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aison psychiatry : consultative psychiatry 라고도 함. 정신과 의사가 병원 내에서 다른과에 있는 환자의 내외과적 상황에 따라서 정신과적 도움 및 협진이 필요할 때, 환자와 상담을 하러 가는 것. 예컨대,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져서 자살을 시도한다거나 우울한 상태가 강할 때, 그 환자의 주치의는 정신과 의사에게 협진을 의뢰함.
(병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환자의 익명성 유지를 위해 이름과 학교는 OO을 썼음을 밝힙니다.)
"상호야, 내 좀 도와도"
소아과 전공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지 물어봤더니, osteosarcoma 1로 항암 치료를 받는 중학생 남자 아이가 있는데 항암제가 잘 먹히지가 않아서, 아무래도 amputation 2을 해야할 것 같다는 이야기다.
"내가 뭘 해주꼬?"
"어... 그러니까, 다리 잘라야한다는 이야기를 좀 해줘...응?"
"야!! 그건 주치의가 해야지 내가 왜 하냐?"
"내가 못하겠으니까 니보고 해달라는 거 아니냐.. 어? 상호야, 어? 니는 정신과잖아."
"아.... 야.. 나도 이런거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에휴, 모르겠다. 컨설트 3 날려라. 어데 있노, 걔는?"
이렇게 해서 그 아이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병실을 찾아가보니 까까머리 중학생이 침대에 누워 낑낑대고 있다.
"어... 안녕. 요새 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그래서 주치의 샘이 많이 걱정하더라. 나한테 상담 부탁하길래 왔다. 기분은 어떻노?"
"예, 몸이 아파가지고요. 가끔씩 열도 나고 그래요. 몸이 힘들어요. 다리도 아프고"
".... 그래. 아이고. 참 고생이 많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가? 학교는 어데 다니노?"
"OO중학교요."
"아, 맞나? 나는 OO고등학교 나왔다. 반갑다, 야. 따지고 보면 같은 학교에서 댕깄네~"
"아, 예.."
첫번째 면담을 마치고 바로 소아정신과 담당 교수님을 찾아갔다.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책을 꺼내 주시면서 소아 환자의 amputation 설명 부분을 복사해 주신다. 절대로 직접 그 신체 부위를 가르키며 '이렇게 잘릴거다'라고 설명을 해서는 안된다. 그림을 그려서 설명하라.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며칠 뒤 두번째 면담을 가졌다.
"기분 어떻노?"
"예, 뭐 그저 그래요."
"앞으로 치료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나?"
".... 뭐. 잘 모르겠는데요?"
"....."
드디어 이야기를 해야한다. 병실 밖에는 소아과 주치의와 환아의 부모님들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해야 한다. 그런데, 왜 내가 해야하지? 이 중요한 이야기를...
"OO아, 니 지금 항암치료 받고 있잖아."
"예"
"그런데 그게 잘 안들으면, 수술 해야한다. 암을 잘라내야하는데... 자, 여기 봐라. 이게 사람 몸이잖아. 이렇게. 알겠나? 이렇게 다리를 잘라야 할 수도 있다."
".... 예."
"괜찮나?"
".... 예."
".... 어... 그래, 니는 요새 누워서 뭐하노? 책 읽나?"
"아니요. 책도 눈에 안들어옵니다. 집중도 안되고요. 열도 많이 나고 해서요."
"아, 그래. 뭐 심심하면 부모님한테 닌텐도라도 사달라고 그래. 그거 재미있어."
닌텐도라니, 닌텐도라니...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제안이었지만, 그 당시에도 별 달리 해줄 말도 없었다. 부모님은 나를 붙잡고 애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하고, 주치의는 이틀에 한번 꼴로 전화를 해서 애 상처안받게 다독여 달라고 사정을 하고. 그리하여 수술전날, 수술 당일날, 수술 후에도 자주 그 친구를 찾아가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의외로 담담하게 자기의 처지를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 놀라웠다는 기억이 든다. 단, 아이가 무릎이 아프다고 호소를 했을 때 그걸 귓등으로 흘러 넘겨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었다고 자책하시는 부모님들을 다독이는 게 오히려 더 큰 과제였다.
참, 인생이란 어쩜 이렇게 잔인할까. 딸 다섯에 겨우 얻은 아들인데. 그 금쪽 같은 아들의 사지가 잘려 나간다니.요즘도 가끔씩 생각나는 일화다.
도대체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뭘 해줬어야 했을까?
이런 경우 전지전능한 신이 되지 않는 이상 의사는 언제나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소아과나 정형외과나 정신과나 이 아이를 대했던 모든 의사란 의사는 전부 다 말이다.
도대체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뭘 해줘야했을까....
언젠가는 우연히 저 친구를 만날 날이 올 것 같다. 그 때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할까. 침대 위에 팔배게를 하고 누워서는 그런 상상을 한다. 재회했을 때 어떻게 인사를 건내야 할지를 말이다. OO아, 잘 지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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