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하는 의사들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아주 재미있는 모임입니다.

 

이런 글들이 보이면, 이제 의사도 먹고 살기 힘들어져서 딴데 기웃(?)거린다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실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입학 인원이 워낙 많고, 다양한 인재풀이 의대에 모여 들었고, 지금 연자들과 같은 개척자들이 길을 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진로가 있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이런 딴짓(?)을 하는 의사 선생님들 몇 분을 알고 있는데, 정말 도전 정신이 투철하시고, 본받을 점이 많으신 분들이었습니다. 그 중 인상깊은 말 중 하나가..

 

"의대 공부량과 레지던트 1-2년차 하는 정도로만 해도 충분히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의사라고 대접받을 생각하지 말아라."

 

얼마나 힘드셨겠습니까? 멀리서 항상 응원합니다.

http://m.onoffmix.com/event/58652/content

 

전국에서 딴 짓하는 의사들의 대부분은 아니지만, 충분히 도움될 만한, 비임상 진로에 대한 좋은 모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주변 분들에게 추천을 해 주셔서, 모임이 터져나가게 해 주세요~ ^-^

가급적이면,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은, 쌍방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으면 쉽게 결론내리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이 사건은 녹취를 들어본 결과, 명확한 증거가 있어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겠네요. 쓰다보니 글이 좀 깁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하네요.

 

의대 내에서 잘못된 점 쉬쉬하는 분위기,이건 이제 버려도 되지 않을까요?

 

의대는 기본적으로 위계 질서가 다른 과보다 강한 편입니다. 군기라고 하죠. 선배가 말하면 뭐든 다 듣고, 실행하고..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부조리한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다들 쉬쉬하는 경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학교 다니는 시절에 이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후배라는 이름하에 맞아본 적도 있고, 말도 안되는 소문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주 가까운 지인은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 2년간 개처럼 맞으면서도 꾸역꾸역 참았습니다. 선배들이나, 있는 자(?)들(가해자라고 통칭하겠습니다)은 다 추억이야 하면서 넘어가지만, 맞았던 당사자나, 소문의 피해자들은 부들부들 이를 갈면서 생활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에서 특히 신경써야할 부분 중에 하나는, 저런 부당한 일이 생기더라도, 가해자들이 의기양양하게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피해자 너가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때리는 것이다. 니가 당하는 것에는 항상 이유가있다. 그러니깐 맞아야 한다."는 이론이죠.

 

아직도 기억납니다. 제가 예과 시절.. 아주 궁금하면서 순진한(?) 눈으로

 

"선배님, 왜 밑에 년차 선생님들을 때리나요?" 라고 물었을 때, 그 선배님의 대답은...

"응. 그렇게 때리고 나면 다른 일보다 내 일을 먼저 해."

 

당시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예과생이였고, 사회생활의 틀이 자라나는 시기여서,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였죠. 물론, 그 선배는 아주 리더십이 강하고, 대외적으로 멋지고 능력있는(?) 선배였습니다. 항상 자신의 일은 먼저 되어 있었으니깐요.

 

그렇지만, 이런 소문은 쉽게 퍼지지 않습니다. 어떤 과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구린 일을 하고 있는지 내부적으로는 알지언정, 외부적으로는 절대 퍼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소문이 외부적으로 퍼지게 되면, 그 과나 학교 이름에 먹칠이 되고,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쉬쉬하게 되는 것이지요. 교수님도 알면서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전에 있었던 K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역시, 학교 내에서 부단히도, 밖으로 소문내지 않게 많은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이 아주 중대하고, 피해 여성이 자신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단단히 마음을 먹으면서 언론에 알려지게 되었고, 결국, 그 가해자들은 학교에서 출교 처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압니다. 그 "학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잘못한 것이라고.

 

이번 사건도 C학교 내부에서는 "연인 사이의 일이다. 아직 법적 판결이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일이 커지지 않게 신경을 쓴 것처럼 보입니다만.. 결국, 일이 훨씬 더 커져버렸고, 지금처럼 녹취록이 공개되었습니다.

 

녹취록을 들으면서, 그 여학생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두려워하면서 맞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 여학생의 목소리는 오원춘 사건의 피해자 여성의 목소리와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 우리는 이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일이 어느 학교에서 벌어진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학교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학교 측에서도 늘 해왔던 대로 해 왔고, 학교 측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제 의대 전체에서 이 문제는 크게 퍼지고 있고,일반인들의 시선도 아주 날카롭습니다. 그리고 학교가 어떻게 해결할지, 입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해자 학생을 감싸고 방어를 쳐주는 이상한 학교가 될지, 아니면, 높은 도덕 의식으로 다시금 학교의 난국을 극복할지. 그건 이제 학교의 선택이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일이 생겨서, 밖으로 소문이 나게 되면, 가뜩이나 몇 개 없는 의과대학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을.

 

하지만, 그 후속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먹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 의대생 그리고 소문을 만들어 내는 모든 사람에게 한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 사건과는 별개로, 어떤 안 좋은 소문이 나면, 결국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없는 일반 사람들은 한쪽 편을 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똑똑하기 때문에, 변명에도 이유가 그럴 듯하고, 그 주변친구들이 잘 감싸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보기 마련입니다. 지금 이 여학생이 호소하고 있는 2차 피해 역시 이 테두리 안에 있습니다. 이렇게 빼도박도 못하는 증거가 없었더라면, 이 여학생은 그냥 소문의 피해자가 되었겠죠.

 

이 여학생은 어떤 맞을 짓도 하지 않았고, 맞아서도 안되는 학생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남녀 둘사이의 일"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폭행을 당한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의대라는 닫힌 사회의 특성상, 학교 측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가해자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한 공간에서 보내야만 하고, 실습도 같이 해야 합니다. 조별 과제 등도 말이죠. 아마도 이 여학생에게는 창살없는 감옥과 같은 생활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 사회에서 이 일뿐만 아니라, 그 이후를 더 소중하게 다뤄줘야 하고, 2차적으로 피해가 가지 않게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상, 이런 부조리한 상황이 생겨서 내부 고발을 하거나, 부조리를 지적한 사람이 한국에서 보호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습니다. 일이 지나간 뒤에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일을 당한 장본인인, 피해자인 저 사람 때문에 이렇게 일이 크게 되었고 이름에 먹칠이 되었다고 소문을 내면서 이야기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저 인간만 없었으면... 하면서..

