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자 (MD-PhD) 이야기(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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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연구하는 분야 이야기 3 – 우리는 언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을까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과, 그 차이가 언제 생겼는지를 묻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의 질문입니다.Somatic mosaicism이 “세포들은 동일하지 않다”는 선언이라면, 그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이어집니다.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 달라지기 시작했을까요.많은 사람들은 변이를 ‘나중에 생긴 오류’로 상상합니다.노화의 결과이거나, 환경의 축적이거나, 혹은 암이라는 특수한 병리적 사건으로 말입니다.그러나 발생학의 시간축 위에 세포를 올려놓고 바라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차이는 어느 순간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건이 아니라, 아주 이른 시점부터 조용히 누적된 시간의 결과입니다.수정란은 하나의 세포로 시작하지만, 첫 분열부터 완벽한 대칭은 아닙니다.두 개의 세포는 같은 기원을 공..
2026.03.05 -
내가 연구하는 분야 이야기 2 - 우리의 DNA는 동일하지 않다. 심지어 정상 세포조차
저는 늘 교과서가 주는 확실성에 매혹되곤 했습니다. 두꺼운 해부학 교과서, 세포생물학 교과서, 분자유전학 교과서에는세상이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모든 체세포는 동일한 DNA를 갖는다.”― 아주 단순하고 아름다운 문장이죠.이 선언은 인간이라는 존재를,하나의 ‘유전적 동일체(genetic identity)’로 묶어주는 구심점처럼 작동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뇌세포이든 간세포이든 피부세포이든 간에, 그 근간에는 똑같은 설계도가 있다는 것.교과서의 언어는 오랫동안 흔들림 없는 진리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하지만 과학사의 여러 순간이 늘 그랬듯, 이 ‘진리’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20세기 후반부터 드러난 수많은 연구들은, 세포가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하나둘 보여주었습니다.염색체 이상을 보이는 세포들..
2026.02.26 -
내가 연구하는 분야 이야기 1
저는 지금도 제 연구 분야가 무척 흥미롭고, 꽤나 직관적이며, 기본 개념만 이해하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곤 합니다.실제로 제가 다루는 질문들은 대부분 단순하고 본질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껏 풀어온 질문들은 이런 것들입니다. (답은 제일 아래에 해두겠습니다)1. 수정란이 첫 번째 세포분열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두 개의 자손세포는 과연 우리 몸 전체에 각각 얼마나 기여할까?2. 우리의 몸은 언제쯤 좌우로 나뉘기 시작하는 걸까?3.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 같은 세포운명은 어떤 시점에 정해질까?4. 태반의 기원은 몇 번째 분열에서 결정되는 걸까?위 문제들은 제가 랩을 꾸린 2016년도부터 하나씩 풀어내서 답을 세상에 알린 문제들입니다.겉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이런..
2026.02.19 -
현재 하고 있는 연구
현재 진행하는 연구에 대해서 최준석 편집장님의 과학 전선에서 잘 정리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https://lnkd.in/g-sXs7rv
2026.02.12 -
Codon 하나의 변이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단백질 발현을 다루다 보면 “아미노산이 바뀌지 않았으니 문제없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하지만 실제 생산 현장에서 경험하는 바는 다릅니다. Codon 하나의 변이는 그 자체로 충분히 중요하며, 때로는 단백질의 안정성과 재현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우선, codon 변이를 확인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합니다.생산세포주 개발 과정에서 “이 클론이 정말 하나의 클론인가”라는 질문은 언제나 핵심입니다. 이때 single-nucleotide 수준의 codon 변이는 가장 민감한 지표가 됩니다. 동일한 아미노산을 암호화하더라도, codon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단일 클론이 아닌 혼합(population)의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으며, 이는 곧 clonality에 대한 직접적인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즉, codo..
2026.02.05 -
Genome은 서열이 아니라, 세포가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다
많은 사람들이 Genome 분석을 한다고 말합니다.하지만 실제로 대화를 해보면, 상당수는 sequence를 보고 있을 뿐입니다.Sequence는 문자입니다.A, T, G, C의 나열이고, 비교적 정적인 정보입니다.반면 Genome은 구조이며, 맥락이며, 역사입니다.저는 오랫동안 Whole Genome Sequencing 데이터를 다루면서“이 변이가 있다/없다”라는 질문보다“이 변이가 왜 여기에서, 이 형태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그렇기에, Genome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변이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변이가 어떤 세포 계통에서 생겼고, 어떤 시간축을 따라 축적되었으며,어떤 구조적 제약 속에서 살아남았는지를 함께 해석하는 일입니다.같은 single nucleotide varia..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