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포닥 나가기

2025. 12. 16. 02:54MD : Doctor/Medical Student

이번에는 포닥의 입장에서 빅가이에게 컨택을 하거나,
혹은 본인이 원하는 교수에게 어떻게 컨택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요즘은 한국에서의 포닥 기회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국에서 포닥을 한 이후에 좋은 자리를 잡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해외로 포닥을 나가야 한다’ 거나 ‘해외가 정답이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포닥은 본인의 시야를 넓히고, 박사과정 지도교수와의 차별성을 만들며,
해외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충분한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해외에 나가서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문화적·시스템적으로 본인이 예상했던 것과 달라 적응이 어려울 수 있고,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박사과정 중에 하던 연구 주제가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포닥 지도교수가 대형 프로젝트에만 관심이 있어 독립적인 논문을 쓰기 어려운 환경이거나,
경쟁이 너무 심한 구조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인해, 해외 포닥이 항상 정답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해외 포닥그중에서도 잘 모르는 교수님에게
어떻게 포닥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가까이 지내는 교수님들, 그리고 컨소시엄에서 만난 연구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포닥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교수님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이런 연구비를 따냈는데,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해 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입니다.

특히 유관 분야의 연구자일수록 이런 질문을 많이 받게 됩니다.

결국, 교수님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그에 맞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상대방의 니즈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지원하게 되면, 대부분 공수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수표라고 표현한 이유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모르고 그냥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수많은 지원자 중 한 명일 뿐이고,
교수 입장에서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사람을 수시로 뽑는 교수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연구비가 확보되었거나, 연구비 확보가 예상되거나,
스타트업처럼 랩을 키우는 과정에서 포닥 수요가 생기는 경우에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연구비가 확장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논문을 통해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논문 수나 성과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빅가이 랩의 경우,
좋은 논문이 꾸준히 생산되며 연구비도 안정적으로 확보되기 때문에,
이들은 거의 항상 포닥을 찾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랩은 매우 소수이며,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포닥을 지원할 때는 해당 랩에 연구비가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해외 연구실에 지원자가 자국 펀드를 가져가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돈 싸들고 갈 거면 그런 랩은 가지 마라”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요즘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특히 유럽과 미국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나라에서 연구비를 들고 오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학생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내외 펀드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교수님은, 인건비는 무조건 외부 펀드로 충당하고 자신의 연구비는
실험비나 장비 운영,
시퀀싱에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랩에 들어가려면, 초기 1~2년 동안은 본인이 쓸 수 있는 연구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포닥으로 채용될 확률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결론적으로 요약하자면, 포닥을 준비할 때는 상대방 연구실에 인건비까지 포함한 연구비가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본인이 외부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다면 훨씬 매력적인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연구비뿐 아니라 신뢰도,
그리고 본인이 실제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것은 논문으로 표현될 수도 있고, 아니면 본인의 스킬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좋은 논문이 몇 편 있는 경우,
지도교수와의 시너지를 잘 냈고 결과도 낸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예컨대 네이처에 1 저자로 논문을 낸 경우, 이는 지도교수의 영향도 있겠지만,
본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논문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논문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란
어렵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논문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본인이 특정 기술이나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잘 표현되면
기술 기반의 포닥으로 뽑힐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특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여러 포닥 오퍼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학회에서 포스터를 통해 기술을 알렸을 뿐인데,
지원하지도 않았던 랩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가진 기술이 좁은 분야에서 꼭 필요했던 기술이었고,
그것이 논문과 포스터에서 잘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떤 교수들은 논문 퀄리티보다도,
본인이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기술력과 손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지원할 랩의 성격에 맞춰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추천서와 인맥입니다.


지도교수가 학계 내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가지고 있다면,
직접 교수에게 추천을 보내거나 컨택을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빅가이가 모든 이메일을 다 보진 않지만, 지도교수의 평판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를 바탕으로 검토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저도 여러 번 그런 추천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추천서는 최소한 ‘문제가 있는 학생은 아니다’라는 인식을 주기 때문에,
negative selection을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불편하거나 추천서가 부정적일 수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리 지도교수와 신뢰 관계를 쌓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입니다.

상대방이 연구비를 확보한 시점, 즉 적절한 시기에 본인이 좋은 후보로 보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학회에서 먼저 인사를 하고, 이후 이메일로 팔로업을 한다든지,
졸업 1~2년 전에 미리 관심을 표현하고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1~2년간 관계를 다진 후 포닥으로 연결된 사례들도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관계 형성에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포닥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