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어플을 소개하는 본 코너에서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초거대 신작 "살아남아라! 연구자"를 소개합니다. 

본 게임은 2015년 출시될 예정이며 현재 오픈베타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특히 많은 치킨집 사장님들의 관심속에 본 게임은 iOS와 안드로이드용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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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대한 항공의 부사장 문제로 아주 나라가 시끄러운 것 같다. 그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접어두고, 예전에 썼던 항공권에 대한 글을 포스팅한다. 실제로, 유학을 가거나 여행을 갈 때 아직까지도 비행기 가격은 그리 착한 편이 아니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에 대부분의 경우 편안한 항공, 좋은 서비스를 찾기 보다는 가격적으로 더 저렴한 항공편을 찾는다. 이 글은 그런 부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쓰는 글이다.


사실, 우리나라 항공권은 비싼 편이다. 개인적으로 여러 항공을 타면서 비교해 봤지만, 우리나라 항공기인 대한 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서비스에서만큼은 최고 그룹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비싼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국적기가 그 나라에서 제일 비싸다. 한국에서는 대한 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캐나다에서는 캐나다 항공이, 일본에서는 JAL이 비싼 편이긴 하지만, 요새는 가격 자체가 오픈되어서 큰 차이가 없는 나라도 많다. 특히, 미국의 국적기(?)인 United 에어 라인은 미국에서도 아주 저렴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아시아나, 대한 항공)은 국적기의 국적이 아닌 미국에서도 비싼 편에 속한다.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리고 한국인인 이상, 한국 국적기가 가장 편하고, 기내식이나, 스튜어디스의 서비스에 대한 마인드(마카디미아와는 별개로 ^^), 기계의 구비 조건는 분명히 가격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지만, 비싸게 느껴질 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비행기 자체의 서비스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비행기의 목적은 "이동"인 바, 다른 외국 항공권과 국적기 항공권의 큰 가격 차이는 국적기로서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항공권의 본질은 "여행, 이동"이지, 기내식이나 잠시 대화하면서 얻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까운 거리나 프로모션(신용카드)으로 꼭 국적기를 타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경비처리가 되는 학회를 가는 항공권조차도 싼 항공편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오늘은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사이트(Expedia.com)를 소개하고자 한다. 실제로, 내가 이 사이트를 접한 것은 지금부터 10년도 더 전(정확하게는 12년)의 일이다. 여전히 저렴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별한 일이 아닌한, 나는 expedia.com을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이 글을 expedia.com 홍보 용도라든지,마케팅의 일환으로 대가를 받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블로거지를 혐오한다.)  


 


당시 2002년, 미국을 오가는 대한항공 비행기 표가 200만 원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expedia.com에서 현재는 사라진 Northwestern 항공 왕복 비행기 표는 100만 원 남짓이었다. 돈 없는 예과생 신분으로는 정말 가뭄의 단비 같은 조건이었다. 내가 아주 좋아라 하는 대한 항공 기내식 비빔밥을 무려 200그릇이나 더 먹을 수 있는 가격 차이였기에, 아무런 고민 없이 노스웨스턴 항공을 선택했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현재 노스웨스턴 항공을 델타 항공과 합병하였고, 그때 타고 다니면서 얻었던 마일리지는 고스란히 델타 항공으로 넘어왔다. 더 행운인 것은, 국내 항공 마일리지가 유효 기간 10년으로 개정되었는 것에 반해, 델타 항공은 마일리지 유효기간 자체가 없다는 사실이다. 초반에는 2년 정책이라고 해서, 2년마다 활동(탑승 혹은 적립)을 해야 했는데, 이게 사라졌는 것인데, 진짜 부담 없이 마일리지를 모을 수 있다. 다만, 거리 개념이 우리와는 다른 미국 회사답게 VIP 회원(밀리언 마일러)이 되기 위해서는 대한 항공보다 더 까다롭고, 많은 마일리지 활동을 요구한다. 

 

여하튼, 당시 노스웨스턴 항공을 선택하게 만들어준 회사가 바로 Expedia.com이었다. 당시 꼬꼬마였던 나로서는 이름이 외우기 쉽지 않아서, 공책에 몇 번 쓰면서(?) 외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신속하게"라는 뜻을 가진 expedite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본다. (당시에는 몰랐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예매하지만, 당시만 해도, 항공권은 여행사의 전유물이었다. 한국도 그러했지만, 미국 역시도 그러하였다. 오프라인 개념이 강한 상품인 셈이다. 이는 시시각각 유동적으로 변하는 가격, 급하게 변하는 항공권 자리, 급히 취소하고 다시 예약하는 전산 처리 때문이었고, 결과적으로 이런 특징 때문에,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예매하는 것은 당시에 아주 큰 리스크를 가진 사업이었다. 왜냐하면 예약을 하는 찰나에 전산 처리가 늦어져서 예약을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극복하고 아주 매끄럽게 예매가 되게끔 만든 사이트가 바로 Expedia.com이었다.(혹시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다시 한 번 언급합니다. 스폰받은 것 아닙니다. ^^) 당시에도, 많은 항공권 예매 사이트가 있었지만, 그중 독보적인 존재가 바로 Expedia.com이었다. 현재는 많은 인터넷 예매 사이트들이 있고, 한국에도 무수히 많은 사이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아성이 무너졌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개인적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 델타 이렇게 세 군데서 마일리지를 모으고 있다. 가족도 볼 겸 한국으로 잠시 가려고 항공권을 찾아보려고 했다. 처음에는 세 곳 모두에서 한국-미국 왕복할 정도의 마일리지가 쌓여 있어서 마일리지 보너스 항공권을 쓰려고 했었다. 