역겹습니다. 이런 상황들.

 

이제, C학교 동기나 선후배들은,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이 여학생 때문이라고 지적하지 않고, 피해자를 어떻게 더 배려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여학생은 앞으로, 의대라는 좁은 테두리의 특성상, 이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꼬리표를 떼고, 멋진 의사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 역시,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요?

 

P.S. 그리고 이 사건의 당사자 여학생! 이 글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당당해 지세요. 앞으로 누군가 자기를 보면서 수군거린다는 생각이 들때도 많을 것이고, 어딜 가든 피해의식이 생기거나, 주눅들 때도 많을 거예요. 그리고 남자 친구를 사귈 때도 걱정이 많이 들거예요.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본인의 상처를 감싸줄 멋진 남자가 분명히 있습니다. 본인이 당당하게 사는 것이 멋지게 복수하는 길입니다.

 

꼬리표를 붙이면서, 수군거리는 사람은 어딜가나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건 한 순간이고, 본인이 가진 이쁜 인생을 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요. 학교 측에 당당하게 요구하세요. 학교 측도 이제는 바꿀 준비가 되어 있을 거예요. 만약에 바뀌지 않는다면, 빨리 졸업하고, 보란 듯이 멋지게 성공해서, 학교를 놀라게 해주세요.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151130141513416?fbclid=IwAR1rKo2zef5hZijwLy2EgeqTlF467EJAVKK2BfXjigK7KSzUSTG56zJTfNg

 

[취재파일] 여자친구 4시간 반 폭행하고 맞고소까지 한 예비의사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 히포크라테서 선서 中 인간의 생명을 누구보다 소중히 해야 할 의사들의 양성소 의학전문대학원 안에서 한 사람의 인격까지 말살하는 끔찍한 폭력행위가 벌어졌습니다. 데이트 폭력입니다. ● “왜 전화를 싸가지 없게 받아?” 여자친구 4시간 반 감금, 폭행 올해로 31살 된 피해자 이 모

news.v.daum.net

알파카 페이스북 원문 글

선언하는 자와 실행하는 자.
 
http://news.nate.com/view/20160304n35792&&mid=m03

MRI 촬영비는 싸야 한다. 왜냐 하면 싸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는 싸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문제가 인문학적인 선언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우매한 군중들이 불행히도 너무 많다. 그들은 단순히 머리가 많다는 이유로 정책관련자들에게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원가에 집착하는 사회주의적 사상도 문제지만, 그들은 원가타령을 하면서도 막상 원가가 어느정도인지도 관심이 없다. 무조건 싸야 한다는 당위선언만 할 뿐이다. 세상에 비싸고 나쁜 것은 있어도 싸고 좋은 것은 없다. 너무 싸면 하자가 있는 것이거나, 아예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들 중 MRI의 자성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비싼 헬륨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전력이 들어가야 하는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MRI 기계는 사양에 따라 가격이 차이나겠지만 보통 20억원 정도이며, 소비전력은 20가구분 이상을 먹어치운다. 사고가 나면 몽땅 배출해야 하는 헬륨은 고갈이 닥친 희귀 고가 원소다. 기술도 자원도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MRI 촬영비는 물론 효용성을 떠나 일반인들의 재정상황에서는 매우 부담될 정도로 비싸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인류 기술과 자원의 한계 때문이지, 병원의 탐욕 때문이 아니다. 앞선 계산에서는 아직 인건비와 기타 시설비와 이윤은 하나도 넣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고작 10분의 1가격인 람보르기니를 빌리는 데에는 한시간에 몇 만원이 들지 생각을 해 보라.

가상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달에서 가져온 월석 가격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으나, 0.2g짜리 분진이 무려 5억원에 낙찰된 사례가 있다. 그런데 미래에 어떤 질병의 특효약이 월석이라고 밝혀진다면 재료의 희소성 때문에 치료비가 엄청나게 비쌀 것이다. 월석을 마음껏 가져올 수 있게 되거나 필요한 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 빼고는 치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때 어떤 수를 써서라도 환자를 치료해야겠다면 개인에게 이정도 돈은 없으므로 정부가 월석을 1g에 25억원의 돈을 주고 외국에서 사오는 수밖에 없다. 국내에 있는 의사와 병원과 회사에게 공산주의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있어도, 외국 제조회사에는 가격 인하를 강요할 방법도 없다. 본인 목숨이 달렸음에도 사지 못하는 약을, 처방을 해주는 '병원'이 대신 사오라고 우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은 복지 업무를 대신 해주는 사회복지사에게 재정까지 책임지라는 말과 같다.

선언을 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실무는 어렵다.


페이스북의 John Lee. 라는 선생님의 글입니다. 


선언하는 자와 실행하는 자. http://news.nate.com/view/20160304n35792&&mid=m03 MRI 촬영비는 싸야 한다. 왜냐 하면 싸야 하기 때문이다.의료는 싸야 한다. 왜냐하...

Posted by John Lee on 2016년 3월 4일 금요일

의대에서의 공부량 (객원 필진 윤홍균 선생님의 글)


윤홍균 선생님은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시고, 서울 마포구에서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고 계시는 선생님이십니다. 의대에서의 공부량에 대해서 써놓은 글인데, 아주 큰 공감이 가서 저희 블로그에 포스팅합니다. 참고로, https://www.facebook.com/addictyoon 에 원글이 있습니다. http://yoonmaum.com/ 에 블로그도 운영하고 계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지만, 글을 쓰기는 사실 꺼려졌었다. 왜냐하면 요즘은 의대생이나, 의대생 아닌 사람이나 다들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의대를 다니던 시절, 그다지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 하지만, 메디컬 드라마나 청춘 드라마와 현실은 많은 차이가 있기에 이 글을 남긴다.


이 글에서의 의과대학에서의 공부량은 전적으로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것임을 밝힌다. 그동안 학제는 많이 바뀌었고, 학교마다 다른 커리큘럼이 있기에 경험은 모두 다를것이라는 점도 이해를 바란다. 나의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다.


의대에 입학했다. 정확히 의예과에 입학했다. 예과과정에서 공부부담은 별로 없다. 그래도 중요한 과목이 한과목 정도 있다. 가령, '일반 생물학'같은 과목이다. 이 과목의 공부량은 나머지 공부량을 다 합친것 정도 된다.


