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기회가 되어서 책정리를 했는데, 다양한 책들이 나왔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책들은 의대 다닐 때 교과서들이구요. 정리를 하면서, "교과서에 대한 글"을 하나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글을 포스팅합니다. 추가로 최근 책에 대한 문의들이 많이 와서 겸사 겸사 글을 써 봅니다. ^^ 쓰고 나니깐, 글에 좀 기네요. 페북에서는 글이 길면, 반응이 좋거나, 아니면 그냥 클릭만 하고 안 읽는 경우가 많던데.. 걱정입니다. 

 

이 글은 대부분의 의대생에게 도움이 되지만, 일부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교과서를 통해서 학습을 하는 모든 자연과학도 학생들에게도 도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이 글은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고, 후배들이 책에 관해서 물어올 때 마다 대답해 주는 이야기입니다. 학교에서 조교 생활을 하면서 기초 의학에 남아 있다 보니, 주변 동기들 혹은 후배들이 책에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많이 물어 보았기에, 그 내용도 어느 정도 첨가합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책이 주는 향기를 특히 좋아해서, 정말 많은 책을 사거나 모았습니다. ^^ 현재도 그러하구요. 1년에 이틀정도는 날을 잡아서 하루 종일 책을 사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교과서를 구입하여서 가지고 있었고, 항상 이사를 갈 때마다 문제가 되곤 했습니다. (너무 무거워서 아저씨들이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책을 막 반대로 꼽으세요...) 하지만,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그러하지 않죠. 일부 책만 구입하는데, 이 책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죠.

 

이번 포스팅은 주로 의대 교과서에 대한 글이 될 듯 합니다. 아울러 최근에 책들 일부를 판매 혹은 후배들에게 주었는데, 그 이유는 결국 참고는 하게 되지만, 진로가 비교적 확실히 정해진(?) 현재는 생각보다 찾을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입니다. 책은 필요하신 분께 가는 순간 다시금 살아나니깐 누이좋고 매부좋죠. ^^

 

의대에서는 많은 책을 보게됩니다. 당장 1년 동안에 배워야 하는 과목 수부터 상당하기 때문이죠. 당연히 시간이 많이 남아서, 교과서를 읽으면 좋긴 하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대표단이 만들었거나, 교수님께서 주시는 발표 자료 등을 편집해서 메뉴얼을 만들어서, 그것을 보고 공부하게 됩니다. 저 역시 본1,2때는 교과서를 보려고 노력은 했는데,너무나도 많은 공부량과 메뉴얼 양에 치여서, 교과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유용합니다.

 

1. 이해의 폭을 넓혀 준다.

메뉴얼이나, 교수님 PPT 자료는 기본적으로 축약본입니다. 수업에서는 워낙 다뤄야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앞뒤 서론이나, 그 학설이 제시된 근거 등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고, 단순히 중요한 facts를 기록하는데 급급합니다. 실제로 그 내용만을 익혀도 의사가 되는데 충분하지만, 앞 뒤 역사적 맥락과 고전적 개념을 이해해 두면, 왜 그런 내용이 등장하였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학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게 됩니다.

 

물론, 의대 성적과 전후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긴 합니다. 의대 공부 자체가 주어진 한계 시간 안에 중요한 사항을 최대한 많이 익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시험 공부를 하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중요 facts를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하지만, 맥락을 알아 두면, 오래도록 기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추후에 자신이 연구를 하거나, 조금 더 깊은 학문을 대하고자 할 때 드디어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지식은 교수님이 강의 중에 설명해 주시는 지식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글을 보면서 직접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2. 체계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교과서를 읽어 버릇하게 되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 학문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한 분야의 교과서는 그 분야의 대가가 나름의 편집 스토리를 가지고, 학문의 체계를 잡는 길잡이 역할을 제공하기 위해서 쓰여집니다. 내용 자체도 아주 solid evidence를 가진 부분만 다루기 때문에, 간혹 out of date가 될 수도 있지만, 학문의 체계를 잡는데 아주 유용합니다.

 

개인적으로 의대 공부에서 다루어지는 지식을 4년(6년) 혹은 전문의 과정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으로 모든 과정을 외울 수 없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방대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의대 공부를 할 때 중요한 점 중 하나는, 그 방대한 지식의 바다에서, 자신이 관심가질 시기에 다시 찾아 볼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Index 개념을 가지고 의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 주변 친구들만 보아도, 제가 보기에는 아주 간단한 학부생 수준의 생화학,면역학 개념 조차도 까먹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실험을 해야할 때, 다시 공부하라고 한다면, 그 체계를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소한 한번은 학문의 체계를 잡았기 때문이죠. 그 체계를 다부잡고 공고히 하는 목적으로는 교과서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어떤 한 주제를 바라볼 때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이는 결국 환자를 볼 때 조금 더 넓게 보게 되고, 추후 연구를 할 때도, 연구의 질적 측면에서 더 넓은 확장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등장할 수 있는 질문이 바로.. "교과서로 공부하는데 꼭 신판을 이용해서 공부해야 하느냐"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인 조언을 한다면, 모든 교과서들이 그렇지만 "교과서 뼈대"만큼은 비슷하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다 라고 결론 짓겠습니다. (이 포스팅을 출판사가 싫어합니다 -.-;;;;)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혹은 교수님 수업 스타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최신판을 구입하면 좋겠죠. 하지만, 의학책은 절대로 값이 저렴하지 않습니다. 추가로, 그 많은 책들을 모두 다 신판으로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자신이 그 학문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한다면, 자비든 연구비든 신판으로 update된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공부해야 하겠지만, 의대생 혹은 일반적인 개념을 잡기 위한 용도라면, 가격을 고려해서 굳이 최신판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학생 때, 교과서는 참고용으로 구입하고, 교수님 피피티나 필기를 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라서 따로 이전판이라도 무리 없이 공부가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면, 교과서가 주는 "이해도"를 우선시 한다면, 이전 판이라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학교 교수님이 교과서 하나하나를 자세히 리뷰하는 스타일이라면, 이전판을 보는데 무리가 있습니다. 사실 이것 또한 피피티가 보통 복사실에 돌거나 교과서 파일을 구해서 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데, 교과서를 읽으면서 이해한다는 측면에서는 조금 영향을 미치겠죠.