 

하지만, 델타는 특정 날짜에 자리가 없고, 대한 항공과 아시아나는 마일리지 7만을 쓰고도 유류할증료와 세금으로 385불을 요구하였다. 거의 400불에 가까운 돈을 왕복으로 내야 하는 셈인데... 무언가 억울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 

 

그래서 찾아본 Expedia!!! 역시 Expedia는 12년 만에 찾아온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포함한 비행기 가격이 883불밖에 하지 않았다. 물론 국적기가 아닌 유나이티드 항공이긴 하지만 

 


그리고 찾아본 국적기는 가격이 1500불 내외를 오르락내리락하였다. 아.. 아직도 국적기는 비싸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그래도 200불 정도 차이는 더 낼 의향은 있었는데.. 무려 700불 차이..의외로 싼 가격에 유나이티드 항공을 날름 예약했다. (참고로 5월인 비성수기로 기억합니다)

 

조그마한 팁을 알리자면, Expedia.com에서 주의할 사항은 조건을 자세하게 읽는 것이다. 특히 환불 조건이나 교환 조건이 아주 까다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유의해서 읽어야 한다. 보통 환불이나 교환에 300불 정도의 높은 수순의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꼭 유의하도록 하자. 아울러 마일리지 적립이 안된다거나, 오버부킹 시 자리를 확보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조건 등은 꼭 참고해야 할 자료이다.

 

그 외에 주의해야 할 사항은 따로 없는 것 같다. 어워드를 신청할 수도 있는데, 아직까지 잘 되는지에 대한 것은 의문이고, 가격 경쟁력 하나로 특화된 사이트라고 생각하면, 여러모로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 예약하기 위해 소모되는 나의 시간도 궁극적으로 가격에 포함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소모하는 시간에 대한 가격은 생각하지 않고, 절대적인 가격만 보고 싸다 비싸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하튼 ^^  이 이야기는 추후에 시간이 되면 언급하도록 하자. 

 

물론, 현재는 이 사이트 말고도 다양한 사이트들이 최저 가격을 내세우면서 항공권 예약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booking.com orbitz.com kayak.com farecompare.com 등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최저 가격을 보장하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입맛에 따라 골라서 이용하면 될 듯하다. 


영화 서텨 아일랜드의 거의 마지막 부분 장면이죠.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저 대사가 얼마나 의미심장한 것인지 와 닿으실겁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을 위해 간단한 줄거리를 말씀드리면, 정신병을 앓고 있는 범죄자들을 구속하고 있는 섬이 있습니다. 교도소이자 정신병원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섬인거죠. 그런데 이 섬에서 어떤 여자 환자가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연방수사관이 이 섬에 조사차원으로 방문하면서 영화가 시작합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 섬이 단순히 정신병 범죄자를 수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위협적인 인물을 가둬놓고 전두엽 절제술을 시행해 폐인으로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 듯한 정황들이 드러납니다. 이 이후의 줄거리는 스포일러에 해당되니 영화를 직접 보시길 권합니다. 마틴 스콜시지가 만들어 낸 장면에 디카프리오의 훌륭한 연기가 잘 어우러진 영화입니다.

위 영화의 배경은 1950년대 미국인데요.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정신병 또는 신경병을 치료한다는 목적으로 두뇌의 일부를 절제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간질(지금은 뇌전증으로 이름이 바뀐)을 치료하기 위해 측두엽, 해마 등을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인데요. 이 치료법은 아직도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전기적 발작이 시작되는 부분을 전극으로 찾아 내어 그 부분만 잘라내지만, 1950년같은 옛날에는 앞뒤 잴거 없이 그냥 해마나 측두엽 전체를 제거했습니다.

(출처:wikipedia, 이렇게 해마처럼 생겼다고 해서 해마라고 이름 붙여진 그 곳)

그런 시절에 아주 심한 뇌전증을 앓았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1926년에 태어난 Henry Molaison이라는 사람인데요. H.M.이라는 이니셜로 더 유명하죠. 예 맞습니다. 양쪽 해마를 절제해서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게 된 사람이죠. 여기서 영화 메멘토를 떠올리시는 분도 많으실겁니다.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새로운 정보나 인물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지 못 하고 금방 잊어버리는 증상을 앓게 된거죠. 1953년에 해마절제술을 시행했다고 하는데 그 보다 예전 기억은 잘 기억하고 있었던 반면, 1953년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거의 기억하지 못 했다고 합니다. 단, 절차기억(자전거타기, 수영하기 등등)은 남아있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새로 배울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H.M.의 케이스가 과학계에 보고되자 많은 사람들이 기억에 관한 연구를 하기위해 H.M.을 테스트했고, 심리학 신경과학 역사에 잊혀질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H.M.의 케이스는 이후 동물 실험을 하는 연구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서 쥐나 토끼의 해마 기능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O'keefe였죠. 

