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닥이란 용어를 많이 들어보셨죠?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은 하는 건지, 그리고 어떤 학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모르시는 경우가 많으실꺼에요.

 

그래서 그에 관한 링크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거나, 여기를 클릭하시면 더 자세하게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연구실을 방황하는 연구자를 위한 안내서


연구실 안에서 박사과정 학생들은 자신들이 가장 지적능력이 탁월하며, 모든 실험을 관장한다는 착각에 빠져 살고는 하는데, 사실 연구실 안에서 그들은 네번째로 똑똑한 존재들이다. 은하계의 현인들인 생쥐들은 실험실에서 두번째로 똑똑한 존재들이다. 인간보다 우월한 지적능력을 가진 개체들은 이들은, 애써 세운 가설과 다른 정반대의 행동을 보임으로써 연구자들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보이는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을 세우고는 한다. 따라서, 연구실에서 지적능력에 따라 순위를 나누어 보자면, 생쥐 - 포닥 - 박사 - 석사의 순이다. 


애석하게도 교수라 불리우는 생물들은 순위에 들지 못한다. 그들은 주로 작은 녹색 종잇조각들을 연구실로 모아오는 역할 밖에는 하지 못하는 낮은 지적능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리고 연구실에서 가장 똑똑한 존재들은 바로 E. Coli이다. 

우주를 히치하이킹 하기 위해서는 안내서와 타올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연구실에서는 조금은 다른 것이 필요한데, 바로 킴와이프스와 안내서이다. 킴와이프스는 가루가 날리지 않는 휴지의 한 종류로써, 실험실 기기 청소에도 탁월하지만, 티슈가 없을 경우 화장실에서 사용하기에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엄격하게 치질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을 권유한다. 현재 당신이 읽고 있는 바로 이 책인 연구실을 방황하는 연구자들 위한 안내서는 방대한 지식과 역사의 at the bench 보다 두 가지 측면에서 더 유명한 책인데, 그 이유는 한글로 적혀있다는 점과 책의 생김새가 전공서적과 비슷하여 실험실에 간혹 출몰하는 교수라는 생물체들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먼저, Research Tips에서는 논문을 읽고/요약하는 법 부터, 과학연구결과의 발표법 및 연구비조달을 위한 연구계획서 작성법/연구비 수주를 위한 프리젠테이션 등에 대한 내용. 그리고, 효과적인 논문쓰기를 위한 여러 어플리케이션 소개 및 기타 실험실 생활에 관련된 여러 팁들을 소개하고, 

영문논문작성법 코너에서는 mimi zeiger의 "essentials of writing biomedical research papers"를 바탕으로 영문으로 논문을 쓰는 법에 대해서 소개하려 한다. 


만일 길거리에서 이 책을 습득한다면, 반드시 주인에게 돌려줄 필요는 없다. 아니, 사실 실물로 된 책을 습득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지 모르겠다. 여하간, 당신의 건투를 빈다. Don't panic




혹시 이 글을 처음으로 들어온다면 지난 포스팅을 참고해 보자.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1)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2)

자 이제 대안에 대해 알아보자.  저자는 호기롭게 7가지 제안을 내놓는다.

1. 취업정보를 공유한다.

2. 연구비에서 교수급료로 지출되는 것을 제한한다.

- 미국의 경우 non-tenure 교수 연봉은 학교에 주는 것이 아니라 연구비에서 직접 가져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한국은 따로 교수급료를 연구비에서 가져갈 수 없으니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3. 연구-훈련의 연결고리를 약화한다. 

- 인력양성소인 대학원과 연구를 위한 연구소 분리하자는 것이다. 물리학의 경우 페르미, CERN 등 유명한 연구소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GIST, DGIST 등등이 역으로 대학원, 학부기능까지 하거나, 하려하고 있다.

4. 대학원 지원금을 개편한다.

5. 연구자원센터 등 과학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정책을 만든다.

6. 공동연구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한다.

- 이것은 노벨상을 겨냥한 것인데, 3명까지만 공동수상자로 선정되는 웃기지도 않는 제한때문이다.)

7. 연구비 예산 사용처를 구체화한다.

보다시피 꽤나 현실적인 대안들이다. 몇가지 토를 달아보자. 

취업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우리나라 BK21사업이후 상당히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당연하게도 BK21사업을 통해 대학원생들에게 인건비 지원을 한 정부가 그 대학원생들이 졸업하고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문제는 대학원생들의 취업이 졸업 직후에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도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사 졸업 후 바로 정규직 취업이 되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박사 후 연구원이라는 다소 불안정한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이후까지 구체적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 몇년 동안 박사 후 과정을 거쳐 어느 대학, 또는 어느 연구소에 어떤 직급으로 취업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분야를 막론하고 이공계 석박사 통틀어 취업 조사해 통계 발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분야 별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궁금하다면 KISTEP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라)  물리, 수학, 화학, 생물, 공학 등등의 계열 별로 말이다. 그래야 각 분야에 있는 학생, 대학원생들이 구체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하며 과학도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원센터의 경우 아이디어는 괜찮은데, 개인적으로는 정부기관의 특성상 빠르게 기술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학 연구 중 글로벌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high-end 급의 연구에 대한 자원을 적시에 적절히 지원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연구와 실험을 하다보면 지금 당장 지원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항목을 미리 예상하여 신청하기는 힘든 경우가 많고, 그 지원이 연구와 발견 선점에 필수적인데, 그렇기 때문에 개별 연구자들은 정부기관을 통해 지원 받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다른 경로를 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적인 문제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좋은 생각이며, (개인적으로 이용해본 경험은 없지만) 실제로 생물학자원센터가 있기도 하다.  각 대학의 연구기관이 모든 장비와 모든 형질전환 쥐를 관리할 수는 없고, 과학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며 매번 구비하기도 어려우므로 국가 차원에서 이런 자원을 구비하고 관리하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참고로 미국에서 포닥을 하고 있는 오지의 마법사 이야기를 빌리자면, 미국은 이런 코어 형태의 연구자원센터가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깝게는 학교 내에서 구성될 수도 있지만, 최소한 각 주별로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는 마우스 facility가 이런 형태로 운영되어서 효율적으로 연구 자원을 적시에 공급하고 별도의 비용을 청구한다. 그 비용은 결코 싸지 않지만 개별적으로 구성하는 것보다는 시간적으로 그리고 비용적으로도 비교 우위에 있기 때문에 자원센터 자체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한다. 