만일 일반 생물학과 5과목을 첫학기때 만난다면, 나머지 다섯과목 합친게 일반 생물학과 비슷하다. 이런 일반 생물학을 '메이저'라고 부른다.나머지 그러니까 컴퓨터 실습이나, 영어회화같은 과목들이 있었다. 이런 과목들이 마이너였다. 평소엔 수업을 듣는등 마눈둥하다가,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공부를 한다. 뭐 잘치면 잘치는 거고 말면 마는거다.


다음 학기가 되면 또 한가지 메이저 과목이 있고, 나머지 과목들이 있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는 그 마이너 과목들이 다 '일반 생물학'정도 된다. 그리고, 그 마이너들을 다 합친것이 '세포학'이라는 메이저 만큼 된다.


그리고 그 다음학기가 되면 또 메이저과목이 하나 생긴다. 마이나과목이 공부량은 또 그전 학기의 메이저 같은 것이다. 그런식으로 유전학이라는 메이저를 만나고, 뭐 그런식이다.


그러다가 본과에 진입한다. 예과를 벗어나서 의학과과정에 들어가는 것을 우리는 '진입하다'라는 표현을 쓴다. 본과 첫학기에는 네개의 메이저를 만난다. 해부학, 생화학,생리학, 조직학. 공부 량은 해부학이 가장 많다.


그런데 해부학에서 공부해야할 양은 그냥 예과때 배웠던것 전체라고 생각하면 된다. 3학기 정도동안 외웠던 분량은 한과목에서 외운다. 물론, 생화학, 생리학, 조직학도 많다. 그외에 여러 기타과목들도 있다. 이런것들도 공부할것은 많다. 해부학 만큼은 아니지만, 예과 메이저보다는 훨씬 많았던것 같다.


본과 2학년이 되면 병리학이라는 학문을 만난다[각주:1]. 병리학의 분량은 1학년때 메이져였던 네과목을 합친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여러 기타과목들이 있다. 뭐 계속 그런식이다. 전학기보다 두배 정도씩 차곡차곡 쌓인다.


급기야 본과 4학년이 되면, 정말 눈을 의심할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첫시간에 평생을 어깨 수술만 하신것 같은 교수님이 들어오신다. "아니 이렇게 중요한 어깨수술 강의를 왜 한시간만 배정한거야?"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강의를 하신다.


그리고 두번째 시간에는 평생 손목 수술만 강의하신분이 들어오셔서 "손목 수술만 강의해도 하루를 잡아야되는데, 왜이렇게 시간이 없어?"하면서 엄청난 진도를 나가신다.


그런식으로 강의가 이어진다. 평생 혈액암만 연구하신분, 갑상선의 내과치료만 연구하신분, 갑상선의 수술치료만 하신분이 본인이 공부한 모든 것을 한두시간동안 적어놓고 나가신다.


한 교시가 끝날때마다 책이 한권씩 생긴다. 정말 시험기간이 되면, 시험범위도 잘 모르겠고, 내가 들은게 전 학기에 들은건지, 이번학기에 들은건지도 잘 모르겠더라. 수업을 들으면서 필기를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나는 어느새부턴가 필기는 포기하고 그냥 듣는 거 정도하다가, 말다가 했던것 같다.


필기를 해봤자, 그게 맞는말인지도 모르겠고, 적다보면 진도나가있고, "이건 해부학 시간에 배웠지?" 뭐 이러시는데 전혀 기억은 없고, 뭐 그런식의 수업이 이어진다. 아이고 글쓰다보니 심계항진이 오네.


어쨌든 그렇게 본과 4년이 지나간다. 결론은 공부할게 엄청나게 많았다는 것이다. 학문은 점점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데, 의대 4년동안 모든 과의 지식을 한번씩을 훑고 가야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인것 같다. 뭐 어떻게 해야한다. 뭐가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의과대학의 공부량은 엄청나게 많았다.휴.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공부량이 많은데 정말 대단하세요. 라던가 그런말은 사실 현실적이지가 않다. 사실 그렇게 될지 몰랐고, 설마 그렇게 많아지겠어? 에이..하면서 분량이 점점 늘었기 때문이다. 포기하고도 싶었고, 그만둘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뭐 따로 할것도 없어서 어쩔수 없이 졸업까지 떠밀려떠밀려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분량이 많았다고 다 공부한건 아니었다. 사람마다 공부량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위에 적은 것은 "공부해야할 양"을 적은 것이다. 공부한 양은, 저것보다 확연히 적었다고 생각한다. 기억나는 것도 사실 별로 없다. 그냥 아 되게 많았네. 정도. 그게 나의 양심고백.


의대생 여러분, 공감하시나요? 


  1. 이는 의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오늘은 미국과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면서 목숨 혹은 생명에 관한 윤리적 문제를 논하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료 행위 수가가 너무나도 낮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과 비교할 때도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의료비가 저렴하다고 측정되어 있는 유럽보다도 더 낮은 수준인 것이 사실입니다. 

참고로, 저는 미국에서 연구를 주로 하는 의사이기 때문에, 한국의 "의료 행위 수가"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음을 우선 알려 드립니다. 의료 행위 수가는 일반적으로 내과, 외과 등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진료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의사의 치료 행위를 보건복지부에서 책정한 가격을 말합니다. 원가를 정하는 것이 민감하기도 하고 주관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현재 책정된 의료 수가는 병원을 최소한 운영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인 "원가"보다 더 낮게 책정되어 있음이 보건복지부 공식 조사 결과 알려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병원이 병원의 고유 역할인 의료 행위만 해서는 운영 자체가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의료 수가와 연계해서, 한 번쯤 고민해볼 문제인 생명의 가격그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팔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목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인 이상 평생 한 번밖에 살 수 없는데, 그 "한 번"밖에 살 수 있는 목숨을 돈과 바꾼다 하면, 바꾼 다음에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그런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그럼 과연 그 "목숨"을 치료하는 비용은 싸야 할까요? 비싸야 할까요? 