(출처: http://robertchaen.com/2014/10/08/6970/, 흰수염이 멋있으심)(출처: http://berkelab.org/BerkeLab/Techniques.html, 신경세포의 전기적 신호기록을 위해 머리에 전극을 설치해놓은 쥐의 모습입니다.)

O'keefe 교수는 당시 위의 오른쪽 사람처럼 쥐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해마에 전극을 꽂아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하며 신호를 기록했는데요. 쥐의 해마는 사람의 해마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있기도 했고, H.M.에 대한 보고도 있었으니 열심히 실험하고 연구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 결과 O'keefe 교수는 해마가 뇌의 인지적 지도에 해당되는 부위라는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결과를 내놓게 됩니다. 그게 바로 이번 노벨상 업적이기도 한 장소세포, place cell의 발견입니다.

쉽게 말해 장소세포는 어떤 환경에 개체가 노출되었을때, 주변 환경에 대한 cue나 정보를 인식해서 어느 특정 부분에서만 활성화되는 세포라는 것이죠. 쥐로 치면 

(출처: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0014488676900558, Place units in the hippocampus of the freely moving rat, O'keefe, 1976, Experimental Neurology)

 위와 같은 실험실 환경에서 가운데 보이는 T자형 미로을 왔다갔다 할때 특정 위치에서 활성화되는 세포라는 거죠. 우리 사람으로 치면, 집에서 거실 쇼파에 있을때 활성화되는 세포,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을때 활성화되는 세포가 해마에 포진해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유명한 런던 택시 운전사에 관한 연구를 보면 복잡한 런던이 골목을 이리저리 누비고 다니는 택시 운전사의 해마가 일반인보다 크다고 되어 있죠. 그런곳에서 네비게이션도 없던 시절부터 오랜시절 운전해오신 베테랑들에게는 장소세포가 많이 필요했나봅니다.

해마는 단순히 장소만 기억하는 역할만 담당하지 않습니다. 저 위에서 언급했던 H.M.의 경우, 메멘토의 경우처럼 타인에 대한 기억도 저장하게 되는데요. 그와 관련한 멋진 연구가 여기 있습니다.

(출처: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435/n7045/full/nature03687.html, Invariant visual representation by single neurons in the human brain, 2005, Nature)

진단 및 치료목적으로 해마와 그 인접부위에 전극을 삽입한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입니다. 이 환자의 경우 제니퍼 애니스톤이라는 특정인물에만 반응하는 세포가 있었는데요. 동명이인이나 다른 여성 사진에는 반응하지 않았고, 웃프게도 브래드피트와 애니스톤이 함께 있는 사진에도 반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ㅡ,.ㅡ; 

물론 이렇게 발견된 현상은 단순히 세포에 사람얼굴이나 특정장소가 저장된다기 보다는 여러 신경 세포의 활동의 조합, 즉 패턴의 형태가 기억을 표상할 것으로 믿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장소세포 또는 할머니세포, 제니퍼 애니스톤 세포라는 것은 결국 그 패턴을 이루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수많은 신경세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게 생각을 하고 해마와 그 인접부위에 관해 더 실험, 연구를 하다가 발견된 것이 격자세포, Grid cell입니다. 결혼해서 같이 살면서 연구도 같이 하시는 Moser부부가 발견했죠. 격자세포란

(출처: 문명 홈페이지 캡처, 문명하셨습니다의 그 문명5)

저 게임 상의 유닛처럼, 격자를 하나씩 이동할때 마다 활성화되는 세포를 말합니다. 이 격자세포는 해마로 정보를 보낸다고 알려진 Entorhinal cortex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출처: http://www.ucl.ac.uk/news/news-articles/1001/10012001)(출처: Buzsáki, György, and Edvard I. Moser. "Memory, navigation and theta rhythm in the hippocampal-entorhinal system." Nature neuroscience 16.2 (2013): 130-138.)