연구비 예산 사용처를 구체화하는 것은 국가 단위에서는 필요할지도 모르지만,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서 이야기하자면, "개개 과학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연구와 실험의 특성상 앞으로 예산 사용을 구체적으로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개괄적인 틀자체를 설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인건비를 제외한, 재료비, 설비비, 회의비 등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쪼개고 항목별로 구성하는 것은 연구 능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지금도 재료비, 설비비 등으로 나눠진 연구비를 1년 단위 결산할때 억지로 맞춰 쓰고, 맞지 않으면 용도 변경 신청을 하는데 생각보다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맞춰서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업체에 영수증 항목을 외상으로 이용하고 이월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어떤 느낌이 드는가?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과학이라는 학문이, 또는 분야가 사회와 동떨어져 그들만의 객관적이고 우아하고 소위 과학적인 논리로 굴러가고 있지 않고, 도저히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필자의 서평은 성공이다. 

그런 관점에서 책에서 제시된 대안들, 그리고 필자가 단 투덜거림들의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국가' 또는 그에 버금가는 기관에 의해 주도되는, 또는 주도될 수 밖에 없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현대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그 발전 양상을 보면, 그리고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입장에서 보면 과학이라는 것이 국가와 결부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는 과학을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파악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기꺼이 연구비 투자한다. 그렇기때문에 과학을 수행하는 주체가 표면적으로는 과학자들로 보이지만, 실상 깊이 들어가 보면 국가의 의지가 상당히 반영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체는 국가[각주:1]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약간 관점을 바꿔보자. 과학의 결실, 그리고 부산물의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 모두, 즉 시민들이고 그 과학을 수행하는 과학자, 대학원생들 역시 시민의 일부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당연한 생각을 바탕으로 과학의 주체를 시민으로 재설정해서 태어난 개념이 시민과학 또는 대안과학이다. 과학의 주체를 시민으로 놓고자 하는 개념 또는 운동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언뜻 뜬구름 잡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개념이 생소하다면, '독립'이라는 접두어가 붙는 무언가를 생각해보라. 독립영화, 독립구단, 독립예술 등등. 국가나 자본에 귀속되지 않고, 수행하는 주체 또는 영향받는 사람들만을 오롯이 위한 무언가. 이제 감이 오는가? 과학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공학에서는 제 3세계를 위한 '적정기술'이라는 개념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천문학에서는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성과로 알려지기도 했고, 환경 보건 분야에서는 '시민단체'들의 보고서나 성과로 알려지기도 한다. 이들 모두 주류과학계와는 조금 떨어져 있다. 주류 과학자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정치적인 영역이거나 사적인 영역에 속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주류과학 역시 완전히 순수한 지적 영역에 속할 수 없고, 국가 또는 연구비 지급 기관에 휘둘리기는 마찬가지라는 면에서 충분히 '정치'이다. 

과학은 '양날의 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고전적이고 닳고 닳아 빠진 그런 흔한 얘기로 덮어서는 안된다. 과학은 저 멀리 앞서 달려나가고, 그 결실을 정치가나 산업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결정된다는 진부한 얘기는 과학자들의 주체성을 몹시 훼손하는 것과 동시에 과학을 하는 행위의 정치성을 가려버리고 만다. 과학은 수행되는 순간, 아니 그 이전 단계부터 그 검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봐야한다.

그런 과학의 정치성을 인정하고 들어가면, 과학자가 취할 수 있는 입장과 층위는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험실에서 논문을 쓰고, 파이펫을 쥐고 실험을 하는 행위가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질질 끈 서평포스팅을 마친다. 


  1. 가만히 고등학교 시절 문과와 이과를 생각해보자. 국가의 의지를 수행하는 행정관의 대부분은 고등학교 시절 문과를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을 것 같은 "문과"로 대변되는 행정관이 역설적으로 과학 연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어찌보면 아이러니다. [본문으로]

지난 포스팅에서 예고한 바 대로 과학자라는 직업을 택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자. 그리고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글의 대부분은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라는 책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neuroclimber의 생각도 섞여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책을 읽어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를 선택하는 동기에는 금전적 동기 외에 수수께끼 풀이를 즐기는 것, 명성과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는 욕구가 동기가 된다고 말한다. "내가 이 분야에서는 짱이야." "내가 이건 처음 발견했어" 등의 욕구다. 그리고 그렇게 "최초의 발견"만이 인정되는 과학계는 승자독식 현상이 자연스레 생길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은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로트카법칙, 매튜법칙 등으로 발현된다. 

승자독식 현상은 단순히 논문발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자라는 직업군이 형성되는 과정 더더욱 살벌한데, 대학원생->교수가 되는 과정은 피라미드형태의 인적구조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경쟁구조를 띨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BK21사업이후 대학원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 양태가 심화되었다고 생각한다[각주:1]. 간단히 말하면 박사학위 소지자는 많은데, 취직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박사학위 소지자만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원생이 임시직의 형태를 띠는 것은 더욱 문제이다. 대학실험실을 하나의 일터, 직장이라고 볼때 모든 대학원생은 임시직의 형태를 띠고 있다.[각주:2] 그리고 그 인력을 유지하는 비용은 정부 또는 산업계에서 나오는 연구비로 충당된다.