 

여기에서 바로 "목숨값의 역설"[각주:1]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사망할 가능성이 99%인 질병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치료하지 않으면 거의 다 죽는 셈이죠. 하지만 이 질병을 치료하는 경우에는 사망할 가능성이 10%로 낮아진다고 가정합시다. 10%가 치료 후 죽는다고 해도, 나머지 90%의 사람들에게는 그 "치료"는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치료 비용은 목숨을 구했으니, 아주 비싸야 하겠죠. 왜냐하면,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더는 살 수 없을 테니깐요. 치료를 하는 비용이 억만금이라고 해도, 더 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질병을 치료하는 비용이 너무나도 비싸다면, 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로 한정될 것입니다. 죽기는 싫지만, 돈이 없어서, 그 치료를 받을 수가 없는 셈이죠. 치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많아질 수도 있고, 치료 비용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돈의 힘목숨의 힘으로 변하는 순간이죠. 

 

(기형적 수가 리포트 -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 보세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비스"라는 행위의 가격은 경제학적으로, 소비자가 서비스를 받고 나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었을 때 지불할 의향이 있는 마지노선의 가격을 의미합니다. 즉, 이 돈을 냈을 때, 이만큼은 지불할만하다고 느끼는 가격을 서비스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명품 백이 수백만 원이 넘는다 해도 가격이 내리지 않고, 그 가격을 그대로 사는 사람이 있는 것은 그 가격을 주어도 충분한 만족감(비록, 그게 사치라 할지라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가격에 팔리는 것입니다. 강남의 미용실 가격이 높은 것 역시, "그 비용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혹은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가격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만족하는 사람이 적어지게 되면, 자연히 그 서비스를 찾지 않게 될 것이고, 자연히 서비스의 가격은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경제학에서 아주 기본적인 개념인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셈이지요. 

물론 같은 값이라면, 가격이 싸면 더 좋겠지만, 싸지 않아도 사고자 하는 소비자가 많다면 굳이 가격을 내릴 필요가 없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인 셈이죠. 

그럼, 다시금 "목숨값"이라는 것으로 돌아가 봅시다. 

생명이라는 가치(목숨값)는 실제로, 자신이 존재하는 "선행 조건"이기 때문에, 명품 백 한두 개 정도의 가격으로 책정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닐 것입니다. 죽으면 모든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없어지니 말이죠. 그러니, 이론적으로는 자신이 지불가능한 여건 안에서는, 모든 서비스나 재화의 가격보다 훨씬 더 높아야 합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치료라는 관점으로 한 번 돌아가 보죠.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 치료를 받으면 살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면, 누구라도 그 질병에 걸렸을 때, 살 가능성이 가장 큰 치료를 받고자 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 치료는, 그 질병에 걸린 사람에게 한정적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요 역시 많을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행위는 필연적으로 경제학적인 측면에서는

1) 재화(목숨) 자체가 가지고 있는 희귀성이라는 측면, 2) 수요가 많다는 측면에서 가격이 높아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보험에서 가장 많은 돈을 타낼 수 있는 것은 사망했을 때임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죠.

 

미국은 이런 서비스적인 관점으로 의료에 접근합니다. 바로 이런 관점이지요.


내가 당신이 가질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목숨"을 살려줬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느냐. 이 치료가 없었더라면 너는 더 이상 돈도 벌 수 없고, 아무런 사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데, 왜 돈을 조금 내려 하느냐? 돈이 없으면 치료를 받을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

 

라는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물론,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가정이 깔렸기 때문에, 치료의 행위 수가는 생명과 직결될수록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 셈이죠.

 

하지만 사회적으로 또 한 번 생각해볼 문제는, "비용에 따르는 치료 행위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갈까"입니다. 

수요가 많다는 것은 그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격이 높으면, 치료를 받지 못해서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리고 생명과 직결될수록 치료 행위 자체가 그 사람을 살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아야, 살아난 사람들을 통해, 사회가 지속해서 발전할 가능성이 크겠죠. 돈 많은 사람만 살아남고, 돈 없는 사람이 치료를 받지 못해서 평생 사회를 바꾸어볼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퇴보될 가능성이 크고, 이것이 잠재적으로 가지는 사회 불안 요소 자체도 클 겁니다. 

따라서,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 행위의 가격이 낮을수록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기에, 가장 비싸야 할 목숨값과는 별개로, 치료 가격이 낮아야만 하는 역설적 상황에 봉착하게 됩니다. 물론, 이 가격이 무한정 낮게 되면, 의사도 사람인지라 근로 의욕 상실과 의료 질의 하향 평준화가 일어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참고하실 분은 오지의 마법사가 쓴(의사들이 많으면 진료받는 환자 입장이 좋아질까?)을 읽어보세요. 

미국은, 사실상, 양자를 교묘하게 잘 섞어 놓은 케이스입니다.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 수가 자체를 높이 책정해 놓고, 그 비용을 의료 보험이라는 테두리로 둘러싸서, 기업과 혜택을 보는 사람들에게 적절히 나누어서 부담시키게 합니다[각주:2]. 많은 한국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미국의 의료보험이 비싸다는 것인데, 실제 비싸기는 하지만, 그 사람을 고용한 기업이 상당 부분을 내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부담이 적게 느껴집니다. 즉, 의료 보험 가격이 한국보다 높게 책정된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직장이 있거나, 학교에 소속되어 있거나, 어디 집단에 소속되어 고용되어 있으면, 체감하는 의료 보험료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결코 높은 것은 아닙니다[각주:3]. 직장이 없거나, 자영업 등을 하는 사람들은 소속 집단이 없어서, 의료비가 높은 것은 사실이긴 합니다만, 제 주변을 보아도, 직장이 있음에도 의료비가 걱정되어서 병원을 못 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즉, 사회적으로 높은 의료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직장이나 기업 입장 높은 의료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셈인 것이죠. 

 

(출산 과정.. 출산은 생명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데, 비용이 높아야 하나요? 낮아야 하나요?)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생명과 연관된 치료비용, 즉, "목숨값"의 수가 자체는 싸게 책정된 셈입니다. 생명과 직결된 암을 치료받는 것이, 쌍꺼풀 수술받는 것보다 더 저렴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출산하는 비용이 동물병원에서 애완견 출산하는 비용보다 더 싸게 되어 있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입니다. 수가가 낮으면 낮은 만큼 서비스의 퀄리티가 낮으냐? 다행히도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실제로 미국에 와서 느끼는 한국의 의료 수준은 치료에 한해서 볼 때미국과 대등하다고 봅니다. (안타깝게도 연구는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특히, 경험적 치료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한국이 훨씬 더 높다고 느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여담이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뒷돈(?)이라는 도구로, 실력 좋은 의사에게는 비싼 비용으로, 실력이 없는 의사에게는 싼 비용으로 진료를 볼 수 있는 이상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있다 보니, 돈 많은 사람은 돈 많은 사람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대로 삽니다. 사회주의라 할 지라도, 의료 자체는 비공식적으로 미국의 그것보다 훨씬 더 시장친화적(?)인 자본주의 형태를 보입니다. 

