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 오늘 좋은 연합 심포지움을 소개하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포스팅합니다.


실제로, 점점 더 연구를 하면서 나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많이 깨닫게 됩니다. 사소하게는 실험적인 테크닉부터 시작해서, 심도있게 논의되는 연구 주제 등 모든 것이 함께 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공동연구는 단순히 주제만 맞다거나, 학교가 같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일단 공동 연구를 시작하게 되면, 많은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전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공동 연구를 하기 위한 책임감이 있는 사람인지 등등.. 을 알아 보게 되는데, 이 때 네트워크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혹은 기초 의학을 선택하면서 주변에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많이 없다고 느꼈었는데, 하나 둘 모이다  보니깐 이렇게 팀블로그도 운영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 혹은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개인적인 교류도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공동 연구 주제라든지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기초 의학을 전공한 선생님들이 생각보다 많이 계십니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학교 별로 적게는 1-2명 많게는 5-6분이 계시는데, 이들이 모여서 발표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흩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연구를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오롯히 혼자 겪습니다. 따라서 본 모임은 그런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계명대학교에 계신 김신 선생님박재형 선생님께서 주축이 되어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한 연합 심포지움을 기획하셨고, 오늘에서야 결실을 맺게되었습니다.


일시는 7.19(금요일) 오전 10시 부터 시작하며, 마치는 시간은 5시 30분입니다. 물론, 평일인 금요일이라 바쁘실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아울러, 대구라 지역적으로 멀게 느껴지지만, 이와 같은 기회는 앞으로 흔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자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국 각지에서 연구를 하고 계신 선생님들께서 각자가 연구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장이 마련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의과학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모임을 주최하는 호스트에게는 기쁨과 뿌듯함을, 참여하는 선생님께는 미래의 연구 네트워크와 연구에 도움 되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소식을 마칩니다.


참고로, 혼자 오시기에 뻘쭘(?)하거나, 자리가 어색하신 분이라면, 블로그를 보고 참석했다고 말씀하시면 호스트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안녕하세요. MDPhD.kr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1965년 슈윙거와 신이치로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세계적 명사인 리처드 파인만은 아주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하곤 했습니다. (Feynman Algorithm 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 Write down the problem.

2. Think real hard.

3. Write down the solution


이 세가지 행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1. Write down the problem입니다. 종이에 써봐야 한다는 것이죠.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것을 해결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실제로 아주 간단해 보이는 이 동작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해결합니다. 결국 문제 해결의 시작은 "쓰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분이시지요 ^^


지난 주말에 의과학을 하는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면서 진로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나의 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 생각해 보니, 꼬꼬마 어릴적의 꿈과 많은 것이 바뀌어 있긴해도, 조금씩 꿈이 현실화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인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유치원 다닐 시절의 꿈이 최초인 것 같은데, 그 당시 제 꿈은 어처구니 없게도 "트럭"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 


모든 사람이 자신의 꿈을 위해서만은 살 수 없지만, 꿈이 없이는 또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 꿈이 현실화되면서, 또 다른 꿈을 꾸기 때문에, 인류 문화가 항상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가끔은 정체되거나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가 있을 수도 있지만, 분명, 정해진 방향이 있다면, '때로는 늦게 걸을 때도, 때로는 쉬었다 가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 봅니다. 


가끔은 주변의 사람 때문에, 조바심이 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임상에 간 친구들이 과를 정해서 전공의를 할 때, 또 그 친구들이 전문의를 따고 취직할때.. 혹시 내가 뒤쳐진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방향과 제 인생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난 이후에는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는 저만의 기준으로 제 인생을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그 결과 아주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어떤 일을 진행할때, 얼마나 빨리 가느냐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종착역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방향으로 꺽어서 가야만 합니다. 


하지만,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처럼 천천히 가더라도, 방향만 맞으면 결국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어떤 곳인지를 아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특히 의과학자를 꿈꾸는 중학생, 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진로를 어느정도 정했다고 생각되는 대학생 또는 의대를 졸업한 사람의 진로 상담글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꿈이나, 인생의 방향이 수시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방향이 변한다고 해도, 그 변화를 겪으면서 얻는 정보의 양은 앞으로의 인생 방향을 설정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본 블로그 역시 그런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즉, 진로를 정하면서 알게되는 자신의 성향, 가치관, 기대 등은 본질적으로 적어도 한 번은 구체화되어야만, 또 다른 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MBA 학교를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MBA 입학과정에서 "Why MBA?" 에 대한 물음에 꼭 답을 해야만 합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왜 MBA를 가는가에 대한 물음이지만, 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과정과 그 때마다 중시했던 가치관(과거)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 인생의 목표, 목적, 방향(미래)에 대해서 고민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미래를 이루기 위해서, 현재 시점에서 왜 MBA가 필요한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MBA를 마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Why MBA를 답하는 과정이, 인생에서 그 어느 것보다 중요했고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을 합니다. 자신이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을 고민하고, "적으면서", 자신의 꿈과 인생의 방향이 "구체화"된 것이지요. 


그런 관점에서, 


진로 고민을 하는 상당수 사람들이, 그 고민 혹은 꿈을 이 블로그에 적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실명으로 적기에는 부담되지만,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아이디, 익명성을 바탕으로 꿈을 적는 것이죠. 그리고 나중에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아서 볼 수 있는...


혹시 꿈이 변하더라도, 댓글로 변경된 꿈을 적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막연하게 꿈을 적는다는 행위가 자신의 꿈을 더 확고히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적다 보면서, 자신을 더 알아 가기도 합니다. 아울러 그 꿈이 문자화되면서 자신에게 더 다가오고 이미지가 구체화되면서 막연히 생각했을 때보다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마치 일기를 쓰는 것처럼..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익명의 아이디나, 별명으로 여기에 꿈을 적는 것이죠. 물론 실명도 가능할 것입니다. 당연히 비밀 댓글도 가능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지요. 그 것이 자신만의 일기여도 좋고, 여기가 아닌 커뮤니티라도 좋습니다. 다만 여기에 적으면, 지속적으로 의과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많은 사람들이 글쓴이의 꿈을 돌이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블로그에 질문글들의 대부분이 자신은 "의대를 가려고 한다, 의전원을 준비하고 있다. 의과학자가 되고 싶다. 임상을 하고 있는데, 연구를 하고 싶다" 등 어렴풋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목적이 이룬 시점(댓글을 쓴 시점부터 작게는 1~2년 많게는 인생 전체)에 자신이 쓴 글을 확인하고, 댓글로 "꿈을 이루었어요. 혹은 그 때의 꿈과는 다르지만,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라는 글이 지속적으로 달린다면, 그 사람과 비슷한 꿈을 꾸면서 정보를 찾기 위해,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이 듭니다. 