         덕분에 (좀 과장되긴 했지만) 이런 웃기고도 슬픈(웃픈)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전부터 미국에서는 과학계의 인적구조에서 최하위층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원생의 지원금과 졸업생 연봉을 공유하고자 한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 또는 교수들의 반발로 무산되었고, 그 이유는 대학원생이나 대학원졸업생 대부분이 박봉의 임시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MBA 졸업생 연봉정보는 아주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이런 박봉의 임시직을 견디고,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교수임용이라는 험난한 산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박사 후 과정의 70~80%가 교수직을 희망한다. 하지만 25%만이 교수가 된다. 그 중 tenure를 받는 종신교수의 비율은 35~40%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여성인력과 외국인 인력이 대거 유입된 것과 과학계 인력이 부족하다는 대학과 교수들의 적극적 요구로 인해 대학원생 지원금이 증가된 것이 주요 요인이다. 더욱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졸업 후 취직할 곳이 줄어들자, 학부졸업생 중 대학원생 비율을 더욱 증가되었다. 그에 비해 대학에서는 tenure 교수 연봉에 대한 부담때문에 비정규형태의 교수직을 늘리고 있다. 한마디로 사람을 증가하고 있는데, 괜찮은 일자리를 줄고 있다

그렇다보니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박사후과정(post-doc, 포닥)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1980년에서 2008년 사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박사후연구원의 수는 1만3000명 수준에서 3만6000명이상으로 3배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는 고용인(교수)의 입장에서 박사후연구원은 대학원생에 비해 비교우위의 인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원생은 비싼 등록금에 생활비를 추가로 지원해줘야 하지만, 박사후연구원은 적절한 연봉을 주면 되고, 뭣보다 연구실적을 쌓아 더나은 직장을 구하려는 동기가 뚜렷한 경우가 많아 열심히 실험하고 논문을 쓸 뿐더러, 당연하게도 그 일을 대학원생에 비해 잘한다. 박사후연구원 입장에서는 교수자리나 산업계의 좋은 취직자리가 생기길 기다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인력시장 상황이 좋지 않거나,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자리가 나지 않는다면 그 기간이 터무니 없이 (때론 10년까지도) 길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고학력소지자인데도 불구하고 임시직의 불안정한 자리다 보니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해, 미국의 경우 2003년에 전미박사후연구원협회(NPA)를 결성했다. 그외도 각 대학별 노동조합 형태로 대학과 교섭을 진행해 복리후생과 일자리 전망 같은것을 논의하는 등 박사후연구원의 처지를 스스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교수들은 대학원을 지원하려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기 보다는 과학자로서의 장미빛 미래만을 언급한다. 또한 언제나 인력이 부족하다며, 학위과정생을 더 받으려고 하고, 대학원생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과학계 인력이 부족한지, 과학자 자체가 정말 부족한 건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대학원생이 되기로 맘먹었다면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더라도 자신은 예외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과학자라는 직업자체가 주는 재미(수수께끼 풀이, 명성)를 다른 직업에서는 느끼기 힘들기도 하거니와, '난 할 수 있다. 난 달라'라는 주문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덕적 해이로 인한 교수의 꼬드김(?) '넌 잘할거야, 넌 내가 키워줄게'가 더해진다. 

요약하자면, 과학이라는 학문이 주는 재미에 이끌리고 자신감도 있는 학부생, 또는 취직할 곳이 없어 대학원 밖에 갈 곳이 없는 학생이 교수가 보여주는 전망에 따라 학문의 세계에 발딯는다. 하지만 임시직 형태의 대학원과정, 그리고 박사후과정을 밟게되는데, 이 과정의 독특한 점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다 밟는다 하더라도 교수 또는 괜찮은 정규직 연구원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는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1. BK 21(Brain Korea) 사업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업으로 인해 박사 학위자 과잉 양성이라는 현상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 것의 장단점은 논외로 하고 말이다. [본문으로]
  2. 여기 대학원생집단을 직업군 또는 노동자로 보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대학원을 배움의 연장선 상으로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laboratory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듯 대부분의 연구과 실험은 지식 '노동'으로 이루어 진다. [본문으로]

난 음악을 좋아한다. 대중 가요, 락, 클래식, 뉴에이지, 재즈 그리고 트로트(?)까지 좋아한다. 언제부터 음악을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음악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 인디 음악을 즐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개인적으로 홍대 클럽에서 한 번도 라이브로 듣지는 못했지만, 홍대에서 시작된 인디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 대부분 인디 음악으로서 괜찮거나 인정받은 노래가 있으면 어떻게든 찾아서 듣고자 한다. 시간과 기회가 허락된다면. 


하드코어적인 노래보다는 조금은 달달(?)한 노래를 좋아하는데, 얼마전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모아서 분석[각주:1]해보니 (이것도 직업병일 수 있다) 발라드나 브릿팝처럼, 그 장르 자체가 묻어나온 음악도 좋긴 하지만, 노래들 대부분에 위트와 유머가 들어 있었다. 가사나, 제목 심지어는 그룹이나 밴드의 이름에 유머와 위트가 들어 있는 노래가 내 리스트에 많았다. 


실제로, 인디 음악을 듣다 보면, 노래에 밴드(솔로도 있지만 대부분 밴드인 경우가 많았다)만의 색깔이 많이 묻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앨범 전체가 내 취향과 완전 틀려서 rule out[각주:2]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내 취향과 완전히 흡사해서 앨범전체가 다 마음에 드는 경우도 많았다. 인디 음악이나 밴드가 일종의 도자기 공방같은 느낌으로 음악을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 대중성은 없지만, 대중성과는 별개로 나의 취향과 맞다면, 기성 가수들보다 오히려 내 귀에 듣기 좋은 음악이 더 많은 상황이 많이 있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어떤 경우에는 너무 좋다고 하기도 하지만, 항상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니었다.


혹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기도 하고, 취향은 전세계 인구만큼 많은 것이기 때문에, 90%만 맞는 음악만 찾아도 아주 행복한 것이라고도 이야기하면서 나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의적(?) 해석을 내리기도 해 주었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들이 내게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느냐 물어서,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연구를 말해 주었다. 말하도 보니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내가 재미있어 하는 부분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다 달랐다. (참고로 내 연구 분야는 탈모, 모발, pattern formation, 재생 의학 분야이다.) 표정이 다른 이유를 찾기 위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래와 같은 이유가 있었다. 


첫번째 지인은,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남자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슬슬 M자로 진행되는 탈모가 어느 덧 30대가 넘어가면서 대머리처럼 되고 있었다. 당연히 내가 말하는 모든 부분에 귀를 쫑긋 세우면서 들었고, 어떤 치료가 좋은지, 자기가 쓰고 있는 샴푸의 효능을 묻고, 연구에 있어서도 창의적인 질문이 많았다. 


두번째 지인은 탈모와는 전혀 상관 없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였다. 남자 친구도 없고, 아버지가 탈모도 아니었다. 주변 지인 중에는 탈모와 연계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따라서, 내가 하는 이야기를 서두 정도만 듣고는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와 계속 카톡을 했다. 물론 중간 중간에 맞장구를 치긴 했지만, 큰 관심은 없었던 것 같다.


