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포함해서, 한국, 일본, 중국, 몽고, 대만을 미국에서는 동아시아(East Asia)라고 부른다. 일본과 한국, 대만, 중국 4개국을 극동 아시아(Far east)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중동(Central Asia)과 구분하기 위해서 위해서 쓰는 용어인 줄 알았다.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그리고 아시아로 나누는 입장에서는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분명히 동쪽에 있는 것은 맞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였다.   

 

그리고 극동 아시아라는 용어 자체도 아시아 기준으로 본다면, 태평양과 접해진 동쪽 끝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을 했지, 지리적으로 극동이라고 불리는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 했다. 말 그대로, 용어가 그것을 의미하는지는 알았지만, 진정한 실체와 그렇게 불린 원인을 몰랐던 것이다. 사실, 미국, 유럽의 관점에서 세계 지도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일 수 있다. 

 

(네이버 지도 -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에 있다)

 

정말 우연하게,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하면서 지도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어디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도중에, 랩에 있는 대학원생 친구가 내가 보고 있는 "세계지도"를 보더니 너무 놀라는 것이었다. 이런 세계지도는 처음 본다면서. ^^ 왜 자신의 고향이 있는 멕시코가 동쪽에 있고, 한국과 일본이 지도의 중심에 있느냐면서.  

 

그러면서 자신이 항상 보아왔던 세계 지도를 구글에서 보여 주었다.

 

(미국, 유럽, 아프리카가 중심에 있는 세계지도)


이 간단한 세계 지도 하나로 "왜 우리나라가 극동 아시아였는지"가 단숨에 해결되어 버렸다. 이 지도에서는 유럽과 아프리카가 지도의 중심에 있다. 그리고 이 기준에서 보자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이 동쪽에 있다. 더 정확히 "극동"쪽에 있다. 그런 연유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은 "극동" 아시아인 셈이다. 그들의 기준을 따르면, 지리적으로 완벽하게 우리나라는 동쪽에 있는 셈이다.  


사실, 모두가 알듯이 지구는 둥글다. 그리고 둥근 구체를 사각의 평면으로 나타내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지만, 홀로그램이 상용화되지 않는 한 모든 기록은 이차원 평면으로 남길 수밖에 없고, 세계 지도 역시 그 형태를 따랐다. 하지만, 세계 지도를 그리는 관점은 분명히 대륙마다 달랐고, 유럽과 아메리카의 시야는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달랐다. 아프리카가 중심에 있고, 대서양이 지도 중간에 존재한다.  

 

우리네 입장에서는 아프리카와 미국이 아주 먼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 그들의 눈으로 보자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것이 아프리카로 가는 것이 훨씬 더 심리적으로 더 멀게만 느껴진다. 따지고 보면, 단순한 지도, 시각의 차이일 뿐인데, 지도 하나로 나라를 접하는 심리적 거리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서 정말 깨달은 바가 많았다. 단순히 세계 지도 하나이긴 하지만, 실제로 어떤 사물이든 관찰하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가끔씩 논문을 읽다가도 특이한 경험을 할 때가 종종 있다. 논문에 나온 데이터가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아주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해석이 애매한 데이터 혹은 주장과 맞지 않는 데이터가 등장하는 경우에, Discussion 부분에서 주장에 맞는 해석을 끼워 넣는 것이다. 디스커션이라는 항목 자체가 최초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근거를 추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디스커션은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 해석했다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의견 역시 대가가 쓴 주장이라 할지라도, 항상 "세계 지도"처럼 보는 "관점"이 과학적 진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Dyson 사의 날개 없는 선풍기와 이름 없는 날개 있는 선풍기. 관점을 바꾸면 혁신이 가능하다.)

 

더 조심해야 할 것은, 다양한 데이터들 중에서 자신의 관점과 맞는 데이터만을 취사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실험에는 분명히 시행착오가 존재하고, 그 과정에서 이 결과가 진짜 맞는지 확실할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있는 상황에서 그와 상반된 데이터가 나온다면, 단순히 넘어가서는 절대 안되는 것 같다. 결국 그게 맞을 수 있고, 다른 관점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데이터는 데이터 자체가 일관되고, 누가 해도 재현 가능하다면은, 더 큰 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스토리와 반대되는 창의적인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는 다른 관점에서 세계 지도를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

 

과학자의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과학 상식이나, 당연히 알고 있는 지식들도 다른 직업에 있는 사람들이 관찰하면 전혀 색다를 수가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을 많이 하고 있고, 거기서 엉뚱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나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의 Casual한 만남이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즐겁기도 하다. ^^   

 

우연히 나의 입장에서는 아주 독특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전자 제품이나 시중에 나오는 공산품들을 분석하는 세미나였는데, 정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았고, 한동안은 세상이 새롭게 보였다. 이제는 식상해 보이기까지도 한, 다이슨의 선풍기는 "당연히 있어야 할 날개가 없는데, 아이들에게 날개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어떻게 날개가 없는 선풍기가 있을 수 있어라는 고전적인 관점은 결국 극복되었고, 아주 창의적인 회사가 되었다. 혁신이랑 항상 이렇게 등장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혁신은 패러다임 쉬프트를 유도한다.

