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예고한 바 대로 과학자라는 직업을 택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자. 그리고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글의 대부분은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라는 책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neuroclimber의 생각도 섞여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책을 읽어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를 선택하는 동기에는 금전적 동기 외에 수수께끼 풀이를 즐기는 것, 명성과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는 욕구가 동기가 된다고 말한다. "내가 이 분야에서는 짱이야." "내가 이건 처음 발견했어" 등의 욕구다. 그리고 그렇게 "최초의 발견"만이 인정되는 과학계는 승자독식 현상이 자연스레 생길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은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로트카법칙, 매튜법칙 등으로 발현된다. 

승자독식 현상은 단순히 논문발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자라는 직업군이 형성되는 과정 더더욱 살벌한데, 대학원생->교수가 되는 과정은 피라미드형태의 인적구조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경쟁구조를 띨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BK21사업이후 대학원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 양태가 심화되었다고 생각한다[각주:1]. 간단히 말하면 박사학위 소지자는 많은데, 취직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박사학위 소지자만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원생이 임시직의 형태를 띠는 것은 더욱 문제이다. 대학실험실을 하나의 일터, 직장이라고 볼때 모든 대학원생은 임시직의 형태를 띠고 있다.[각주:2] 그리고 그 인력을 유지하는 비용은 정부 또는 산업계에서 나오는 연구비로 충당된다.


         덕분에 (좀 과장되긴 했지만) 이런 웃기고도 슬픈(웃픈)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전부터 미국에서는 과학계의 인적구조에서 최하위층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원생의 지원금과 졸업생 연봉을 공유하고자 한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 또는 교수들의 반발로 무산되었고, 그 이유는 대학원생이나 대학원졸업생 대부분이 박봉의 임시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MBA 졸업생 연봉정보는 아주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이런 박봉의 임시직을 견디고,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교수임용이라는 험난한 산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박사 후 과정의 70~80%가 교수직을 희망한다. 하지만 25%만이 교수가 된다. 그 중 tenure를 받는 종신교수의 비율은 35~40%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여성인력과 외국인 인력이 대거 유입된 것과 과학계 인력이 부족하다는 대학과 교수들의 적극적 요구로 인해 대학원생 지원금이 증가된 것이 주요 요인이다. 더욱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졸업 후 취직할 곳이 줄어들자, 학부졸업생 중 대학원생 비율을 더욱 증가되었다. 그에 비해 대학에서는 tenure 교수 연봉에 대한 부담때문에 비정규형태의 교수직을 늘리고 있다. 한마디로 사람을 증가하고 있는데, 괜찮은 일자리를 줄고 있다

그렇다보니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박사후과정(post-doc, 포닥)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1980년에서 2008년 사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박사후연구원의 수는 1만3000명 수준에서 3만6000명이상으로 3배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는 고용인(교수)의 입장에서 박사후연구원은 대학원생에 비해 비교우위의 인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원생은 비싼 등록금에 생활비를 추가로 지원해줘야 하지만, 박사후연구원은 적절한 연봉을 주면 되고, 뭣보다 연구실적을 쌓아 더나은 직장을 구하려는 동기가 뚜렷한 경우가 많아 열심히 실험하고 논문을 쓸 뿐더러, 당연하게도 그 일을 대학원생에 비해 잘한다. 박사후연구원 입장에서는 교수자리나 산업계의 좋은 취직자리가 생기길 기다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인력시장 상황이 좋지 않거나,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자리가 나지 않는다면 그 기간이 터무니 없이 (때론 10년까지도) 길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고학력소지자인데도 불구하고 임시직의 불안정한 자리다 보니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해, 미국의 경우 2003년에 전미박사후연구원협회(NPA)를 결성했다. 그외도 각 대학별 노동조합 형태로 대학과 교섭을 진행해 복리후생과 일자리 전망 같은것을 논의하는 등 박사후연구원의 처지를 스스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교수들은 대학원을 지원하려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기 보다는 과학자로서의 장미빛 미래만을 언급한다. 또한 언제나 인력이 부족하다며, 학위과정생을 더 받으려고 하고, 대학원생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과학계 인력이 부족한지, 과학자 자체가 정말 부족한 건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대학원생이 되기로 맘먹었다면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더라도 자신은 예외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과학자라는 직업자체가 주는 재미(수수께끼 풀이, 명성)를 다른 직업에서는 느끼기 힘들기도 하거니와, '난 할 수 있다. 난 달라'라는 주문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덕적 해이로 인한 교수의 꼬드김(?) '넌 잘할거야, 넌 내가 키워줄게'가 더해진다. 

요약하자면, 과학이라는 학문이 주는 재미에 이끌리고 자신감도 있는 학부생, 또는 취직할 곳이 없어 대학원 밖에 갈 곳이 없는 학생이 교수가 보여주는 전망에 따라 학문의 세계에 발딯는다. 하지만 임시직 형태의 대학원과정, 그리고 박사후과정을 밟게되는데, 이 과정의 독특한 점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다 밟는다 하더라도 교수 또는 괜찮은 정규직 연구원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는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1. BK 21(Brain Korea) 사업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업으로 인해 박사 학위자 과잉 양성이라는 현상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 것의 장단점은 논외로 하고 말이다. [본문으로]
  2. 여기 대학원생집단을 직업군 또는 노동자로 보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대학원을 배움의 연장선 상으로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laboratory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듯 대부분의 연구과 실험은 지식 '노동'으로 이루어 진다. [본문으로]

이제, 의학적 관점에서 좀비라는 것의 "생명체적 특징"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 혹, 이 외에도 다른 특징이 있으면 댓글 추가 아주 환영합니다.


1. 죽은 형태이나, 움직인다. (살아있지 않지만, 살아있는 듯이 행동한다.)


