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본과생활을 되짚어보는 일은 나에게는 정말 힘들었다. 특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했던 1학년은 다시 태어난다 해도 전혀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입학하기 전 나는 의학도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어떠한 것을 공부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알았다고 해도, 달라질 것도 없겠다 싶다.) 사돈의 팔촌을 뒤져도 의사나 의료계 근처에서라도 일하는 사람도 없었고, 게다가 나는 문과계열 출신이다 보니 건너건너 아는 친구도 없었다

닥터몽 의대가다

(닥터 몽 의대 가다 프로그램 정도 수준만 되어도 본과 1학년 10번은 하겠다.출처 : (C) CJ E&M  All rights reserved.)


  몇 년 전 케이블 TV에서 지금은 튼튼한 임플란트를 장착하고 두문불출하고 있는 MC몽이 의대생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었다. (실제 내가 경험해보니 그것은 실제 체험강도의 한 1/10 정도 되는 듯하다.) 내가 아는 의학도들의 생활은 TV에서 보는 그런 것들이 전부였고, 일반 대학생보다 조금 많이 힘들고 많이 공부해야 하는 학생인 줄로만 알았었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한 것 그 이상이 아닌 상상도 못한 생활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얼른 대학생이 되어서 자유를 만끽하고 살아야지

고등학교 때 수능시험과 내신의 압박을 받으면서 위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실제로 대학은 중고생들보다 훨씬 자유로운 곳일 수 있다. 우선 성인이 되어 많은 제약이 없어지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업의 압박,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의 압박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간표도 내 마음대로 짜고, 수업시간도 많지도 않고, 오후 늦게까지 수업들을 일도 별로 없고, 야간 자율학습도 없고, 학교가 끝나면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방학도 길고, 배우고 싶은 다른 것들도 배우고이런 것을 상상했다면 실제의 대학생활에서도 가능하다. 물론 학문에 뜻이 있는 자는 여전히 도서관에서 하루 20시간을 보낼 것이고, 최근 취업 문이 좁아져서 많은 청춘들이 취업준비를 위해 고달픈 생활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학생활의 본질은 자율성에 있다

그러나 당신이 진학한 곳이 의과대학이라면 그 기대는 산산조각이 난다. 의대 본과생활은 당신이 성인이 되었다는 것과 교복을 입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3생활과 다를 것이 없으며, 그것도 모자라서 오히려 외워야 할 것, 공부할 것은 더 많아지고, 더 어려워진다. 더불어서 방학도 훨씬 짧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의대 본과 1학년을 상상한다면, 실제 생활은 어떤 것을 상상하든, 상상하는 것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서론은 접어두고 본격적으로 본과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본과 수업은 정해진 학습목표에 근거하여 공통적인 과목들로 이루어지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커리큘럼은 학교마다 다르므로 필자가 다닌 학교만을 기준으로 서술하겠다.


"수강신청 전쟁"은 어느 별 이야기?

의대가 아닌 대학교 학부강의와 가장 큰 차이점은 첫째, 내가 시간표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수업 구성에 있어서 자율성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보통 학부 수업은 졸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학기 수와(보통 8학기), 학점 수가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시간표를 구성한다.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들은 정해져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자기가 흥미 있는 과목 위주로 구성할 수도 있고, 관심도에 따라 특정 계열 수업은 더 듣거나 덜 들을 수도 있으며, 다른 과의 수업을 듣는 것이 가능하다. 나아가서 복수전공부전공도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시간표도 짜기 나름이라 3파 주4 하는 식으로 수업이 없는 날을 만들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학생들이 선호하는 인기강의, 인기교수, 인기강사들도 등장하고 수강신청 전쟁이라는 것이 매 학기 연례행사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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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2013년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수강신청 전쟁 동영상 한장면, 의대생에게는 별나라 이야기이다.>

그러나 의과대학의 본과수업은 이런 면에서의 자율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등학교처럼 시간표는 이미 정해져 있고 실습장비가 필요한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 학생들은 그저 강의실에 앉아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시간마다 교수님이 바뀌어서 들어오신다. 말이 강의실이지 교실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고 하겠다

개설되는 모든 과목이 전공필수이므로 학생들은 좋든 싫든 모든 과목을 들어야 한다. 강의선택이 불가능하니, 인기강의와 비인기강의도 원칙상 존재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수강신청 변경기간이나 수강신청 취소기간 같은 것도 없다 (학교에 따라서 간혹 임상실습 과목 중 일부를 선택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다. ) 완전 중고등학교네?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중고등학교는 그래도 1년마다 반이 바뀌어서 새로운 얼굴들과 수업을 듣고 함께 어울리지만, 본과생활은 졸업할 때까지 반도 안 바뀌고 같은 얼굴들과 계속 수업을 들어야만 한다! 그것도 4년 이상! (신중히 CC[각주:1]를 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매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전공 필수과목이나 인기과목들을 신청하기 위해 캠퍼스마다 벌어지는 수강신청 전쟁 같은 것은 의대에 존재하지 않는다각종 노하우와 심지어는 암거래도 오간다는 설이 들리는 수강신청 전쟁, 그것은 어느 별 이야기인가요?


살아남아야만 하는 이유... 재수강? No, 유급

정해진 시간표라는 점 때문에 또 한가지 차이점이 발생하는데 과목 재수강과 유급에 관한 것이다. 의대가 아닌 학부에서는 F가 나온 과목이나, 혹은 더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은 과목이 있으면 다음 학년에서 시간표를 조정해서 그 과목만 재수강을 할 수 있다. 아니면 듣다가 영 아닌 과목은 수강 포기 기간에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고, 필요한 경우 계절학기를 통해 학점을 보충할 수도 있다. 즉, 몇 개의 과목에서 만족스러운 점수를 받지 못하거나 F를 받았다고 해도 8학기 내에 무사히 졸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로는 반대의 경우도 생기는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학점을 일찍 채운 경우 7학기, 빠르게는 6학기만에 학부과정을 마치는 조기졸업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대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불가능하다. 학부에서 졸업학기의 변동 없이 재수강과 학점 올리기가 가능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시간표를 학생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년 8학기 동안 내가 신청할 수 있는 학점이 졸업에 필요한 학점보다 많으므로, 몇 개의 과목을 다시 들어서 일부 학점을 포기해도 필수 학점을 채울 수 있으며, 어느 학년에 무슨 과목을 들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이 일반 대학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대에서는 필요한 필수 학점으로만 수업 시간표가 짜여 있다. (참고로 이것만 하기도 버겁다.) 따라서, 시간표를 한 번 놓쳐버리면, 다시 수업을 들을 기회는 이론적으로 다음해나 가능한데 학년을 진급하면, 그 수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재수강과는 다른 유급이라는 개념이 생기게 된다.

출처 : 엔하위키미러 유급 관련 정의 클릭! 

잘 안 와닿는다면, 고등학교를 생각해보자.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고등학교는 시간표를 학생이 정할 수 없다. 내가 2학년 때 수학 과목의 점수를 60점을 받았으면 그것으로 내 성적은 종료 된 것이지, 3학년에 올라가서 3학년 수업을 모두 들으면서, 동시간에 진행되는 2학년 수학 수업을 다시 들을 수는 없다. 정 듣고 싶다면 2학년 수학과목 시간에 2학년 교실을 가서 강의를 듣고, 그 시간에 진행되는 3학년 한 과목을 포기해야 한다. 여기서 고등학교라는 단어를 의대 본과로 바꾸면 정답이다. 한마디로 제 때 학교를 다니면서 재수강은 불가능하다. 고등학교처럼 1학년 때만 들어야 하는 과목, 2학년 때만 들어야 하는 과목이 정해져 있고, 시간표는 5 빠짐없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받은 성적은 돌이킬 수 없으므로 그때 잘해야 한다. 한 번 흘러간 성적은 다시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의대 성적표의 특징이기도 하다. 