기록으로 남아 있고, 추후에 이루게 된다면 그 자체가 "전설"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꿈이나 인생의 방향을 이 곳에 적고, 활기차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건 어떨까요? 

혹시 모르죠. 여기 적힌 노벨상을 타겠다는 댓글 하나가, 

결국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 과학상으로 이어질지 ^^


last call!
last call! by john curley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이름하여 꿈나무 포스팅입니다. ^^)


꿈을 향해 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블로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 화이팅 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나중에 와도 자신의 꿈을 적은 글을 확인할 수 있게

본 블로그는 절대 폐쇄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의과대학에 있는 학위 과정에 대해서 포스팅하였죠. 이번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굳이 소제목을 정한다면, "MD라는 학위에 대한 설명"을 할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의대를 졸업한 사람(혹은 의사)을 영어로 MD라고 이야기 합니다. Medical Doctor의 약어이지요. 영어 용어를 말 그대로 해석하면, 의학 박사인 셈입니다. 이 용어 하나 때문에, 일부 이공계에서 학위에 대한 오해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통해서, 오해가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대부분은 아닌데 일부 과격(?)하신 분이 있어서요. ^^

앞서도 언급했지만, 의대를 졸업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의학사"를 받거나 "의무 석사"를 받습니다. 혹자는, 이를 근거로 해서 우리나라는 MD가 아니라,
 BS (Bachelor of Science) 혹은 MB (Bachelor of Medicine - Medicinae Baccalaureus) 라고 하기도 합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틀린 말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세계적인 학회나 CV를 작성할 때, 그렇게 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건 MD 본인뿐만 아니라, 좌장을 맡거나 Organizer를 맡는 PhD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미국은 의대(의전원)를 졸업하면 공식적으로 Medical Doctor (Doctorate of Medicine)를 받습니다.드물게 D.O. (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사실상 동일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의전원을 졸업한 대부분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의사"가 되기 때문에 "의사=MD"가 성립합니다. 이는 일부 우리나라 예과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미국 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니다.(실제 미국에서도 예과 시스템이 있는 학교가 있긴 합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MD 말고 의대가 아닌 다른 대학원(예를 들면 공대나 법대 등)에서 박사 학위(Ph.D)를 마친 사람도 Doctor라고 표현합니다.(우리나라는 의대를 졸업하면 "의사", 박사학위를 마치면 "박사"라고 용어가 다르지만, 미국은 둘다 Doctor, 즉 박사입니다) 그러다 보니깐, 그 것과 구분하기 위한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의사를 Medical Doctor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는 의사가 받은 학위이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일반 환자들이 의사를 부를 때 Doctor라고 표현하는데, Doctor가 의사라는 의미도 있지만, 박사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시면 편할 듯 합니다.



또 하나, MD라는 용어를 위해, 이해해야할 부분 중에 하나는,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석사 과정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석사 과정은 다분히 기술적인 과정으로 우리나라와는 다른게, 학술적인 학위과정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따라서,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은 "박사"를 하면서 심도있게 "학문을 하겠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따라서 의대를 가는 과정도 대학원을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박사"로 인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과정으로 엄밀히 따지면, 박사 학위 과정이라기 보다는 전문 학위 과정(의전원의 의무 석사)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석박사 통합과정"처럼 생각되는 것이죠. 그리고 받는 학위도 MD - Medical Doctor 입니다. 그러니깐, Doctor of Philosophy와 같은 "박사"를 받는 것이죠. 


미국에서도 MD-PhD가 많긴 하지만, PhD 없이 오로지 MD로만 연구를 하는 대가들이 많은 것도 위와 같이 MD를 석박사 통합과정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용어 그대로를 분석해 보면 , MD = Medical Doctor에 나오는 Doctor라는 의미는 "의학 박사" 라기 보다는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MD라는 과정 자체가 석박통합과정이면서 동시에 전문 학위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PhD처럼 "박사"라고 표현하는 것이지요. 


학회나 학문의 기본이 되는 언어가 영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의사는 MD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박사(PhD)라는 의미를 가지는 Doctor와 구별하기 위해서 쓰는 이유가 많습니다. 그리고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과 동치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의사라고 하면 그 학위를 불문하고, MD(Medical Doctor)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영어 단어인 "Doctor = 의사" 인 셈이지요. 세계적으로는 의대는 우리처럼 6년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8년제 심지어는 4년제도 있기 때문에, MD라는 용어는 그 나라에서 의학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고, 공식적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 즉 "의사"를 표현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뉴하트에 나온 지성, 김민정, 조재현, 이들이 모두 학사일지라도 세계적인 학회에 나가면 MD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MD라고 하는 것은 의학 박사라는 학위라기 보다는 "의사"를 지칭하는 용어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미국에서 의대를 나온 사람의 커리어를 소개하면, "학사를 졸업하고, 다시 의대에 들어가서 의대를 졸업했다. 받은 학위는 Medical Doctor다."  그래서 우리 나라로 번역하면서 "의학 박사"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의무 석사"인데 말이죠. 특히, 의학에 종사하지 않는 이공계나 법조계에서 보면, 이걸 "박사"라고 할 수 있냐? 고 생각하시는 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Medical Doctor를 단순히 의사? 혹은 의무 석사? 이렇게 표현하기도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실질적으로 그들 문화에서는 박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고, 전문적인 박사학위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박사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죠. 그래서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사람은 통상적으로 "의학 박사"라고 부르는 것이죠. [각주:1] (신현승 박사님에 대한 소개)


이 상황이 미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우리나라로 오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의학 박사"와 미국에서의 "Medical Doctor"의 해석인 "의학 박사"와는 엄밀히 다른 용어이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본다면 "의학 박사"로 똑같기 때문에 박사라고 할 수 있느냐고 보는 것이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런 용어가 나오는 문화적 차이와 시스템 차이를 감안해서 용어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 의대 교육과정과 우리나라 의대(본과), 의전원 교육과정이 거의 동일함에도 주는 학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MD라고 하는 것은 의사를 의미하는 전문적인 용어라고 보는 것이 통상적으로 더 정확합니다. 우리나라 의사들 대부분이 자신의 MD를 의학박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아는 한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엄연히 의학 박사(PhD)와 MD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CV에서 나오는 MD는 의사로서의 전문학위를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게 "의학사"이든 "의무석사"이든지 말입니다. ^^ 