실제로 격자세포를 실험적으로 기록하면 위의 왼쪽 그림처럼 됩니다. 쥐가 쥐장안을 자유롭게 돌아 다닌  흔적이 검은색 실선입니다. 그리고 그 실선 위에 기록하고 있는 세포가 활성되었을때 빨간 점을 찍으면 저런 육각형의 격자 모양이 생기는 거죠. 이렇게 기록한 결과에서 위치에 따른 신경세포의 활성화되는 빈도를 색깔(높을 수록 빨간색, 낮을수록 파란색)로 표현한 것이 오른쪽의 상단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Entorhinal cortex라는 피질의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격자세포가 기록되는 거리 간격이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Dorsal은 등쪽을 의미하는데, 이 곳의 격자세포들은 훨씬 촘촘한 간격에서 활성화되죠. Ventral이라고 되어 있는 배쪽의 격자세포는 조금 더 넉넉한 공간에서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세포마다 기록되는 육각형 격자의 각도가 달라지면서 공간 상의 X,Y위치를 훨씬 자세하고 촘촘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 격자공간에 대한 좌표를 처리해서 해마로 보내면 해마의 장소세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렇듯 해마와 그 인접부위는 기억과 관련되어, 신경과학이나 심리학 분야에서는 아주 핫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부위에서 우리의 기억을 표상하는 두뇌의 기전을 신경세포 수준에서 발견하고 증명한 장소세포와 격자세포에 관한 연구는 이번 노벨상 수상에 전혀 손색이 없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네요. 이번 수상자를 예측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초기 연구가 1971년도에 시작되었으니 더 그렇기도 하겠지요. 참고로, 노벨상 수상 시점과 연구 시점에서 가장 큰 간극이 있는 상이 바로 생리의학상이죠. 초기 발견부터 그 의미가 다시금 재해석되는데 많은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물리나 화학은 바로 이론을 실용화시키는 것이 생물보다는 훨씬 더 쉽게 가능하죠.


올해 수상자는 John O´Keefe May-Britt Moser and Edvard I. Moser 입니다. 참고로 후자 두분은 부부죠.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비율이 1/2 : 1/4,1/4 입니다. 보통은 1/3 인 경우가 많은데, 연구의 중요성과 시기로 인해서 이런 비율이 등장한 것 같아 보입니다. 



positioning system in the brain 에 기여한 바로 수상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저희 팀블로그 필진 중 한 분이 설명드릴 것 같습니다. ^^


간략하게 설명드리면, 뇌에서 어떻게 정보가 기억되고, 그 정보의 기억 장소가 특정한 곳에 지정되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억과 관련하여 브레인이 작동되는 원리를 밝힌 셈인데,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요기를 클릭하시면, 언론을 대상으로 한 정보가 있습니다. 물론, 영어입니다. ^^


조금 더 자세하게 읽어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노벨상 위원회에서 작성한 설명 글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The Brain's Navigational Place and Grid Cell System.


이건 조금 더 세분화되어 있어서, 관련 분야에 연구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영어겠죠. ^^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데, 우리 나라 과학계는 이 수상에 목을 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노벨상과는 큰 관련이 없는 중개 연구를 하는 입장을 떠나서라도, 노벨상에 너무 목 맬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 과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즐겁게 하다보니깐 노벨상과 같은 큰 상을 받게 되는 것 아닐까 합니다. 절대 노벨상을 폄훼하는 것은 아닙니다. ^^


노벨상을 아직 받지 못했지만, 아니면 받지 못했던 연구들 중에서도 아주 멋진 연구들이 많습니다. 일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엄밀히 따지면,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죠. 그렇다고 해서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못 받은 것은 아니지만요. 광전 효과로 1921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죠. 하지만, 과학적 사실은 상대성 이론에게 노벨상을 수여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 이론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중요성이 덜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핵심입니다. 그리고 전 아인슈타인이 노벨상만을 받기 위해서 물리 연구를 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네요. 학문을 즐기다 보니깐 그렇게 된 게 아닐까요?


물론, 노벨상을 받게 되면, 그 연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고, 관련 분야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에게도 영광이고, 국가적으로도 영광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의 본질은 노벨상과 같은 외적 업적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너무 노벨상 노벨상 그러는 세태는 조금 지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때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소소한" 연구가 개인에게는 더 없이 큰 행복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제가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 중, 지난 글(http://mdphd.kr/153)에 이어서 학교와 연구분야의 선택부터 지원에 필요한 다양한 서류들을 작성하고 준비하였던 경험담에 대하여 다루어 보겠습니다.


4. 학교의 선택과 연구분야의 선택

학교의 선택과 연구분야의 선택은 지원서 작성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특정 관심 연구분야가 확고하게 정해져 있다면 이 부분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관심사가 넓고 다양한 연구를 해 보고 싶은 경우에는 학교 선택과 랩 선택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연구의 큰 카테고리 정도만 정해두었을 뿐 세부적인 연구주제는 넓게 열어두었으며, 이로 인하여서 조사하여야 할 정보의 양이 방대해지게 되었습니다.

먼저 학교 선정은 US News 웹사이트(http://www.usnews.com/best-graduate-schools)에서 제공하는 학과 별 랭킹을 많이 참조하였습니다. 애초에 유학의 목적을 설정할때부터 가장 뛰어난 연구환경과 가장 뛰어난 동료들 틈에서 연구해보고 싶은 열망이 컸기 때문에, 학과별로 참고할만한 지표를 제공하는 US News 학과별 대학원 랭킹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한 학교들을 중심으로 지원할 곳을 선정하였습니다. 참고로 또 다른 대학원 랭킹 자료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아카데믹 서치(http://academic.research.microsoft.com) 사이트의 랭킹 정보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US News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랭킹을 정하기 때문에 순위가 다릅니다. 특히 어느 교수로부터 얼마나 많은 저널이 나오고 있는지, 주로 어디에 퍼블리쉬 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점이 장점입니다.