유급은 다음 학년으로 제 때 진학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의대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기도 하다. 흥미 있으신 분들을 링크한 엔하위키에서 '유급'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출석미달로 같은 학년을 다음 해에 또 다니는 학생들을 속된 말로 

‘1년 꿇었다’ 

라고 표현했는데 비슷한 개념이다. 대신 의과대학에서는 출석미달뿐만 아니라 성적미달로 다음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하고 유급이 된다. 내가 다닌 학교의 경우는 해당학기 성적이 평점 4.5만점에 2,0 미만(평락)이거나 한과목이라도 F(과락)를 받은 학생이 유급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그대가 1학년 1학기에 한 과목을 F를 받고, 나머지 과목들을 모두 A를 받았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대는 아무리 다른 과목들을 잘했어도, F를 받은 그 한 과목 때문에 2학년에 진급하지 못한다. 같이 입학한 동기들이 2학년으로 올라갈 때 그대는 다시 1학년이 되어야만 하고, 결과적으로 학교를 1년 더 다녀야만 한다. (물론 등록금도 다시 내야겠지.)  만일, 그대가 의대 본과생이 아닌 다른 학부생 이었다면 다음해에 2학년에 올라가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고 4학년 되기 전까지 아무 학기에나 그 F받은 과목을 다시 재수강하면 될 텐데 말이다

여기서 오해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학교생활은 무관심하고 음주가무에 빠지거나 정말 공부를 못하는 사람만이 유급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적이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같이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줄서기처럼 1등부터 꼴찌까지 매겨질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학교마다 매해 유급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이 있고 이들은 상대적으로 정해진 기준을 그 학기에만 채우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본과 1학년 때 우리 동기들 중에서 10% 2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유급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 모두 대부분의 과목을 B이상의 성적을 받았는데 특정 한 과목만 F를 받아서였다. 그들 모두 결석 없이 매일 밤늦게까지 열심히 공부했었다. 그리고 해당과목은 늘 10%이상 학생들에게 F를 할당하는 과목이었다. 성적표가 나오자 학년 전체가 교수님들을 찾아가서 그 학생들이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노라고 제발 D-라도 달라고 사정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인생은 길기 때문에 1년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막상 재학중인 학생들에게는 비싼 등록금을 더 내야 하는 문제 등과 맞물려서 큰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 바로 이 유급 문제이다 

이게 의대생들이 시험에 쪼여가며 빡시게 공부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한 과목이라도 GG치면 1년을 다시해야한다는 부담감

 

별나라에서 사는 본과생들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오는 외계인인 도민준(김수현)도 본과 1학년을 유급 걱정하면서 덜덜 떨면서 공부하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다른 과들과 함께 종합대학의 일부로 소속되어 있지만, 이렇게 특징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합동아리 활동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다른 과들과 활발하게 접촉하기도 힘들고, 여러분야의 학문과 활동을 접할 기회도 적다. 좋게 말하면 독립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배타적인 캠퍼스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현재 문제가 되는 의사라는 집단과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을 가져오는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본과 1학년을 되짚어 본다는 것이 너무 장황한 이야기로 진행됐다. 그저 하고싶은 말은 본과생활은 기본적인 대학 시스템과 다른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 때문에, 학업 자체뿐만 아니라 외적인 것들까지 여러 가지 힘든 기억이 많은 시절이었다. 보통 지난 날을 되돌아보면 그때로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다시 말하지만 본과 1학년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단호하게 

“No, thank you.”

되시겠다

  만일 그대의 친구가 현재 의과대학이나 의전원 본과에 재학중이라면? 술 한잔 마시자고 부르는데 안 나온다고 너무 뭐라고 하지 말자. 그 친구도 나오고 싶어서, 온몸이 들썩거리지만 두꺼운 책과 강의자료에 파묻혀서 다음학년에 무사진급하기 위해 속을 태우고 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의대는 개설된 강의를 모두 들어야 하는 관계로 다른 학부보다 학기는 길고 방학은 짧다. 평균 한달이나 될까?  그나마 그 방학동안 동아리며 봉사활동이며 학과 생활로 치인다. 대학생들의 방학기간에 그 친구는 방학이 아닐 수도 있다!

 

P.S. 

의과대학 본과의 학제 시스템에 대해 예상보다 길게 설명했는데, 그 이유는 얼마 전 이 MDPHD.kr 블로그의 방명록에서 누군가가 의대 진학 후 생물학을 복수전공을 하려고 한다는 글을 봤기 때문이다. 의대의 학제를 일반적인 다른 학부의 학제와 같다고 알고 있었다면 그러한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의과대학은 독립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타과 수업을 가서 듣는 것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복수전공까지 하기 위해 다른 학과의 강의를 다량으로 이수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각주:2]


  1. CC는 일반적으로 Campus Couple을 뜻하나, 의대에서는 엄밀한 의미로Class Couple을 의미한다고 보는게 정확하다. [본문으로]
  2. 영국에는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 의대 과정 중에 다른 과목을 부전공하는... 여기 필진 중 한명인 EveningTea가 있는 영국 Wellcome Trust sanger 연구소에서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수학을 부전공한 교수가 있다고 한다. [본문으로]

안녕하세요. 의과학자 팀블로그 MDPhD.kr 편집장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의과대학생, 그리고 의사들에게 본과 1학년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대 생활의 추억이 많이 남아있는 시기이기도 하죠. 아울러, 본과 1학년때 대부분은 해부학, 생화학, 생리학, 면역학, 미생물학, 병리학 등 현대 의학의 근거가 되는 "기초 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하게 됩니다.


한창 놀았던 예과 2년 생활과는 판이하게 다른 삶. 빡빡한 시간 일정과 시험에 대한 압박은 본과 1학년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지만,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견뎌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배웠던 지식들이 본과 2학년, 3학년, 4학년 지식의 밑거름이 되고, 저희와 같은 길을 걷는 의과학자들에게는 더욱 더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대부분의 필진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조교로, 포닥으로, 교수로 본과 1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 때 느꼈던 지식들과 현재 느끼는 지식이 주는 느낌이 다릅니다. 고통보다는 추억이 더 많이 남겨진 시점에서 바라보는 본과 1학년 생활. 영화에서 삽입되는 회고 장면처럼, 각자가 현재의 시점에서 본과 1학년 생활을 생각하면서, 글 연재를 구상하게 되었고, 5월부터 [우리들은 본과 1학년]이라는 시리즈물로 각각의 필진이 자신의 본과 1학년 경험을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본과 1학년 해부학책들입니다. 대부분의 의대에서 본1을 맞이할 때 처음 접하는 학문이죠)


현재 본과 1학년인 사람들은, 이제 5월이 되어서 살짝 여유가 생길 타이밍일 것이고, 본과 2,3,4학년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은 "나도 그랬었지" 하면서 추억을 되새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댓글로 남겨 주시면 훨씬 더 풍성한 글타래가 될 듯 합니다.


예과생들이나 의전원, 의대 입시 준비생들은, 본과 1학년 때, 이런 생활을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시면서 자신의 계획을 잡으면 좋을 듯 합니다.현대 의학을 표방하고 있는 치대는 다른 치대 본과 학년 생활과는 달리, 본과 1학년 생활이 대동소이[각주:1]하기에, 치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자신의 경험이나 희망을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그 역시 기록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의대 생활과는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의대생들이 이런 생활을 하는구나, 이런 과목을 배우는구나" 하면서 간접 경험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학 드라마에서는 본과 생활을 다루지는 않기에, 다른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의대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잘 모르는 용어나, 궁금한 점 역시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관련 글을 작성한 필진이나 다른 필진들이 답변을 달 것입니다.