세번째 지인은 남편과 아버지가 탈모로 고생하고 있는 여자였다. 정작 본인은 탈모가 전혀 없었음에도 첫번째 지인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였고 혹시 자기 아들은 어떻게 될지에 대해 궁금해 하였다. 언제쯤 탈모가 정복되겠는지를 물어보고, 아버지가 탈모 제품으로 사기 당한(가격은 비싼데 효과를 보지 못한 - 실제로 이런 제품이 상당히 많다) 이야기도 하면서 재미있는 대화가 되었다.


네번째 지인은 최근 원형 탈모로 고생한 여자였다. 2년 전 일이니깐 그리 최근은 아니지만, 당시 그것으로 인해서 아주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듯 하였다. 치료제나 경과,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 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나의 연구에도 큰 관심을 가졌으나, 원형 탈모와 남성형 탈모는 기전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지인은, 탈모와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남자였다. 당연히 주변 가족 중에 탈모가 없고, 아버지, 형제, 사촌들도 탈모가 없었고, 앞으로 탈모로 고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당연히 상식 수준에서만 알아 둔다는 느낌이 강했고, 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정보만 취득해 갔고, 대체적으로 큰 관심이 없었다. 


아... 그러면서 문득 깨달은 바가 있었다.


연구는 인디 음악과 아주 비슷하구나.. 개인적으로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아주 재미있다. "너무 재미가 있어서 남들도 이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컸다. 아울러, 연구의 성과가 고통받고 있는 탈모인들에게 도움도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고, "그렇게 할 것이다"라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탈모가 아닌 사람에게는 그리 큰 재미가 아닐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하게 된 것이다. 


그런면에서 돌이켜 보니, 나 역시 그러했던 것 같다. 이제야 탈모인들의 고통을 뼈저리게 알고 있지만, 내가 연구하기 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의대에서는 탈모에 대해서 1시간도 채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나마 우리학교는 탈모 분야로 유명하신 교수님이 계셔서 조금 더 할애하지만,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도 탈모는 다분히 비중이 큰 질환이기 보다는 마이너한 질환이라는 것을. 


의학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내가 하고 있는 연구는 인디 음악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는 본질적으로 모든 연구는 인디 음악 같은 취향을 가진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나는 "연구"라는 노래를 부르는 "인디 밴드 가수"인 셈이다. 


일례로, 난 바다에서만 살고 있는 미생물(혹은 석유를 분해하는 미생물)에 큰 관심이 없지만, 그 것에 대해서 "내가 탈모에 관심가지는 것"만큼 재미있어 하는 연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인디 음악으로 따지자면,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 연구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인 셈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인디 밴드도 존재하고 그런 연구자도 존재한다.(내 취향은 아니지만 엄연히 팬층이 존재하는 밴드는 정말 많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연구는 "내 취향, 내 꿈, 내 재미,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새삼 느꼈다. 내가 재미없어 하는데, 타인의 취향(약물 개발)을 위해서 희생한다면, 그 연구는 태생부터 이율배반적인 상황인 셈이다. 


물론, 석사, 박사 과정 동안에는 기본적으로 학습한다는 관점에서 그리고 실험 자원의 제한과 지도 교수님의 취향에 따른 연구를 하게될 여지는 있지만, 그 이후에 자신이 랩을 꾸리려 한다면, 인디 밴드적인 접근으로 연구를 해야할 것 같다.  가끔, 인디 밴드에서 대중적인 밴드로 자리잡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빅 가이나, 이름있는 과학자들이 그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디 밴드와 연구를 연결시킨 것이 일견 이상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혀 다른 주제이긴 하니깐, 그렇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구와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 좋아하는 인디밴드가 나에게는 동일하게 다가 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오늘도 인디 음악을 들으면서 실험을 하고 있다. 정말 즐겁다. 

  1. 기회가 된다면, 그 리스트를 공개하면서 음악을 나누고 싶기도 하다. [본문으로]
  2. 배제- 의학 용어로 많이 사용됨. 여러 검사로 특정 질병이 아닐 가능성이 큰 경우 이용됨 [본문으로]

지난번 학위에 관한 글에 이은 시리즈 물입니다. 


이해를 위해서 




를 읽어본 후에 읽으시면 더 빠른 이해가 갈 듯 합니다. ^^


오늘은 포닥 과정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포닥이라는 과정 모두를 다루기에는 이 지면으로 부족하기에 일부만을 다룰 예정입니다.


일반적으로 포닥 혹은 포스닥 과정"박사 후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박사를 마친 사람이 자신의 랩을 만들기 전에 혹은 연구원이 되기 이전에, "자신의 아이디어 혹은 가설"을 다른 과학자(보통은 PI)가 꾸려놓은 랩에서 박사를 마친 자격으로 실험을 수행하는 것을 "박사 후 과정"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Post-Doc Fellow 혹은 Post-Doctorate researcher 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편의상 "포닥"이라고 합니다. (혹자는 사회적 신분으로 보았을 때, 더 적절한 용어인 "포닭"을 쓰기도 합니다.)



(신일철 교수님 - 아주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연재 만화 포닭 블루스! 후속편으로 조교수 블루스도 있습니다. ^^)


포닥 과정은 실제로 실험을 하는 입장에서 완전히 독립적인 과학자가 되기 전에 수련받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서 접한 지식, 네트워크, 과학이 이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학사, 석사, 박사 모든 과정이 중요합니다만. 포닥은 그 과정상, 정규 교수 혹은 연구원으로서 자신의 랩을 꾸리기 직전 단계이기에, 그 어느 시기보다 인생에서 많은 영향력을 미칩니다. 