두번째로 나의 관심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가 있는가 라는 기준으로 학교들을 걸러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선정한 학교 중 70% 정도의 학교가 남게 되더군요. 이 과정과 동시에 각 학교별로 제가 contact 해야 할 교수(연구그룹) 목록을 확보하였습니다. 제 나름의 연구그룹 선정 기준으로는 (1) 연구분야가 흥미롭고 유용할 것, (2) 그룹의 책임자는 가급적 부교수(associate professor) 포지션 이상일 것, (3) 최근 5년간 매년 일정량 이상의 연구성과가 있는 연구그룹일 것 등이었습니다. 부교수 포지션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첫째로 정년보장이 되지 않는 조교수(assistant professor)에 비해 갑자기 학교를 떠날 확률이 비교적 낮다는 것과, 둘째로 나를 선발할 권한을 가진 선발위원회(admissions committee)의 일원일 가능성 등을 고려하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원한 학교에서 입학 허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하는 전략적인 방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제 시험 성적으로 지원 불가능한 학교를 제외했습니다. 시험 성적이 충분하지 못하여서 딱 두개의 학교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사실 가장 가고싶었던 학교 중 하나도 TOEFL 성적 때문에 포기하여야 해서 그 당시에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었습니다.


5. Curriculum Vitae 작성하기

Curriculum vitae, CV는 이력서의 일종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력서를 나타내는 영어 표현인 resume와 동의어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문적 배경과 저널 논문 실적 등 학술적인 이력, 그리고 본인의 학문적 경쟁력 (수상, 장학금 수여실적 등) 등을 빠뜨리지 않고 상세하게 나타내는 형태의 이력서를 resume와는 구분지어서 CV라고 표현합니다.

CV를 작성하기 위해서 수많은 샘플 CV를 구해다가 비교하면서 저만의 CV를 작성하였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구한 CV 샘플 중에서는 박사과정 지원자의 샘플과 포닥(post-doc) 지원자 샘플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박사과정 지원 전에 직장에서의 연구경력이 있기 때문에 경력사항이 길게 나열된 포닥 지원자들의 샘플이 제 상황과 더 잘 맞았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수많은 박사과정 지원자들의 CV 샘플을 보면서 연구경력이 많지 않거나 전혀 없는 지원자들도 의외로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유학 준비를 하다보면 남들은 다들 나보다 특출난 것 같이 생각될 때가 많고, 이로 인하여 온갖 걱정거리가 머리속을 어지럽힐 때가 많습니다. 저도 저만 못난 것 같다는 생각에 한창 마음이 힘들던 시기가 있었는데, 한때 나만큼 못난 것 처럼 보였던 사람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학술적인 커리어를 잘 쌓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걱정거리를 이겨내기도 하였습니다.

CV에 들어가는 내용들은 모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나열하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사실이라도 어떤 순서로 나열할지, 어떤 것을 강조할지, 어디에 배치할지 등을 통하여서 나의 경쟁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유리하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수논문상, SCI 논문 등 내세울만한 핵심적인 사항들은 앞으로 다 끌어모으고,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해 봤다는 류의 지루하게 나열할 내용들은 뒤로 밀었습니다. 직장에서 수행한 다양한 프로젝트 경력 때문에 다섯 페이지나 늘어지는 긴 CV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첫 페이지 안으로 다 넣으려고 노력했지요. 이렇게 함으로써 편리했던 점 하나는, 지원하는 학교 중 CV 분량제한이 있는 학교에 제출할 때에 다시 작성하지 않고 첫 페이지만 떼어서 제출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6. E-Mail 보내기

제가 속하고자 하는 연구그룹의 PI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목적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그 그룹에 채용하고자 하는 빈자리가 있는지, 그리고 그 그룹에서 나를 채용해 줄 수 있을지 의사를 알아보는 것이 주요 목적입니다. 또한 연구그룹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하였을 경우 학생 연구자에게 research assistantship (RA) 형태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데, 재정지원을 요청하고자 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적입니다.

이외에도 학교에 공식적으로 지원하기 전에 이메일을 보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더 있습니다. 먼저 혹여나 이메일을 받는 대상이 선발위원회의 일원일 경우,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학생이 이메일을 보내었다면 우선적으로 선발해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학업배경을 지닌 학생이라면 선발위원회에 공식적으로 그 학생에 대한 선발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알리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메일을 보낸 교수의 랩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추후에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로 발전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참고로 유학 준비를 함께 한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하면, 입학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나도 메일 답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 마음이 참 불안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엄청난 연구업적을 가진 학생이어서 교수가 조바심을 낼 정도가 아니라면 답장이 오지 않는게 일반적이라고 하니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입학허가를 받기 전에 이메일 10통 넘게 써서 딱 두개의 답장을 받았고, 지금 가기로 최종 결정한 학교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답장도 오지 않았던 학교입니다. 게다가 저에게 온 답장 중 하나는 "지금은 너랑 할 얘기 없으니 나중에 혹시 우리학교에서 입학허가를 받게 된다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라는 다소 불친절한 말투와 내용의 답장이었습니다. 결국은 그 학교는 3월 초가 되자마자 저에게 입학 거절을 통보했습니다.