실제로, 아주 고통스럽게 본과 1학년 생활을 끝낸 사람도 있고,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저공비행으로 본과 1학년을 끝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한 패턴으로 본과 1학년을 보내기에, 여기에 적힌 글들이 모든 본과 1학년 생활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살기에, 모든 생활에 딱 들어맞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경험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겨진 저희의 조그마한 경험들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저희로서는 글을 쓴 필진으로 아주 만족하면서 기쁠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본과 1학년] 필진들의 글 연재를 시작합니다.


                      


(해부학 atlas의 최고봉인 CIBA를 그린 "Medicine's Michelangelo" 네터 선생님-

Frank H. Netter. 클릭하시면 네터 선생님의 소개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1.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제가 본과 1학년때 친한 치대생에게 자료를 빌려서 공부하기도 했고 제 자료를 공유해주기도 하였습니다. [본문으로]

일단, 나는 진료를 주로 보는 의사가 아님을 우선 밝힌다. 나는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사로, 의대를 졸업하고, 연구 쪽으로 빠져서 진료와는 약간의 담을 쌓은 사람이다. 내 의대 동기들은 현재 대부분 임상을 하고 있으며, 130명 정도 되는 동기 중에서 유일하게 나 혼자만이 기초의학을 선택했다. 현재는 미국에 와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 100%는 아니지만,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울러, 내 스스로 의사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연구를 진행하는 과학자와 진료를 보는 의사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과학자에 더 가까운 사람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다. 본질이 의대를 나온 의사이고, 주변에 있는 동기나 선배, 후배,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들까지 모두가 의사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제 3자의 입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진료 일선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의사와는 달리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안을 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의학 드라마라기 보다는 로맨스 드라마라고 봐야할 Grey's anatomy


오늘은 제목과 같이 "과연 의사들이 많으면 환자 입장에서 좋을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본주의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재화나 서비스는 경쟁이 생기면 질적으로 우수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것이 경쟁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다. 당사자들은 피를 말리는 경쟁을 하지만, 그 속에서 승자는 이득을 취하고, 패자는 이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소멸된다.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승자는 독점이라는 우위를 가지게 되고, 그 지위를 남용해 서비스 가격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면 또 다른 경쟁자가 등장하는 이유를 만든다. 이런 시스템은 공산주의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자본주의 이론에 따른다면 "의사가 많아지면"  의료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친절하고 저렴한 서비스"가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말은 거의 틀린 말이다. 바로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집단"의 배타적 경쟁성"환자가 의사의 질적 수준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용어가 조금 까다롭게 보이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쉽다.


현재와 같은 수준(수능 상위 0.1%가 의대로 몰리는 현상)으로 우수 인력이 유입되어 "질적으로 우수한 의사"가 무한히 많아진다면, 자본주의 이론에 따라서 경쟁을 통한 이득을 환자가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질적으로 우수한 사람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의사가 등장한다고 해도, 환자는 정확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산 장난감이 아무리 싸고, 많아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는 레고를 사주는 것처럼 의사가 많아진다고 해서 항상 안전한 의사만 많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이 우수하고, MEET 성적이 좋다는 것이 그 사람의 인성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성적이 높다고 해서 그 사람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성적과 인성, 성적과 행복은 절대 비례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대를 입학할 정도의 수능 성적이나 MEET 성적은 그 사람의 노력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척도와 같다고 생각하고는 있다. 같은 일을 같은 시간 안에 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쪼개 쓰고, 남들이 한 번 보고 지나간 것을 적어도 다섯 번이상 보면서 놀고 싶은 것을 참아내는 능력은 수능뿐만 아니라, 대학의 모든 성적과 어느 정도 상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부분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자존심이나 평판과 연결되기 때문에, 일을 함에 있어서도 그 철저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연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의사의 최고봉(?)인 닥터 하우스(House)


피타고라스 시절부터 아니, 그보다 더 이전부터 모든 사람은 자신이 노력한 바에 대해서 대가를 바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성향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자신이 노력한 바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올바르게 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소련의 공산주의는 당시로서는 "노동의 결과를 공평히 나누어 받고 평등하게 살자"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고 모두들 그 과실을 따먹을 것이라고 예상하였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는 근로는 그 아무리 큰 희생 정신이 있다고 해도, 평생동안 지속적으로 하기는 힘들다. 


물론, 과거 "의사"라는 집단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았는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 과거에는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직업적 보상을 받았고, 의사라고 해서 특히 더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IMF 사태 이후에 모든 사람들의 직업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나서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대학 진로를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하는데, "직업의 안정성"이 그 어느 잣대보다도 높게 적용되었고, 그 결과 2000년도부터는 입시에서 의대 광풍이 불었는 것이 사실이었다. 과거의 의사들들의 영광을 바라보면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뿐이었다. 의사라는 직업은 현재 더이상 안정성이 보장되지도, 그렇다고 음식점처럼 자신의 재량으로 정부의 감시없이 분점을 낼 수도 없다. 노동으로 따지자면 직접적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도 없는 1차 노동이다. 그리고 진료 행위로 받을 수 있는 대가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현재 의사인 사람들은 그나마 명예 퇴직이나 조기 퇴직을 하지 않는 회사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위할 뿐이다. 


환자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끊임없이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면 의대에 진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의대에 들어오기는 어렵고, 수능 전국 수석도 의대에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의대를 진학하는 모든 친구들이 "나만은 예외일 수 있겠지" 하면서 의사로서의 멋진 삶을 꿈꾸면서 의대에 들어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과거의 영광을 가진 사람들이 생존해 있기 때문에…


최고의 왕진 의사를 다루고 있는 Royal Pains "일순간의 선택으로 병원에서 해고당한 의사 이야기"


자, 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갑작스럽게 많아졌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의대 TO는 어림잡아서 3300명정도 되는데, 300명 정도가 휴학을 하거나 중도 포기하거나, 의사 국시에 합격을 못해서 대체로 한 해 3000명 정도의 신규 의사가 배출된다. 그런데 이 인원이 5000명으로 갑자기 늘었다고 가정해 보자. 참고로 현재 우리 나라에 있는 의사 수는 11만명 정도이다. 


의대 TO가 갑작스럽게 5000명정도로 많아졌다고 가정하고, 시행 4년 정도만 되면 기존에 있었던 의사 수의 20%가 신규로 등장하게 된다. 그 사람들이 처음에는 경쟁을 하게될 것이다. 한 동안은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도 보장될 것이고, 가격적인 측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 유리한 측면이 살짝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컨트롤하는 사업이다. 돈 나올 구멍이 국가 예산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의 전자 제품처럼 전세계 소비자들이 구입하거나 세계로 수출을 할 수 있는 성질의 사업이 아니다. 따라서 같은 파이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축적된 의사들이 나눠먹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이다. 줄 돈은 100만원밖에 없는데, 인원이 증가된다면 의사의 평균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존에 진료를 보던 의사들은 그나마 벌어둔 돈이 있어서 가격을 낮춰도 살아갈만 하겠지만, 신규로 진입한 사람은 그 것마저도 쉽지 않다.


