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생리학. 이 단어를 들으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처음 들어보신 분들은 전기. 생리. 학? 이렇게 따로 따로 단어를 떼어 생각하실테고…
배워본 적이 있으신 분들은 호치킨, 헉슬리, 오징어축삭, 나트륨, 칼륨…등등…에서 심전도까지 생각 나실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리려는 것은 바로 전기생리학으로 연구하는 실험실은 어떻게 굴러가나? 하는 실질적인 내용입니다. 전기생리학은 어떤 학문이다! 라고 하는 건 너무 지겹기도 하고…어렵기도 하니깐요. ^^
그렇다 하더라도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전기생리학은 살아있는 세포, 조직, 기관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활동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살아있는 생물에서 전기적 활동이 생기나? 하실 수 있는데요. 우리 인체는 70%가 물이고, 그 물에녹아있는 이온(+,-를 띤)이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전류가 흐릅니다. 친숙한 예로는 뇌파가 있구요. 앞에서 얘기한 심전도 역시 이런 활동의 결과입니다.
Hodgkin Huxley
그게 바로 오징어 거대 축삭인거죠.
오징어 축삭 : 직경이 1mm정도로 두꺼워 전극을 직접 넣기 용이했다고 합니다.
이 기법은 말 그대로 세포 안과 밖에 전극을 설치해 세포막을 통해 오가는 이온전류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일견 쉬워 보이지만, 1950년대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견이었습니다. 이 공로로 1963년에 노벨상을 수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크지 않은 일반 세포는 어떻게 기록했을까요?
(전극 측정시 이용되는 유리관입니다.)
유리관을 아주 얇고 길게 뽑아서 세포막에 찔러 넣어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세포막전압의 변화를 기록을 할 수 있지만, 이온통로의 전류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옴의 법칙 V=IR에서 전류I를 구하려면 전압V와 막저항R을 알아야 하는데, V를 측정한다고 하더라도, 막저항 R은 시간에 따라서도 변하고, 막전압V에 따라서도 변하기 때문이죠.
쉽게 얘기하면 나트륨 통로가 열렸다 닫혔다 하는데 이게 전압에 따라서 막 많이 열렸다가, 적게 열렸다가 하는거에요. 그래서 막전압의존적 이온통로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공돌이스럽게 얘기하면 막전압V에 따라 변하는 가변저항이라는 거에요. 이 개념은 어렵지만 중요하니 다음 기회에 길게 써보도록 하죠.
사실 이 문제는 호치킨, 헉슬리도 해결했어요. 오징어 축삭에 다가 전극을 두 개를 꽂아서 하나는 전압 측정용, 또 하나는 피드백 전류를 흘려서 전압을 고정하는 것으로요. 이 기법이 막전압 고정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V=IR에서 V와 R이 고정되어 I를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작은 일반 세포로 돌아가보죠. 일반 세포에 찔러 넣은 유리관은 너무 얇고 길어 그 자체의 저항이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피드백 전류를 흘려 보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죠. 게다가 막에 찔러 넣었으니, 유리관과 세포막사이의 틈을 통해 질질 흐르는 leak 전류도 컸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patch-clamp 기법이에요. 이 기법은 네어(Neher)와 사크만(Sakmann) 아저씨가 개발했습니다.
Neher(왼쪽)와 Sakmann(오른쪽)
상대적으로 구멍이 크게(3~4Mohm) 유리관을 뽑은 후 세포막 근처에서 살짝 빨아 당겨 줍니다. 그럼 유리관 끝과 세포막이 찰싹 달라 붙으며 그 사이로는 새어나가는 전류가 거의 없게 되요. 이 상태를 On cell 이라고 해요. 그 때 뽁~! 하고 순간 더 빨아 당기면 안 쪽에 있는 세포막이 뚫리면서 Whole-cell 모드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세포막 전체를 통과하는 전류를 기록할 수 있게 되죠. 유리관 구멍의 저항도 앞에 설명한 것보다 작기에 막전압 고정도 가능하구요.
(이 기법을 개발한 공로로 1991년에 노벨상을 수상하죠.)
(from http://www.nature.com/nprot/journal/v1/n4/fig_tab/nprot.2006.266_F4.html)
일반적인 patch-clamp set의 모습이에요. 막전류나 막전압을 기록할 수 있는 기록계, 컴퓨터 등이 보이고,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이 보이죠. 그리고 대물렌즈 양 옆으로는 기록용 전극 (여기 유리관을 꽂아요)과 그 전극을 미세하게 움직이게 할 수 있는 manipulator(로봇팔)가 보입니다.
그리고 대학원생이나 post-doc이 저 앞에 앉아 열심히 모니터를 보며 기록을 하고, 가끔 용액의 조성을 바꾸기도 하고, 원하는 약물을 타 넣기도 하고….그러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참고 사항 하나 댓글 답니다. 2012년 5월 30일로 헉슬리 선생님이 타계하셨다고 하네요.
2012년 Nature 부고에도 실린 글이나 다른 기사(과학동아)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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