 

또 하나는 자신의 공부 정도입니다. 사실 교과서는 정말 "이해를 위해서" 필요한 겁니다. 교과서만 열심히 파고 있으면 폴(유급)하기 딱 좋죠. 근데, 이해라는 큰 틀에서는 교과서 만한게 없습니다.

 

 

의대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교과서들을 나열하면, 예컨대 이런 것들입니다. 해부학의 대장, 그레이 아나토미(Gray anatomy) 그리고 무어(Moore-정통 해부학자가 말하길)Rohen atlas, 병리학의 완결판 로빈스(Robinson 아닌 Robbins!), 신경과 린제이(Lindsay), 예과 분자생물학 더 셀(The cell), 내과 해리슨(Harrison), 약리학 가충(Katzung), 생리학 가이톤(Guyton) 등등까지, 혹시 의대를 졸업하시고 시간이 좀 지나신 분들은 추억이 돋나요? 저는 오랜만에 좀 돋았습니다. ㅎㅎㅎ

 

일부 책은 제가 신판이 없어서 모든 책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제 경험상 판이 바뀐다 하더라도 큰 내용의 변화는 없습니다. 소소한 업데이트나, 테이블 변동은 있지만, 일부 교수님들이 교과서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기에, 내용이 그대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간혹 변한 부분에서 시험을 내실 순 있겠죠. 하지만, 이 부분은 대부분 수업 때 언급을 하게 됩니다. ^^ 물론, 임상의 경우 진단과 치료 criteria가 바뀌는 경우는 있지만, 이는 최신 교과서라 하더라도 업데이트가 늦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학교와 교수님 , 본인의 공부 스타일 차이이기 때문에, 이전판을 구입해서 아주 만족할 수도(사실 가격 이득이 상당하니깐요 대체로 신판을 구입하는 비용의 절반 이하로 구판을 구할 수가 있습니다.), 아님 수업 중간 중간에, 약간의 차이 때문에 불만족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많이 신경쓰는 사람이라면 통크게 신판으로~ 고고싱~ 하는 것이 좋고, 저처럼 책을 좋아라 하지만, 굳이 신판이 없어도 된다면(혹은 남는 돈으로 후배들이랑 술마시러 가는??? 스타일이라면,잘못하면 책도 안 사고 술마시러 가기도 해요 ㅎㅎ), 이전판을 구입해서 공부하게 되겠죠.

 

저도 모든 것을 구판으로 구입한 것은 아니고, 관심있는 과목, 예컨대 면역학, 해부학 생리학은 최신판, 관심이 덜 가지만, 찾아 보고 싶은 것 병리학, 약리학 등등은 구판으로 구입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이전 판을 사거나 가지게 된 경우 수업 들을 당시 몇 페이지 펴라 할 때, 페이지 차이가 있어서 10초 정도 딜레이된 경우는 있긴 했지만, 결국은 똑같은 그림이 앞 뒤장에 있어서 그리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즉, 내용의 큰 틀은 변화가 크지 않으나, 일부 업데이트가 더 되었는데, 최근 신지식이다 보니, 큰 흐름,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지요.(물론 앞서 언급했지만, 영향을 미치는 진단 criteria가 변하는 경우는 있긴 하지만, 그건 ppt나 파워, 퍼시픽, 필기집 등 요약판 책에 많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결국 교과서는 굳이 안 사도 되지만, 전체적인 개념을 잡는데 필요하다는 것이죠.

 

끝으로, 교과서 자체는 이 질병이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이해를 목적으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 목적을 맞추어, 연구를 하고 있는 현재에도 아주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

 

결론은 내리자면, 일반적인 개념에서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은 어찌보면 성적이랑은 동 떨어진 방향인 경우가 많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암기를 요구하는 현재 실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인 지식의 폭을 넓히고, 연구를 생각한다면, 방학에 자신이 관심 가지는 과목 하나 정도는 교과서를 읽어가면서 교과서가 주는 참재미(?)를 느끼시는 것도 재미있는 취미 생활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시험기간에 교과서를 파고 있다면 유급을 당할 수도 있으니 권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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