시행 10년 정도가 지나면, 이제 의사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에 비해서 매력있는 직업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요새 주변을 보면 자기 자식은 의사를 시키지 않겠다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자신이 처한 상황이 열악해지는 것이다. 매력적인 직업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더이상 우수한 인재가 선택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과 동치이다. 허준이라는 드라마로 뜬 "한의사"라는 직업이 한의사 수요가 떨어지고 과학적 타당성이 위협받으면서, 수익이 줄어든지 채 몇년도 되지 않아서  소위 말하는 "배치표[각주:1]"에서의 위치가 하락하는 것만 봐도 미래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매력적이지도 않은 직업에 우수한 인재가 갈 이유가 없다. 면접을 해보면, 의대를 들어오고 싶은 이유가 오만가지가 있다. 개인적인 흥미, 희생, 봉사 등등 의사를 표현하는 모든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매력적인 직업"을 선택하고 싶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경제적으로 보상도 되고, 직업적인 만족도도 크고, 사회적 지위도 있는 직업이 매력적인 직업이 아닐까?… 그리고 현재로서는 "의사"라는 직업이 우리 나라에서 제일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성적이라는 척도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선택하고, 결과적으로 경쟁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더이상 매력적이도 않고, 경제적인 리턴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면 과연 많은 사람들이 힘든 고생을 OK할까? 그리고 그 것을 사회 시스템이 잘못했다고 지적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런 일들이 유럽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국가가 학비까지 내 주고, 많은 우수한 인재를 리크루팅하려고 노력하지만, 유럽에서 최상위권인 학생들이 가는 곳은 오히려 금융가 쪽이다. 물론 아직까지 의대가 바닥을 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의대 광풍에 비해 상대적으로 들어가기가 수월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사의 직업적인 매력(경제력, 지위 등)이 다른 우위에 있는 직업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일. 한국에서는 수술도구를 수술 전후에 비교하기 때문에 문제 생길 일이 거의 없다.


물론, 공산품이나 음식점이라면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퀄리티가 좋으면 더 좋겠지만, 안 좋다고 해도 안 쓰면 그만이고, 음식점이라면 더이상 거기를 안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평생 가질 수 있는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 내 목숨을 맞길 수 있는 의사가 최고가 아니라면… 어떨까? 수술을 했는데, 깜빡해서 메스를 안에 두고 나온다거나, 단순한 감기인데, 에이즈로 오인해서 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대다수라면 어떻게 될까?


제 3자의 입장에서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개인적인 성품은 별개로 하더라도(간혹 성격이 X같은 경우가 있기는 함) 대다수가 꼼꼼하고 실수를 한다고 해도, 최소한 두번 실수를 하지 않는 학습 능력을 갖추었다. 환자를 보는 것에 있어서도 의료 실력이라는 측면에서 학습 능력의 부재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이게 시스템적으로 체크를 하고 학습하고 수련받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사의 실력은 개인의 성취도와 노력, 능력에 많이 좌우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환자가 의사를 평가하기 위해 한 번밖에 없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혹은 자신의 손가락을 담보로 테스트해야 하는데, 그 의사가 저질이라서 목숨을 잃거나 손가락 불구가 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의사가 많아지면, 이런 저질 의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왜 예상을 하지 못하는가?


현재 "의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현재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 미래 세대의 의료 서비스 질을 담보로 잡고 있는 셈이다. 지금과 같은 인재와 의료 서비스 수준이 유지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나도 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모든 일을 바라볼 때,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아야만 한다. 현재만 본다면 이득처럼 보이지만, 미래에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우리가 프레온 가스를 최고의 냉매로 오인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지구에 있는 오존층을 파괴한 것처럼.


공산주의의 의료 시스템에서는 병원이 공짜이긴 하지만, 병원에 가는 것조차 힘들다. 병원에 가도 병이 낫지 않는다. 책임감 없는 의사들이 가득이기 때문이다. 환자 한명을 더 본다고 해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인센티브로 없고,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해도 아무도 뭐라 그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는 대다수의 친구들은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 일주일 근무 100시간만 하게 해달라고 하소연을 해도 근무시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고 퇴짜를 맞고 있다. 초과 수당은 바라지도 않고, 하루 7시간 자게 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데, 의사들을 왜 또 불평이냐고 여론은 말한다.


의학 드라마의 효시라 할 수 있는 ER(Emergency Room)


길게 글을 썼지만 하고 싶은 말은 의사가 많아지면 일시적으로 경쟁시스템이 작동되어서 이득이 될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 세대를 담보해서, 현재의 안위를 취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나는 "의대에 들어가기 지금보다 더 힘들어 진다"하더라도, 현재처럼 최상위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현상이 유지되어서 내 아이들이 책임감있고 실력있는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 것이 세상 모든 금전을 준다해도 살 수 없는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의 생명을 유지하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순수한 정신도 치료를 통해 생업을 살면서 먹고 살만한 이후가 아닐까? 의사를 선택하는 집단도 사람인 이상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덜 노력해도 최선의 결과를 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살 것이고, 많은 노력을 해도 결과가 적다면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더 해도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 혹은 우리 아이들에게 너는 의사이니 한 평생 무한한 봉사와 희생을 바라면서 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1. 개인적으로 배치표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것도 현존하는 문화이고, 수능을 평가하는 단순한 척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시로 든 것임 [본문으로]

이번에, 포닥을 준비하면서 책정리를 했는데, 다양한 책들이 나왔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책들은 의대 다닐 때 교과서들이구요. 정리를 하면서, "교과서에 대한 글"을 하나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글을 포스팅합니다. 추가로 최근 책에 대한 문의들이 많이 와서 겸사 겸사 글을 써 봅니다. ^^


정리하면서 나온 책들 - 기본적으로 대부분 본 1때 쓰는 책들입니다.


어디까지나 이 글은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고, 후배들이 책에 관해서 물어올 때 마다 대답해 주는 이야기입니다. 학교에서 조교 생활을 하면서 기초에 남아 있다 보니, 주변 동기들 혹은 후배들이 책에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많이 물어 보았기에, 그 내용도 어느 정도 첨가합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책이 주는 향기를 특히 좋아해서, 정말 많은 책을 사거나 모았습니다. ^^ 현재도 그러하구요. 1년에 이틀정도는 날을 잡아서 하루 종일 책을 사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교과서를 구입하여서 가지고 있었고, 항상 이사를 갈 때마다 문제가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그러하지 않죠. 일부 책만 구입하는데, 이 책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죠.


이번 포스팅은 주로 의대 교과서에 대한 글이 될 듯 합니다. 아울러 최근에 책들 일부를 판매 혹은 후배들에게 주었는데, 그 이유는 결국 참고는 하게 되지만, 진로가 비교적 확실히 정해진(?) 현재는 생각보다 찾을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입니다. 책은 필요하신 분께 가는 순간 다시금 살아나니깐 누이좋고 매부좋죠 ^^[각주:1]


의대에서는 많은 책을 보게됩니다. 당장 1년 동안에 배워야 하는 과목 수부터 상당하기 때문이죠. 당연히 시간이 많이 남아서, 교과서를 읽으면 좋긴 하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대표단이 만들었거나, 교수님께서 주시는 발표 자료 등을 편집해서 메뉴얼을 만들어서, 그 것을 보고 공부하게 됩니다. 저 역시 본1,2때는 교과서를 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유용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수학의 정석같은 존재인, 내과의 해리슨을 필두로한 다양한 교과서들


1. 이해의 폭을 넓혀 준다.


메뉴얼이나, 교수님 PPT 자료는 기본적으로 축약본입니다. 앞뒤 서론이나, 그 학설이 제시된 근거 등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고, 단순히 중요한 factor를 기록하는데 급급합니다. 실제로 그 내용만을 익혀도 의사가 되는데 충분하지만, 앞 뒤 역사적 맥락과 고전적 개념을 이해해 두면, 왜 그런 내용이 등장하였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학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게 됩니다. 


물론, 성적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긴 합니다. 의대 공부 자체가 주어진  한계 시간 안에 중요한 사항을 최대한 많이 익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시험 공부를 하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중요 factor를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하지만, 맥락을 알아 두면, 오래도록 기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교수님이 강의 중에 설명해 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Textbook을 통해서 자신이 깨닫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2. 체계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교과서를 읽어 버릇하게 되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 학문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한 분야의 교과서는 그 분야의 대가가 나름의 편집 스토리를 가지고, 학문의 체계를 잡는 길잡이 역할을 제공하기 위해서 쓰여집니다. 내용 자체도 아주 solid evidence를 가진 부분만 다루기 때문에, 간혹 out of date가 될 수도 있지만, 학문의 체계를 잡는데 아주 유용합니다.


