능력으로 결정하는 환경에서는 논문 한두편의 authorship에 크게 민감해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졸업/승진/취업/연구비 수주에 논문 편수와 impact factor, 그리고 authorship이 매우 중요한 것이 우리 현실이라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정답은 없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개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잘못된 환경들을 바꾸어 가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공정치 못한 연구 환경에서 authorship을 얻기 위해 분산되는 그 시간과 노력만큼 우리의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science를 바로 앞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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