엉엉 차라리 답장을 받지 않는게 좋을뻔 했어요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은 개개인의 메일을 쓰는 성향에 따라 다르고, 분야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의사표현 방법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어떠한 연구그룹의 일환이 되기 위하여 나를 어필하는 전략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간결하게 작성해서 첫 두세 줄을 읽고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다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7. Statement of Purpose 작성하기

기존에 이수한 학업성적과 저널, 컨퍼런스 페이퍼 등 연구업적은 변하지 않는 개인 능력의 정형화된 지표인데 반하여 SOP와 추천서 등은 지원하는 시점에서 본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따라서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글을 작성하여야 합니다.

먼저 Statement of Purpose, 줄여서 SOP는 (1) 나는 누구이고 왜 이 학교를 지원하는지, (2) 내가 이 학교에 진학한 후에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지, (3) 내 연구를 통해서 향후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4) 그래서 궁극적으로 학위를 받은 후 내가 하고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문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기소개서 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나에 대해서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우리나라 개념의 자기소개서와는 상당히 다른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OP는 철저히 혼자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동의하시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교정가들과 컨설턴트들이 활동을 하고 있고, 대부분의 유학 준비생들은 최소한 원어민 교정가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드물 정도입니다. 이러한 점을 부정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저도 컨설턴트의 손을 거치기도 하였고 원어민을 통해서 최종 교정도 하였습니다. 다만, 초안을 작성하는데 있어서는 철저히 혼자 작성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많은 SOP들을 읽어보면 많은 경우 서로서로 유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심사자들은 매년 수많은 SOP를 보아왔을테고, 남들이 하는 이야기랑 크게 다르지 않은 SOP를 따로 골라서 우선적으로 선발할 대상으로 올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제 경우에는 남들과는 차별화된 나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다른 자료들을 다 덮어놓은 채, 워드프로세서만 띄워놓고 몇날며칠 혼자 고민해가면서 초안을 영어로 바로 작성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 SOP를 잘 작성하기 위해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 정도는 숙지를 하였습니다. SOP에서 논리를 전개하는데 핵심이 되는 나만의 이야기와 나만의 경쟁력을 어필하기 위해 힘썼고, 또 어느 SOP 작성 가이드에서 읽었던 Example, Example, Example! 이라는 것을 항상 떠올리면서 적절한 예시를 통해 나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방법으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여러 학교들에서 제공하는 SOP 작성 가이드 자료를 보면 최소한 3사람 이상 읽도록 하고 교정을 받아서 완벽한 글을 만들라는 조언이 꼭 빠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국 학생들조차도 에디터를 고용하여서 글을 교정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따라서 초안이 완성된 후에는 지인을 활용하든지 전문적인 컨설턴트나 교정가를 활용하든지 꼭 교정을 받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제 경우에도 초안이 완성된 후에는 컨설턴트를 통해 약간의 가공을 거치고, 컨설턴트가 추천하는 전문 원어민 교정가를 통하여 최종 교정을 받았습니다. 교정을 거친 글을 읽어보면 내 영어실력으로는 도무지 표현하기 어려운, 굉장히 자연스러운 말로 내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나간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베테랑 교정가들의 손을 거친 경우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또한 학교별로 SOP의 분량이나 요구하는 글의 내용이 상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한가지 버전의 긴 SOP를 작성하고 학교별 요구사항에 맞추어 줄이는 형식으로 준비하였습니다. Single-spaced로 세 페이지나 작성된 긴 글을 어떤 학교의 경우에는 한 페이지 미만으로 줄이기도 하였습니다. 내용을 줄일 때 나의 배경에 대한 핵심적인 이야기가 아닌 것은 과감하게 삭제하였더니 분량을 줄이는데 아주 큰 어려움은 겪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떠한 학교들의 경우에는 분량 제한이 너무 빡빡해서 하고싶은 이야기조차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네요. 가장 심했던 곳은 최대 500단어 이내로 맞추라고 되어 있었는데, 사실 도저히 그렇게 나오지 않아서 분량제한을 조금 넘겨서 (MS Word의 단어세기 기능으로 약 530 단어) 작성했습니다. 약간의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아직 드네요.


경험담을 나열하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지고 있네요. 두편으로 끝낼까도 생각했는데, 다음 편 글을 또 작성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양질의 추천서 확보하기, 박사과정 원서 제출하기, Admission 결과 및 최종 결정, 그리고 펀드(장학금/학비/생활비) 확보하기에 대하여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최대한 열심히 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보다 못해 덤벼들어서 우리 포닥을 붙들어 가지고 도로 집으로 들어왔다. 논문을 더 읽혔으면 좋았을 걸, 너무 급하게 쌈을 붙인 것이 퍽 후회가 난다. 동물실험실께로 돌아와서 다시 턱 밑에 네이쳐 리뷰 논문을 들이댔다. 흥분으로 말미암아 그런지 당최 논문을 읽지를 않는다. 나는 하릴 없이 포닥을 앉히고, 그 눈 앞에다 재임용 추천서를 들이댔다. 포닥은 집에 있는 마누라와 애들이 생각이 나는지, 논문을 읽는 모양이나, 그러나 당장의 월화수목금금금은 매일같이 점교수한테 쪼임을 당하는데 댈 게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 두 주 논문을 읽히고 나서는 나는 고만 풀이 죽었다. 싱싱하던 포닥이 왜 그런지 수염이 덥수룩해져서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실험실을 어슬렁 거리며 졸고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교수님이 볼까 봐서 얼릉 현미경실에 감추어 두었더니 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정신이 든 모양 같다. 