개인적으로 의대 공부는 4년(6년) 혹은 전문의 과정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으로 모든 과정을 외울 수 없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방대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의대 공부를 할 때, 자신이 관심가질 시기에 다시 찾아 볼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Index 개념을 가지고 의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 주변 친구들만 보아도, 아주 간단한 생화학 개념 조차도 까먹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실험을 해야할 때, 다시 공부하라고 한다면, 그 체계를 다시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소한 한번은 학문의 체계를 잡았기 때문이죠. 그 체계를 다부잡고 공고히 하는 목적으로는 교과서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과서로 공부하는데 꼭 신판을 이용해서 공부해야 하느냐


해부학 시절 최고의 교과서 중 하나인 로헨 anatomy 책 1,2,3판. Atlas이기 때문에,판이 중요하진 않죠.


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인 조언을 한다면, 모든 기초 교과서들이 그렇지만 "교과서 뼈대"만큼은 비슷합니다.


따라서,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혹은 교수님 수업 스타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최신판을 구입하면 좋겠죠. 하지만, 의학책은 절대로 값이 저렴하지 않습니다. 추가로, 그 많은 책들을 모두 다 신판으로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자신이 그 학문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한다면, 자비든 연구비든 신판으로 update된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공부해야 하겠지만, 의대생 혹은 개념을 잡기 위한 용도라면, 가격을 고려해서 굳이 최신판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학생 때, 교과서는 참고용으로 구입하고, 교수님 피피티나 필기를 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라서 따로 이전판이라도 무리 없이 공부가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면, 교과서가 주는 "이해도"를 우선시 한다면, 이전 판이라도 큰 상관이 없을 듯 합니다.[각주:2]


그렇지만, 자신의 학교 교수님이 교과서 하나하나를 자세히 리뷰하는 스타일이라면, 이전판을 보는데 무리가 있습니다. 사실 이 것 또한 피피티가 보통 복사실에 돌거나 교과서 파일을 구해서 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데, 교과서를 읽으면서 이해한다는 측면에서는 조금 영향을 미치겠죠. 


또 하나는 자신의 공부 정도입니다. 사실 교과서는 정말 "이해를 위해서 필요한 겁니다". 교과서만 열심히 파고 있으면 폴(유급)하기 딱 좋죠. 근데, 이해라는 큰 틀에서는 교과서 만한게 없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모두가 구판인 책들. 의대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교과서들이죠.

(병리학의 완결판 로빈슨(Robinson), 신경과 린제이(Lindsay), 예과 분자생물학 더 셀(The cell), 

해부학 소보타(sobotta), 내과 해리슨(Harrison), 약리학 가충(Katzung), 생리학 가이톤(Guyton)까지)


일부 책은 제가 신판이 없어서 모든 책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제 경험상 판이 바뀐다 하더라도 큰 내용의 변화는 없습니다. 소소한 업데이트나, 테이블 변동은 있지만, 교수님들이 교과서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기에, 내용이 그대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간혹 변한 부분에서 시험을 내실 순 있겠죠. 하지만, 이 부분은 대부분 수업 때 언급을 하게 됩니다. ^^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학교와 교수님 , 본인의 공부 스타일 차이이기 때문에, 이전판을 구입해서 아주 만족할 수도(사실 가격 이득이 상당하니깐요 대체로 신판을 구입하는 비용의 절반 이하로 구판을 구할 수가 있습니다.), 아님 수업 중간 중간에, 약간의 차이 때문에 불만족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많이 신경쓰는 사람이라면 통크게 신판으로~ 고고싱~ 하는 것이 좋고, 저처럼 책을 좋아라 하지만, 굳이 신판이 없어도 된다면, 이전판을 구입해서 공부하게 되겠죠. 


저도 모든 것을 구판을 구입한 것은 아니고, 관심있는 과목은 최신판, 관심이 덜 가지만 찾아 보고 싶은 것은 구판으로 구입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이전 판을 사거나 가지게 된 경우 수업 들을 당시 몇 페이지 펴라 할 때, 페이지 차이가 있어서 10초 정도 딜레이된 경우는 있긴 했지만, 결국은 똑같은 그림이 앞 뒤장에 있어서 그리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즉, 내용의 큰 틀은 변화가 크지 않으나, 일부 업데이트가 더 되었는데, 최근 신지식이다 보니, 큰 흐름,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지요.(물론 영향을 미치는 진단 criteria가 변하는 경우는 있긴 하지만, 그건 ppt나 파워, 퍼시픽, 필기집 등 요약판 책에 많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결국 교과서는 굳이 안 사도 되지만, 전체적인 개념을 잡는데 필요하다는 것이죠.


끝으로, 교과서 자체는 이 질병이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이해를 목적으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아주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 




  1. 저는 짐을 줄이고, 필요한 사람은 책이 생기고 ^^ [본문으로]
  2. 대체로 이전판이라고 한다면, 5년 이내를 의미합니다. 그 이전이라면, 의학의 발달 속도 상, 체계가 많이 달라져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본문으로]

(사진을 클릭하시면 동영상 링크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두개의 버전이 살짝 다릅니다. KBS)


의대 시절 본과 2학년 때 들었던 정신과 수업에서 아주 중요한 야마(족보) 중 하나가  "진료를 할 때는 의사는 항상 "문 가까이"에서 환자를 "안쪽"에 두어라. 그리고 가급적이면 문을 살짝 열어 두어라" 라는 것[각주:1]이었다.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정신과 환자 특성상, 환자가 난폭해지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때,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 두라는 핵심 명제는, "환자를 치료해 주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을 준다. 그러니 환자가 설마 의사를..."라고 순진하게 믿었던 본과 2학년 학생으로는 아주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정상인과는 약간 다른 사고 형태를 가질 수 있는 정신과 환자에게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사를 부리는 주폭(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이 많은 응급의학과 뿐만 아니라, 1:1로 환자를 대면하는 피부과, 내과, 비뇨기과 등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동영상 링크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두개의 버전이 살짝 다릅니다. SBS  버전)


과연 이런 살인미수의 상황에서 의사들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댓글을 보면 다수는 아니지만, "의사는 당해봐야 한다느니.. " "쌤통이다.." 등등 말도 안되는 "배설물"들이 넘쳐 흐른다. 과연 칼부림할 정도로, 사람을 죽일 정도의 일인가.. 잘못하면 한 사람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데,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자기 친구나, 자기 가족이 이런 상황을 맞이한다해도 과연 이렇게 댓글을 달 수 있을까?






사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른다. 그리고 그 의사가 백번 양보해서 정말 정말 잘못 했을 "수" 도 있다.(여러 정황 상 의사 입장에서 잘못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가격적인 면에서 정상보다 깍아주고, 컴플레인할 때 시술도 추가로 한번 더 진행하고 환불로 해줬다는 점을 봤을 때, 환자를 배려하는 센스가 있을 것이라 유추할 뿐이다. 관련 기사는 링크) 그렇다 해도 이런 반응은 정말 아니다.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시고 싶으신 분은 사진을 클릭하시면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찔린 선생님 인터뷰하는 것을 보니, 다행히도 중요 부위는 비켜 가서 회복을 하시는 중인 것 같다. 