"28주 후" - "28일 후"의 후속편 격인 "28 weeks later"에 나오는 명장면이죠. 오프닝 신은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


좀비는 "이미 죽은" 시체의 형상을 띠고 있습니다만, 움직이죠. (살아있다고 이야기하기 힘들기 때문에 "움직인다"고 표현했습니다.)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형상화된 것들을 보면, 일단, 사람이 죽고 나서 좀비로 부활(?)하는 경우가 많죠. 대체적으로 한번은 죽어야만 좀비가 되는 것이 대세(?)입니다. 심장박동이 정지된 이후에 다시금 움직이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좀비가 되기 위해 부팅(?)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부팅이 끝나면, 전혀 이성을 갖추지 않은 형태의 좀비가 됩니다. 그리고 누가 봐도 이 건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움직입니다. 움직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동력이 필요한데. 도대체 어디서 이 동력이 공급되는지 알기가 힘듭니다. ^^ 관련 글 - 좀비의 energy source에 대한 고찰


2. 끊임없이 살아있는 사람 혹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먹고자 한다.


"새벽의 저주" - "Dawn of the Dead" 리메이크 영화인데 정말 잘 만들었죠.

현대 좀비물 플롯을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좀비는 사람을 보면 무조건 달려 듭니다. 간혹 개나 고양이, 소와 같은 포유류 생명체에도 관심이 있는 좀비도 있는데, 영화에 나오는 좀비의 타겟은 대부분 사람입니다. 그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하나 특이한 점은 "좀비끼리는 서로를 전혀 먹거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좀비라고 가정한다면, 좀비도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데, 좀비끼리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아마도, 서로간에 좀비를 좀비로 인식할 수 있는 메커니즘 (예컨대 후각이나 시각 등의 원시적인 감각을 이용한)이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하튼, 어떤 좀비든. 어슬렁거리면서 때리다가도, 사람만 발견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조건 그 쪽을 향해 이동합니다.(영화에 따라 달리기도, 걷기도 합니다) 면역학에서 자기와 비자기(Self 와 Non-self)를 구분하는 것처럼, 사람과 좀비를 구분하는 시각적 인지 기능 혹은 후각적 인지 기능은 분명히 살아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관련 글 -좀비는 왜 당신을 공격하는가


3. 팔 다리가 잘려나가도, 개의치 않는다.


"워킹 데드" - "Walking dead" 1시즌 초반에 나오는 명장면 중 하나죠. ^^


대부분의 좀비류의 영화에 나오는 좀비는 머리(뇌)가 손상받지 않는 한 계속 살아나고(심지어는 머리를 공격 당해도 살아나는 좀비가 나오는 영화도 있죠), 사람을 공격하고자 합니다. 팔다리가 잘리거나, 없어져도, 심지어, 워킹데드 1편에 나오는 좀비처럼, 허리 아래 하반신이 잘려나가도, 움직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혈관계를 통해서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Circulation) 좀비에게는 그런 기본적인 공급망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상상의 나래를 펴보면, 좀비의 잘려나간 팔이나, 다리가 파충류의 꼬리와는 다르게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본다면 systemic control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두가지 점에서 본다면, 좀비는 의학적으로 역설적인 개체인 것만큼은 사실입니다.아울러, 팔이 잘리거나 다리가 부러질 때 느끼는 통증도 거의 못 느낍니다. 관련 글 - 코리안 좀비 정찬성, 통증 그리고 인식


4. 창백하다. 


개콘의 "좀비 프로젝트" 보시는 바대로 아주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


대부분의 좀비는 창백합니다. 특히 얼굴을 보면, 산 송장처럼 (실제로 좀비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산 송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얗거나, 거무틱틱합니다. Blood Circulation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좀비의 BP(Blood Pressure)가 너무도 궁금한데, 아무도 조사한 바가 없더군요. ^^ 여하튼, 창백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대로 된 체순환이 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모든 사지 관절이 Brain의 명령을 받아서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지. 정말 너무 궁금합니다. ^^ 응급실에도 창백한 환자가 오면 1순위이죠. 혹시 모를 심장 질환에 대비해서, 흉통에 대한 조사를 열심히 하는데, 심장이 멎으면 생명을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관련 글 - Zombie's skin (부제 : 좋은 피부는 사랑을 얻는다 !!!)


5. 말을 하지 못한다.


"웜 바디스" - "Warm bodies"에서 나오는 유일한 "좀비의 대화"같은 장면.. ^^


좀비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어~~~~어~으~~으... 와 같은 감탄사(?) 혹은 괴성을 지르긴 하지만, "언어"라고 말할 수 있는 의사 소통 수단은 존재하지 않죠. 무언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것 같지도 않고, 사람의 의사를 전달하지도 않는 듯 하죠. 이해하는 것은 뇌안에 있는 Wernicke's area의 역할이고, 말하는 것Broca's area의 역할이죠. 즉, 어휘를 담당하는 뇌부분이 완전히 손상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본능적인 뇌부분만 살아있을 뿐 (사실 이것도 먹는 것에만 국한되어 있죠. 자거나, 생식을 하는 욕구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기능적인 부분, 특히 언어, 인지, 기억을 거의 못하는 점을 본다면, 그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frontal area, temporal area는 기능을 하지 않고, 죽어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6. 물리면 좀비로 변한다.