아울러,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MD들(우리나라)은 PhD 학위 과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요새 들어서 과연 MD로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대 자체가 가진 긴 교육과정을 감안할 때, PhD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종종 있고, 레지던트 과정과 전문의 과정에서 배우는 임상 지식을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MD without PhD들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이지는 않죠. 다만, 학위의 과잉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보건복지부 과제에 한해서, PhD가 없이 연구를 진행하는 경력있는 MD에게 자격을 주기도 합니다. (대부분 과제에서 "박사"를 자격 요건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아주 큰 진척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하면, 


MD 라는 것은 "의학 박사"라기 보다는 "의사"라는 전문 학위의 성격을 가지고, 


세계적으로 4년제,6년제, 8년제 등의 교육과정과 최종적으로 의학사, 의무석사, 의학 박사 등의 학위를 받는데, 이는 진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 통칭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박사(PhD)와 구별되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MD 과정이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과 같은 성격으로 인식되어 박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1. 실제로 저희 실험실에 계신 존스 홉킨스 의대를 나오신 선생님(신현승 박사님인데, 초대 삼성의료원 연구원장을 하시고 현재 저희 실험실에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십니다. ^^ 서울대 의대를 다니던 중간에 도미, 존스 홉킨스에서 의대를 나오셨는데, PhD가 없습니다.)을 저희는 박사님이라고 부릅니다. 보체계를 발견하실 정도로 대단한 연구를 하셨는데, PhD가 없으셨다니 아이러니하죠. 그런데, 미국에는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본문으로]

아래의 글은 짧았던 제 인턴 경험을 토대로 작년에 썼던 일기입니다.

Ph.D의 길을 고른 제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임상을 보는 의사도 충분히 멋진 길이라는 걸 알려 드리기 위해서 씁니다.

The Stethoscope
The Stethoscope by Alex E. Proimos 저작자 표시비영리

신장내과로 턴을 시작한 첫날[각주:1]. 크기 7*7 cm에 깊이 3.5cm정도 되는 욕창 드레싱[각주:2]이 있었다. 하루에 세번(TID[각주:3])이나 드레싱을 해야하고, 크기도 컸기 때문에 많은 신경이 쓰였다. 거기다가, 환자분 의식은 드라우지(drowsy) 혹은 딜리리어스(delirious)[각주:4]했다. 한마디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보호자분(할머니)은 인턴에게 한없이 높아 보이는 교수님과 소리 지르며 싸울 정도로 날카로운 상황이었다. 그 것도 교수님께서 많은 레지던트를 대동하면서, 회진 도시는 중에 일어난 일이니, 이 보호자는 한 낱 인턴 따위가 상대해볼 사람이 아니였다. 

... 에휴 한숨만...... 어떻게 한달을 버티지.....

설상가상이라고, 남동생분도 한 분 입원해계시는데, 그 쪽은 더 가관이였다. 보자마자 가타부타 말도 없이 지나가는 강아지 부르듯, 턱짓으로 날 가리키더니, 명령조로 "드레싱 잘해"라고 하셨다. 다짜고짜 반말이다. 인턴을 하면서 납작 엎드린 자존심. 하지만, 인턴의 가슴 한켠에서 서서히 무언가가 올라온다. 인턴도 서비스에 종사하는 의료인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인격체다. 참기가 쉽지 않다. 허나, 어쩌랴....

애써 말을 무시하고[각주:5] 하던 일 하려고 했는데, 자꾸 뭐라고 반말로 말한다. 나도 모르게, "이 아저씬 뭐지?"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말았다. 그러니까 갑자기 노발대발하며 "병원이고 나발이고, 교수 나와라, 과장 나와라"며 소리친다. 나중일을 생각하기 힘들기도 하고, 상황정리가 귀찮아 도주해버렸다. 

또 할머니랑도 몇일 후에 한판. 드레싱 하는데 뭐가 그리 불평이 많은지... 잔소리가 너무 많으셨다. 매일 매일 불평하는 사람 앞에 이길 사람 없다. 나도 모르게, "그럼 직접하시라고 난 모르겠다"고 소리 지르고 나와버렸다.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시작했다. 

Medical/Surgical Operative Photography
Medical/Surgical Operative Photography by phalinn 저작자 표시

그래도 인턴 시작하고 처음 맡아보는 병동일[각주:6]이고, 처음하는 드레싱이라 누가 뭐라고 하든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항상 그 할머니에게 듣는 것은 불평, 불만 그리고 잔소리.. 

해본 사람만 알수있는데, 꼬리뼈쪽에 뼈가 밖에서 만져질 정도로 깊은 욕창 드레싱을 하는 건 정말 많은 정성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것도 베타딘(흔히 말하는 빨간약)을 거즈에 왕창 묻혀서, 욕창 부위를 가득채우고, 위를 덮는 것은 한 번만 해도 진이 다 빠질 정도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하루 세번... 아마 나도 처음이 아니였다면, 그렇게까지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하진 못 했을꺼 같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도 믿기기 못할 정도로 성실히 치료를 해줬다. 무언가 홀린 것처럼. 욕창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그렇게 욕창과 싸우길 일주일정도 지났을까, 그 깐깐하고 제멋대로이던 보호자가 "우리 선생님, 너무 열심히 해주신다"며 조금 마음을 열어 보였다. 그리곤 이어진 대화에서, 나에게 보호자로서 어려움을 토로하셨고, 별거 아닌 인턴 나부랭이인 나에게 지어지는 부담감과 함께 더 잘하고 싶다 작은 욕심이 생겼다.


여기저기 선배 의사나 아는 사람에게 욕창이 더 호전될 만한, 좋은 드레싱은 없는지, 물어도 보고, 내 인턴 생활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논문도 찾아보기도 했다.(비록 긴시간은 아니였지만^^)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봤지만 상처는 점점 누런 농만 차 가고 있었다. 

또다시 입에서 한숨만..에휴....

상처 부위가 낫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점점 의욕이 떨어져만 가고,무언가 한계 상황에 봉착한 느낌이었다. 더 열심히 치로를 하는데, 자꾸만 후퇴하고, 더 나은 대책은 찾기 힘든... 사면초가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아프다고 소리만 지르던 할아버지께서 드레싱이 끝나고 한 마디 작게하셨다. 너무 작은 소리라 듣지도 못했다. 그렇게 다 끝나고, 인사를 하고 가는데, 옆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아들 할아버지가 선생님 수고 했어" 라고 말해주셨다.