이 과정은 과정 상, 박사를 마친 자만이 자격이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PhD를 요구합니다. 이학 박사, 공학박사, 의학박사 등을 요구한다는 말이죠. 이론적으로는 박사 학위 없이는 포닥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학사를 마치고 바로 연구를 뛰어 드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이 경우를 포닥이라고 하지는 않죠. 그냥 연구원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구원이 성과를 내는 것은 학위와는 전혀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과와는 별개로 연구를 꼭 박사 학위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학사급 연구원이라 하더라도 성과는 박사 이상을 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여하튼, 일반적으로 포닥은 박사 후 과정이기 때문에, 박사를 마친(학위 수료가 아닌 학위) 사람만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의대를 졸업하면 의학사 혹은 의무석사를 받습니다. 공식적으로 보면 박사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하지만, 영문 학위는 Doctor of Medicine 입니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 의대를 졸업했다고 "박사"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PhD를 받지 않고, 미국에 가서 MD로만 포닥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 박사 과정(PhD)없이 MD만으로 교수가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미국 본토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온 MD도 MD만으로 의대 혹은 자연대, 심지어 공대, 법대 까지 교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PhD가 없이 MD로서 포닥을 하는 경우에, 그 사람의 공식 명칭은 Post-doctorate researcher 혹은 fellow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MD로만 포닥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의사의 경우에는 "박사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다"고 생각하고, PhD 없이 포닥을 바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의학사이든 의무석사이든, 한국 혹은 북한에서 받은 학사라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박사 후 과정으로 Function을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미국 NIH에서 만든 카툰 NIH catalyst 포닭 블루스와 같은 카툰이죠.)  


실제로 미국의 포닥 과정을 살펴보면, MD를 박사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MD를 마치고 바로 포닥을 시작하는 것이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MD를 마치고 5년 동안 기초에서 PhD를 바로 마치고, 미국으로 포닥을 나갔는데, 5년차 포닥 경력을 인정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행정적으로 미국의 경우에는 MD만 있어도 박사후 과정을 수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유럽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유럽은 나라마다 다른 잣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MD를 마쳤다 혹은 의대를 졸업했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로 무조건 포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질적으로 MD만 마친 사람이 포스닥으로서의 Function을 하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이야기이죠. 이는 그 포스닥을 고용하고자 하는 PI 고유의 권한이겠지요. 


예를 들면, 충분히 연구 역량을 가졌지만, PhD가 없는 MD PI가 고용 의사가 있으면 포스닥으로 고용할 수도, 경력직 연구원으로 고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아무리 MD라 할지라도, 연구 능력이 전혀 없는데, 포스닥으로 고용되지는 않습니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무급여로 일할 수는 있겠죠. 그런 상황에서 아까운 자원을 낭비할 PI도 없을 뿐더러이때는 오히려 대학원생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MD가 MD조차로도 Function을 못하게 되는 셈인 거죠.


저 역시 미국에 Postdoc (with only MD without PhD) 로 갈 기회가 있었고, 포닥을 가는데 PhD가 없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일례로 저의 경우를 예로 들면, PhD 없이 포닥을 갈 수 있는 계기가 두 번 있었는데, 두 번 모두 PhD가 없다는 사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석사 졸업인 셈인데, 포닥을 할 수 있었던 셈이죠. MD degree를 물어보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니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두번 모두 포닥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냐고 물었는데, 그 때마다, Department의 chairman이 MD로만 포닥이 가능하다고 답변을 했고, 그에 따라 진행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공식적으로 MD이기 때문에, 포닥을 post-MD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의학사인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모든 행정 상황에서 Dr.Oh 로 용어가 진행되었습니다. 박사가 없었던 저로서는  사실 쪼금 민망하기도 했었습니다. ^^


물론, 순수 PhD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특혜가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틀린 지적은 아닙니다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미국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것입니다. 아울러, 미국에서 PI를 할 정도의 과학자라면, 절대 바보가 아닙니다. 단지 MD를 가졌다는 이유로 포닥으로 고용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즉, "그 사람이 어떤 연구를 해 왔고, 어떤 용도로 써먹을 수 있느냐가 그 사람이 박사이냐 아니냐의 문제에 선행한다"는 점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PhD 선생님들도 이 부분에서 충분히 자신을 마케팅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입니다. PhD를 마치기 이전에, 자신을 세일즈 할 수 있다는 점이죠. 물론, PhD를 마쳐야만 갈 수 있다는 상황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이는 PI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안 되는 일을 어떻게든 되게 하는 것(without misconduct - 중요)가 포닥의 일인지도... ^^)


단편적인 예로, 제가 단지 MD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포닥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기초의학을 전공하면서 하고 있는 연구와 해왔던 연구, 그리고 당장 쓸 수 있는 molecular biology 스킬 들을 총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포닥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PI의 판단으로 포닥으로 저를 고용하려고 했던 것이지요.[각주:1] 단적으로 갓 졸업한 MD포닥 연구원으로 취직되는 경우는 미국에서도 그리 흔한 케이스가 아닙니다. 


즉, 그 사람이 MD라서 뽑은 것이 아니라, 포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인 상황에서 PhD가 없는 MD라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포닥이라는 역할 그 자체로 그 사람을 고용하는 셈인 것이지요. 추가로, 미국은 고용의 측면에서 MD와 PhD를 동일 선상에 두고 포닥으로 뽑는다는 점이 우리와 다른 점이겠지요.


물론 MD이기 때문에, 불리한 점도 분명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MD로만 포닥을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자신이 그 것만 믿고 포닥을 지원해서는 안되겠죠. 



  1. 운좋게도, 저를 고용하고자 했던 랩은 CNS Paper가 나오는, 소위 말하는 빅가이 랩이였습니다. 스탠다드라 할 수 없지만, 빅가이라 불리는 과학자에게도 PhD 유무가 그리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그 사람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저는 군인 신분이라는 문제 때문에 그 랩에 포닥을 가지 못했습니다. ^^ [본문으로]

지난 번 포스팅에서 의과대학에 있는 학위 과정에 대해서 포스팅하였죠. 이번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굳이 소제목을 정한다면, "MD라는 학위에 대한 설명"을 할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의대를 졸업한 사람(혹은 의사)을 영어로 MD라고 이야기 합니다. Medical Doctor의 약어이지요. 영어 용어를 말 그대로 해석하면, 의학 박사인 셈입니다. 이 용어 하나 때문에, 일부 이공계에서 학위에 대한 오해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통해서, 오해가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대부분은 아닌데 일부 과격(?)하신 분이 있어서요. ^^