이런 일의 방지는 사실 의사 뿐만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사람을 만나고, 의사가 사람을 치료하는데, 그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데, 내 앞에 있는 환자가 "잠재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가정" 하나로 모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모든 환자가 사실상 "정신과 환자"가 되는 셈이다. 환자에 대한 배려도 어디까지나 자신의 안위가 확보된 상황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환자에 대해서 꼬투리가 안잡히기 위해 방어 진료를 하게 되고, 잠재적으로 "진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피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 수준까지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정신과 수업 시간에만, 문단속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의대 임상 교육 전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문단속을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진료실에서 문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그 때 환자는 어디에 있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호신술도 선택실습으로 넣고, 의료법 강의 시간에, 폭력과 살인미수에 대한 법도 배워야 할 것 같다. 아울러 그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와 어떻게 대처할지를 다루는 변호사법에 대해서도 배우자. 끝으로 잠재적 살인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관상학도 의사 국시 한 두문제에 넣도록 하자. 끝으로, 칼에 찔렸음에도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무한히 용서할 수 있는 해탈의 마음가짐도 예과 때 가르치자. 


단순히 살인 미수 사건 하나가 아니라, 의사가 마음 놓고 진료할 수 있는 상황이 사라지는 현 실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대면해서 환자를 히스토리하다 보면, 혹은 환자를 한 두번 만나거나 이야기해 보면,  그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대충 예상할 수 있지만, 그 것이 내 목숨을 내 놓을 정도라면... 그 것이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족들과 마지막 유언조차 하지 못하고, 평생 이별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정말 의사라는 직업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1. CCTV를 잘 보면 알겠지만 이 의사는 문을 등지고 있었던 셈이라서 환자의 공격에 피할 수 없었다. 작정하고 찌르려고 덤비는 환자에게서 피할 수 없었던 것은 문이 어디에 있었느냐가 중요한 점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본문으로]

지난 번 포스팅에서 의과대학에 있는 학위 과정에 대해서 포스팅하였죠. 이번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굳이 소제목을 정한다면, "MD라는 학위에 대한 설명"을 할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의대를 졸업한 사람(혹은 의사)을 영어로 MD라고 이야기 합니다. Medical Doctor의 약어이지요. 영어 용어를 말 그대로 해석하면, 의학 박사인 셈입니다. 이 용어 하나 때문에, 일부 이공계에서 학위에 대한 오해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통해서, 오해가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대부분은 아닌데 일부 과격(?)하신 분이 있어서요. ^^

앞서도 언급했지만, 의대를 졸업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의학사"를 받거나 "의무 석사"를 받습니다. 혹자는, 이를 근거로 해서 우리나라는 MD가 아니라,
 BS (Bachelor of Science) 혹은 MB (Bachelor of Medicine - Medicinae Baccalaureus) 라고 하기도 합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틀린 말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세계적인 학회나 CV를 작성할 때, 그렇게 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건 MD 본인뿐만 아니라, 좌장을 맡거나 Organizer를 맡는 PhD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미국은 의대(의전원)를 졸업하면 공식적으로 Medical Doctor (Doctorate of Medicine)를 받습니다.드물게 D.O. (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사실상 동일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의전원을 졸업한 대부분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의사"가 되기 때문에 "의사=MD"가 성립합니다. 이는 일부 우리나라 예과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미국 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니다.(실제 미국에서도 예과 시스템이 있는 학교가 있긴 합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MD 말고 의대가 아닌 다른 대학원(예를 들면 공대나 법대 등)에서 박사 학위(Ph.D)를 마친 사람도 Doctor라고 표현합니다.(우리나라는 의대를 졸업하면 "의사", 박사학위를 마치면 "박사"라고 용어가 다르지만, 미국은 둘다 Doctor, 즉 박사입니다) 그러다 보니깐, 그 것과 구분하기 위한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의사를 Medical Doctor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는 의사가 받은 학위이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일반 환자들이 의사를 부를 때 Doctor라고 표현하는데, Doctor가 의사라는 의미도 있지만, 박사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시면 편할 듯 합니다.



또 하나, MD라는 용어를 위해, 이해해야할 부분 중에 하나는,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석사 과정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석사 과정은 다분히 기술적인 과정으로 우리나라와는 다른게, 학술적인 학위과정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따라서,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은 "박사"를 하면서 심도있게 "학문을 하겠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따라서 의대를 가는 과정도 대학원을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박사"로 인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과정으로 엄밀히 따지면, 박사 학위 과정이라기 보다는 전문 학위 과정(의전원의 의무 석사)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석박사 통합과정"처럼 생각되는 것이죠. 그리고 받는 학위도 MD - Medical Doctor 입니다. 그러니깐, Doctor of Philosophy와 같은 "박사"를 받는 것이죠. 


미국에서도 MD-PhD가 많긴 하지만, PhD 없이 오로지 MD로만 연구를 하는 대가들이 많은 것도 위와 같이 MD를 석박사 통합과정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용어 그대로를 분석해 보면 , MD = Medical Doctor에 나오는 Doctor라는 의미는 "의학 박사" 라기 보다는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MD라는 과정 자체가 석박통합과정이면서 동시에 전문 학위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PhD처럼 "박사"라고 표현하는 것이지요. 


학회나 학문의 기본이 되는 언어가 영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의사는 MD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박사(PhD)라는 의미를 가지는 Doctor와 구별하기 위해서 쓰는 이유가 많습니다. 그리고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과 동치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의사라고 하면 그 학위를 불문하고, MD(Medical Doctor)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영어 단어인 "Doctor = 의사" 인 셈이지요. 세계적으로는 의대는 우리처럼 6년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8년제 심지어는 4년제도 있기 때문에, MD라는 용어는 그 나라에서 의학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고, 공식적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 즉 "의사"를 표현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뉴하트에 나온 지성, 김민정, 조재현, 이들이 모두 학사일지라도 세계적인 학회에 나가면 MD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MD라고 하는 것은 의학 박사라는 학위라기 보다는 "의사"를 지칭하는 용어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미국에서 의대를 나온 사람의 커리어를 소개하면, "학사를 졸업하고, 다시 의대에 들어가서 의대를 졸업했다. 받은 학위는 Medical Doctor다."  그래서 우리 나라로 번역하면서 "의학 박사"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의무 석사"인데 말이죠. 특히, 의학에 종사하지 않는 이공계나 법조계에서 보면, 이걸 "박사"라고 할 수 있냐? 고 생각하시는 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Medical Doctor를 단순히 의사? 혹은 의무 석사? 이렇게 표현하기도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실질적으로 그들 문화에서는 박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고, 전문적인 박사학위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박사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죠. 그래서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사람은 통상적으로 "의학 박사"라고 부르는 것이죠. [각주:1] (신현승 박사님에 대한 소개)


이 상황이 미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우리나라로 오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의학 박사"와 미국에서의 "Medical Doctor"의 해석인 "의학 박사"와는 엄밀히 다른 용어이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본다면 "의학 박사"로 똑같기 때문에 박사라고 할 수 있느냐고 보는 것이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런 용어가 나오는 문화적 차이와 시스템 차이를 감안해서 용어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 의대 교육과정과 우리나라 의대(본과), 의전원 교육과정이 거의 동일함에도 주는 학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MD라고 하는 것은 의사를 의미하는 전문적인 용어라고 보는 것이 통상적으로 더 정확합니다. 우리나라 의사들 대부분이 자신의 MD를 의학박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아는 한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엄연히 의학 박사(PhD)와 MD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CV에서 나오는 MD는 의사로서의 전문학위를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게 "의학사"이든 "의무석사"이든지 말입니다. ^^ 


아울러,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MD들(우리나라)은 PhD 학위 과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요새 들어서 과연 MD로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대 자체가 가진 긴 교육과정을 감안할 때, PhD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종종 있고, 레지던트 과정과 전문의 과정에서 배우는 임상 지식을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MD without PhD들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이지는 않죠. 다만, 학위의 과잉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보건복지부 과제에 한해서, PhD가 없이 연구를 진행하는 경력있는 MD에게 자격을 주기도 합니다. (대부분 과제에서 "박사"를 자격 요건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아주 큰 진척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하면, 


MD 라는 것은 "의학 박사"라기 보다는 "의사"라는 전문 학위의 성격을 가지고, 


세계적으로 4년제,6년제, 8년제 등의 교육과정과 최종적으로 의학사, 의무석사, 의학 박사 등의 학위를 받는데, 이는 진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 통칭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박사(PhD)와 구별되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MD 과정이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과 같은 성격으로 인식되어 박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1. 실제로 저희 실험실에 계신 존스 홉킨스 의대를 나오신 선생님(신현승 박사님인데, 초대 삼성의료원 연구원장을 하시고 현재 저희 실험실에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십니다. ^^ 서울대 의대를 다니던 중간에 도미, 존스 홉킨스에서 의대를 나오셨는데, PhD가 없습니다.)을 저희는 박사님이라고 부릅니다. 보체계를 발견하실 정도로 대단한 연구를 하셨는데, PhD가 없으셨다니 아이러니하죠. 그런데, 미국에는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본문으로]

아래의 글은 짧았던 제 인턴 경험을 토대로 작년에 썼던 일기입니다.