Doctor greating patient
Doctor greating patient by hang_in_there 저작자 표시

영화라면 이쯤에서 왈칵 눈물이 나야겠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다만 하나 달라진게 있다면 정말로 진심으로 "할아버지가 낫기를" 바라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매일 매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담아서 환자가 낫기를 희망하며, 의사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썼던 글입니다. 페북에 올렸던 글을 옮기느라 약간의 어휘 수정과 어투를 손보긴 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가능하면 손대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달 사이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저 사이엔 훨씬 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제가 글 솜씨가 부족한 관계로 간단히 썼습니다. 

다시한번 말씀 드리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경제적인 것과는 별개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충분히 멋지고 좋은 직업입니다.


이 글을 의대생 분들이 보실지 모르겠지만, 그 점 항상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하고 싶으신 분들은 Ph.D의 길로 오십시요.  

언제든 환영합니다.


  1. (병원의 인턴들은 일의 숙련도와 원할한 일처리를 위해 4주 혹은 매달 과를 바꾸면서 일을 합니다. ^^) [본문으로]
  2. 욕창 드레싱 : "소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상처부위를 빨간약으로 닦아주는거죠 ㅎㅎ [본문으로]
  3. Tid (Three times a day, 즉 하루에 3번) [본문으로]
  4. 의식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용어로, 대략 "횡설수설, 헛소리 가끔하시고, 사람 잘 못알아보시는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본문으로]
  5. 이거 중요! 인턴하다보면 정말 많은 경우를 겪는데,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일 하다 보면 대부분 이렇게 되요 [본문으로]
  6. 인턴은 주로 수술방/중환자실/병동/응급실로 배정이 됩니다. [본문으로]

첫 글로서, 제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인 genome에 대해 간단히 (하지만 최선을 다해) 설명드리고자 한다.

휴먼 게놈? 지놈제목을 어떻게 읽으셨을지 모르겠다. Genome은 독일 사람이 처음 만든 단어이므로(1) 게놈이라 읽는게 맞겠지만, 영어에서 지놈으로 읽으므로 국제 회의에서 대부분 '지놈'으로 통용된다.

double helix

[이중나선의 DNA]

Genome에 대해서 어렵게 느끼고 있는 분들이 생각외로 많다. 많은 의사들도 genome이라면 어려워한다. (이것에 익숙하시다면 당신은 대단한 분이다!) 의과대학 curriculum에서 배운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것이 human genomics (인간 유전체학)라는 학문이 제대로 정립된 것이 'Human Genome Project'가 완성된(2) 2000년대 초반 부터이므로, 좁은 의미의 역사만 놓고 보면 10년 정도. 반면 그동안의 발전속도는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의학 교육이 이 속도에 쫓아오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So, what is the GENOME?

[도대체 genome 이 뭔가요...@.@]

Genome이 한 생명체 내의 전체염기서열이라는 둥 유전자의 총이라 등의 건조한 설명은 처음 입문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염기가 뭐에요?' '유전자는 뭐죠?' 이런 질문이 반드시 나온다.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이것들을 글로 써 내려가면 하나의 교과서가 집필될 것이고, 그것은 정확한 전달 방법이 될지언정 이 블로그의 목표와는 벗어난다고 본다. 이것을 원하시는 분은 유전학 교과서를 구입해서 공부하시길 권한다.

'콩심은데 콩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매우 insightful한 속담인데, 이것은 아버지-어머니 콩에서 아들-딸 콩으로 정보가 필히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너는 팥이 아니라 '콩'이다" 라는 정보가, 어떤 형태로든지 말이다. 그 정보 안에는 '넌 동그랗고, 초록색이고, 크기는 얼마얼마 정도고..' 이런 세부사항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정보를 '유전' (inheritance)이라고 한다. 이런 부모의 (거의) 모든 유전정보는 genome 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다. 너 자신을 알기 위해서 먼저 당신의 genome 을 알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염색체. 이 사람은 남자일까요, 아니면 여자일까요?]


'눈에 보이는' 실체로서의 genome은 염색체(chromosome)이다. '사람은 23쌍의 염색체가 있고, 다운 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3개...' 할 때의 그 염색체 말이다. 염색체가 전달하는 유전정보는 염색체를 이루고 있는 DNA라는 물질에 코딩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코딩되어 있느냐? 

그것이 바로 유전학을 하는 사람들이 풀고자 하는 궁극의 질문이다.

현존하는 생명체는 30억년 간 진화해오며 그들의 자손에게 계속 유전정보를 전달해 왔다. (그렇지 못했다면 대를 잇지 못한 것이다!) 우리의 genome에는 우리가 조상들에게 받은 모든 생명정보가 포함되어 있는데, 따라서 우리가 쓸 수 있는 생물학적인 전략은 결국 이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때론 유전은 무섭기도 하다.

Genome의 단순구조는 상당히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한글은 자음 14자/모음 10자로, 영문은 ABCD 알파벳 26자로, 십진법 수는 0,1,2,3,4..9 숫자 10개로 표현되는, genome은 염기 4개 (A,C,G,T 염기)로 코딩되어 있다.


[Genome 서열 (sequenceA,C,G,T @.@]


그렇다면 전체 사람 genome 의 코드 길이는? 약 30억개 (bp로 표시, base-pair) 이다. 사람(Homo sapiens) 종의 30억 bp (3,000,000,000 !!)의 서열을 처음으로 밝혀 낸 작업이 Human Genome Project(2)이다. 1990년부터 약 13년간, 1조원 이상의 연구비를 들여 완성된 대규모 국제협력 프로젝트였다. 30억개나 되는 방대한 길이다보니, 컴퓨터 및 통계학의 도움은 필수적이었고, 이로써 biology, computer science, statistics, informatics가 만나게 된다.


[역사적인 Human Genome 초안 발표, Bill Clinton, 2000년 6월.]

