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TV보다는 라디오를 좋아하고, 그 중 KBS 열린 토론을 즐겨 듣는 편이긴 합니다. 월요일에 하는 정치 부분은 소모적인 것이 생각보다 많아서 잘 듣지는 않지만, 그 외의 것들은 상식을 풍부하게 해주는 재미가 있어서 퇴근 시간과 맞물린다면 거의 대부분 차 안에서 듣습니다.
우연하게도 이번 열린 토론 주제가 노벨상이더군요. 개인적으로 노벨상에 대한 글도 포스팅했던 지라, 관심있게 듣는데, 갑자기 애청자 의견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모르게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여자분이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비교적 지친 기색으로 의견 말해주세요 해서.. 마치 녹음기(삐삐 시절 음성 녹음하듯이)에 저장하듯 여러 의견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여자분이 "혹시 되실 수도 있구요, 다른 의견 정리해서 나중에 전화 드릴께요." 라고 하더군요. 사실 이 때만 해도 제가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습니다. 여자분이 너무나도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응답을 했었고, 전화를 끊을 때 역시 "아 안되겠구나.. 그냥 내 의견을 정리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고 생각했었죠.
그렇게 거실에서 라디오를 켜놓고 애들이랑 놀면서, 저녁도 먹고 딩가딩가 놀고 있었죠.
갑자기 전화가 옵니다. 그리고는
"연결 되실 껀데, 저희가 5분 정도 뒤에 다시 전화 드릴테니깐, 그 때 까지 의견 정리하고 계세요"
라고 하는 겁니다.
사실 조금.. 아니 많이 당황스럽더군요. 갑자기 벼락치기하는 심정으로 제 의견을 정리하는 도중에 다시금 전화가 오더군요.
그러더니... 전화 연결 될꺼니깐 잠시 "끊고" 기다리세요. 라고 하길래, 전 끊었죠.
분명히 "끊고 기다리세요" 라고 들었는데, "끊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였나 봅니다.
제가 당황해서 잘못 들었나봅니다. 그래서 전 끊어버렸죠.
들리시나요? 중간에 통화중으로 나오는 소리요? ^^ 저도 나중에 전화가 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
일종의 방송 사고 였죠. 다행히도 이런 사고가 많은지 자연스럽고 두번째 사람으로 연결되더군요.
사실 라디오를 끄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일어난 지도 몰랐고, 그냥 기다리고 있었죠.
그렇게 소소한 방송사고를 내고 ^^ 다시 전화가 오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다시 "끊지 마시고 이야기 하세요" 라고 하더군요.
더 떨리더군요. ^^ 그렇게 앞사람 말이 거의 끝나가고(이분 엄청 흥분하셨더군요) 연결이 되더군요.
그 다음에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대화가 아니라, 제 의견을 연속적으로 말하는 것이기에 쉽지 않더군요. 중간에 실수도 하고.. ^^
한 번 들어 보시죠. ^^
할 말은 다 했는데, 조금 경황이 없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 다시 들어보니 쑥스럽기도 하고, ^^ 점수를 주자면 간신히 낙제를 면한 정도로 평가합니다만...
여하튼 그렇게 의견을 내고, 사실 한 마디 더 했는데, 기가 막히게 잘 끊으시더군요. ^^ 그 말은 마지막에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열린 토론에서 처음 의견을 내 보기도 하고, 그래서 다음 번에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 친밀감을 느끼는 애청자가 된 느낌이랄까요? ^^
노벨상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하도록 하고, 오늘은 첫 라디오 방송에 대한 기념 포스팅입니다. ^^
사실 방송은 여러번 나온 적이 있습니다. 제가 다 보지는 못했지만, 기억나는 건 서너개가 있네요. 대부분 연구소 관련해서고, 수능치기 바로 직전에도 고3학생 대표로 나온 적도 있었죠. ^^
이번 라디오 방송에 대해, 나름 피드백을 하자면,
서론이 조금 길었고, 첫째, 둘째, 셋째 이렇게 조리있게 말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처음에 했던 소개 역시 조금 더 자연스럽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하지 않고 조금 둘러서 이야기한 부분이 없잖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만족하지 못한 첫방이였습니다만 의미 있는 방송이였습니다. ^^
다른 피드백이 있으시면 여러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여하튼 작지만, 제 의견이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면 아주 행복할 것 같습니다. 2012년 10월 16일을 쉽게 잊지는 못할 것 같네요. ^^
전반적으로 이번 토론은 제 의견이 방송에 나왔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도(?) 아주 유익했고, 정보나 과학 정책적 측면에서 중요한 논의들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혹 관심 있으신 분들은 다시 듣기를 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2012년 10월 16일자 방송입니다. ^^
사실 노벨상을 타고 싶은 마음은 어떤 과학자이든 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 상을 현실적으로 탈 수 있냐는 것은 전적으로 그 학자가 가지고 있는 실적에 근거한 독창성과 인류 발전 기여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방송에서 끊긴 한마디. 바로 이 한마디로 이 포스팅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노벨상을 타서 그 연구가 더 가치있어 지는게 아니라, 그 연구가 가치가 있기 때문에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 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