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예고한 바 대로 과학자라는 직업을 택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자. 그리고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글의 대부분은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라는 책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neuroclimber의 생각도 섞여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책을 읽어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를 선택하는 동기에는 금전적 동기 외에 수수께끼 풀이를 즐기는 것, 명성과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는 욕구가 동기가 된다고 말한다. "내가 이 분야에서는 짱이야." "내가 이건 처음 발견했어" 등의 욕구다. 그리고 그렇게 "최초의 발견"만이 인정되는 과학계는 승자독식 현상이 자연스레 생길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은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로트카법칙, 매튜법칙 등으로 발현된다. 

승자독식 현상은 단순히 논문발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자라는 직업군이 형성되는 과정 더더욱 살벌한데, 대학원생->교수가 되는 과정은 피라미드형태의 인적구조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경쟁구조를 띨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BK21사업이후 대학원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 양태가 심화되었다고 생각한다[각주:1]. 간단히 말하면 박사학위 소지자는 많은데, 취직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박사학위 소지자만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원생이 임시직의 형태를 띠는 것은 더욱 문제이다. 대학실험실을 하나의 일터, 직장이라고 볼때 모든 대학원생은 임시직의 형태를 띠고 있다.[각주:2] 그리고 그 인력을 유지하는 비용은 정부 또는 산업계에서 나오는 연구비로 충당된다.


         덕분에 (좀 과장되긴 했지만) 이런 웃기고도 슬픈(웃픈)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전부터 미국에서는 과학계의 인적구조에서 최하위층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원생의 지원금과 졸업생 연봉을 공유하고자 한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 또는 교수들의 반발로 무산되었고, 그 이유는 대학원생이나 대학원졸업생 대부분이 박봉의 임시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MBA 졸업생 연봉정보는 아주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이런 박봉의 임시직을 견디고,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교수임용이라는 험난한 산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박사 후 과정의 70~80%가 교수직을 희망한다. 하지만 25%만이 교수가 된다. 그 중 tenure를 받는 종신교수의 비율은 35~40%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여성인력과 외국인 인력이 대거 유입된 것과 과학계 인력이 부족하다는 대학과 교수들의 적극적 요구로 인해 대학원생 지원금이 증가된 것이 주요 요인이다. 더욱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졸업 후 취직할 곳이 줄어들자, 학부졸업생 중 대학원생 비율을 더욱 증가되었다. 그에 비해 대학에서는 tenure 교수 연봉에 대한 부담때문에 비정규형태의 교수직을 늘리고 있다. 한마디로 사람을 증가하고 있는데, 괜찮은 일자리를 줄고 있다

그렇다보니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박사후과정(post-doc, 포닥)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1980년에서 2008년 사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박사후연구원의 수는 1만3000명 수준에서 3만6000명이상으로 3배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는 고용인(교수)의 입장에서 박사후연구원은 대학원생에 비해 비교우위의 인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원생은 비싼 등록금에 생활비를 추가로 지원해줘야 하지만, 박사후연구원은 적절한 연봉을 주면 되고, 뭣보다 연구실적을 쌓아 더나은 직장을 구하려는 동기가 뚜렷한 경우가 많아 열심히 실험하고 논문을 쓸 뿐더러, 당연하게도 그 일을 대학원생에 비해 잘한다. 박사후연구원 입장에서는 교수자리나 산업계의 좋은 취직자리가 생기길 기다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인력시장 상황이 좋지 않거나,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자리가 나지 않는다면 그 기간이 터무니 없이 (때론 10년까지도) 길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고학력소지자인데도 불구하고 임시직의 불안정한 자리다 보니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해, 미국의 경우 2003년에 전미박사후연구원협회(NPA)를 결성했다. 그외도 각 대학별 노동조합 형태로 대학과 교섭을 진행해 복리후생과 일자리 전망 같은것을 논의하는 등 박사후연구원의 처지를 스스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교수들은 대학원을 지원하려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기 보다는 과학자로서의 장미빛 미래만을 언급한다. 또한 언제나 인력이 부족하다며, 학위과정생을 더 받으려고 하고, 대학원생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과학계 인력이 부족한지, 과학자 자체가 정말 부족한 건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대학원생이 되기로 맘먹었다면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더라도 자신은 예외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과학자라는 직업자체가 주는 재미(수수께끼 풀이, 명성)를 다른 직업에서는 느끼기 힘들기도 하거니와, '난 할 수 있다. 난 달라'라는 주문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덕적 해이로 인한 교수의 꼬드김(?) '넌 잘할거야, 넌 내가 키워줄게'가 더해진다. 