오른쪽은 HG Project를 이끈 Dr. Francis Collins (현 NIH 원장), 

왼쪽은 Celera라는 회사를 만들어 HG Project와 경쟁했던 Dr. Craig Venter 


그렇다면 큰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 도대체 왜 human genome의 A/C/G/T 서열을 밝히려 했는가? 그것은 모든 생명현상의 가장 아래에는 바로 genome 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genome을 생명의 설계도라 한다. 물질을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면 드디어 '원자'라는 실체가 나타나듯이 (물론 쿼크와 렙톤도 있다지만, 이들은 사실 나의 인식범위 밖이다), 사람에서 모든 (대부분의) 생명현상을 확대하고 확대하면, 결국 맨 바닥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human genome이다. human genome 이하의 계층 (layer)은 존재하지 않는다. 맨 바닥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인간의 많은 질병 역시 결국 genome과 연관된다. 물론 질병마다 그 연관정도가 다르긴 하겠지만.

의학 역사를 통틀어 오랜동안 대부분의 질병은 '임상적'인 측면에서 '거시적'으로 연구되었다. 폐에 암이 생기면 폐암, 위에 암이 생기면 위암인 식이다. 병리학과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면서 같은 폐에 생긴 암이라 하더라도 폐선암 (lung adenocarcinoma), 폐편평상피암과 같이 조금 더 미시적인 이해가 가능해졌다. (이 둘은 같이 폐에 생기지만, 완전히 다른 암이다.) 질병 genome 분석을 통해 궁극적인 분석이 가능해진다. 정확한 원인의 이해는 정확한 치료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그것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대해서는 언젠가 다른 글을 통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암의 genome (cancer genome)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암의 예를 들었으나, 다른 질병에도 일반적으로 통용될 것이다.

Genomics (유전체학)이 가장 fancy한 학문이라는 것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에 사람의 genome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genomics발전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의학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분명히 genomics의 발전은 5년 이내에 현재의 임상의학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또한 이미 genome technology의 발전은 다른 의생명과학 분야와 접목되어 새로운 차원의 이해를 가능케 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빠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어쩌면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태동하던 20세기 초와 같은 대단한 시기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필자는 그런 생각(혼자만의 착각?)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파급력을 감안한다면 의과대학 교육에서 genomics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아져야 한다. 아마도 머지 않은 미래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더 세부적인 내용을 언급해 보고자 한다. 본업이 글쓰기가 아니다보니 차분하게 글 쓸 여유가 또 주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참고문헌

(1) http://ko.wikipedia.org/wiki/게놈 

(2) http://en.wikipedia.org/wiki/Human_Genome_Project


이번에는 의과대학에만 있는 다소 복잡한(?) 학위, 자격증 등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현재 의전원의대 두가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졸업한 사람이 받는 학위의 종류가 다릅니다. 하지만, "의사"가 되는 자격은 같기 때문에, 종종 학위와 자격증에 대해서 물어보면 의사 각자가 서로 다른 대답을 하기 마련입니다. 아울러, 의학 박사의사,  MD, MDPhD 등 다양한 타이틀이 있는데, 환자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뭐가 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사람(대부분은 의전원이죠)을 의학 박사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서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부분을 가급적 정확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일단 학위부터 먼저 살펴 보죠. 


일반적으로, 예과를 거쳐서 의대를 졸업하게 되면 "의학사"를 받게 됩니다. 저 역시 의대를 졸업한 의사이기 때문에 의학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예과 과정이 자연대에 있는 경우, 예과를 "수료"했다고 하기도 하기 때문에, 두개의 학제(예과, 본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실제 성적표를 떼어 보면 분리된 곳도 있고, 합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대를 졸업하면 공식적으로는 "학사" 입니다. 이공계를 졸업한 사람이 공학사나, 이학사를 받고 법대를 졸업한 사람이 법학사를 받는 것처럼, 의대를 졸업하면 "의학사"를 받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그래서 의대만 졸업한 경우에는 학사 졸업 상태입니다. 다른 학부를 졸업한 후에 의대로 편입했다 해도, 의대를 졸업하면 여전히 의학사입니다.


그에 반해, 의학전문대학원을 입학해서 졸업하게 되면 "의무석사"를 받게 됩니다. 물론 간혹, 학교 별로 의무석사 대신에 의학사를 다시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의무석사"를 받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자격 조건이 학사를 마친자 혹은 학사를 마칠 예정인 자이고, 과정의 이름 자체도 대학이 아니라, 대학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석사"를 받습니다. 


의대나 의전원이나, 교육과정 자체는 거의 동일하고, 과정을 마친 후에, 의사가 될 자격을 준다는 점에서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만, 한 쪽은 "의"학사를 받고, 한 쪽은 "의무"석사를 받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의전원과 의대를 동시에 운영하는 일부 학교의 경우, 교육받는 과정은 거의 동일한데 ("거의"인 이유는 여기서 언급하는 문제 때문에, 학교별로 레포트 등으로 "조금" 차이를 두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받게되는 학위가 다르기 때문에, 졸업 후의 대학원 진학 등에서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의대 본과 4년이라는 같은 교육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위를 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항상 거론되었습니다. 물론 입학과정이 다르고, 자격도 다르기 때문에, 다른 학위를 주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만, 같은 "교육"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같은 "학위"를 주는 것이 맞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죠. 


여하튼, 학위라는 측면에서는 의학사와 의무석사를 가지고 있으면, "의사 면허 시험"을 칠 자격이 생깁니다. 그리고 의사 면허 시험을 합격하면 국가에서 수여하는 "의사 면허증"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깐 따지고 보면 "학위"와 "의사 면허증"은 엄연히 다른 것이죠. 하지만 거의 동일하게 이용되는 이유는 의대를 졸업한 대부분의 사람이 의사 면허증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학사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다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극단적인 예로, 의대를 다니던 도중, 조현증(정신분열증)이 생겨, 의사 국가 고시를 칠 자격을 잃어, 시험을 치지 못하는 경우도 주변에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의대는 의학사, 의전원은 의무석사라는 학위를 받고, 이는 의사 면허증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학사와 석사로 다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학위로는 "의학 석사"가 있죠. "의학 석사"는 엄연히 "의무 석사"와는 다릅니다. 의무 석사가 전문 자격 석사(의사 고시를 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학위)인데 반해, 의학 석사는 의학 계열에서 받는 석사 학위입니다. 따라서, 의학 석사를 받는다고 해서 의사 면허 시험을 칠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의대에서 연구를 수행하거나, 대학원을 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항상 설명 혹은 대답해야할 일이 생기는 연유이기도 합니다. 의학 석사는 대부분이 의학사를 받은 사람이 거치는 과정이긴 하지만, 요새는 의대 대학원이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의학사가 아닌 다른 계열에서 온 학사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학사, 공학사, 법학사 등의 사람이 대학원에서 의학 연구를 통해 석사를 받으면 "의학 석사"가 되는 것이죠.