"월드 워 Z" - "World war Z" 삽시간에 북한을 제외한 전세계를 초토화시킨 엄청난 전파력을 가진 좀비 바이러스


좀비에 물리면, 좀비가 된다는 것은 좀비 영화나 드라마의 절대적인 전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살이 뜯겨서 죽는다"는 고통보다, "좀비에게 물려서 좀비가 된다"는 고통이 더 클 수도 있죠. 안타깝게도 좀비에게 "물리는" 과정으로 좀비가 된다는 것은 좀비가 되는 경로가 "감염"이라는 것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사실 광견병같은 경우가 개에게 물려서 감염되거든요. 하지만, 의학적인 부분에서 조금 다른 부분은, 감염의 시간이 비이상적으로 짧다는 것입니다. 병원체에 감염되면 최소한 2-3일 숙주(Host)에서 병원체가 충분히 분열해서 세를 확장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좀비에게는 그런  것이 전혀 없죠. 물리고 나서, 짧게는 10분 내외에서 길어도 하루 내외에서 좀비로 변하게 됩니다. 좀비가 병원체에 의한 감염이라면, 필연적으로 타액(침)으로 감염이 되고, 그 감염 전파력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좀비의 특징이 있겠죠. ^^ 대략적으로 살펴본 좀비의 의학적 특징은 요정도가 될 듯 합니다. 또 다른 좀비 clue가 있다면, 댓글을 달아 주시면 글타래로 엮어 글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좀비의 피부와 관련된 글을 써달라는 오지의 마법사 청탁(?)을 받,  달여 전쯤에 일단 영화를 하나 보았다. 최근 개봉한  바디스 라는 영화였다. 유치한 따뜻함(?) 같은  있어 보고 나서 후회하지는 않았지만, 남자 주인공 (좀비 R)  니콜라스 홀트(Nicholas Hoult)가 여자 주인공(줄리) 테레사 팔머(Teresa Palmer)의 마음을 얻는 과정에서 나는 다시 한번 피부의 (?) 느낀다. 


심장이 뛰기  니콜라스 홀트(Fig.1)  본판(?) 좋으나, 여자가 사랑에 빠지기에는 일단 피부가 너무  좋다. 너무 창백하고 왼쪽 뺨에는 hypertrophic scar  있으며 양쪽 목에는 도드라진 혈관(telangiectasia or vascular malformation) 있다. 

(Fig.1 R의 hypertrophic scar와 telangiectasis) 

(Fig.1 R의 hypertrophic scar와 telangiectasis) 

그러다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서 피부 톤이 밝아지고, hypertrophic scar  telangiectasis등이 사라진다. (Fig.2) 나는 이렇게 좋아진 피부 테레사 팔머의 마음을 얻게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믿는다. 

(Fig.2. 심장이 뛰면서 밝아진 피부톤 - 한결 나아 보이고, 본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모는 돈으로 환산될  있고, 훌륭한 외모의 구성 요소  깨끗한 피부 비교적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라 사람들은 건강하고 매력적인 피부를 얻는데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 따라서 많은 피부과들이 성업할  있으며, 실제로 피부과 의사가 아닌 의사들도 진료과목을 ‘피부과’  하여 개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Fig.3,4)


(Fig.3. 길거리를 보면 미용 관련 병원이 성황중이다.)


 나는 고차원적이든, 그렇지 않든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은 욕구를 가장 예민하고 빠르게 읽어서 상품화하는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건강하고 매력적인 피부’  지불하는 재화의 크기도 문제삼고 싶지 않다. 피부과 의사가 강요에 의해’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것은 아니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 재화를 받고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 것은 책처럼 유형의 것이 될 수도 있고, 지식처럼 무형의 것이 될 수도 있다. 오늘 저녁에 맛있게 먹은 김치찌개 역시, 내가 원해서 "돈을 지불하고 먹는 것"이니깐, 의료 비용 역시 환자가 원하는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Fig.4. 강남에 "피부과"라는 이름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병원들 -본 내용과는 상관 없음)


 다만, 의료인으로서 그리고 의료인이기 이전 양심을 가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적어도 환자에게 " '거짓말 하면  된다" 생각한다. 효과가 없는 치료를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 하거나, 매출을 올리기 위해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적절히 않은 시술을 전문적인 지식을 무기 삼아 권유해서는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의사와 환자 관계에서는 의료 정보라는 가치 체계에서 정보의 편중이 심한 편이기 때문에, 이는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병의 치료에는 다양한 근거 있는 치료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의사에 따라서 어느 정도의 편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선을 넘어가는 (소위 말하는 상도를 어기는) 행위는 분명히 지탄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적절한 진료의 기준이 다르므로 나와 생각이 다를  있겠지만, 병원에서 종사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본 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매출이나, 수익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양심적인 피부과 의사라면 환자에게 "정도를 벗어난 치료" 권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 의료 체계와 의학의 큰 틀은 "근거 중심 의학"이기 때문에, 의학 교육을 받은 누가 보아도, 어떤 시술이 "정도"를 벗어났는지 그 테두리에 있는지, 혹은 근거가 있는지를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의학"에서는 그런 월권(?)행위가 비교적 적은 편이긴 하다.


그리고 많은 피부과 의사들이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좀비의 피부를 사람의 피부로 만들 수는 없다"고 자신 있게 환자 앞에서 말하고 있다 생각한다. 배가  고프더라도 말이다


요새 한동안 포닥 관련 일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글 포스팅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일기를 쓰기에도 시간이 벅찼기 때문이다. ^^  


그런데 오늘 갑작스러운 유입이 있었다.


우리 블로그는 사실상 정보 관련 블로그이고, 그 분야가 의과학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하루에 1000명정도 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10월달에 들어서 두번이나 1000명을 넘었다. 뿌듯하기는 한데, 그 내막을 살짝 열어보면 두가지 경우가 다르다. 10월 10일에 있었던 유입수 1547명은 정말 순수하게 의과학, 응급실 등과 관련된 글로 유입된 것이고, (대충 일평균 800명 정도 수준이 되니깐, 700명 정도가 페이스북 링크를 타고 들어 온 듯 하다) 10월 14일에 있었던 2041명은 조금은 다르게 유입된 것이다. 


바로 좀비 프로젝트 (http://mdphd.kr/133때문인데...



