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4. 11:23ㆍMD : Doctor/Medical Student
오늘은 대부분의 의대생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지만, 일부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교과서를 통해서 학습을 하는 모든 자연과학도 학생들에게도 도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고,
후배들이 책에 관하여 물어올 때마다 대답해 주는 이야기를 공유해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책이 주는 향기를 특히 좋아해서, 정말 많은 책을 사거나 모았습니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요.
1년에 이틀정도는 날을 잡아서 하루 종일 책을 사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교과서를 구입하여 가지고 있었고, 항상 이사를 갈 때마다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너무 무거워서 이사해 주시는 분들이 좋아하지 않으시더라고요 ^^;)
의대에서는 많은 책을 보게 됩니다.
당장 1년 동안에 배워야 하는 과목 수부터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일부 책만 구입하거나,
이 책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놓이게 됩니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교과서를 읽으면 좋긴 하지만 의대생들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대표단이 만들었거나 교수님께서 주시는 발표 자료 등을 편집해서 메뉴얼을 만들어
그것을 보고 공부하게 됩니다.
저 역시 본과 1,2학년 시기에 교과서를 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너무나도 많은 공부량과
메뉴얼 양에 치여서 교과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유용합니다.
1. 이해의 폭을 넓혀 준다.
메뉴얼이나, 교수님 PPT 자료는 기본적으로 축약본입니다.
수업에서는 워낙 다뤄야 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앞뒤 서론이나 그 학설이 제시된 근거 등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고, 단순히 중요한 facts를 기록하는데 급급합니다.
실제로 그 내용만을 익혀도 의사가 되는데 충분하지만, 앞 뒤 역사적 맥락과
고전적 개념을 이해해 두면 왜 그런 내용이 등장하였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학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게 됩니다.
물론, 의대 성적과 전후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 이긴 합니다.
의대 공부 자체가 주어진 한계 시간 안에 중요한 사항을 최대한 많이 익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시험공부를 하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중요 facts를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합니다만,
전체적인 맥락을 알아 두면 오래도록 기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추후에 자신이 연구를 하거나, 조금 더 깊은 학문을 대하고자 할 때
드디어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지식은 교수님이 강의 중에 설명해 주시는 지식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글을 보면서 직접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2. 체계를 잡을 수 있게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교과서를 읽어 버릇하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 학문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한 분야의 교과서는 그 분야의 대가가 나름의 편집 스토리를 가지고,
학문의 체계를 잡는 길잡이 역할을 제공하기 위해서 쓰입니다.
내용 자체도 아주 solid evidence를 가진 부분만 다루기 때문에,
간혹 out of date가 될 수도 있지만 학문의 체계를 잡는데 아주 유용합니다.
개인적으로 의대 공부에서 다루어지는 지식을 4년(6년) 혹은 전문의 과정까지
10년 정도의 시간 안에, 모든 과정을 외울 수 없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방대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의대 공부를 할 때 중요한 점 중 하나는,
방대한 지식의 바다에서, 추후에 자신이 관심 가질 시기에 정보를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Index 개념을 가지고 의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 주변 친구들만 보아도, 아주 간단한 학부생 수준의 생화학, 면역학 개념조차도
잊어버린 경우가 있습니다만, 실험을 해야 할 때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그 체계를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소한 한 번은 학문의 체계를 잡았기 때문이죠."
그 체계를 다잡고 공고히 하는 목적으로는 교과서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어떤 한 주제를 바라볼 때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이는 결국 환자를 대할 때나, 추후 연구를 할 때 질적 측면에서 더 넓은 확장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교과서로 공부하는데 꼭 신판을 이용해서 공부해야 하느냐"
라는 질문이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교과서 뼈대"만큼은 비슷하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다라고 결론 짓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혹은 교수님 수업 스타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최신판을 구입하면 좋겠죠.
하지만, 의학책은 절대로 값이 저렴하지 않습니다.
추가로, 그 많은 책들을 모두 다 신판으로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자신이 그 학문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한다면, 자비든 연구비든 신판으로
update 된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공부해야 하겠지만, 의대생 혹은
일반적인 개념을 잡기 위한 용도라면 가격을 고려해서
굳이 최신판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학생 때, 교과서는 참고용으로 구입하고, 교수님 피피티나 필기를 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었기에 이전판이라도 무리 없이 공부가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면, 교과서가 주는 "이해도"를 우선시한다면, 이전판이라도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학교 교수님이 교과서 하나하나를 자세히 리뷰하시는 스타일이라면,
이전판을 보는데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요.
"사실 교과서는 "이해"를 위해서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과서만 열심히 파고 있으면 폴(유급)하기 딱 좋죠.
그런데, 이해라는 큰 틀에서는 교과서 만한 게 없습니다.
의대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교과서들을 나열하면, 예컨대 이런 것들입니다.
해부학의 대장, 그레이 아나토미(Gray anatomy) 그리고 무어(Moore-정통 해부학자가 말하길) Rohen atlas, 병리학의 완결판 로빈스(Robinson 아닌 Robbins!), 신경과 린제이(Lindsay), 예과 분자생물학 더 셀(The cell), 내과 해리슨(Harrison), 약리학 가충(Katzung), 생리학 가이톤(Guyton) 등등까지
혹시 의대를 졸업하시고 시간이 좀 지나신 분들은 잠시 추억에 잠기셨나요?ㅎㅎ
(저도 오랜만에 추억에 잠기게 되었네요ㅎㅎ)
일부 책은 제가 신판이 없었기에 모든 책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제 경험상 판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내용의 변화는 크게 없었습니다.
소소한 업데이트나, 테이블 변동은 있지만, 일부 교수님들이 교과서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기에,
내용이 그대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간혹 변한 부분에서 시험을 내실 순 있겠죠.
하지만, 이 부분은 대부분 수업 때 언급을 하게 됩니다.
물론, 임상의 경우 진단과 치료 criteria가 바뀌는 경우는 있지만,
이는 최신 교과서라 하더라도 업데이트가 늦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학교와 교수님, 본인의 공부 스타일 차이이기 때문에,
이전판을 구입해서 아주 만족할 수도
(대체로 신판을 구입하는 비용의 절반 이하로 구판을 구할 수 있기에 가격적으로 이득입니다)
아니면 수업 중간중간에, 약간의 차이 때문에 불만족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저의 경우, 모든 것을 구판으로 구입한 것은 아니고
관심 있는 과목 예컨대 면역학, 해부학 생리학은 최신판,
관심이 덜 가지만 찾아보고 싶은 병리학, 약리학 등등은 구판으로 구입했습니다.
교과서를 통해 이 질병이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이해를 목적으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 목적을 맞추어, 연구를 하고 있는 현재에도 아주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일반적인 개념에서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성적과는
동 떨어진 방향인 경우가 많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암기를 요구하는 현재 실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인 지식의 폭을 넓히고 연구를 생각한다면,
방학을 이용하여 자신이 관심 가지는 과목 하나 정도는 교과서를 읽어가면서
교과서가 주는 참재미(?)를 느끼시는 것도 흥미있는 취미 생활이 될 수 있다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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