앞서도 언급했지만, 의대를 졸업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의학사"를 받거나 "의무 석사"를 받습니다. 혹자는, 이를 근거로 해서 우리나라는 MD가 아니라,
 BS (Bachelor of Science) 혹은 MB (Bachelor of Medicine - Medicinae Baccalaureus) 라고 하기도 합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틀린 말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세계적인 학회나 CV를 작성할 때, 그렇게 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건 MD 본인뿐만 아니라, 좌장을 맡거나 Organizer를 맡는 PhD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미국은 의대(의전원)를 졸업하면 공식적으로 Medical Doctor (Doctorate of Medicine)를 받습니다.드물게 D.O. (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사실상 동일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의전원을 졸업한 대부분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의사"가 되기 때문에 "의사=MD"가 성립합니다. 이는 일부 우리나라 예과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미국 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니다.(실제 미국에서도 예과 시스템이 있는 학교가 있긴 합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MD 말고 의대가 아닌 다른 대학원(예를 들면 공대나 법대 등)에서 박사 학위(Ph.D)를 마친 사람도 Doctor라고 표현합니다.(우리나라는 의대를 졸업하면 "의사", 박사학위를 마치면 "박사"라고 용어가 다르지만, 미국은 둘다 Doctor, 즉 박사입니다) 그러다 보니깐, 그 것과 구분하기 위한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의사를 Medical Doctor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는 의사가 받은 학위이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일반 환자들이 의사를 부를 때 Doctor라고 표현하는데, Doctor가 의사라는 의미도 있지만, 박사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시면 편할 듯 합니다.



또 하나, MD라는 용어를 위해, 이해해야할 부분 중에 하나는,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석사 과정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석사 과정은 다분히 기술적인 과정으로 우리나라와는 다른게, 학술적인 학위과정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따라서,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은 "박사"를 하면서 심도있게 "학문을 하겠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따라서 의대를 가는 과정도 대학원을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박사"로 인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과정으로 엄밀히 따지면, 박사 학위 과정이라기 보다는 전문 학위 과정(의전원의 의무 석사)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석박사 통합과정"처럼 생각되는 것이죠. 그리고 받는 학위도 MD - Medical Doctor 입니다. 그러니깐, Doctor of Philosophy와 같은 "박사"를 받는 것이죠. 


미국에서도 MD-PhD가 많긴 하지만, PhD 없이 오로지 MD로만 연구를 하는 대가들이 많은 것도 위와 같이 MD를 석박사 통합과정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용어 그대로를 분석해 보면 , MD = Medical Doctor에 나오는 Doctor라는 의미는 "의학 박사" 라기 보다는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MD라는 과정 자체가 석박통합과정이면서 동시에 전문 학위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PhD처럼 "박사"라고 표현하는 것이지요. 


학회나 학문의 기본이 되는 언어가 영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의사는 MD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박사(PhD)라는 의미를 가지는 Doctor와 구별하기 위해서 쓰는 이유가 많습니다. 그리고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과 동치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의사라고 하면 그 학위를 불문하고, MD(Medical Doctor)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영어 단어인 "Doctor = 의사" 인 셈이지요. 세계적으로는 의대는 우리처럼 6년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8년제 심지어는 4년제도 있기 때문에, MD라는 용어는 그 나라에서 의학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고, 공식적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 즉 "의사"를 표현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뉴하트에 나온 지성, 김민정, 조재현, 이들이 모두 학사일지라도 세계적인 학회에 나가면 MD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MD라고 하는 것은 의학 박사라는 학위라기 보다는 "의사"를 지칭하는 용어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미국에서 의대를 나온 사람의 커리어를 소개하면, "학사를 졸업하고, 다시 의대에 들어가서 의대를 졸업했다. 받은 학위는 Medical Doctor다."  그래서 우리 나라로 번역하면서 "의학 박사"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의무 석사"인데 말이죠. 특히, 의학에 종사하지 않는 이공계나 법조계에서 보면, 이걸 "박사"라고 할 수 있냐? 고 생각하시는 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Medical Doctor를 단순히 의사? 혹은 의무 석사? 이렇게 표현하기도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실질적으로 그들 문화에서는 박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고, 전문적인 박사학위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박사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죠. 그래서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사람은 통상적으로 "의학 박사"라고 부르는 것이죠. [각주:1] (신현승 박사님에 대한 소개)


이 상황이 미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우리나라로 오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의학 박사"와 미국에서의 "Medical Doctor"의 해석인 "의학 박사"와는 엄밀히 다른 용어이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본다면 "의학 박사"로 똑같기 때문에 박사라고 할 수 있느냐고 보는 것이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런 용어가 나오는 문화적 차이와 시스템 차이를 감안해서 용어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 의대 교육과정과 우리나라 의대(본과), 의전원 교육과정이 거의 동일함에도 주는 학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MD라고 하는 것은 의사를 의미하는 전문적인 용어라고 보는 것이 통상적으로 더 정확합니다. 우리나라 의사들 대부분이 자신의 MD를 의학박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아는 한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엄연히 의학 박사(PhD)와 MD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CV에서 나오는 MD는 의사로서의 전문학위를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게 "의학사"이든 "의무석사"이든지 말입니다. ^^ 


아울러,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MD들(우리나라)은 PhD 학위 과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요새 들어서 과연 MD로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대 자체가 가진 긴 교육과정을 감안할 때, PhD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종종 있고, 레지던트 과정과 전문의 과정에서 배우는 임상 지식을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MD without PhD들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이지는 않죠. 다만, 학위의 과잉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보건복지부 과제에 한해서, PhD가 없이 연구를 진행하는 경력있는 MD에게 자격을 주기도 합니다. (대부분 과제에서 "박사"를 자격 요건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아주 큰 진척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하면, 


MD 라는 것은 "의학 박사"라기 보다는 "의사"라는 전문 학위의 성격을 가지고, 


세계적으로 4년제,6년제, 8년제 등의 교육과정과 최종적으로 의학사, 의무석사, 의학 박사 등의 학위를 받는데, 이는 진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 통칭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박사(PhD)와 구별되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MD 과정이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과 같은 성격으로 인식되어 박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1. 실제로 저희 실험실에 계신 존스 홉킨스 의대를 나오신 선생님(신현승 박사님인데, 초대 삼성의료원 연구원장을 하시고 현재 저희 실험실에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십니다. ^^ 서울대 의대를 다니던 중간에 도미, 존스 홉킨스에서 의대를 나오셨는데, PhD가 없습니다.)을 저희는 박사님이라고 부릅니다. 보체계를 발견하실 정도로 대단한 연구를 하셨는데, PhD가 없으셨다니 아이러니하죠. 그런데, 미국에는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본문으로]

오늘 공휴일이라서, 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애들과 많이 놀아주지 못했던 부채(?)를 거의 다 갚은 듯하다. ^^ 첫째 애와 텐트도 치면서 그 안에서 뒹굴기도 하고, 완전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 무언가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제일 만만한 지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카드를 정리했다. 