어제 개콘에서 똑같은 이름의 방송이 있었던 것 같다. 당연히 한국에 없으니 이런 걸 알리가 있나? ^^ 개콘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되는 것은 아주 흥미진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스트리밍이 미국 방송 제한에 걸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여러가지 기사를 보니깐 이 프로그램의 컨셉은 재미있는 것 같다. 이 방송 프로그램 "좀비 프로젝트" 검색하는 사람들이 얻어 걸려서 우리 글을 클릭한 것 같다. 




사실, 이 프로그램 전만 해도, 좀비 관련해서 포스팅에서 네이버나 다음에서 블로그 수위를 다투었는데, 이제는 빠이빠이 해야할 듯 하다. ^^ 좀비 프로젝트란 개그 프로그램이 훨씬 인지도가 높아지,고 자꾸 재미있어 질수록 많은 사람이 그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 같고, 우리 같은 정보글은 개콘 좀비 프로젝트를 다루지 않기에 관련도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블로그 후위에 위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일반인들에게는 좀비 의학 정보글보다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이 훨씬 많을터이니 당연한 일이긴 하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긴 하지만, "의과학"이라는 부분과 "대중성"이라는 부분을 동시에 만족시키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의과학으로 치우치면 치우칠수록, 정보성은 아주 높아지지만, 소수만 보게 되니깐 대중성이 사라지고, 대중을 생각해서 조금 쉽게 글을 쓰거나 다양하게 글을 쓰면, 정보성은 사라지지만 대중성이 높아지게 된다. 과연 어떤 독자를 위해서 글을 쓸 것인가, 그리고 어느 정도 선에서 정보를 공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블로그 처음부터,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 였었다.


일단은, 정보성이 조금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런 유입이 있을 때마다, 가끔은 대중성을 가진 글을 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 대중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과학, 특히 의과학을 좋아할만한 사람들 정도가 될 듯하다.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열심히 고군분투해보자. ^^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

저자
폴라 스테판 지음
출판사
글항아리 | 2013-04-2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지식을 향한 사랑만 있으면 과학자가 될 수 있을까 과학계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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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경제학자인 저자가 과학이란 학문이 돌아가는 것을 경제학적으로 풀어내는 책이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길 과학이라는 것은 상아탑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특히나 기초과학 분야는 사회과 동떨어져 있다고 가정하기 쉬운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과학은 돈이 많이 들기때문이다. 2~3번 반복실험하는데 드는 시약비용이나 형질전환된 쥐 한마리가 몇십~몇백만원하기도 하고, 레이저현미경 설비 한 대가 수십억하기도 한다.

      형질전환을 통해 형광단백질이 발현되도록 한 쥐(양 옆, 가운데는 Wild-type). 출처는 Wikipedia.

 결국 과학을 하는 것 자체도 먹고사는 문제과 뗄래야 뗄 수 없으며, 과학자라는 것도 선택할 수 있는 직업 중 하나이며, 과학이라는 분야도 사회의 일부라는 것을 경제학적인 접근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제부터 나오는 서평은 책 저자의 생각이 대부분이지만, neuroclimber의 생각도 포함되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책을 읽고 판단하길 바란다. 

경제학자 답게 경제학적 법칙이 나오는데, 두가지 법칙을 보도록 하자.

1. 로트카 법칙 : 1907~1916년 사이에 Chemical abstract(이때는 물리, 화학이 잘 나가던 시절이다)에 투고된 눈문과 그 저자들을 분석해 본 결과, 약 6%의 과학자가 전체논문의 절반을 발표한다는 것 발견하여 자기 이름을 따서 명명한 법칙이다. 

2. 매튜법칙: 명성있는 과학자들의 공헌을 더 크게 인정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더 낮게 평가한다는 법칙이다. 이 매튜법칙에 따라 논문이 게재되면 로트카 법칙에 부합되게 논문 비율이 형성될 것이다. 

이 정도는 사실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실력이 있는 과학자이니 당연히 명성도 있을 것이고, 논문도 많이 투고했을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실력과 명성이 더 알려지고 말이다. 선순환관계일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PNAS라는 저널은 contributed라는 항목이 따로 있어 일정 수준이상의 과학자 논문을 동료평가없이 게재한다.

하지만 이런 순환구조에서는 신인과학자, 젊은 과학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과학자에게는 게재기회가 높지 않다라는 점이 있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잘 아는 많은 학생, 대학원생, 박사후 연구원들은 좀더 유명하고, 인정받는 boss가 운영하는 실험실에 가려고 애쓰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문과 명성에 관련된 얘기말고도, 경제학자답게 돈문제도 상당히 언급하는데 그 중 빼놓을 수 없는게 과학자들의 '연봉'이다.


천재과학자이자 군수업 사장인 토니 스타크. 재산 115조원으로 히어로 중 1위.

기초과학을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은 토니 스타크나 아마르 보스(Amar Bose)[각주:1]처럼 자기 사업을 꾸리기보다는 대학에 소속된 교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연구를 하기에 안정적일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많다. 하지만 이 안정적이고 균등해보이는 교수라는 직업도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 

미국과 같은 선진자본주의 국가, 그리고 그 미국을 뒤따라가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의 소득불평등은 갈 수록 심화되고 있는데, 과학자나 교수라고 해서 예외일 순 없다. 1970년 교수들의 소득불평등정도가 0.1 (0이면 모두 연봉이 같고, 1이면 누군가는 연봉이 0원이라는 지니계수)이었다면, 2000년대 소득불평등정도는 0.2정도로 증가되었다.[각주:2] 그 이유는 성과와 연봉의 상관관계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교수가 교육공무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유럽식 모델과는 달리 미국의 경우 성과나 연구비를 따오는 정도에 따라 연봉이 다르게 측정된다. 특히나 종신교수직인 tenure를 받기 전까지 이름이 교수일뿐 언제 재계약 임용에서 떨어질지 모르는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되는데, 그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 역시 성과과 연봉 간의 상관관계 형성시키는 요소이다. 성과가 좋으면 tenure를 일찍 딸 확률이 높고, 그러면 연봉이 상승하게 된다. 