 

의료사회적 보장 체제로 보는 나라들은 대부분 의료 비용이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유럽의 대부분 나라가 그렇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유럽의 의대 교육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공적 제도라는 것이죠. 마치 우리나라의 육군사관학교나 경찰대처럼 말이죠. 자기 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인재를 키운다는 개념으로 의대 교육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유럽의 경우에는, 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가 되면, 국가가 요구하는 사회적 보장 체계를 따를 필요가 있고, 그에 따르는 의무도 있습니다. 당연히, 의사의 신분 역시 군인과 같은 공무원 신분입니다. 칼퇴근이 가능하고, 필수적인 일만 합니다. 더 일해도 소득이 증대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저렴"한 치료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죠.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것을 의대 입학 전에 알고 들어갑니다. 

 

그에 반해, 미국은 의대 교육 자체가 사교육이고, 의사를 자영업자근로자로 보는 개념이 강합니다. 네가 돈을 내고 교육받았으니, 네가 돈을 버는 것 역시 네 뜻대로 하여라. 보험회사와 컨택을 해서 정해진 수가를 받든 지, 따로 더 높은 수가를 받든 지 국가가 상관하지는 않겠다는 식입니다. 따라서, 의사 사회에서도 실력에 따라 받는 수가가 다르고, 보험회사 역시 경쟁을 통해서 우수 의사를 영입하고, 반대로, 환자들을 모집하기 위해서 엄청난 경쟁을 합니다. 다만, 보험료 자체가 상대적으로 비싸죠. 여기서 또 중요한 사실 하나는, "이 모든 것을 의대 입학 전에 알고 들어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대 교육 자체는 미국과 같은 사교육인데, 사회적 의료 시스템 자체는 국가가 컨트롤하는 시스템입니다. 완벽한 유럽 시스템은 아니지만, 국가가 국민 의료 보험을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의 통제권을 국가가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즉, 자기 돈을 내면서 의대를 다니지만, 의대를 졸업하고 나서는 국가가 보장하는 돈(수가)만 바라보는 공무원 아닌 공무원이 되는 셈입니다. 물론 비약이 심하긴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고 대부분의 의사가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는 "이 모든 것을 의대 입학 전에 잘 모르고 들어간다"라는 사실입니다. 

 

의사 혹은 병원을 사업자로 봐야 하느냐, 사회 보장 시스템의 일부로 봐야 하느냐는 보건 의료에서 아주 큰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항상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각각의 단체에서 유리한 대로 사안을 해석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이 되면 추후에 언급하도록 하죠. 

 

목숨 자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경제학으로 따졌을 때는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일수록 가격이 높아져야 합니다. 사망 보험금을 생각해 보세요. 


"목숨값의 역설"은 생명과 연계된 질환을 치료하는 비용이 적었을 때,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각주:4] 생명과 직결될수록 치료 비용 자체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회적으로 본다면, 아주 합당한 것처럼 보입니다.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으니깐요.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이는 "서비스 제공자인 의료 기관이나, 병원이 만족했을 때"만 가능합니다. 

의사의 평균 소득이 일반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긴 하지만, 의사들도 장사를 하거나, 일을 하는 모든 시민들처럼, 안전하고 행복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개인이고, 가정을 꾸리고 사는 가장입니다. 즉, 대부분의 의사는 수전노처럼 돈을 밝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일하는 것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바라는 아버지이자 어머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소득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효율적으로 돈을 벌고자 할 것입니다.

돈을 벌어서 살아야 한다는 자본주의 "시민"이라는 큰 명제를 가진 의사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소득이 낮아지는 치료 행위는 잘 안 하려고 하겠죠. 즉,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의 대가가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살 정도도 안 되는 경우라면, 그 의료 행위를 할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죠. 처음에는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사명감에 그 길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누군가를 돕다가,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돕는 의료 행위를 하게 될 것입니다. 즉, (환자 혹은 소비자들은) 의사도 사람인 이상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까닭에, 역설적으로 목숨값(의료 수가)이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당장은 그렇지 않겠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 행위의 공급은 점차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리고 그 서비스의 질 역시 점차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현실적으로 이 부분은 새내기 의사들의 전공 선택(인기과, 비인기과)으로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이제는 국가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너무나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평생 운동만 하고 살아온 프로 선수가 FA에서 "진정성을 보았다"라고 하는 것은 딱 깨 놓고 해석한다면, "돈도 괜찮았고(선행 조건), 대우도 좋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평생을 진료 보면서 살아갈 의사가 특정 과를 선택하는 것은 돈도 좋고, 대우도 좋고,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기 때문에 그 과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특정과, 인기과가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과라고 해서, 그 부분을 "사명감이 없다,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망각했다, 돈만 밝힌다"는 등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은 사회 구조적인 프레임 안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지향하는 존재이니깐요.

 추가로 설명하자면, 현재 대부분의 인기과는 금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생명을 다루는 응급이 없기 때문에, 의료 소송이라는 측면에서 더 안전하기까지 합니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 100명에게 현재 직장보다 한 달에 500만 원 정도 더 주는데도, 주말이나 밤에 특근이나 야근을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을 주겠다고 하면, 적어도 99명 모두 직장을 바꿀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과연 이 질문에 "그래도 나는 안 바꾼다"고 대답하실 정도로 자유로우신가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이 질문에 자유롭지 않습니다.

 

현재 나타나는 의료 현상은, 결코 단시일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국민과 정부의 인식 변화, 그리고 의사의 수급 조절, 진료 과별로 얽혀 있는 실타래 등 풀어야 하는 문제가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딱히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할 수 있는 것 또한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세대 간, 계층 간, 그리고 정부와 의료인 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야 할 사안인 것만큼은 사실입니다.[각주:5]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생명을 살리는 치료일수록 값을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끔, 수가 자체를 낮게 책정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없다면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생명을 치료해주었으니, 비싼 값을 받아야 할까요? 