다양한 카드가 지갑 안에 들어 있기는 했지만, 소비 패턴이나 부가 기능 때문에, 항상 특정 시기에 주력으로 쓰는 카드는 정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서, 체크 카드의 연말 정산 비율확대되면서 카드들 줄여볼까 생각만 했는데… 신용 카드사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혜택 축소라는 칼을 빼든 상황을 보면서, 아… 이제는 "내가 칼을 빼들어서 카드를 잘라버려야겠구나" 라는 마음을 확실히 먹었다. 카드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카드라도 줄이면 괜시리 지출도 줄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기대감에, 과감히 쓰던 카드들 중 안 쓰는 카드들을 정리했다. 



오늘의 포스팅은, 나와 이별하게 된 신용카드에 대한 포스팅이다. 사실 의과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의과학 이야기만 하면 너무 딱딱할 것 같아서, 잠시 쉬어가는 코너(?)같은 느낌으로 글을 쓴다고 위로하지만, 사실은 그냥 쓰고 싶은 마음에 포스팅을 한다고 봐야할 것 같다. ^^ 


나는 약간의 체리 피커같은 경향도 없잖아 있는 듯 하다. 뼈 속까지 체리 피커의 본능이 있는 체리 피커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혜택 중, 내가 이용가능할 만한 것은 가급적이면 써보려고 노력은 했다. 그래도 거의 다 쓰지 못한 것 갈다. 


내가 주로 써왔던 카드를 하나씩 정리하면서 나만의 이별의식(?)을 거행하고자 한다.


1. 신한 카드 - 동화 트레블 카드 플래티늄 (아시아나)



일명 "동트카드"다. 사실상 내가 신용카드를 쓰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카드이다. 그 전에도 한두개의 카드를 만들었긴 하지만, 신용카드보다는 현금 쓰기를 선호했었다. 하지만, 이 카드는 연회비도 없고(있긴 하지만, 1년에 1원이상만 사용하면 면제), 마일리지 적립율이 상당히 높았다. 물론 중간에, 마일리지 적립률 변경 대란을 겪기도 했지만, 2008년도 당시로 본다면, 아시아나 마일을 쌓기에는 이 것보다 더 나은 카드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있다 해도 연회비를 생각하면, 당연히 동트가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카드도 만들어서 사용할 정도로 나름 애착이 강했다. 


실제로 주력카드로 사용하면서 상당히 많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었다. 아울러, 카드사 1위인 신한카드(초창기에는 LG카드였음)이기 때문에, 얻는 소소한 혜택은 가뭄의 단비 같은 기쁨을 주기도 했다. 역설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점은, 이 카드를 만들어서 정말 많은 소비를 했지만, 동화 면세점에서 물건을 산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동화 입장에서 본다면, 마케팅의 실패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동화 면세점의 존재를 알았으니 그리 큰 실패도 아니다.(혹시 신한카드와 매출의 일정부분을 받는 페이백 계약을 맺었다면, 동화는 진정한 승자이겠지만 ^^) 혹 기회가 된다면 동화면세점에서 물건을 꼭 사주리라. 


하지만, 최근 들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가 증가하고, 마일리지 적립율도 더 높은 카드가 등장하면서, 서서히 내 지갑 속에 들어 있는 빈도가 줄어들게 되었다.


2. 현대 카드 - 퍼플 카드 (아시아나)



연회비가 60만원인 프리미엄 카드다. 나올 당시에는, 연회비에 상응하는 혜택(사실 그 이상이라고 생각된다)도 주면서, 마일리지 적립율도 비교적 높았다. "더블 마일리지"라는 현대 카드 특유의 적립 제도 때문인데, 마일도 적립되고, 추후에 마일로 변경할 수 있는 M 포인트까지 적립되어서 꽤나 많은 마일을 적립할 수 있었다. 연회비가 비싸다는 단점을 있긴 하지만, 마일리지 적립이라는 측면을 제외한다고 해도, 다른 카드와 비교해도 혜택의 측면에서 상당히 우위에 있었다. 


이 카드가 제공하는 퍼플 하우스라든지, 항공권, 프리미엄 쿠폰, 면세점 쿠폰 등은 연회비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연회비가 큰 의미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카드 연회비로 60만원이 큰 돈이긴 하지만, 쿠폰 때문에, 의무적(?)으로 1년에 한번은 와이프와 해외로 나가서 여유를 즐기고, 좋아하거나 필요하다고 느끼는(?) 물건을 면세점에서 사고, 와이프가 선호하는(?) 화장품인 fresh를 구입하면서, 연회비가 아깝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는 않았다. 


특이한 것은 카드가 두 장이라는 점이다. 한 장은 메탈로 되어 제법 묵직한 느낌을 준다. 소위 말하는 뽀대(?)가 나기도 하는데, 가끔 튕기는 단말기를 만나기도 하고, 해외에서는 잘 읽히지도 않는 등 문제점도 있다. 가끔 두꺼운 카드 두께 때문에, 지갑에서 빠져 나갈 때도 있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무게감은 생각보다 카드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아울러 두 장이다 보니, 사용할 때 상당히 편하기도 했다.(그러면 안되겠지만(?) 가족카드를 굳이 발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카드 역시, 개악에 가까운 혜택 축소, 빈번한 서비스 변경, 따지고 보면, 연회비 혜택을 안 써도 된다는 점 등등의 문제로 해지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에 보니깐, 퍼플 썼던 사람들이 거의 다 해지하는 분위기인데, 나도 이참에 동참했다. 역시, 사람은 우루루 몰려갈 때 따라 가야하는 법이다. ^^


3. 국민 카드 - 스카이 패스(대한 항공), 스타 카드




이 카드들 역시 플래티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들이다. 연회비가 13만원 정도로 기억하는데, 역시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기 때문에, 연회비 자체가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라고 적었지만, 안 써도 될 소비를 한 셈이다.) 다른 카드사들도 그러하지만, 국민 카드는 유난히 연회비 돌려 치기 시스템 혹은 굴비 시스템(한 카드의 연회비를 내면, 다른 카드는 특별 서비스 연회비만 내면 되는 것)이 잘 되어 있어서, 여러 개의 카드를 발급받아도 추가되는 연회비가 그리 크지 않았다. 