지위 상승 문제말고도 발표되는 논문의 질과 양에 의해 직접적으로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이 책에서 동아시아의 예로 중국과 우리나라를 들고 있는데, 이 두 나라는 상위학술지(Cell, Nature, Science 등) 에 논문을 게재할 경우 정부와 대학 차원에서 보너스를 지급한다. 그 정도가 연봉의 20%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논문게재에 따른 보너스 말고도 연구에 따른 특허로 인한 수입까지 포함할 경우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진다고 추가한다. 특히나 특허가 돈이 된다는 사실은 대학 뿐만 아니라, 연구를 수행하는 교수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특허 출원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특허로 인한 수입 역시 증가 추세이다. 

특허는 과학을 함에 있어서 양날의 검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연구 동기를 부여해 지식의 발전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지만 역으로 특허로 보호된 지식의 확산속도가 느려지기도 한다. 상상해보라. 암에 걸리기 쉬운 쥐인 Oncomouse에 대한 특허를 듀퐁사가 그대로 배타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1988년 이후 암 연구는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당시 이러한 듀퐁사의 특허 출원에 반발한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듀퐁사는 결국 1999년 비영리적인 사용에 한해 Oncomouse 사용할 수 있게했다. 그리고 그렇게 특허가 유지되던 약 10여년의 기간에 비해 재산권이 느슨해진 이후에, Oncomouse를 발견한 논문을 인용한 논문이 21% 증가 했다고 한다. 즉 Oncomouse를 이용한 연구 자체가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과학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은 경제적인 문제와 분리할 수 없지만, 과학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과학자라는 직업 자체의 경제적 메리트가 크게 없기 때문이다. 

학사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하는 경우, MBA를 취득하는 경우, 박사 과정을 밟는 경우를 비교했을 때, 박사를 하는 경우 기대연봉, 평생 소득 모두 최하였다. 그 중에서도 생명과학분야는 박사학위 소지자의 1~10년차 연봉이 학사학위의 1.1배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이후의 연봉 역시 그렇게 차이가 벌어지진 않았다. 평균 박사학위까지 하는데 추가 교육기간을 7년 이상 소요된다고 가정하고, 그 기간 동안의 소득차(기회손실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그 차이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2001년 미국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MBA졸업생에 비해 생명과학자의 평생소득이 약 200만달러(한화 약 20억원 상당)적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를 들어오는 사람들처럼 과학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쫓는 것인가? 그리고 그들은 금전적인 보상을 포기한 만큼 보상을 받을 것 인가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얘기해보자. 


  1. 음향과학자. MIT 교수직을 역임하던 중, 기내에서 음악감상을 하다가 빡쳐서(?) 음향학을 연구하고, 직접 헤드폰 회사를 차린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BOSE headphone. [본문으로]
  2. 결국 과학자 집단 내에도 연봉의 차이가 많이 나게되었다는 것이고, 그 분포도는 2배 증가하였다는 이야기 [본문으로]

안녕하세요. ^^ 모두들 추석을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석을 가족과 함께 보내다가 흥미있는 글을 읽었는데, 알고 보니 제가 아는 친구놈이더군요. 깐돌이 아빠가 제 친구입니다. ^^ 이 친구와 통화를 하고, 제수씨(?) 글을 게시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글을 퍼옵니다. ^^ 원문여기에 있구요. 퍼온 것이 문제가 된다면 삭제 혹은 링크만 걸도록 하겠습니다. ^^  


종종, 이 친구랑 통화를 하는데 할 때마다, "살인 사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어김없이 이번에도 살인 사건이 일어났더군요. 경찰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경찰의 가족이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된 글입니다. 블로그에 놀러 오신 다른 분들도 이렇게 숨겨진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경찰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글을 올립니다. 


대한민국 경찰이 있기에 안심이 됩니다. ^^ 화이팅입니다.


- 강력팀장 아내의 추석 -


"여보, 이번 추석엔 집에 들어 올 수 있어?"

"응 걱정마. 이번엔 꼭 들어올게! 약속할게"


남편은 큰소리를 쳤지만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희 남편은 천안서북경찰서에서 강력팀장으로 근무하는 경찰관입니다.


지난 설에도, 작년 추석에도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이번 추석만큼은 태어난지 얼마안된 우리 아기와 함께 고향에서 즐거운 명절을 보내자고 남편은 거듭 약속을 했습니다.


그렇게 기대에 부풀어 있던 연휴 첫째날인 9. 18 저녁, 남편은 급한 전화를 받고 나갔고 잠시 후 제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시체가 나왔어...'


그것은 제게 남편이 추석연휴 내내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말과 같았습니다.

머릿 속이 하얘지면서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라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은 20대 여자가 칼에 여러 번 찔린 채 사망했다는 말만을 제게 전할 뿐, 다른 말은 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집에 못들어오냐고 쏘아붙이려는 순간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울음소리... 그것은 사망한 피해자 가족들의 절규였습니다.


순간 저는 옆에 있는 백일된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남편에게 밥 잘챙겨먹으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렇게 올해도 남편 없이 보내는 명절 연휴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남편에게 범인을 잡으러 인천으로 간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알았다고 짧게 대답만 하고 이내 전화를 끊었지만 그 순간부터 저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해할 남편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애기 사진과 함께 "아빠 힘내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이내 진짜 힘난다며 답장이 왔습니다.




[천안서북경찰서 천성현 강력팀장과 그의 아내와의 대화 / 이하 이미지=해당 카카오톡 화면 캡처]


그제서야 제 마음속에 꽁꽁 묶어두었던 남편에 대한 원망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명절이라 문을 연 식당도 없을텐데 밥은 먹었는지... 잠복은 힘들지 않은지 궁금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정작 가장 큰 걱정은 혹여나 남편이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고 응원할 뿐 제가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진 잠복은 쉽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점점 제 마음은 타들어 갔습니다. 그러던 중 오늘(9. 20) 새벽 2시경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 잡았어!"

