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28. 19:29ㆍ생각들/일상의 생각들
오늘은 학벌이 중요한가? 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사실 이 질문은 언제든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벌이 좋은 사람이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
"이미 좋은 학벌을 가졌으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반박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학벌이 좋은 사람이 학벌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
그것은 선민의식으로 보일 수 있고, 도덕적 비난을 받을 소지도 큽니다.
높은 학벌을 갖지 못한 사람이 학벌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일면 정당성이 있어 보일 수 있으나 
학벌이 좋은 사람들에겐 "학벌을 갖지 못했기에 오히려 신뢰할 수 없다"는 
식의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학벌이 좋지 않은 사람이 학벌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
그 또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죠.
결과적으로, 이 네 가지 경우 모두 논리적·윤리적으로 공격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누가 이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학벌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고,
그로 인해 학벌에 대한 논의는 자칫하면 소모적인 말싸움에 불과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주제를 꺼낸 이유는,
특히 과학계에서 학벌이 마치 브랜드처럼 작용하며 고등학교 시절의 실력이나 대입 결과가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되는 현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하고자 함입니다.
세상에는 성공의 기준이 무척 다양합니다.

학업 성취, 논문 성과, 사회적 지위, 경제력, 혹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 등
개인마다 성공을 정의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학벌이 성공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 짓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학벌에 대해 과학계, 연구사회라는 맥락 안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가능한 한 건조하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학벌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학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저 역시 그런 주장에 일면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맹목적인 신념으로 흐르고,
학벌이 한 사람의 전부를 대변한다고 믿는 사회 분위기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성적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지식을 얼마나 빠르게 습득하고,
그 지식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의 상대적 우위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절대적인 능력이라기보다는, 여러 과목에 걸쳐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분배했는가에 따른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체육을 좋아했지만 특별히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육 과목 전교 1등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기 시험은 연습으로 보완 가능하고 
필기시험은 암기력을 통해 충분한 점수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과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간을 투자하면 성적을 높일 수 있고, 
그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하나의 정당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그 사람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친구는 성적에 집착한 나머지 이기적인 행동을 하거나,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때로는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해 좋은 성적을 얻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그 브랜드는 이후의 커리어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이러한 흐름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성적으로 얻은 학벌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졸업 이후까지 대학의 브랜드가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어느 정도 재고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학벌의 이점은 분명합니다.
좋은 학교에 가면 비슷한 수준과 열망을 가진 동료들과 교류할 수 있고,
그들과 함께 성장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는 분명 개인의 역량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좋은 환경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닙니다.
그 환경에서 도태되거나 안주하게 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학벌이 높아질수록 이런 부작용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학벌은 시스템적으로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지표로 기능해서는 안 됩니다.
대학 이후의 성과들, 즉 대학원에서의 연구 성과, 논문, 기술 역량, 협업 능력, 리더십 등은
학벌보다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대학원, 포닥, 교수 채용 과정에서는 점점 학벌보다는 
실질적인 성과가 강조되는 추세입니다.
물론 여전히 학벌이 평가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의 경우, 특정 브랜드 인재를 전략적으로 뽑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학계는 다릅니다.
학계는 장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해야 하고,
그 사람이 가진 잠재력과 태도,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결국 학벌에 대한 평가는 과거보다 현재,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관점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학벌이 아닌 개인의 성취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사회 전체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벌이 중요하다는 주장에는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좋은 학교에 가면 더 나은 인프라와 경쟁 환경,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학벌을 평생의 브랜드로 삼고, 그것만으로 평가받는 문화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문화를 고착화한다면, 상위 학벌을 가진 이들은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21세기의 또 다른 불평등 구조, 일종의 ‘지식 계급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일부 대학에서 학부 출신을 보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저는 그 방향에 일정 부분 찬성합니다.
저 역시 더 나은 기회와 환경을 위해 지금의 학교에 왔지만,
그 과정에서 학벌에 관한 차별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는 ‘학벌이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학벌이 있는데도 이런 말을 하다니’라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제 생각을 담아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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