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교수는 왜 바쁜가? (3)

2025. 9. 5. 10:06진로에 대한 이야기

지난 시간에 이어서, 신진교수는 왜 바쁜가? 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교내 행정 업무

학교의 다양한 행정 업무들도 이제 나를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자면, 회의 참석 요청입니다.

신입 교원일 때는 구경 삼아 참여하거나 서기 역할로 참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서 (학교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의무적으로 생기는 것들도 있고,

의무가 아니더라도 직접 참석해야 하는 회의들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신입 교원으로서 타 교수님께 연구비 프로젝트가 있을 때 서기를 하거나
자료 취합 등 다양한 형태의
연구 프로세스 또는 행정적인 일들을 겪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까운 선배 교수님이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으로 자주 데리고 다닌다면,
좋은 점과 안 좋은 점 두 가지 모두를 경험하게 됩니다.

좋은 점은 아무래도 본인의 노하우를 많이 알려주신다는 점이 있겠지요.
반면에, 안 좋은 점은 나의 업무보다 선배 교수님의 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교수님의 연구비 서기, 엑셀 정리, 한글 파일 정리 등의 일들이 이에 포함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연구비가 생긴다면 연구비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연구비 크기에 따라 꼭 좋은 것만은 아니기도 합니다.

신진 교수일 때는, 연구비 시즌마다 이런 행정적 일들을
1년에 최소 세 번에서 최대 네다섯 번 이상 경험하게 됩니다.

이 경우도 신진 교수가 단순히 포함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어떠한
'노동력'.

예를 들면 자료 취합 정리를 한다든지,
제안서를 쓴다든지 그림을 그리는 경우들이 많아서

이렇게 다양한 행정 일에 자의 반 타의 반 끌려가게 됩니다.

연구와 관련된 행정 일은 그나마 수월한 편인데, 그 외 행정들도 정말 많습니다.

개인이 직접 신청해야 하는 여러 가지 행정, 가족 수당, 교육 관련 서류, 회의를 했을 때
제출해야 되는
보고서, 출장 보고서, 행정을 통해서 신청해야 하는 기타 일들,
교육 관련 자금 집행, 실험⋅ 실습 시 학생들과 관련되는 서류 및 소개 글 작성 등
무슨 일을 하나 할 때마다, 그에 수반되는 일들이 몰아치게 됩니다.


이런 행정 업무들은 학교마다 혹은 본인의 위치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문서로 모든 사항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문서를 작성하고 사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잘 안 되는 경우에는 화도 나지만, 내 돈을 써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렇게 돈을 지불(?)하며 경험하다 보면, 행정 일을 어쩔 수 없이 잘하게 되지만
꼼꼼히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들게 됩니다.

더불어 학생 지도 교수를 맡게 되면, 행정적인 일들이 더 증가합니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맡기기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최소 한 번은 진행해야 합니다.

잘한다 싶어서 누군가에게 맡기게 되면, 서류 미비가 생기게 되고
또다시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교수님들께 본인의 reputation(평판)을 잃기도 하지요.


모든 과정이 가시밭 길 같아 보입니다.

이렇게 신진 교수 시절을 대략 1년에서 3년 정도 보내면
대부분의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2년에서 3년 차부터는 반복적인 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나
행정 업무 폴더가 쌓이기 시작하고,

참고 자료들이 있어서 비로소 그 업무들에 능숙해집니다.

학회 활동에서의 잡무

신진 교수일 때는 학업 및 연구 외적으로 학회 활동을 하나둘씩 진행하게 되고,
학회에 참가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는 경우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앞서 말한 잡다한 일들이 학회에서도 진행되기 때문에,
그 일들도 신진 교수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학교에서 하는 일이 학회에서도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요즘은 완전 신진인 경우에는 이런 역할에서 최대한 배제해주기도 합니다.

학회 활동은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인맥을 만들 수 있다는 점"


장기적으로 3, 4, 5년이 지나면 snowball처럼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학회 활동의 장점입니다.

그렇지만 당장 다른 우선순위가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학회 행정 일을 처리하는 게 시간적으로는

낭비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힘든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이런 일들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이는 결국 본인의 평판과 연계되게 됩니다.

그렇기에,
한다면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학회 발표 및 네트워킹

임용 후 1~2년 차인 초년 때는 많은 외부 교수님들로부터
학회에 초청되어 발표를 하게 됩니다.


어떤 연구를 했는지, 어떤 새로운 기술이 있는지, 캐치할 건 없는지,
또 초임 교수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이유 등으로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에서 연구 발표를 하게 됩니다.


또한, 학회 활동을 통해서 리뷰 논문 요청을 받거나,
다른 논문 리뷰 심사를 하는 일들도 많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육과는 다르게 이 일은, 내용이 비교적 동일하거나
Core의 일을 한다는 느낌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동이나 네트워킹에 시간을 조금만 더 쓰면 됩니다.

그러나 다른 우선순위가 높은 일들이 있기 때문에
이 조차도 헥헥거리면서 yes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회 발표나, 외부 세미나 초청은 많아도 문제이고 적어도 문제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잘 조율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때, 운이 좋다면 공동 연구의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만,
이 공동 연구가 꼭 연구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잘 취사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로 저의 경우에는 시도는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공동 연구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중 한 두 개가 상당히 중요한 연구 과제나 연구비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본인의 연구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셔서,
연구 네트워킹을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세편으로 이어진 6개 정도의 카테고리가
제가 생각하는
신진 교수일 때의 고충인 것 같습니다.

신혼 생활과 신진 교수 생활은 멀리서 바라보면 꽤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기쁜 마음에 교수가 되었지만,
잘 안 맞거나 새롭게 맞춰 가야 하는 일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만, 신진 교수 생활은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겠지요.

결국은 Principal Investigator(주요 연구자) 또는 Independent Researcher(독립 연구자)로서
내가 찍는 도장이 결과적으로 모든 것의 최종 도장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겪는 두려움과
시행착오들로 많은 시간을 뺏기는 게 |
신진 교수가 힘든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본질적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한 번은 처리해 봐야 되고,
그 과정에서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따라서, 신진 교수일 때는 최대한 많이 네트워킹 하거나 가까운 동료 교수님들을 만나서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많이 물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임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물어본다면 기꺼이 대답 해줄 것이고,
그 노하우들이 비록 나에게 100%
맞지 않더라도
상당한 수준으로 도움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 외에 여전히 본인이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있지만
1년 정도가 지나면 훨씬 더 수월해진다’라고 생각을 하고
신진 교수 생활을 보내길 바랍니다.

 

파이팅입니다!!!

 

 

 


1편: 신진 교수는 왜 바쁜가? (1)
2편: 신진 교수는 왜 바쁜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