남편은 흥분된 목소리였습니다.


그때까지 걱정으로 밤을 지새면서 가슴 졸이던 저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 울음이 터져나왔습니다.

"고마워..고마워.."


고생했다, 잘했다고 말해야 하는데 저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고맙다는 말이었습니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범인을 검거한 남편이 너무 자랑스럽고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천안서북경찰서 강력팀장과 그의 아내와의 대화]


나중에야 우리 남편 말고도 형사과장님, 함께 발로 뛴 다른 형사들 누구하나 명절을 제대로 못보냈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제가 너무 속좁았던 것은 아닌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함께 근무하시는 과장님, 강력형사팀원들 모두의 아내 혹은 가족들 또한 저처럼 명절을 함께 보내지 못해 화도 났을 것이고 혹시나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졸였을 것입니다.


다른 대한민국 모든 경찰관들의 가족들 또한 그럴테지요. 제 남편은 저에게 100점짜리 남편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강력팀장으로서 사건현장에서 남편은 어느 누구보다 멋진 최고의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

여러분, 지금 이 시간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고 계신가요??


잠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명절 연휴에도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많은 경찰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아들... 바로 우리의 가족입니다.


이렇게 멋진 대한민국 경찰을 위해 박수를 보내주세요. 경찰은 국민을 위해 더욱 힘껏 뛸테니까요

이번에, 포닥을 준비하면서 책정리를 했는데, 다양한 책들이 나왔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책들은 의대 다닐 때 교과서들이구요. 정리를 하면서, "교과서에 대한 글"을 하나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글을 포스팅합니다. 추가로 최근 책에 대한 문의들이 많이 와서 겸사 겸사 글을 써 봅니다. ^^


정리하면서 나온 책들 - 기본적으로 대부분 본 1때 쓰는 책들입니다.


어디까지나 이 글은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고, 후배들이 책에 관해서 물어올 때 마다 대답해 주는 이야기입니다. 학교에서 조교 생활을 하면서 기초에 남아 있다 보니, 주변 동기들 혹은 후배들이 책에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많이 물어 보았기에, 그 내용도 어느 정도 첨가합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책이 주는 향기를 특히 좋아해서, 정말 많은 책을 사거나 모았습니다. ^^ 현재도 그러하구요. 1년에 이틀정도는 날을 잡아서 하루 종일 책을 사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교과서를 구입하여서 가지고 있었고, 항상 이사를 갈 때마다 문제가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그러하지 않죠. 일부 책만 구입하는데, 이 책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죠.


이번 포스팅은 주로 의대 교과서에 대한 글이 될 듯 합니다. 아울러 최근에 책들 일부를 판매 혹은 후배들에게 주었는데, 그 이유는 결국 참고는 하게 되지만, 진로가 비교적 확실히 정해진(?) 현재는 생각보다 찾을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입니다. 책은 필요하신 분께 가는 순간 다시금 살아나니깐 누이좋고 매부좋죠 ^^[각주:1]


의대에서는 많은 책을 보게됩니다. 당장 1년 동안에 배워야 하는 과목 수부터 상당하기 때문이죠. 당연히 시간이 많이 남아서, 교과서를 읽으면 좋긴 하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대표단이 만들었거나, 교수님께서 주시는 발표 자료 등을 편집해서 메뉴얼을 만들어서, 그 것을 보고 공부하게 됩니다. 저 역시 본1,2때는 교과서를 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유용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수학의 정석같은 존재인, 내과의 해리슨을 필두로한 다양한 교과서들


1. 이해의 폭을 넓혀 준다.


메뉴얼이나, 교수님 PPT 자료는 기본적으로 축약본입니다. 앞뒤 서론이나, 그 학설이 제시된 근거 등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고, 단순히 중요한 factor를 기록하는데 급급합니다. 실제로 그 내용만을 익혀도 의사가 되는데 충분하지만, 앞 뒤 역사적 맥락과 고전적 개념을 이해해 두면, 왜 그런 내용이 등장하였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학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게 됩니다. 


물론, 성적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긴 합니다. 의대 공부 자체가 주어진  한계 시간 안에 중요한 사항을 최대한 많이 익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시험 공부를 하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중요 factor를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하지만, 맥락을 알아 두면, 오래도록 기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교수님이 강의 중에 설명해 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Textbook을 통해서 자신이 깨닫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2. 체계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교과서를 읽어 버릇하게 되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 학문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한 분야의 교과서는 그 분야의 대가가 나름의 편집 스토리를 가지고, 학문의 체계를 잡는 길잡이 역할을 제공하기 위해서 쓰여집니다. 내용 자체도 아주 solid evidence를 가진 부분만 다루기 때문에, 간혹 out of date가 될 수도 있지만, 학문의 체계를 잡는데 아주 유용합니다.


개인적으로 의대 공부는 4년(6년) 혹은 전문의 과정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으로 모든 과정을 외울 수 없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방대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의대 공부를 할 때, 자신이 관심가질 시기에 다시 찾아 볼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Index 개념을 가지고 의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 주변 친구들만 보아도, 아주 간단한 생화학 개념 조차도 까먹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실험을 해야할 때, 다시 공부하라고 한다면, 그 체계를 다시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소한 한번은 학문의 체계를 잡았기 때문이죠. 그 체계를 다부잡고 공고히 하는 목적으로는 교과서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과서로 공부하는데 꼭 신판을 이용해서 공부해야 하느냐


해부학 시절 최고의 교과서 중 하나인 로헨 anatomy 책 1,2,3판. Atlas이기 때문에,판이 중요하진 않죠.