 

당연하게 봐 왔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게 보지 않는 것!!!

 

직업을 가진 누구에게나 필요한 상식과도 같은 명제이지만, 결코 쉽게 가질 수 없는 습관 중 하나인 것 같다. 특히나, 사물을 해석하고, 자연 현상의 원리를 궁금해하는 과학자에게는 정말 더 필요한 능력인 것 같다.  

 

오늘부터 우리가 당연히 이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관점을 다르게 조금 비틀어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호주를 기준으로 보는 세계 지도 - 너무나도 독특한 시야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모든 것이 상대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절대적인 지식을 추구하는 것.


이것이 오늘의 교훈.

이세욱 번역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통해서 알게된 번역가다. 번역가이긴 하지만, 나는 작가에 더 근접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물론 완전한 창작을 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나름의 문체와 해석 등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언어로 된 원작의 의미를 우리나라 말인 한글로 번역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이 작업은 어느 정도는 대체 가능할 지 몰라도, 최고의 작품에게는 최고의 번역이 없으면 안된다. 


최근 5년간 외국 작가들이 쓴 소설이나 경영 서적을 구입할 때, 번역을 누가했는지를 먼저 보고 책을 구입하는 버릇이 생겼다. 몇몇 책에서 아주 실망하고 난 이후로 더 그러하였다. 까마귀의 향연 번역 리콜 사태라든지(사실 이건 아주 출판사가 적절히 잘 대응한 일이라 생각한다), 발번역으로 인해 소설의 호흡이 끊기는 것을 경험한 이후로는 무조건 번역에 대한 평을 우선 살핀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세욱 번역가는 내가 느끼기에는 완전체에 가깝다. 그가 번역한 작품 중에서 내가 읽은 것들은 베르나르 작품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그 자체로도 풍부한 감성이 느껴진다. 특히나 움베르토 에코 작품의 번역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특히나 단어 선택에서 원문과 거의 흡사한 뉘앙스를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에서 아주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이건 베르나르 작품보다 언어학자인 움베르토 에코 작품에서 훨씬 더 돋보인다. 

베르나르 작품을 최근에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문득 이세욱 번역가가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했었다. 내가 상상한 모습은 30대 쯤으로 젊고, 날이 선 베이지색 옷을 입을 듯한 느낌의 사람이였는데, 내가 상상한 모습이랑 많이 달라서 적잖이 놀란 것이 사실이다. 좋다 나쁘다, 매력있다,없다는 가치 평가가 아니라, 내 상상과 달랐던 모습에 놀랐었다. (여기에 사진을 넣으려고 했으나, 초상권도 신경쓰이고, 번역가의 모습을 상상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일부러 넣지 않았음 ^^)

그 사람이 번역한 책을 보면, 이 사람이 진정한 프로페셔널이구나, 열정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우연히 이 사람의 온라인 강의 (yes24에서 했던 것 - 관심 있으신 분은 클릭)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프로였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이세욱 번역가의 일 진행은 내 상상 이상으로 꼼꼼하고 전문적이였다. 외모 말고, 또 한번 놀랐던 것이 사실이다.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가 작가를 뒤집고, 작가로 빙의하고, 번역을 마칠 무렵, 내가 작가 다음으로 작가를 잘 아는 사람이다 라는 "확신"(오만이라고 했지만, 난 확신이라 생각한다)을 가지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이사람의 번역가로서 자질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번역가는 대체 가능하다고 한다. 시중에 저가 번역이라든지, 영작 시장을 생각하면 그 대체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람은 "대체 가능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번역가들이 존재하기에 작가가 더 빛이 나고, 독자들은 더 행복하고, 자연스럽게 소설을 읽을 수 있다.

작가라는 거대한 창작자의 그늘에 가려서, 어찌 보면 두드러지지 않는 번역가. 하지만 그 번역가의 세상에서 고요한 등불같은 존재가 되어 빛을 밝히는 이세욱 작가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고 싶다. 


이세욱 번역가가 운영하는 사이트 입니다. ^^ 관심있으신 분은 클릭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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