Ph.D의 길을 고른 제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임상을 보는 의사도 충분히 멋진 길이라는 걸 알려 드리기 위해서 씁니다.

The Stethoscope
The Stethoscope by Alex E. Proimos 저작자 표시비영리

신장내과로 턴을 시작한 첫날[각주:1]. 크기 7*7 cm에 깊이 3.5cm정도 되는 욕창 드레싱[각주:2]이 있었다. 하루에 세번(TID[각주:3])이나 드레싱을 해야하고, 크기도 컸기 때문에 많은 신경이 쓰였다. 거기다가, 환자분 의식은 드라우지(drowsy) 혹은 딜리리어스(delirious)[각주:4]했다. 한마디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보호자분(할머니)은 인턴에게 한없이 높아 보이는 교수님과 소리 지르며 싸울 정도로 날카로운 상황이었다. 그 것도 교수님께서 많은 레지던트를 대동하면서, 회진 도시는 중에 일어난 일이니, 이 보호자는 한 낱 인턴 따위가 상대해볼 사람이 아니였다. 

... 에휴 한숨만...... 어떻게 한달을 버티지.....

설상가상이라고, 남동생분도 한 분 입원해계시는데, 그 쪽은 더 가관이였다. 보자마자 가타부타 말도 없이 지나가는 강아지 부르듯, 턱짓으로 날 가리키더니, 명령조로 "드레싱 잘해"라고 하셨다. 다짜고짜 반말이다. 인턴을 하면서 납작 엎드린 자존심. 하지만, 인턴의 가슴 한켠에서 서서히 무언가가 올라온다. 인턴도 서비스에 종사하는 의료인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인격체다. 참기가 쉽지 않다. 허나, 어쩌랴....

애써 말을 무시하고[각주:5] 하던 일 하려고 했는데, 자꾸 뭐라고 반말로 말한다. 나도 모르게, "이 아저씬 뭐지?"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말았다. 그러니까 갑자기 노발대발하며 "병원이고 나발이고, 교수 나와라, 과장 나와라"며 소리친다. 나중일을 생각하기 힘들기도 하고, 상황정리가 귀찮아 도주해버렸다. 

또 할머니랑도 몇일 후에 한판. 드레싱 하는데 뭐가 그리 불평이 많은지... 잔소리가 너무 많으셨다. 매일 매일 불평하는 사람 앞에 이길 사람 없다. 나도 모르게, "그럼 직접하시라고 난 모르겠다"고 소리 지르고 나와버렸다.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시작했다. 

Medical/Surgical Operative Photography
Medical/Surgical Operative Photography by phalinn 저작자 표시

그래도 인턴 시작하고 처음 맡아보는 병동일[각주:6]이고, 처음하는 드레싱이라 누가 뭐라고 하든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항상 그 할머니에게 듣는 것은 불평, 불만 그리고 잔소리.. 

해본 사람만 알수있는데, 꼬리뼈쪽에 뼈가 밖에서 만져질 정도로 깊은 욕창 드레싱을 하는 건 정말 많은 정성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것도 베타딘(흔히 말하는 빨간약)을 거즈에 왕창 묻혀서, 욕창 부위를 가득채우고, 위를 덮는 것은 한 번만 해도 진이 다 빠질 정도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하루 세번... 아마 나도 처음이 아니였다면, 그렇게까지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하진 못 했을꺼 같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도 믿기기 못할 정도로 성실히 치료를 해줬다. 무언가 홀린 것처럼. 욕창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그렇게 욕창과 싸우길 일주일정도 지났을까, 그 깐깐하고 제멋대로이던 보호자가 "우리 선생님, 너무 열심히 해주신다"며 조금 마음을 열어 보였다. 그리곤 이어진 대화에서, 나에게 보호자로서 어려움을 토로하셨고, 별거 아닌 인턴 나부랭이인 나에게 지어지는 부담감과 함께 더 잘하고 싶다 작은 욕심이 생겼다.


여기저기 선배 의사나 아는 사람에게 욕창이 더 호전될 만한, 좋은 드레싱은 없는지, 물어도 보고, 내 인턴 생활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논문도 찾아보기도 했다.(비록 긴시간은 아니였지만^^)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봤지만 상처는 점점 누런 농만 차 가고 있었다. 

또다시 입에서 한숨만..에휴....

상처 부위가 낫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점점 의욕이 떨어져만 가고,무언가 한계 상황에 봉착한 느낌이었다. 더 열심히 치로를 하는데, 자꾸만 후퇴하고, 더 나은 대책은 찾기 힘든... 사면초가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아프다고 소리만 지르던 할아버지께서 드레싱이 끝나고 한 마디 작게하셨다. 너무 작은 소리라 듣지도 못했다. 그렇게 다 끝나고, 인사를 하고 가는데, 옆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아들 할아버지가 선생님 수고 했어" 라고 말해주셨다.

Doctor greating patient
Doctor greating patient by hang_in_there 저작자 표시

영화라면 이쯤에서 왈칵 눈물이 나야겠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다만 하나 달라진게 있다면 정말로 진심으로 "할아버지가 낫기를" 바라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매일 매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담아서 환자가 낫기를 희망하며, 의사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썼던 글입니다. 페북에 올렸던 글을 옮기느라 약간의 어휘 수정과 어투를 손보긴 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가능하면 손대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달 사이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저 사이엔 훨씬 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제가 글 솜씨가 부족한 관계로 간단히 썼습니다. 

다시한번 말씀 드리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경제적인 것과는 별개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충분히 멋지고 좋은 직업입니다.


이 글을 의대생 분들이 보실지 모르겠지만, 그 점 항상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하고 싶으신 분들은 Ph.D의 길로 오십시요.  

언제든 환영합니다.


  1. (병원의 인턴들은 일의 숙련도와 원할한 일처리를 위해 4주 혹은 매달 과를 바꾸면서 일을 합니다. ^^) [본문으로]
  2. 욕창 드레싱 : "소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상처부위를 빨간약으로 닦아주는거죠 ㅎㅎ [본문으로]
  3. Tid (Three times a day, 즉 하루에 3번) [본문으로]
  4. 의식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용어로, 대략 "횡설수설, 헛소리 가끔하시고, 사람 잘 못알아보시는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본문으로]
  5. 이거 중요! 인턴하다보면 정말 많은 경우를 겪는데,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일 하다 보면 대부분 이렇게 되요 [본문으로]
  6. 인턴은 주로 수술방/중환자실/병동/응급실로 배정이 됩니다. [본문으로]

이번에는 의과대학에만 있는 다소 복잡한(?) 학위, 자격증 등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현재 의전원의대 두가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졸업한 사람이 받는 학위의 종류가 다릅니다. 하지만, "의사"가 되는 자격은 같기 때문에, 종종 학위와 자격증에 대해서 물어보면 의사 각자가 서로 다른 대답을 하기 마련입니다. 아울러, 의학 박사의사,  MD, MDPhD 등 다양한 타이틀이 있는데, 환자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뭐가 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사람(대부분은 의전원이죠)을 의학 박사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서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부분을 가급적 정확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일단 학위부터 먼저 살펴 보죠. 