요약하자면, 과학이라는 학문이 주는 재미에 이끌리고 자신감도 있는 학부생, 또는 취직할 곳이 없어 대학원 밖에 갈 곳이 없는 학생이 교수가 보여주는 전망에 따라 학문의 세계에 발딯는다. 하지만 임시직 형태의 대학원과정, 그리고 박사후과정을 밟게되는데, 이 과정의 독특한 점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다 밟는다 하더라도 교수 또는 괜찮은 정규직 연구원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는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1. BK 21(Brain Korea) 사업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업으로 인해 박사 학위자 과잉 양성이라는 현상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 것의 장단점은 논외로 하고 말이다. [본문으로]
  2. 여기 대학원생집단을 직업군 또는 노동자로 보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대학원을 배움의 연장선 상으로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laboratory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듯 대부분의 연구과 실험은 지식 '노동'으로 이루어 진다. [본문으로]

사실 의대나 병원에 있으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과가 무슨 과에요?" 일 것입니다. 


묻는 사람 입장에서는 "과" 라는 것이 그만큼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해는 가지만, 한편으로는 기초 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입장에서 대답하기 난감한 혹은 곤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는 대체로


"기초 의학이라고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곤 합니다만... 뭔가 정답을 얻지 못한 듯한 표정을 보이시는 질문자를 보곤 합니다. 


그래서 시리즈물로, 의대를 들어오고 난 이후에, 겪는 일반적인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같은 의대생이라 하더라도 "엄연히" 학년에 따라서 예과생과 본과생이 나누어 있듯이, 의사라는 직업 안에서도 기초의와 임상의, 개원의, 교수 등 등 다양한 진로가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그에 관한 것이라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오늘은 의대 생활의 학년과 과정에 대한 글을 포스팅 하겠습니다.


(의대 과정 일반에 대한 정보는 요기를 클릭하면 있습니다. ^^ 의대는 과연 몇 년 과정일까?  )


의대를 들어오는 방법은 현재 두가지가 있습니다. 의대와 의전원이 있습니다. 의대는 수능을 치고 난 고 3이 입학하는 것이고, 의전원은 4년제 대학을 마친 학부생이 입한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의대와 의전원의 차이는 크게 본다면, 예과 생활의 유무로 나누어 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의대에 준해서 작성됨을 먼저 밝히지만, 예과 생활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의대"를 들어오면, 일반적인 대학 생활을 보내게 되는데, 이 때를 예과라고 부릅니다. 의대 예비 과정인 셈인데, 보통 2년이 걸립니다. 2년 동안은 실제적인 의학 공부는 거의 하지 않고, 인체를 다루기 전 과정과 다양한 교양 수업을 듣게 됩니다. 따라서 주변에 의대생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예과생이나 본과생이냐에 따라서 의학 지식의 수준이 다릅니다. 예과생이 가진 의학 지식은 그저 "돌팔이 보다 조금 더 낫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돌팔이보다 못하다"라고 보는 것이 의료인의 "대세"입니다. 


예과 2년을 보내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본과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 때부터 고3생활 이상의 고통이 수반되는 고달픈 나날이 계속됩니다. 해부학부터 시작해서, 온갖 인체에 관계되는 지식을 머리에 "쑤셔" 넣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통상적으로 본1때는 기초의학, 본2때는 임상의학을 배우게 됩니다. 