"의학 박사"도 의학 석사와 마찬가지 맥락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의대에서 대학원을 다녀서 박사 학위를 마치는 과정인 셈이죠. 따라서 "의학 박사"라고 해서 모두가 의사는 아닙니다. 의사가 아닌 사람도 의학 연구에 관심이 있어서, 의대 대학원에 있는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해서 연구를 진행해서 학위를 받는다면, 이 사람은 공식적으로 의학 박사를 받게 됩니다. 최근에는 의대 내부에서도 의과학과를 개설해서, "의학 박사"를 받는 의학과와는 다른 "이학 박사"를 주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요약하자면, 의학 석-박사는 일반 자연대나 공대 등에서 받는 석-박사와 같은 학위라는 점이고, 꼭 의사일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의대에서 학위를 해도 이학 박사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 환자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의학 박사" "전문의"라는 용어와 같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개가 전혀 다른 체계이고, 전혀 다른 용어 입니다. 


"박사"는 학위의 일종이고, "전문의"는 자격의 일종입니다. 따라서, 두 개는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박사 학위가 있다"는 것은 학문에 대해서 심도있게 연구를 진행했다고 보면 되고, "전문의를 땄다"는 것은 진료 분야 중 한 분야(예를 들면,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에 심도있게 수련받았음을 의미합니다. 전문의와 진로에 대한 소개는 이 두 글에서 참고하시면 됩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난 이후의 진로들 - 인턴과 전공의 

전문의는 도대체 뭐야? 


일반인들이 이렇게 오해하는 이유는, 일본의 수련 제도 영향이 큽니다. 아주 예전에 전문의 제도가 자리잡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도제식 수련" 이 일반적이였습니다. 전문의 과정이 마치 학위의 한 과정처럼 인지되어, 지도교수님께 교육을 받으면서 동시에 의대에서 학위를 진행하는 것이였죠. 사실상 "전문의 과정 = 박사 학위" 인 것처럼 이용되었죠. 


예전에는 지금처럼, 국가에서 전문의 자격증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에게 자신의 "전문성"을 보여 주기 위한 방편으로 "의학 박사"를 이용하였던 것이었죠. 아울러, 전문의 과정에서 배우는 학문의 양과 깊이가 박사 학위에 준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의를 딴 후에도 여전히 학위는 "학사"로 머문다는 일종의 자격지심도 한 몫 하였던 것도 사실이였습니다. 당시,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박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던 셈이였지요. 당연히 일반인이 느끼기에는 "의학 박사=전문성 있는 의사" 의 방정식이 성립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의"라는 자격 제도가 정착되면서, 굳이 "의학 박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졌습니다. 의학 박사는 대학원에서 심도있게 의학이라는 "학문"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를 보는 실질적 수련 과정이랑은 직접적 연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반해 "전문의"는 다양한 환자를 보면서 실질적으로 치료하는 과정과 연관되기 때문에, "학문"을 공부한다기 보다는 "경험 혹은 수련"과 연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병원에 걸어 놓기 위한 "의학 박사"를 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학위에 관련하여, 정리하면


학사 - 예과, 본과를 졸업한 의대생이 받는 학위 - 의사 면허 시험칠 자격 부여.

의무석사 - 의전원을 졸업한 의대생이 받는 학위 - 의사 면허 시험칠 자격 부여.

의학석사 - 의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한 학생이 받는 학위 - 의사 면허 시험칠 자격 없음.

의학박사 - 의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한 학생이 받는 학위 - 의사 면허 시험칠 자격 없음.



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혹시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댓글로 문의 주시구요. 조만간 2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저는 주로 연구를 하면서, 대학 병원에 소속되어 있는 의사 입니다. 제 동기들과 아내는 임상 의사로서 소위 말하는 "의료 현장"에서 뛰고 있죠. 오늘도 아내는 병원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 


최근 들어, 밤과 새벽에 사고를 당한 친구들의 전화가 자주 와서 이 글을 포스팅해 봅니다. 언젠가 한 번은 하려고 했던 응급실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하고자 합니다. 


어디까지나 본 글은 저 개인의 경험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그에 따른 처치와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상황을 고려하시고 읽어주시길 당부합니다. .또한, 본 글은, 사고가 생겼을 때,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글이 절대로 아님을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본 글을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응급실은 말그대로 응급을 요하는 의료 공간입니다. 개인마다 분명히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의료인들은 일반적으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를 응급 상황이라고 인식합니다. 예를 들면, 심한 교통사고로 팔,다리가 절단되었다거나, 복부가 칼에 찔렸다거나, 갑자기 많은 양의 피를 토하는 상황은 누가 봐도 응급 상황이죠. 아울러 소위 말하는 "중풍"같은 뇌경색이나 뇌출혈과 같은 경우, 심장 마비 증상이 있는 경우도 응급 상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에도 생명을 다루는 응급 질환들은 많이 있긴 합니다만, 개인이 판단하기가 쉽지 않죠. 가끔 증상 뒤에 숨은 질환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깐요.

성의44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응급실 사진 by loveCUK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대학 병원 응급실에 가면, 늦은 처리에 따른 기다림, 지속되는 고통과 자신의 증상을 온전히 봐 주지 않는 의료진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전 90년대 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응급실에서의 불친절, 기다림 문제는 "대학 병원은 불친절하다"라는 인식의 선봉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껍니다.


이런 문제가 왜 발생했느냐하면, "응급"을 인식하는 의료진과 "자신의 응급 상황"에 대한 일반인들의 차이에 근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죠.


혜린이라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밤에 술을 마시다가, 넘어져서 이마가 찢어진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갑자기 발생한 일이고, 피가 많이 흐르기 때문에, 환자는 당황하게 됩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대학 병원 응급실을 찾게 됩니다.  환자는 피도 많이 나고 아프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을 "응급"으로 생각합니다. 딱히 떠오르는 병원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 가까운 대학 병원을 찾게 됩니다. "혹시나 무슨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지속되는 통증"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상황보다 자신의 병을 더 "응급 우위"에 두는 경향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혜린이의 상황은 혼수 상태가 있거나, CT를 통해서 머리에 출혈이 있지 않는 한(그에 관한 검사들을 초반에 하게 되죠) "초 응급" 상황은 아닙니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이 환자의 vital sign(활력 징후라고 하는데, 생명과 직결되는 혈압, 호흡 등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이 안정적이고, 외상의 정도가 뇌를 손상시킬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을 하면 의사의 "응급 우선 순위"에서 이 사람은 더이상 큰 우위에 있지 않게 됩니다. 