일반적으로, 예과를 거쳐서 의대를 졸업하게 되면 "의학사"를 받게 됩니다. 저 역시 의대를 졸업한 의사이기 때문에 의학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예과 과정이 자연대에 있는 경우, 예과를 "수료"했다고 하기도 하기 때문에, 두개의 학제(예과, 본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실제 성적표를 떼어 보면 분리된 곳도 있고, 합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대를 졸업하면 공식적으로는 "학사" 입니다. 이공계를 졸업한 사람이 공학사나, 이학사를 받고 법대를 졸업한 사람이 법학사를 받는 것처럼, 의대를 졸업하면 "의학사"를 받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그래서 의대만 졸업한 경우에는 학사 졸업 상태입니다. 다른 학부를 졸업한 후에 의대로 편입했다 해도, 의대를 졸업하면 여전히 의학사입니다.


그에 반해, 의학전문대학원을 입학해서 졸업하게 되면 "의무석사"를 받게 됩니다. 물론 간혹, 학교 별로 의무석사 대신에 의학사를 다시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의무석사"를 받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자격 조건이 학사를 마친자 혹은 학사를 마칠 예정인 자이고, 과정의 이름 자체도 대학이 아니라, 대학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석사"를 받습니다. 


의대나 의전원이나, 교육과정 자체는 거의 동일하고, 과정을 마친 후에, 의사가 될 자격을 준다는 점에서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만, 한 쪽은 "의"학사를 받고, 한 쪽은 "의무"석사를 받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의전원과 의대를 동시에 운영하는 일부 학교의 경우, 교육받는 과정은 거의 동일한데 ("거의"인 이유는 여기서 언급하는 문제 때문에, 학교별로 레포트 등으로 "조금" 차이를 두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받게되는 학위가 다르기 때문에, 졸업 후의 대학원 진학 등에서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의대 본과 4년이라는 같은 교육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위를 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항상 거론되었습니다. 물론 입학과정이 다르고, 자격도 다르기 때문에, 다른 학위를 주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만, 같은 "교육"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같은 "학위"를 주는 것이 맞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죠. 


여하튼, 학위라는 측면에서는 의학사와 의무석사를 가지고 있으면, "의사 면허 시험"을 칠 자격이 생깁니다. 그리고 의사 면허 시험을 합격하면 국가에서 수여하는 "의사 면허증"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깐 따지고 보면 "학위"와 "의사 면허증"은 엄연히 다른 것이죠. 하지만 거의 동일하게 이용되는 이유는 의대를 졸업한 대부분의 사람이 의사 면허증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학사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다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극단적인 예로, 의대를 다니던 도중, 조현증(정신분열증)이 생겨, 의사 국가 고시를 칠 자격을 잃어, 시험을 치지 못하는 경우도 주변에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의대는 의학사, 의전원은 의무석사라는 학위를 받고, 이는 의사 면허증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학사와 석사로 다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학위로는 "의학 석사"가 있죠. "의학 석사"는 엄연히 "의무 석사"와는 다릅니다. 의무 석사가 전문 자격 석사(의사 고시를 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학위)인데 반해, 의학 석사는 의학 계열에서 받는 석사 학위입니다. 따라서, 의학 석사를 받는다고 해서 의사 면허 시험을 칠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의대에서 연구를 수행하거나, 대학원을 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항상 설명 혹은 대답해야할 일이 생기는 연유이기도 합니다. 의학 석사는 대부분이 의학사를 받은 사람이 거치는 과정이긴 하지만, 요새는 의대 대학원이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의학사가 아닌 다른 계열에서 온 학사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학사, 공학사, 법학사 등의 사람이 대학원에서 의학 연구를 통해 석사를 받으면 "의학 석사"가 되는 것이죠.


"의학 박사"도 의학 석사와 마찬가지 맥락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의대에서 대학원을 다녀서 박사 학위를 마치는 과정인 셈이죠. 따라서 "의학 박사"라고 해서 모두가 의사는 아닙니다. 의사가 아닌 사람도 의학 연구에 관심이 있어서, 의대 대학원에 있는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해서 연구를 진행해서 학위를 받는다면, 이 사람은 공식적으로 의학 박사를 받게 됩니다. 최근에는 의대 내부에서도 의과학과를 개설해서, "의학 박사"를 받는 의학과와는 다른 "이학 박사"를 주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요약하자면, 의학 석-박사는 일반 자연대나 공대 등에서 받는 석-박사와 같은 학위라는 점이고, 꼭 의사일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의대에서 학위를 해도 이학 박사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 환자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의학 박사" "전문의"라는 용어와 같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개가 전혀 다른 체계이고, 전혀 다른 용어 입니다. 


"박사"는 학위의 일종이고, "전문의"는 자격의 일종입니다. 따라서, 두 개는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박사 학위가 있다"는 것은 학문에 대해서 심도있게 연구를 진행했다고 보면 되고, "전문의를 땄다"는 것은 진료 분야 중 한 분야(예를 들면,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에 심도있게 수련받았음을 의미합니다. 전문의와 진로에 대한 소개는 이 두 글에서 참고하시면 됩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난 이후의 진로들 - 인턴과 전공의 

전문의는 도대체 뭐야? 


일반인들이 이렇게 오해하는 이유는, 일본의 수련 제도 영향이 큽니다. 아주 예전에 전문의 제도가 자리잡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도제식 수련" 이 일반적이였습니다. 전문의 과정이 마치 학위의 한 과정처럼 인지되어, 지도교수님께 교육을 받으면서 동시에 의대에서 학위를 진행하는 것이였죠. 사실상 "전문의 과정 = 박사 학위" 인 것처럼 이용되었죠. 


예전에는 지금처럼, 국가에서 전문의 자격증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에게 자신의 "전문성"을 보여 주기 위한 방편으로 "의학 박사"를 이용하였던 것이었죠. 아울러, 전문의 과정에서 배우는 학문의 양과 깊이가 박사 학위에 준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의를 딴 후에도 여전히 학위는 "학사"로 머문다는 일종의 자격지심도 한 몫 하였던 것도 사실이였습니다. 당시,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박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던 셈이였지요. 당연히 일반인이 느끼기에는 "의학 박사=전문성 있는 의사" 의 방정식이 성립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의"라는 자격 제도가 정착되면서, 굳이 "의학 박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졌습니다. 의학 박사는 대학원에서 심도있게 의학이라는 "학문"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를 보는 실질적 수련 과정이랑은 직접적 연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반해 "전문의"는 다양한 환자를 보면서 실질적으로 치료하는 과정과 연관되기 때문에, "학문"을 공부한다기 보다는 "경험 혹은 수련"과 연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병원에 걸어 놓기 위한 "의학 박사"를 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학위에 관련하여, 정리하면


학사 - 예과, 본과를 졸업한 의대생이 받는 학위 - 의사 면허 시험칠 자격 부여.

의무석사 - 의전원을 졸업한 의대생이 받는 학위 - 의사 면허 시험칠 자격 부여.

의학석사 - 의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한 학생이 받는 학위 - 의사 면허 시험칠 자격 없음.

의학박사 - 의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한 학생이 받는 학위 - 의사 면허 시험칠 자격 없음.



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혹시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댓글로 문의 주시구요. 조만간 2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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