저는 오늘도 따끈따끈한 베스트 셀러를 사기 위해서 amazon.com에 들러서 책을 사고, 아이들을 위해서 월마트에 들러서 두 손 가득 장난감 레고를 삽니다. 여자들은 조금 더 예뻐지기 위해서 브랜드 화장품을 사고, 남자들이 조금 더 깔끔해 보이기 위해 삼중 날 면도기를 고르는 것은 일상적입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살 때, 가격에 대한 고민을 대부분 합니다. 비싸니깐 나중에 살까? 비싸니깐 필요 없어. 싸니깐 사자. 등등..하지만, 이런 재화들은 따지고 보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명은 자신의 존재를 위해서 필수적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있습니까?


  1. " 목숨값의 역설"이라는 용어가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 용어는 제가 글을 쓰기 위해서 만든 용어입니다. 본문에서 언급되는 "목숨값의 역설"은 "생명과 직결될 수록 치료 비용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라는 정의를 따릅니다. 2014.1.29 [본문으로]
  2.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고용주가 훨씬 더 많이 냅니다. [본문으로]
  3. 참고로, 저의 경우에는 한달에 보험료로 10불(만원) 정도 냅니다 [본문으로]
  4.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는 연구 보고는 없습니다. 다만, 포퓰리즘의 관점에서 보면, 당장 의료비가 싸면, 정치인의 인기는 높아지는 것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본문으로]
  5.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미국에서 연구를 주로 하는 의사이기 때문에, 한국의 "의료 행위 수가"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본문으로]

정신과 DSM 진단 체계의 그 업데이트 성패여부는 어떻게 하면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일정한 바운더리의 진단 카테고리 안에 예쁘게 잘 묶어주느냐에 달려있다. 이러한 시도는 치료자들이 진단을 내리고 그에 따른 치료를 용이하게 하도록 도와주기 위함인데, 때때로 인격장애 환자들은 그런 카테고리로 묶어 자신을 진단하거나 재단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이와 같은 방식이 최선일 수 밖에 없는게, 정신과에서 피검사나 유전자 검사 혹은 영상의학적 검사로 진단을 내리는 방법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며칠전부터 회자되기 시작한 하버드, 스탠포드 동시 합격의 김모양의 케이스는 그런 면에서 정신과 의사들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왜냐하면 DSM 체계 내에서 바로 떠오르는 병명을 찾아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주위의 정신과 의사 5~6명과 그녀에 대해 잠시 토론을 해보았지만, 딱 이 병이다라고 자신있게 진단 내리는 분은 아무도 없었다. 망상 장애, 인격 장애 등 몇몇 병명들이 나왔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그런 병들의 성격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서 성급하게 진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녀에 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관련 글들을 기사별로, 블로거별로 여럿 읽다보니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The talented Mr. Ripley"라는 미국의 소설에서 유래가 되었는데,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가 재벌의 아들인 친구 디키 그린리프를 죽이고서, 죽은 친구로 신분을 속여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소설이다. 거짓을 감추기 위한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으로 리플리의 행동은 완전범죄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죽은 그린리프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진실이 드러난다. (출처 두산백과)


타인을 속이는 정신의 상태가 topographical한 측면에서 의식의 수준이라면 "Catch me if you can"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정도가 될 것이고, 좀 더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 사기라면 거의 망상에 "가깝고" 이는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확고한 망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리플리 증후군에서 가장 특징되는 정신 병리는 pseudologia phantastica(공상허언증)인데, 자신의 거짓말을 자신이 믿어버리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 병리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질환은 소위 꾀병이라고 불리는 Munchausen syndrome이다. 이 질환의 환자는 오직 sick role을 하기 위해 병을 만들어 내며, 2ndary gain이 없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리플리 증후군에 있어서는 그 거짓 믿음의 목표가 sick role이 아니라 인정과 동경을 받고자 하는데에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정신과 의사들 보다는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을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미스 리플리"라는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인 이다해 씨가 리플리 증후군에 있어서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연기했다고 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일본의 술집 접대부였던 여 주인공이 동경대 출신으로 학벌을 속이고,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는 등 자기 자신을 허위로 포장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유명한 실례로는 신정아를 들 수 있겠다.


정신과 진단명으로는 망상 장애가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일반적인 망상 장애와 차이점을 꼽아 보자면 우선, 망상의 목적성 유무이다. 일반 망상장애 환자들은 망상에 뚜렷한 목적이 없으나, 리플리 증후군의 경우는 자기 자신을 포장하고 그로인해 주위로 부터 인정과 동경을 받고자하는 목적이 뚜렷하다. 둘째, 일반 망상장애 환자는 망상의 단서가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 리플리 증후군의 경우는 스스로 학력을 위조한다든지 수상 경력을 만들어 낸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그 단서들을 만들어 낸다. 셋째, 앞서 지적한 거짓 믿음의 수준이 의식의 레벨인가 무의식의 레벨인가이다. 망상장애의 환자는 완전한 무의식의 레벨인데, 리플리 증후군의 경우는 좀 더 의식에 가까운 레벨에서 거짓 믿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개인적으로 남을 속이는데 성공한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환자를 한번 상담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이런게 극히 드문 케이스라서. 성공한 리플리 케이스라면 이미 왠만한 사람들이 다 알게 되는 유명인사가 되어버리니.). 위 세가지 차이점에서 리플리 증후군은 망상 장애보다는 연극성 인격장애 쪽이 더 가까울 수도 있겠다. 아니, 연극성 인격장애와 망상장애가 합쳐진 '창의적 망상장애(creative delusional disorder)'라 부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망상 장애와 의도적 사기꾼 사이, 그 중간 쯤의 상태라고 하면 쉽게 이해가 될까. 그래서 어떤이는 리플리 증후군 상태의 사람을 비난하기도 하고, 어떤이는 동정하기도 한다. 그 경계상에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이와 같은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고, 본인 역시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전문가의 적절한 진단 및 직면을 통한 통찰력 함양, 충동성 조절 치료 등이 꼭 필요하다.