물론 이 때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검사를 합니다. 다른 환자들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워낙 바쁘기 때문에 대충 묻는 것 같지만, "응급"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여러가지를 묻습니다. 혹시 외부 충격으로 머리를 강하게 부딪히지는 않았는지, 상처에 혹시 다른 이물질이 묻지는 않았는지 등에 대한 것들을 물어보고, 필요하다면 거기에 따른 검사를 하거나 소독을 하게 됩니다.


이 경우, 혜린이를 처음 본 응급실 의사는, 사실상의 초기 조치가 끝난 것입니다. 이 때 만약 다른 응급 환자가 없다면, 혜린이의 상처는 바로 봉합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다른 응급 우선 순위에 있는 환자가 있거나 새로운 환자가 갑자기 온다면, 혜린이의 상황은 그 환자의 상황에 비교해서 우선 순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즉 의사의 입장에서는 생명과 직결되는 "우선 순위"에 입각하여 객관적으로 환자를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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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9_060 by Kevin Goebel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하지만, 혜린이 입장은 그게 아니죠. 아프기도 하고, 피도 나기 때문에, 자신은 무언가 빨리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기다리기만 합니다. 한 십분 정도 전에 의사가 와서 이것저것 물어는 봤는데, 그 이후에는 그냥 다른 환자들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혜린이는 혹시나 이마의 상처에 흉터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간호사에게 흉터가 남지 않도록 부탁하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과 함께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곤 아무리 둘러 보아도, 자신처럼 피가 흐르는 환자는 없는 것 같고, 할아버지 할머니 기침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의사는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만 우선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냥 감기인 것 같은데, 왜 자신에게는 신경쓰지 않는지 의아하면서 슬슬 화가 나기도 합니다. (사실 감기처럼 보여도, 폐렴이거나, 심장 질환과 복합적으로 연계된 경우에는 "생명"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가 교통사고로 엠뷸런스를 타고 온 의식이 없는 "환자"가 들어옵니다. 저 사람은 딱 보기에도 자신보다 더 응급인 것 같고, 진짜 "환자"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자, 기다림은 짜증으로 변하고, 술기운에 고함을 쳐 보기도 합니다. 그제서야 성형외과 전공의가  와서 무언가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봉합을 완료하고, 퇴원을 하려고 의료비를 정산하니 무려 50만원이 나왔습니다. 기껏해봐야 5cm 정도를 봉합했을 뿐인데 너무 비싼 것 같습니다. 그렇게 대학 병원에 대한 불신감이 더 커집니다. 


위 상황이 일반적인 대학 병원 응급실 풍경입니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아주 많이 발생하고, 제 주변에서 겪은 일을 각색한 것입니다. 혜린이 입장에서는 병원에 왔는데 아무 것도 안하는 것 같아 속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혜린이 말고 다른 환자들도 맡아야 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의료 우선 순위"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특히나 응급을 요하는 상황이 많은 대학 병원에서는 더 그러합니다. 


이 상황에서 혜린이가 대학 병원 응급실을 가지 않고, 밀려오는 환자가 조금 적은 2차 병원 응급실, 혹은 중소 개인 병원 응급실을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과적으로, 환자 상황에서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응급실에 가면 우선 순위에서 대학병원보다 훨씬 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훨씬 더 친절한 대우를 받고, 의료비 역시 훨씬 더 저렴하게 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응급실의 현실.
우리나라 응급실의 현실. by yklee799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모르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대학 병원 말고도, 야간 응급실이 있는 병원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중소 병원만 하더라도, 응급실이 있다면, 대부분의 응급 처치가 가능하고, 필요한 검사 역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환자 수가 대학 병원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처치가 가능한 상황이 많습니다. 


물론, 개인이 자신의 응급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의료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안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본 글은 그런 "판단"을 강요하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무조건 본인을 응급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야간에 3차 의료 기관인 "대학 병원 응급실"에 가면, 환자 입장에서 우선 순위에 의해서 처치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큰 병원"이 좋은 것일 수는 있습니다만, 경미한 질환 같은 경우에는 바빠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큰 병원"보다는 바로 치료할 수 있는 "중소 병원"이 더 나은 경우도 많습니다. 더불어, 비용도 적게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소 병원에서 처리하지 못할 질환이나 환자라면, 중소 병원에서 바로 대학 병원으로 전원을 보냅니다. 정확한 의학적 판단 아래, 환자의 응급 상황을 "우선 순위화"시키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이게 진정한 "의료 전달 체계"라 할 수 있는데, 우리 나라는 의료 접근성의 문제로 현실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본 글이,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홀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혹은 경험했던 많은 분들에게 작게 남아, 오해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번에는 의대를 졸업하고 난 이후의 진로 중 임상 의학자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기초 의학자와 임상 의학자에 대한 진로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최근 들어서 심도있는 연구를 많이 진행하시는 임상 의학자들이 많이 계셔서, 연구자라는 관점에서 사실상 두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만, "진로"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의과대학을 졸업을 하게 되면 의사 국가 고시를 치게 되고, 거기서 합격을 하게 되면 의사 면허증이 나오게 됩니다. 그 이후에, 대부분은 임상으로 진로를 선택하지만, 일부(전국으로 본다고 해도 대략 1년에 30명이 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1년 졸업생이 대략 3300명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1%도 채 안되는 비율입니다.)는 임상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임상"직접 환자를 대면하고, 치료하고, 처치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인턴, 전공의가 아니더라도, 공중보건의사, 일반의(GP)들도 모두다 임상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환자를 만나고, 진단을 하고, 그에 따른 처치와 치료, 혹은 수술을 하는 모든 상황을 임상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일반적인 "의사"인 셈이지요. 