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인 조언을 한다면, 모든 기초 교과서들이 그렇지만 "교과서 뼈대"만큼은 비슷합니다.


따라서,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혹은 교수님 수업 스타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최신판을 구입하면 좋겠죠. 하지만, 의학책은 절대로 값이 저렴하지 않습니다. 추가로, 그 많은 책들을 모두 다 신판으로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자신이 그 학문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한다면, 자비든 연구비든 신판으로 update된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공부해야 하겠지만, 의대생 혹은 개념을 잡기 위한 용도라면, 가격을 고려해서 굳이 최신판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학생 때, 교과서는 참고용으로 구입하고, 교수님 피피티나 필기를 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라서 따로 이전판이라도 무리 없이 공부가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면, 교과서가 주는 "이해도"를 우선시 한다면, 이전 판이라도 큰 상관이 없을 듯 합니다.[각주:2]


그렇지만, 자신의 학교 교수님이 교과서 하나하나를 자세히 리뷰하는 스타일이라면, 이전판을 보는데 무리가 있습니다. 사실 이 것 또한 피피티가 보통 복사실에 돌거나 교과서 파일을 구해서 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데, 교과서를 읽으면서 이해한다는 측면에서는 조금 영향을 미치겠죠. 


또 하나는 자신의 공부 정도입니다. 사실 교과서는 정말 "이해를 위해서 필요한 겁니다". 교과서만 열심히 파고 있으면 폴(유급)하기 딱 좋죠. 근데, 이해라는 큰 틀에서는 교과서 만한게 없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모두가 구판인 책들. 의대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교과서들이죠.

(병리학의 완결판 로빈슨(Robinson), 신경과 린제이(Lindsay), 예과 분자생물학 더 셀(The cell), 

해부학 소보타(sobotta), 내과 해리슨(Harrison), 약리학 가충(Katzung), 생리학 가이톤(Guyton)까지)


일부 책은 제가 신판이 없어서 모든 책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제 경험상 판이 바뀐다 하더라도 큰 내용의 변화는 없습니다. 소소한 업데이트나, 테이블 변동은 있지만, 교수님들이 교과서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기에, 내용이 그대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간혹 변한 부분에서 시험을 내실 순 있겠죠. 하지만, 이 부분은 대부분 수업 때 언급을 하게 됩니다. ^^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학교와 교수님 , 본인의 공부 스타일 차이이기 때문에, 이전판을 구입해서 아주 만족할 수도(사실 가격 이득이 상당하니깐요 대체로 신판을 구입하는 비용의 절반 이하로 구판을 구할 수가 있습니다.), 아님 수업 중간 중간에, 약간의 차이 때문에 불만족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많이 신경쓰는 사람이라면 통크게 신판으로~ 고고싱~ 하는 것이 좋고, 저처럼 책을 좋아라 하지만, 굳이 신판이 없어도 된다면, 이전판을 구입해서 공부하게 되겠죠. 


저도 모든 것을 구판을 구입한 것은 아니고, 관심있는 과목은 최신판, 관심이 덜 가지만 찾아 보고 싶은 것은 구판으로 구입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이전 판을 사거나 가지게 된 경우 수업 들을 당시 몇 페이지 펴라 할 때, 페이지 차이가 있어서 10초 정도 딜레이된 경우는 있긴 했지만, 결국은 똑같은 그림이 앞 뒤장에 있어서 그리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즉, 내용의 큰 틀은 변화가 크지 않으나, 일부 업데이트가 더 되었는데, 최근 신지식이다 보니, 큰 흐름,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지요.(물론 영향을 미치는 진단 criteria가 변하는 경우는 있긴 하지만, 그건 ppt나 파워, 퍼시픽, 필기집 등 요약판 책에 많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결국 교과서는 굳이 안 사도 되지만, 전체적인 개념을 잡는데 필요하다는 것이죠.


끝으로, 교과서 자체는 이 질병이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이해를 목적으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아주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 




  1. 저는 짐을 줄이고, 필요한 사람은 책이 생기고 ^^ [본문으로]
  2. 대체로 이전판이라고 한다면, 5년 이내를 의미합니다. 그 이전이라면, 의학의 발달 속도 상, 체계가 많이 달라져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본문으로]
공포영화의 단골소재. 특히나 요즘 들어 다른 애들에 비해 더더욱 자주 많이 대량으로 등장하는 좀비.
그들은 왜 살아있는 인간 포함 다른 포유류를 공격하는 걸까? 우아한 귀족같은 느낌의 뱀파이어야 신선한 인간의 피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좀비는 딱히 그래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뱀파이어물에선 뱀파이어와 인간 사이의 공존(인지 인간 사육인지) 필요성에 대해 뱀파이어가 말하는 걸 가끔 볼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좀비에 의해 폐허가 된 도시엔 좀비외의 생명체는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으며, 좀비들만이 꾸역꾸역 잘도 돌아다니기 마련이다. 만약 좀비가 살아있는 인간의 육체를 섭취를 못 해서 알아서 픽픽 쓰려져 주면 얼마나 고마울까. 하지만 이제까지 나온 좀비물에서 그런 묘사는 내가 알기론 없다. 물론 살아 있는 인간을 이루고 있는 성분 중 무언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자주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굳이 섭취할 필요는 없지만, 살아 있는 인간이 별미라서 또는 엄청난 에너지 공급원이라서 인간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긴 하다. 이 가능성은 이 글에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그런데로 불구하고 좀비가 살아 있는 인간에게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것은 좀비의 가장 큰 특징인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공포영화나 게임의 단골 소재가 된다.  

더 하우스 오브 데드. 오락실가면 한 판씩 하게 되는 그 게임.

그 목적이 불분명하긴 하지만, 일단 좀비라는 것들은 살아있는 당신을 발견하면 죽자사자 기어오든, 절뚝거리며 걸어오든, 덤벼오기 마련이다.