미국은 자유로운 나라다. 그리고 자본주의 특히 사람을 고용하고, 유인하는데, 돈이라는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 어느 나라보다 큰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긴다. 실제로 미국에서 많이 행해지는 봉사활동이나 기부금도 얼핏보면 돈이랑 큰 상관없이 자아실현을 위해서 하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더 큰 일을 하기 위한 자본을 모으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의대를 졸업한 남자라면, 현재, 군의관을 의무적으로 3년간 가게 된다. 공보의나 전문 연구요원으로 가는 경우도 물론 없지 않지만(다른 군대에 대한 옵션 글을 보고 싶으신 분은 링크로, 의대생 혹은 의사로 선택할 수 있는 국방의 의무 옵션), 대부분은 군의관을 가는 것이 사실이다. 의전원으로 전환된 시기 동안에는 미리 사병으로 군을 갔다온 사람이 많아서 한동안 군의관 요원이 부족해서 국방의전원을 설립하니 마니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군의관 수급이라는 측면에서 국방의 의무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그에 반해 모든 군의관이 원칙적으로 "고용"된다. 의무감으로 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에 따르는 유인책은 분명히 존재한다. 오늘은 그 유인책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미국 의대는 학비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4년 본과 기간동안 평균적으로 20-25만불 이 학비로 이용되고 거기에 생활비가 더해진다. 대략 의대를 졸업하는데 4억정도 소요된다는 것이 여기 의대생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사실상 제일 비싼 학비를 내는 동네가 바로 의대인 셈이다. 여하튼, 미국 일반 대학의 학비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특히 의대는 그 어느 동네보다 금액 부담이 많은 것 같고, 학생들을 돈으로 무언가 꼬시기 쉬운 동네인 것은 사실이다. 장학금으로 괜찮은 학생을 꼬시는 것(?)부터 시작해서...군대 조차도 돈으로 꼬신다.


물론, 졸업하고 나서 그에 상응하는 리턴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니, 들어가는 것이 어디냐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등록금을 먼저 학교에 내고 다니는 것과는 달리(실제로 우리 나라도 학자금 대출이 있기는 하다만), 미국에서는 의대를 다니는 동안 학비는 대부분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다.


일부 장학금을 받거나 외부 펀드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자가 싼 학자금 대출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한다. 그리고 학부과정도 그렇게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사실상 의대를 졸업하고  강남 아파트 전세금(6-8억정도)을 빚으로 안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셈이다. 학생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사실을 아는 미국 군대 또한 가만히 있을리 없다.



돈으로 살살 의대생들을 유인(?)(이라고 쓰고 꼬신다 라고 말한다)한다.


일단, 의대에 들어와서 1학년 때 혹은 그 이전에 지원을 하면, 학비와 생활비가 지원된다. 계급은 second lieutenant으로 시작한다. 의대 다니는 동안에는 우리의 ROTC 처럼 1년 동안 6주 군 훈련을 받으러 가면 된다. 그 외에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



이미지에서 나오듯이, 광고 한 번 정말 멋지게 잘 만들었다. ^^ 자꾸 읽다 보면 정말 군대에 가고 싶어질 정도다. 어찌나 포장을 잘 하는지. 기본적으로 학비가 면제되고, 생활비로 한달에 2000불(220만원 정도) 주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Captain으로 진급해서 일선에서 의사로 일을 하게 된다.


재미있게도 모든 과정을 설명할 때 돈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학교 다니는 동안 학비로 얼마를 지원해주고, 생활비를 얼마 준다. 그리고 진급하게 되면 얼마를 더 주게 되고, 하나의 자격을 획득하고 근속을 하면 할 수록 돈을 더 준다는 식이다. 거창한 사명감이나, 애국심에는 호소하지 않는다.


물론, 서로 win-win하기 위해서 최신식 군병원에 대한 소개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쓰고 이라고 읽는다)가 주를 이룬다. 우리와는 사뭇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개인적으로 2명의 전직 미국 군의관을 알고 있다. 한 분은 본과 4학년 때 실습으로 미군부대에 갔을 때 알게 된 분인데, 여자고 흑인이였다. 아직까지도 종종 이메일을 하는데 현재는 Iowa에서 Clinic을 하고 있다. Brown 대학을 졸업하고 군의관이 되었는데, 왜 군의관이 되었냐고 질문은 하니깐, "너무 좋은 scholarship을 받아서"라고 이유를 말해 주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군의관으로 한국에 파병오게 되면 "pay를 조금 더 받는 점"이 한국에 오게 된 계기라고도 이야기 해 주었었다.


자신이 학교 다니는 동안 학비 지원을 받았고, 그에 상응해서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 좋은 기회가 있어서 한국에 왔다고 이야기하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러면서 아주 만족한다고 이야기 하였다. 아울러, 전혀 돈에 대한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자신의 능력을 돈으로 받는 것인데,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또 한 명은 현재 MD anderson에 있는 병리학 의사이다. 암 조직 병리에서 유명한 교수님이신데, 우연히 한국에 오셨을 때, 한국 소개와 관광 통역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는데, 남미 출신이신 분이셨다. 그 당시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군의관을 하면서 병리학 Residency를 하게되어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당시 군의관을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아주 잘 한 일이였다고 하셨다. 많은 병리 케이스를 접할 수 있었고, 그 바탕으로 아카데믹 연구를 할 수 있었긴 때문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커리어이긴 하지만, 두 명의 전직 군의관과의 대화는 미국의 커리어 유연성을 볼 수 있는 간접적인 경험이 되었었다. 실제로 미국이란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울러, 단순히 의사만 고용하는 것이 아니고, 치과의사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다. ^^ 추가로 수의사나, 안경사, 임상 심리사도 medical army team에 지원할 수는 있는 것 같다. scholarship에서 약간 차이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럼, 제일 중요한 duty 혹은 obligation은 어떻게 될까? 의사는 최소 2년이고, 치과를 포함한 다른 과들은 3년인데,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상황마다 조금은 다르지만, 4년을 지원받으면 4년간 복무를 하면 되는데, 만약 레지던트를 하게 되면 그 동안은 duty가 delay이 되지만, 더 늘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인턴을 마치고 와서 복무할 수도 있고, 의대를 졸업하자 마자 복무할 수도 있는데, 대체로 지원받는 기간 만큼 일하면 되는 셈이다. 단, training은 군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우리 나라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국방부에서 홍보도 크게 안하는 것 같고 간다고 하는 사람도 적은 것처럼 보인다. 그냥 학교에 공문 하나만 달랑 보내는 것이 끝. 그에 반해, 여기 미국은 서로가 서로 win-win하고자 하는 느낌이 강하다.(여기 프로그램도 역시 군인은 군인이겠지만) 우리 나라도 장기 복무 과정이 있긴 하던데, 뭔가 문제가 있는 듯 한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다. ^^


여담이지만, MDPhD 조차도 돈으로 꼬신다...사실상, 금전적인 이유가 MDPhD 제도의 부흥을 이끌어 내는데 가장 큰 몫을 했다고 보는 시야가 많다. 물론, 1950년대 이후에 있었던 징병 제도 대신 가는 MDPhD는 별개로 해야 하겠지만... 미국에서도 국방의 의무를 대치하는 MDPhD연구원 제도는 아주 큰 성공을 했다.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의전원으로 들어와서 접한 의대생활...