그랬던 걸 이렇게 오다 보니까 또 쌈을 붙여 놓으니 이 망할 조교수가 필연 우리 실험실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제가 들어와 현미경실에서 꺼내 가지고 나간 것이 분명하다. 나는 다시 포닥을 잡아다 가두고, 염려는 스러우나 그렇다고 동물실로 실험하러 가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SPF에 들어가려 방진복을 입으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암만 해도 고년의 목쟁이를 돌려 놓고 싶다. 이번에 내려가면 망할 년 등줄기를 한번 되게 후려치겠다 하고 싱둥겅둥 마우스에 종양세포를 찔러넣고는 부리나케 내려왔다. 


거지반 실험실에 내려와서 나는 호드기 소리를 듣고 발이 딱 멈추었다. 실험실 복도에 널려있는 디프리져 칸칸히 환자샘플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 그 틈에 끼어 앉아서 점교수가 청승맞게스리 호드기를 불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도 더 놀란 것은 그 앞에서 또 푸드덕, 푸드덕 하고 들리는 포닥의 횃소리다. 필연코 요년이 나의 약을 올리느라고 또 포닥을 집어 내다가 내가 내려올 길목에게 지네 박사학생과 쌈을 시켜 놓고, 저는 그 앞에 앉아서 천연스레 호드기를 불고 있음에 틀림없으리라. 


나는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라서 두 눈에서 불과 함께 눈물이 퍽 쏟아졌다. 실험가운도 벗어놀 새 없이 그대로 내동댕이치고는 파이펫을 뻗치고 허둥지둥 달려들었다.


가까이 와 보니, 과연 나의 짐작대로 우리 포닥이 거의 빈사 지경에 이르렀다. 포닥도 포닥이려니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 없이 고대로 앉아서 호드기만 부는 그 꼴에 더욱 치가 떨린다. 학교에서도 소문이 났거니와 나도 한때는 걱실걱실히 논문 잘쓰고 얼굴 예쁜 조교수인 줄 알았더니, 시방 보니까 그 눈깔이 꼭 여우새끼 같다.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교수네 박사학생의 실험노트를 때려 엎었다. 실험노트는 푹 떨어진 채, 생채유래 폐기물통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매섭게 눈을 흡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놈아! 너 왜 남의 실험노트를 못 쓰게 만드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누 실험실 연구노트인데?”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 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이제 연구비도 떨어지고 연구실도 내쫓기도 해야 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서 실험복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다 점교수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터 내 실험 좀 할 테냐?” 하고 물을 때야 비로소 살 길을 찾은 듯 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무슨 실험을 하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 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 살게 굴 테니.”


“그래 그래, 인젠 네 실험해줄 테야.”


“연구노트는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디프리저로 다가간다. 그 바람에 디프리저문이 열려서 가득 환자 샘플이 쏟아졌다.


60대에서 80세까지 암환자들 혈액샘플과 종양 조직샘플에 나는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에서


“점교수! 점교수! 연구계획서 쓰다 말고 어딜 갔어?”하고 어딜 갔다 온 듯 싶은 점순네 교실 주임교수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교수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복도 옆을 살금살금 기어서 회의실로 내려간 다음, 나는 디프리저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옥상으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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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정리


지은이: 작자미상

갈래: 단편소설

배경: 시간 (2010년대), 공간 (인심이 순하고, 순박한 지방 대학)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비정규 계약직 연구교수인 주인공의 내면 세계를 그리는 데 효과적이며 독자에게 친근감을 주고 있다.) 

주제: 지방대학 조교수와 연구교수의 순박한 공동연구

문체: 이 작품에는 실험실 토속어와 개인어가 풍부하게 구사된다. 이것이 이 소설에 활력을 주고 산문성을 확보하게 한다. 특히, 이 작자미상의 소설에는 실험실 약어, 영문이 많이 쓰인다.(특히 오덕한 포닥의 묘사에 유의)

구성: 현재-과거-현재의 역순행적 구성임

발단: 연구비로 점교수가 자꾸 나의 약을 올림 / 수난을 당하는 ‘나’의 포닥 (현재)

전개: 나흘 전, 연구비를 준 호의를 거절당한 점교수가 나의 포닥을 더욱 학대함 (과거)

위기: 나의 포닥에게 논문을 읽혀보나 BBRC에서도 리젝당함 (과거)

절정: 빈사지경이 된 포닥을 보고 화가 나서 점교수네 연구노트를 못 쓰게 함 (현재)

결말: 점교수가 연구노트 사건을 봐 주기로 하여, 점교수네 실험을 해주기 위해 환자 샘플을 둘러봄 (현재)

등장인물:

나: 1년마다 재계약하는 비정규 계약직 연구교수. 순박하고 천진하며 감수성이 둔한 편이나, 저 나름 실험과 연구를 한다. 우직한 인물의 전형

점교수: 전임 조교수. 깜찍하고 조숙하여 ‘나’의 무딘 연구를 자극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도발한다. 개성적 인물

역자의 변: SSRI는 참 좋은 약입니다. 







