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교수는 왜 바쁜가? (1)

2025. 9. 1. 01:10진로에 대한 이야기

왜 교수는 바쁜가?

어린 시절, '교수님' 이라는 직업은 어딘가 여유롭고 한가한 직업으로 보였습니다.

교실에서 강의를 하시고, 연구실에서 연구하시는 모습이 전부인 줄 알았죠.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교수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기회가 생기면서
그들의 바쁨에 대해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대학원 시절, 교수님들은 항상 바빠 보였지만 그 바쁨의 정체는 여전히 잘 알 수 없었습니다.

교수님이 바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 바쁨이 구체적으로 무엇에서 비롯되는지,
왜 그렇게 바빠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야망이 있어서 연구를 잘하거나, 랩 규모가 비교적 큰 랩으로 가면 갈수록
상대적으로 교수님을 보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 영화에 나오는 교수는 여유가 넘치는데,
우리가 만나는 교수들은 왜 바쁜 것일까요?"

 

 

이제, 제가 교수라는 자리에 서게 되면서, 그 이유를 몸소 체감하며 깨닫고 있습니다.
특히 신진 교수 시절의 바쁨은 다른 시기의 교수 생활과는 결이 다릅니다.

신진 교수 시절은 말 그대로 교수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단계입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강의 준비에서부터 연구 환경 구축, 학생 리크루팅, 그리고 행정 업무와 학회 활동까지,
모든 일이 쉴 새 없이 몰아칩니다.

그 바쁨은 단순히 일정이 많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신진 교수 시절의 바쁨은 마치 무대 뒤에서 혼자 무대를 세우고, 조명을 맞추고, 연기를 연습하며,
동시에 관객들에게 완벽한 공연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과도 같습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기에 작은 결정 하나조차도 막중한 책임감을 동반합니다.

강의 준비는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전문가로서 익숙한 분야를 가르치는 것 같아도, 학생들에게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입니다. 새로운 과목을 준비할 때마다 수십, 수백 장의 강의 자료를 만들고,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학문적 깊이를 단순화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내야 한다는 것이 신진 교수의 현실입니다.

연구 환경 구축 역시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연구비를 확보하고, 실험실을 꾸미고,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일은
단순히 돈과 공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적합한 기기를 선택하며, 사용법을 배우고,

모든 과정을 학생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시행착오들은 마치 끝없는
미로와도 같습니다.

학생 리크루팅도 만만치 않은 도전입니다.

경험 많은 교수님들과의 경쟁 속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설득하고,
함께 연구를 진행하며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신진 교수의 이름과 업적이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그들이 자신의 연구실을 선택하도록 이끄는 데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행정 업무는 신진 교수들에게 또 다른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학교의 다양한 규정과 절차를 파악하고, 연구비 사용 계획서를 작성하며,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은
교수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사소한 행정적인 실수 하나가 연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이 과정에서는 꼼꼼함과 책임감이 필수적입니다.

 학회 활동도 신진 교수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고, 동료 교수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는
큰 이점이지만,
동시에 많은 준비와 시간 투자가 필요합니다.

학회에서 네트워킹을 잘 해내지 못하면 중요한 협력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과업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구하는 제자를 양성"하는 것은 신진 교수의 숙명과도 같습니다.

연구실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학생들에게 비전과 연구 방향성을 설득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신뢰를 구축하고, 학생들에게 연구 경험이 그들의 커리어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또한, 학생들과의 연구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교수는 이를 해결하면서 학생들이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기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학생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국, 신진 교수의 바쁨은 단순히 업무의 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교수라는 직업의 본질의 "시작" 이라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진행하며, 학문적 발전에 기여하는 이 모든 과정에서
교수는 하나의 팀이자 리더로서의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모든 선택과 결정은 곧 그의 책임으로 귀결됩니다.

그리고 신진 교수에게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롤들이 주어지기 때문에,
한동안은 신진 교수가 바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 글은 신진 교수 시절의 이러한 바쁨에 대해 하나씩 들여다보며,
교수라는 직업의 이면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실제 교수가 바쁜 시점은 직급에 따라 조금씩 결이 달라지는데, 아래와 같이


  • 신진 교수일 때
  • 신진에서 중견으로 넘어갈 때
  • 중견 교수일 때
  • 정교수일 때

정도로 나눠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노(老) 교수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리고, 신진 교수에서 중견으로 넘어가거나
중견의 커리어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교수라는 직업의 일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교수로서의 바쁨과 그 이면에 숨겨진 도전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과 어려움을 통해,
교수라는 직업이 가진 본질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미 교수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 길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앞으로의 여정을 미리 그려볼 수 있는 나침반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단순히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이들에게도, 그들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고
왜 그토록 바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창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교수의 삶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니지만, 동시에 그 안에는 많은 성취와 보람이 담겨 있습니다.

제 스스로도 매일 반복되는 강의 준비와 반복되는 행정과 연구 난관으로
하루하루가 힘들 때도 있지만,

학생들과 제자, 박사님, 연구원들과의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사소하지만 분명한 보람,
그리고 한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는 뿌듯함이 항상 저를 기쁘게 합니다.

교수라는 자리에서 맞이하는 행복은 크고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수라는 직업은 누군가에게는 도전이고, 누군가에게는 목표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꿈입니다.

이 글이 그러한 꿈과 여정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그리고 교수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그 길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단순히 교수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했던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이 작은 통찰과 공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끝으로,
이 시리즈 글이
교수라는 힘든 여정을 걸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2편: 신진 교수는 왜 바쁜가? (2)
3편: 신진 교수는 왜 바쁜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