대체로 본과 1학년이라도 해도 의학 지식은 예과생보다 조금 더 나을 뿐, 본격적인 돌팔이를 벗어나진 못합니다. 본과 2학년부터 슬슬 돌팔이를 벗어나게 되는데, 이 것도 시험친 직후일 뿐, 대부분의 본과생 머리는 지식의 "순간 저장 창고"로서의 기능밖에 하지 못합니다. 기억하려고 해도 다른 지식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지식의 홍수 속에 허우적 거리는 것이 본과1,2학년의 모습입니다. 


(더 알아보실 분은 요기를 클릭하세요. 의대 과정. 왜 공부를 많이 해야할까?  (1-2학년 이야기))


본과 3학년을 진입하면 비로소 의사 가운을 입어 보게 됩니다. 실습생 혹은 PK 라고 불리는 시기인데 대부분 이 때, 가운을 입으면서 의대생으로서의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병원 내에서는 가장 낮은 계급(예과부터 본과2학년 까지는 강의실에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병원에 있는 사람 중에 가장 경험이 적습니다.)에 위치하기 때문이지만, 학생이라는 "무기"로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닐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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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본과 3학년 때는 생명과 연관된 임상 실습을 합니다. 학교별로 다르긴 하지만,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정신과 등을 돌면서 환자에 대한 파악과 현장의 살아있는 강의를 교수님에게 듣곤 합니다. 학교 내에서는 비교적 높은 계급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깨를 펴고 다닙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가끔씩 찌들어 있는 인턴을 돕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파릇파릇하면서도, 얼굴이 좋아보이는 "의사같은" 사람이 있다면, 본과 3학년이거나, 레지던트 말년차일 가능성이 100%입니다.


본과 4학년이 되면, 마이너라고 불리는 과들(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비뇨기과 등)을 실습하면서 의사 국가 고시를 준비합니다. 한가지 꼭 알아야하는 사실은 아직까지 이들은 의사가 아니라는 사실이고, 그 말인 즉 국가적으로 보면 아직까지 "돌팔이"라는 사실입니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 지식은 겨울 시험이 다가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집니다. 실습과 지식으로 무장한 그들은 가끔 레지던트 수준을 넘는 문제를 풀기도 하고, 대답을 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돌팔이"입니다. 


그렇게 국가 고시를 1월에 치면 비로소 "돌팔이"를 벗어나게 됩니다. 국가적으로 의사라는 자격이 주어지게 되고, 졸업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맘때 쯤의 의대생에게는 졸업이란 사실이 그 어느때보다 뿌듯하지만, 졸업식을 참가하는 학생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바로 연결된, 병원생활 때문에, 졸업식에 모두다 참가하지는 못하기 때문이지요. 



다시 정리하면


예과 1학년 - 꼬꼬마, 고3을 마친 파릇파릇함. 의대의 발통. 모든 잡일의 시작점

예과 2학년 - 꼬꼬마의 형, 대학생의 파릇파릇함. 의대의 실질적 발통, 대부분 잡일의 실질적 수행

본과 1학년 - 꼬마. 의대생으로서의 찌듬. 발통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음. 잡일을 "조금씩" 시키는 사람

본과 2학년 - 초등학생. 본과 1학년을 마친자의 여유. 발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잡일의 대부분을 시키는 사람

본과 3학년 - 중학생. 병원에 들어가서 여유가 부족함. 병원의 발통. 잡일에 꼬투리를 잡는 사람. 

본과 4학년 - 고등학생. 본과 3학년을 보면서 웃음. 여전히 병원의 발통. 잡일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경지. 국가적으로는 여전히 "돌팔이"


참고로, 용어 정리 

발통 -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할 수 있으면서,  그냥 할 때 보다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 가끔 문제가 생김


잡일 - 동아리나, 의대 생활 중에 생기는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지만, 꼭 모두가 해야하는 일은 아닌 것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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