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6. 10:09ㆍ진로에 대한 이야기
지난번 교육과 관련된 업무, 학교에서 진행되는 행정업무, 프로젝트 과제 관련업무들에 대한
'바쁨'에 이어, 오늘은 연구와 학회 등에 따른 바쁨의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구기획
이제 중견으로 변모하면서, 본격적으로 하나의 과제를 개인에서 벗어나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구 기획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물론 연구자마다 개인 연구를 조금 더 집중적으로 하는 사람,
집단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는 사람, 다양하게 나뉩니다.
기본적으로 집단 연구는 내가 신진일 때는,
보조자로서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자유도는 떨어진다고 할 수 있지만
업무의 용이성, 수월성에서는 사실 조금 묻어가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그런 묻어가는 일들에서도 해야 되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러다 보니 젊은 교수들이 기획이라든지 과제에 대한 일들을 맡게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교수님들의 업적을 조사하는 일입니다.
물론 간사라든지 행정 하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 덜하지만,
대부분 행정 하시는 분들이 꼼꼼하게 하시기보다는 스크리닝(screening) 하는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꼼꼼하게 리뷰를 하는 젊은 교수님들을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그 외 잡다한 일들, 앞서 이야기한 교수님들의 업적을 확인한다든지, 이름을 확인한다든지,
거기에 들어간 학생들을 조사한다든지, 연구비를 합산해서 계산한다든지 등의
단순한 일부터 본격적으로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기획을 하는 것 등의
다양한 일들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점점 신뢰도가 높아지면 기획의 차원, 글의 차원, 좀 더 큰 테두리의 차원의
그림을 그리는 부분들이 생깁니다.
연구와 관련해서는 대규모 과제인 경우에 PI, 즉 책임 교수가 어떤 스타일이냐에 따라서
조금 다른 행보를 갖게 됩니다.
어떤 교수님은 본인이 다 스스로 하고 아주 간단한 일들만
신진 교수님들께 맡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아주 복잡한 일들도 맡기고 아예 위임을 해서
본인은 컨트롤 타워 역할만 하는 교수님들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수님들의 스타일에 따라서
본인이 해야 될 업무가 많아지기도 하고 적어지기도 하죠.
다양한 리더십 안에서 본인이 경험하면서 대규모 과제를 어떻게 유치할 수 있는지를 배워두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연구자로서 그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때 대형 과제 위주로 진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 발걸음이 됩니다.
대형 과제를 유치하는 것은 성공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본인이 열심히 한다고 해도 팀의 역량이 부족해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팀의 역량은 굉장히 떨어지지만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되는 경우도 있고,
여러 가지 정치적인 요소, 진영 논리에 의해서 선정되는 경우도,
반대로 탈락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진의 입장에서는 내가 어디까지 관여를 해야 되는지,
이게 안 될 것 같은데도 열심히 해야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이게 될 것 같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되는 일들도 생겨서 어떻게 접근해야 될지
잘 모르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제가 가진 기본적인 권장 사항은,
"본인이 잘할 수 있겠다 싶으면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진행하다 보면 잘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깁니다.
이렇게 진행을 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조금 바쁜 일들에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연구실 운영 및 연구 확장
이렇게 끝이 난다면 사실 신진에서 중견으로 갈 때 더 힘들지 않겠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본인의 연구들이 확장되고, 랩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예컨대 본인 과제의 마감이 다가오기도 하고, 본인 과제의 업적을 내야 되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논문을 써야 되기도 하고, 새로운 과제를 따와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궁극적으로 합쳐지면서 복잡한 형태로 많은 시간을 뺏기게 됩니다.
다만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연구비 자체가 하나의 과제에서 그다음 과제, 그 다음다음 과제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있는 과제에서 플러스알파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비교적 연구비를 조금 더 수월하게 쓰는 경향이 생기는 것은 확실합니다.
예를 들면,
A라는 것에서 연구비를 받았다면 A를 기반으로 B를 조금 더 작성하여 다른 형태로 보여준다든지,
반대로 A가 떨어졌다면 A의 포맷을 조금 변경해서 C라는 형태로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연구비 제안서 기간이 되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통상적으로 연말 연초의 경우에 확실히 복잡하고 다양한 일들,
특히나 한국연구재단의 경우는 개인 과제나 집단 과제에 본인이 하나도 안 들었다면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데 대략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두 달 정도의 시간을 쓰게 됩니다.
다행히도 신진 교수 시기에 연구비 시스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익힌 상황이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콘텐츠에 대한 고민들 특히나 본인이 신진에서 했었던
다양한 생각들과 실질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했었던 여러 가지 시행착오들이 이제 경험이 되면서,
연구 과제 제안서의 퀄리티가 높아지기도 하고 반대로 한계를 느껴 낮아지기도 합니다.
높아진 경우에는 다행이지만 낮아진 경우에는 아이디어를 짜면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된다는 부담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랩의 규모가 작게는 3명, 4명, 많게는 5명에서 10명 내외를 유지하게 됩니다.
물론 교수님마다 인턴을 얼마큼 데리고 있느냐,
학교에서 얼마큼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리크루팅 할 수 있느냐,
내가 할 수 있는 학생들만 컨트롤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시스템을 만들어서 계층적으로
컨트롤할 것인가에 따라서 규모는 달라집니다.
하지만 어떤 스타일이든지 간에 소규모라면 소규모 학생들을 자세하게 가르치는 데에,
대규모라면 학생들에게 맞는 시스템과 여러 가지 체계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3년 차, 4년 차쯤 되면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이 보통 하루에 적어도
2시간에서 많게는 3시간 정도가 됩니다.
그 경우에 학생들의 데이터를 심도 있게 살펴보게 되지요.
물론 학생에 따라서 좀 더 날개를 펴는 교수님들도 계십니다.
아주 똘똘한 학생들이 들어와서 1~2년 차 때 가르쳐줬던 내용들을 잘 익혀서
그 학생 밑의 학생들에게 가르쳐주는 학생들이 있는 경우에는 베스트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들어온 학생들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되고, 심지어
위에 있는 학생들까지 가르쳐야 되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학생에 대한 시간은 3~4년 차가 되면
1~2년 차 때보다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더 줄어들지는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대략 한 5년 차, 6년 차쯤 돼서 그 방에서 한 명의 포닥이 나온다거나 박사 말년 차쯤이 생기거나,
운이 좋게도 이 분야에 있는 학생들 중에 한 명, 또는 박사들 중에 한 명이 우리 방으로 포닥을 온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 교수님의 역량과 티칭이 결과적으로 모든 랩의 퀄리티를 결정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또 다른 시간이 쓰이게 됩니다.
오늘은 연구에 따른 바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학회 및 공동연구, 가정과 관련된 개인적인 업무들에 대한 바쁨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1편: 신진에서 중견으로 (1)
3편: 신진에서 중견으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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