Listening to brain activity?
Listening to brain activity? by deadstar 2.1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그에 반해 "기초 의학"직접적으로 환자를 대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직접적인 치료과정에 연관되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임상 약리학처럼 환자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환자와의 직접적인 컨택은 거의 없습니다. 최근에는 환자나 질병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초 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진료를 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의사"라기 보다는 오히려 "과학자"에 더 가깝고, 스스로도 대부분 그렇게 느낍니다. 


pipet
pipet by proteinbiochemist 저작자 표시비영리

임상은 인턴이나 전공의처럼 비교적 정형화된 길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 의학은 석사-박사 과정으로 나누어져는 있지만, 그 운영은 각 학교, 그리고 각 실험실마다 정말 제각각이라서 일반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석사를 하는 기간 동안에는 실험적인 방법론을 익히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아 나가고, 박사 과정 동안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실험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새로운 가설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기초 의학"을 진로로 선택하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1% 미만)이기 때문에, 실험을 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도 임상 과정보다는 많은 편입니다. 이 블로그가 만들어진 이유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주변에 자신과 비슷한 과정을 겪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오는 시행착오, 그리고 의대 동기들과 다른 길을 걷는 불안감, 상대적으로 느끼는 경제적 박탈감 등으로 기초 의학으로 진로를 선택했다가도 임상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는 않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만약 임상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연구와 실험적 방법론을 익힐 수 있다면, 임상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의과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에게 도움되는 "지식"을 창출하고, 그 창출된 "지식"을 환자의 질병 치료에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를 알기 쉽고, 환자에게 "적용"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환경을 가진 병원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 임상을 하는 도중 가장 많은 지식을 쌓는 전공의 과정 5년과 펠로우 시간동안 병원에서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키면서, 연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시간적인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실험적인 환경, 자신의 연구 관심사, 연구비 등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연구실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울러, 바로 바로 결과가 나오는 임상 치료 결과와는 달리, 실험 방법을 익히고, 결과를 내는 것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임상을 선택한 의학자가, 연속적으로 실험을 수행하고 결과를 보고, 트러블 슈팅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전문의 자격을 딴 이후 펠로우에 연구를 시작하는 것 같고, 빠른 경우에는 2-3년차에 시작할 수도 있지만, 강인한 의지 뿐만 아니라, 지도 교수의 경제력(연구비)과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 같습니다. 


Soudeh under Serum
Soudeh under Serum by Hamed Saber 저작자 표시


그렇지만, 임상을 선택하면, 중간에 연구를 지속하지 않더라도, 보더(전문의 자격증)가 나오기 때문에, 연구를 그만두더라도, 직업적 안정성과 경제적 보상은 기초 의학을 선택한 사람보다는 상대적으로 우위를 가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모든 기초 의학이 다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기초 의학은 환자를 보지 않는 시간에 실험적인 테크닉과 논문 연구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실험실 내부에 자리 잡힌 연구 문화와 실험적 접근성으로, 연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가끔씩 의사라는 이유로  IRB나 연구 외적인 잡일이 증가할 수는 있습니다만, 이 역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상 의학과 기초 의학은 그 테두리, 실험 분야, 방법론 등으로 칼로 자르듯이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의사 사회에서 기초 의학자와 임상 의학자로는 충분히 나눌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초 의학자는 의과 대학의 교수로 근무하거나, 연구소에 소속되어 연구원으로서 "연구"를 수행합니다. 아주 드물게 진료를 보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대부분 "부"인 경우가 많고, "주"는 연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임상 의학자들은 스펙트럼이 너무나 다양하긴 하지만, 당연하게도, 환자를 주로 보는 "진료"를 수행합니다. 


최근에는 남자들에 한해서, 전문의를 마친 이후에도 전문연구요원으로 군복무를 수행하면서 심도 있는 기초 의학(혹은 임상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시간적으로 군의관(3년)보다 많이 걸리기 때문에(4-5년) 아직 대다수가 이 진로를 선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연구를 하는 임상가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의과학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환영받을 일인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참고하실 분은 의대생 전문 연구 요원에 관한 글을 살펴 보세요)


(Mayo clinic Medical scientist program)


궁극적으로 두 집단은 의과학이라는 테두리에서 만나게 됩니다. 예전에는 "기초"라 하면, 정말 pure basic science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DNA 합성이라든지, RNA 전사체 변이 등 생물학 전반에 걸친 "중요한 그렇지만, 환자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부족한" 기초 학문을 하는 경향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초 의학"에서 "Bench to Bed" 라는 기치를 내걸고 "Translationa Research -  중개의학" 을 하는 경향이 많이 늘었습니다. (중개 의학이 무엇인지 궁금하시다면 "중개의학이 무엇인가?"  글을 참고 하세요.)


그 결과 Bench side와 Bed side를 둘 다 아는 "기초 의학자" 의 역할과 비중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만, 위에 언급한 이유(경제성, 직업적 불안정성, 동기와의 차이 등)로 인해서, 여전히 지원자는 적습니다. 그리고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니깐, 충분히 이해할만은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국가적으로 임상가를 연구자로 변모시키려는 시도가 많이 늘어난 것 같아 보이긴 합니다. ^^


사실, 기초 의학은 외롭다면 외로운 길인 것 같습니다. 태생적으로 의과대학 내에서 그들은 소수일 수 밖에 없습니다. 동기들은 모두다 임상을 하고, 연차가 올라가면서, 자신의 일을 위임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는 데 반해서, 기초 의학은 연차가 올라갈 수록, 하는 일이 증가되고, 딱히 누군가에게 위임할 수 없는 상황이 많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석사나 박사 학위가 주어지기는 하지만, 의대 동기들처럼 실질적으로 인정받는 전문의 자격증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는 도중에, 임상에서 누군가 쉽게 박사 학위를 따는 것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합니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 의학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동기들이 남들이 만든 "지식"을 머리 속에 넣고 있을 때, 기초 의학을 하는 친구들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실험을 배우고, 그 실험을 이용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논문을 작성해서 세계적으로 보고하기도 하고, 실험적 성과가 특허나, 기술 이전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 것들 모두가 임상 의학을 하는 사람도 가능한 일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기초 의학을 선택한다고 해서 이 모든 과정이 절로 주어지는 것 또한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의학"의 매력은 바로 "연구"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대부분의 기초 의학을 하는 친구들은 "연구가 즐겁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무언가 새로 발견하고, 그 발견이 자신이 생각하는 바와 같을 때의 희열은 그 어떤 즐거움보다 큰 것 같습니다. 발견이 자신의 생각과 달라도, 왜 다른지를 설명하는 가설을 세우고 그에 따른 실험을 해서 소기의 성과를 얻으면, 그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는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



혹 기초 의학에 관심이 있거나, 임상을 마치고 심도 깊은 연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실제로 이 블로그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져 있으니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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