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구하는 분야 이야기 3 – 우리는 언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을까

2026. 3. 5. 17:00Ph.D : Medical Scientist/연구 이야기 및 연구 자료들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과,
그 차이가 언제 생겼는지를 묻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의 질문입니다.

Somatic mosaicism이 “세포들은 동일하지 않다”는 선언이라면,
그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 달라지기 시작했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변이를 ‘나중에 생긴 오류’로 상상합니다.


노화의 결과이거나, 환경의 축적이거나, 혹은 암이라는 특수한 병리적 사건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발생학의 시간축 위에 세포를 올려놓고 바라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차이는 어느 순간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건이 아니라,
아주 이른 시점부터 조용히 누적된 시간의 결과입니다.

수정란은 하나의 세포로 시작하지만, 첫 분열부터 완벽한 대칭은 아닙니다.

두 개의 세포는 같은 기원을 공유하지만, 완전히 같은 운명을 갖지 않습니다.
이후의 분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세포는 분열의 순간마다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흔적은 DNA라는 형태로 남습니다.

그 차이는 대부분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지만,
발생의 초기에 생긴 흔적일수록 이후에 만들어질 세포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달라집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떤 변이인가”보다 “언제 생긴 변이인가”이죠.

같은 염기 하나의 변화라도, 발생 초기에 생긴 변이는 온몸에 퍼집니다.

반면 성인이 된 뒤 생긴 변이는 한 조직, 한 영역에 머뭅니다.

변이의 의미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변이가 새겨진 시간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지점에서 인간의 몸은 더 이상 하나의 정적인 설계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발생이라는 시간 위에 차곡차곡 기록된 연대기이며,
각 세포는 그 연대기의 서로 다른 페이지를 들고 살아갑니다.

우리의 세포는 같은 몸을 공유하지만, 같은 시간을 살아온 존재는 아닙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자이크화된 채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