이 카드는 우연히 세포분자생물학회에 가서 발급을 받았는데, 카드를 만들면, 여행 가방을 준다는 말에 혹해서 만든 일종의 충동 구매(?)로 만든 카드였다. 마케팅에 걸려든 셈이기도 하지만, 당시 받은 가방은 아직까지도 쓰고 있을 정도로 유용했고,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율은 다른 카드와 비교해서 상당히 우위에 있어서, 의외로 후회없이 쓴 카드이다. 아울러, 후불 교통카드 기능이 들어 있어서 한동안 교통카드로 쓰기도 했다. 


카드를 보면 알겠지만, Andre Kim(앙드레 김) 회사에서 디자인한 카드로, 디자인이 특히나 이뻤다. 특히, 스타카드는 한국 고유의 자개 문양을 넣어서 지갑에서 꺼낼 때나, 혹은 외국에 갈 때, 흐뭇한 웃음이 지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 카드를 쓰던 도중, 앙드레 김 선생님이 돌아가셨는데, 그 이후, 카드를 볼 때마다, 흰 옷을 입은 앙드레 김 선생님이 생각났다. 


이 카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기 위해 사용했다. 더불어, 1년에 한 번 가족끼리 제주도를 갈 때 쿠폰을 이용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이렉트로 대한항공을 예약하면, 무려 천원당 3마일을 적립해주는 극강의 적립율이였는데, 최근 들어서 적립율이 낮아 지면서, 장점이 사라져 버렸다. 또한, 제주도를 가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자연히 용도가 사라진 카드이다. 최근까지는 신용카드가 아닌, 교통카드로서만 명맥을 유지하다가, 그마저도 티카드에게 자리를 넘겨 주면서 운명을 다 했다.


4. 삼성 카드 - 델타 스카이 마일스 카드



개인적으로 비행기를 처음 타면서 마일리지를 적립한 항공이 Northwest 항공인데, 이 항공이 Delta와 합병되면서, 노스웨스트 마일리지가 자동으로 델타로 승계되었다. 거의 잊어버렸던 마일리지인데, 우연히 델타 항공을 이용할 일이 생겨서 가입해서 보니깐 무려 5만 마일이나 적립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한항공을 이용할 때도, 노스웨스트 마일리지 카드를 제시해서 그랬던 것 같은데, 여하튼 공짜로 생긴(?) 마일리지를 더 모으기 위해서 신청한 카드였다. 


운 좋게도 발급받을 당시, 델타에서 프로모션을 해서, 적립율도 높았고, 보너스 마일리지도 많이 줘서 한동안 즐겨 썼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도 프로모션을 여전히 많이 하는 것 같긴 하던데, 델타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없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는 10년이라는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있는데 반해, 델타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그리고 다른 스카이팀 비행기를 탈 때, 마일리지 적립도 시원시원하게 해주는 편이라서 (좌석 클래스에 대한 적립율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다) 여전히 즐겨 이용했었다. 


하지만, 신용 카드를 이용해서, 델타 마일리지를 쌓는 것은 그리 좋은 적립율이 아니라서, 크로스 마일리지 카드를 발급받으면서 해지해 버렸다. 





글을 읽은 사람은 파악하겠지만, 내가 쓰는 신용카드는 대부분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특화된 카드이다. 동트 카드, 퍼플카드, 스카이패스 카드 그리고 델타 카드까지, 항공사는 아시아나, 대한항공, 델타로 각기 다르지만, 항공 마일리지를 주력으로 모으는 카드라는 점은 동일하다. 사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로, 신용카드마다 특화된 다양한 혜택을 공부할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특정 항목에 대해서 할인되는 카드라든지, 포인트를 이용해 변경 가능한 서비스라든지, 얼마를 쓰면 할인율이 달라진다든지 하는 카드들은 자세히 따지고 들면, 혜택의 정도가 마일리지 적립 카드보다 높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혜택을 공부하는데 쓰는 시간대 효율의 측면에서 이득이 그리 크지 않았다. 아울러, 신용 카드를 변경할 때 마다 그 항목은 리셋되어 다시 공부해야하는 셈인데… 마일리지 카드는 단순하게 "1천원당 얼마" 정도의 공식만 알면 되기 때문에, 카드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두번째로, 마일리지를 많이 적립하고, 사용하는 환경 때문이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학회 참가나 가족 여행으로 해외에 종종 가게 되는데 그 때 마다, 적립되는 마일리지와 카드로 적립한 마일리지를 모으면 무시할 수 없는 양이 모아진다. 적립된 마일리지는 좌석 업그레이드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델타, 대한항공, 아시아나 세 개면(사실 두개면 되지만) 거의 대부분의 항공팀들의 비행기를 적립할 수 있다. 델타를 제외하고, 국적기 마일리지가 10년의 유효 기간이 있다는 점은 분명 아쉽긴 하지만, 충분히 활용가능할 시간은 된다.


세번째로, 적립율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다. 카드를 이용하면,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리턴이 많아야 2-3% 내외인 것을 감안한다면, 마일리지는 적어도 2% 정도의 페이백을 해주는 것 같다. 물론 카드사마다, 카드 종류마다 다르지만, 다른 할인 항목보다 평균적으로는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서 말한 첫번째 이유와 더불어, 내 시간의 가치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딜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카드들도 마일리지 적립이 주력이다. 혹, 시간이 허락한다면,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카드에 글도 포스팅할 생각이다. ^^ 


이렇게 사용했던 카드를 해지하고, 작별 인사까지 하니깐, 후련한 기분이다. 어떤 일이든 마무리가 좋으면, 그에 대한 기억도, 추억도 좋은 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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