첫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학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시작되었던 의학공부인 골학해부학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었죠.

제가 아는 분 중에 예과 2년 마친 후 골학 시작하고 힘들어서 약대로 가신 분이 계셨는데 합격 소식 들리자마자 골학에 대해 엄청나게 압박을 주셨었어요...


역시...  듣던대로 명불허전이였습니다. 

그렇게 이해할 시간도, 외울 시간도 없이 머리속에 넣는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이였죠.

마치 온갖 산해진미를 씹지도 않고, 삼키지도 않고... 바로 Stomach으로 쑤셔 넣는 느낌이랄까;;;; 지금은... 그런 느낌... 익숙해서 만성이 되었지만... ^^;;;


학교마다 골학을 공부하는 방법이 다른데 우리 학교는 학생회에 주관 하에 모든 신입생이 골학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1년 선배가 튜터가 되어 가르쳐 주는 방식으로 진행 되고 있습니다.


골학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본과 수업이 시작됩니다.


1학년 때는 대부분 기초 과목인 해부학, 태생학, 생화학, 생리학, 약리학, 면역학, 병리학과 미생물학 등을 배우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대생이라면 느끼셨겠지만... 본과 1~2학년이란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가지 않고, 매 과목마다 산처럼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1학년 수업의 꽃인 해부학... 이 꽃밭을 무사히 지나치기 위해서 필기 시험에 더불어...

 

심장이 쫄깃해지는 '땡시'가 있습니다. 


가운에 여분 볼펜 필수! 빨리 글씨를 쓰는 능력까지 평가 받는 시간이죠. 매일 반복되는 카데바 해부 실습[각주:1]에 수업에 공부까지... 1년 중 가장 빡빡한 수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나마 골학과 해부학은 보이는 것,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저로선 재미있는 과목이였습니다. 


그런데 해부학이 끝나고 생화학에 들어가니 정말 갈피를 못 잡겠더군요...


의학과에서 흔히 전공자라 일컫는 생물이나 화학 전공 관련 학부 출신이 아니었던 저는 새로운 공부에 Sudden attack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부 때 듣던 수업이 수학, 물리, 프로그래밍과 신호처리 관련 과목이 대다수 였는데, 생화학에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포단위 까지 알아야 했고, 그렇게 작은 세포 안에 그렇게 많은 Signal이 있다는 사실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학부 때 1년에 걸쳐 했다던 수업을 한달 안에 끝내니 해부학 때 쑤셔넣은 배움의 체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힘들더군요. 해부학 끝나고 선배들이 산 넘어 똥밭이라고 하더니 선배들이 했던 말들이 여실히 와 닿았습니다. 산은 힘들고.. 똥은 더럽듯...  전부 힘든 상황이지만 힘든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더군요.제일 충격이였던 건...


저보다 공부를 훨씬 안 하던 생명공학부 출신 친구가 저보다 더 빨리 습득하고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결국 전공한 친구에게 교수님 강의를 한장 한장 넘기며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며 공부를 해 나갔습니다.

 <http://i3.kym-cdn.com/photos/images/original/000/250/567/0e6.jpg>


그 때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했던 말이 떠 오르는군요
"너무 조바심 내지마. 그래도 마치고 나면.. 의사가 될 수 있잖아." 라며... 서로를 위로했었던 말... ^^

근데 그 땐 공부를 할 수록 그 의사라는 직업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시간이였죠...

전문가가 나와서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시간 관리를 잘 하는 방법을 예전엔 흘려 들었었는데 그 흔히들 말하는  공부 방법이란 것도 본과 1학년 들어와서야 적용해 볼만큼 저에겐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아웅다웅 하였던 시간이였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겐 공부만큼이나 Sudden attack 이였던 학부때와는 다른 학교의 분위기!!!!

모두 함께 가자
!!!
 라는 느낌의 의대 분위기는 저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올라가기위한 노력은 아름다웠으나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던 저에겐 모두 함께라는 미션은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비전공자라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인식까지 박혀버렸는데 갈수록 그 격차는 줄어들지 않는 느낌인데다가 모두 같이 가자고 하며, 개인에게 요구하는 일들이 얼마나 힘들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저 슬로건 덕분에 한 해 한 해 올라올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절대 혼자할 수 없고 , 같이 하면 할수록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오는 것이 의대공부인 듯 합니다. 1학년은 나를 중심으로 일정을 짜는 것이아니라 학교의 일정에 나의 생활을 맞춘 후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자고 마음 먹는 것이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1학년도 지나고 나니  뭐 그렇게 했었나 후회도 되고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도 남고 그렇네요.

그리고 지나고 보니 느껴지는 것은 학부 전공과 의대 성적은 상관관계가 크게 없다는 것! 학부 뿐 만아니라... 전적대 또한 학점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것... 모두 말하죠... 의대오면 머리는 비슷하고 1등과 꼴찌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쌓이고 쌓이면... 큰것 같습니다만...^^;;)

비전공자들... 겁먹지 마십시오~!!! 지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많은 양의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는 체력과 지구력만이 1학년을 잘 버틸수 있는 Key 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아 보기 위한 사이트! 

 

http://www.med-ed.virginia.edu/specialties/Home.cfm 를 소개합니다. 버지니아 의과대학에서 100가지 이상의 질문들로  자신에게 맞는 과의 리스트를 정리 줍니다.

 
공부를 시작하고,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을 받다보면 나의 상황이나 사람들의 잣대에 휩쓸려 가기 쉬운데 의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적성에 맞는 과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벌써, 기나긴 의대 생활을 마치고, 인턴을 하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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