우리 이걸 맹목적 공격성이라 하자. 아니 맹목적은 빼자. 나름 목적이 있을 수도 있으니(.....). 요 공격성, 그것도 거의 자동반응적인 공격성은 육식동물의 공격성과는 다르다. 육식동물은 일단 다른 존재를 발견한다고 해서 바로 달려들진 않는다. 그 놈이 나한테 위협이 되는 놈이지, 나보다 강한 놈인지 아닌지, 지금 내가 배가 고픈데 먹잇감이 될 만 놈인지 어느 정도 을 본다. 그런데 이 좀.비. 라는 놈들은 그런거 없다. 옆에 동료좀비(좀비에게 동료의식이라는게 없겠지...)가 쓰러져 나가떨어지던 말던 당.신.을 향해 끝없이 끝없이 다가온다.

우리는 여기서 적어도 두가지 특징은 눈치챌 수 있는데, 좀비라는 놈들은 자기보호보능(모든 생명체에게 필수적인!)이 없다는 것과 공감능력(옆에 자기랑 비슷한 다른 좀비에 대한)이 없단거다. 이 두가지 특징은 고통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팔다리가 총이나 도끼에 맞아 너덜거려도, 통증이 안 느껴지다보니 그냥 무심할 수 있겠다. 본인의 팔다리에도 그럴진데, 하물며 옆좀비의 파괴와 손상에 공감할 수 있을리가 없다.

자신의 하반신이 뜯겨지더라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기어오는 좀비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벌써 세가지 특징이나 잡아 냈다. 과도한 공격성, 그의 바탕이 되는 자기보호본능과 공감능력의 부재, 이 두 가지 부재의 전제가 되는 통증감각의 부재.

통증감각을 못 느낀다는 것 부터 보자. 통증을 못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관련한 포스팅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그런데 이 통증을 못 느낀다는 것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특히 자신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생명체에겐 말이다. 

실제로 선천적으로 통증을 못 느끼는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 아주 살기가 힘들다. 안 아프니까 자기 눈을 찌르기도 하고, 칼로 팔다리를 그어 피나는 걸 가만히 지켜보기도 하고, 불에 그을려 보기도하고, 일부러 그러지 않더라도 언제 다친지 모른채 상처가 곪기도 하고, 뼈가 부러지거나 관절이 어긋거나 몸이 성하지 않은 거다.

8세의 Gaby, 각막을 자꾸 긁어대는 바람에 왼쪽 안구는 들어내었고, 안구 보호를 위해 수경을 씌웠다.

 생명체가 자기를 유지하고 종족번식 또는 자기복제라도 하려면 이로운 걸 가까이하고, 해로운 걸 멀리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중 해로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좁게는 통증 넓게는 불쾌한 느낌이라는 거다. (그런데 좀비는 요걸 못 느끼기 좀비는 좀비 자신의 생존에 적합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좀비 바이러스 가설이 그럴 듯하게 먹히는 거다. 바이러스만 번식할 수 있다면 바이러스 숙주로서의 신체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 말이다.)

통증과 자기보호본능은 이렇게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공감능력은 어떠한가? 사자가 동료사자의 고통에 맘 아파할까? 요건 신기하게도 얼마전에 쥐실험에서 증명되었다.

갇혀 있는 친구쥐를 구해주려는 우리의 서鼠선생

 <Science>에 실린 논문[각주:1]에 따르면 쥐만 하더라도, 좁은 철장에 갇혀 있는 쥐의 고통에 공감하여 풀어주려는 경향이 있다는 거다. 하지만 포유류, 조류, 어류, 그 이하로 내려가면서 생각해보면 모든 생명체가 공감능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극단적으로 단세포동물이 공감능력이 있을까? 그렇다고 상상하기는 힘들다. 어느 정도 진화를 한 동물들, 적어도 두뇌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동물은 되어야 공감 능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통증을 못 느끼고, 공감능력이 없다는 것만으로 좀비의 공격성을 설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걸  성향, 성격의 문제로  단순화 시키면 좋은 예가 있다. 피니어스 게이지 아저씨다. 

본인의 두개골을 뚫어버린 철근을 기념품처럼 들고 있는 게이지.

열차 선로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철근이 두개골을 통과하는 사고를 당한다. 그로인해 전두엽이 완전히 파괴된 게이지씨는 사고 전의 사려깊고 조용한 성격과는 180도 달라져, 화를 참지  못하고 폭언을 일삼으며 폭력도 서슴치 않는 성격으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파괴되어 버린 전두엽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데, 프로이트가 말한 Superego 또는 Ego나 우리가 이성이라고 부르는 무엇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의식 (Consciousness) 을 통합 관장하는 부위가 전두엽이라는 이론도 제기되는 만큼 전두엽이 우리의 Id 또는 폭력적인 본성을 억누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진화심리학자의 입장에서 뇌를 구별하면 위 그림과 같이, 신피질, 피질, 변연계영장류, 포유류, 파충류의 뇌로 구별할 수 있다. 전두엽 중에서도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영장류 이상의 동물에서 특히나 발달되어 있다. 이 부분들이 파괴되고 피질, 변연계 뇌만 남는다면 공격적 본성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고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쥬라기 공원의 티라노사우루스나 밸로시랩터를 상상해보자. 아니면 뱀이나 왕도마뱀, 악어를 상상해보자. 그 파충류들이 어떻게 당신을 대할 지 예측을 할 수 없지 않은가? 그 예측불가능함에는 그들의 공격성도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좀비는 인간의 죽어버린 신체로 보일 뿐 "육식파충류의 뇌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거기에 고통을 못 느끼는 특성까지 더해, 그 공포스러움이 배가되는 것 같다. 



  1. Empathy and Pro-Social Behavior in Rat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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