포닥 동백꽃


오늘도 또 우리 포닥이 막 쪼이였다. 내가 점심을 먹고 실험을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였다. 실험실에 들어가려니까 등 뒤에서, 포닥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옆 실험실 박사과정과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교수네 박사(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인데, 이번에 impact factor가 10점도 넘는 논문을 냈다)이 케이온의 미오가 프린팅된 티셔츠를 입은 뚱뚱한 우리 포닥을 함부로 해대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대는 것이 아니라, 클린벤치를 쓰고 뒷 처리를 잘 안 했다며 쪼고 물러 섰다가 또 CO2 incubator에서 곰팡이가 난다면서, 또 쪼아대었다. 그러면 이 못난 오덕 놈은 쪼일 적 마다 연신 땀을 흘려대며, 헉헉댈 뿐이였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 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 같이 두 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파이펫을 메고 달려들어 점교수네 박사를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 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점교수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 놈의 교수놈이 요새로 들어서서 1년마다 재계약하고 있는 연구교수인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렁거리는지 모르겠다. 


나흘 전 연구비 쪼간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고놈의 조교수가 논문을 썼으면 썼지, 남 실험하는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 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실험하니?” 하고 긴치 않은 수작을 하는 것이었다.


어제까지도 교수회의에서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척만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도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 일인가. 항차 망아지만한 조교수가 남 웨스턴 하는 놈 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디?”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연구하기 좋니?”


또는,


“2월이나 되어야 연구재단 연구비 공고가 뜨는데, 벌써 연구계획서를 쓰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대인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실험실에 에어컨이 들어오니 이 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연구노트를 할끔할끔 돌아보더니, 파일에서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었다. 언제 땄는지는 몰라도 일반연구자지원사업 여성과학자 협약서가 손에 쥐였다.


“느 연구실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 소리를 하고는, 제가 연구비를 준 것을 남이 알면 큰일날 테니 여기서 얼릉 써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여성과학자 연구비가 개꿀이란다.[각주:1]” 


“난 연구비 안 쓴다. 너나 써라.”


나는 고개도 돌리려지 않고 글러브낀 손으로 그 협약서를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 때서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실험실에 들어온 것이 근 삼년 째 되어 오지만, 여지껏 가무잡잡한 점교수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가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협약서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교수 휴게실로 힝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학장님이, 


“너, 얼른 부교수 되야지?” 하고 웃으면 


“염려 마서유. 될 때 되면 어련히 될라구....” 


이렇게 천역덕스레 받는 점교수였다. 본시 부끄러움을 타는 교수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내 실험실의 디프리저를 한번 모지게 후려때리고 달아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고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설혹 주는 연구비를 안 받아 먹은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연구실에는 이런거 없지?”는 또 뭐냐? 그렇잖아도 저희는 전임이고 나는 그 손에서 배재를 얻어 실험을 하느라 일상 굽실거린다. 내가 이 학교에 들어와 연구실이 없어 곤란으로 지낼 제, 벤치를 빌리고 그 위에 센트리퓨지 놓도록 마련해 준 것도 점교수네 실험실 호의였다. 그리고 우리 교수님도 실험할 때 연구비가 딸리면 점교수네 교실 가서 부지런히 빌려다 쓰면서, 인품 그런 교실은 다시 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마흔이나 된 것들이 수군 수군하고 붙어 다니면 학교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를 시켜 준 것도 또 교수님이였다. 왜냐 하면, 내가 점교수하고 공동연구를 했다가는 점교수네 교실이 노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연구비도 떨어지고, 연구실도 내쫓기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였다. 


그런데 이놈의 점교수놈이 까닭 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계속)


  1. 여성과학자 연구비를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소설의 비유상 특정 집단만 신청할 수 있는 연구비 종류를 선정하다 보니, 여성 과학자 연구비가 선택되었습니다. [본문으로]

눈물을 흘리고 간 그 담날 저녁 나절이었다. 실험을 잔뜩하고, 연구실로 돌아오려니깐, 어디서 포닥이 죽는 소리를 친다. 어 뉘 실험실에서 포닥을 잡나 하고 점교수네 실험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뚱그래졌다. 점교수가 저희 실험실 봉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아 이게 실험실 앞 복도에다 우리 포닥을 꼭 붙들어 놓고는 


“이 놈의 포닥. 니 인건비 할 연구비 따와라. 따와라.”


요렇게 암팡스레 혼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돌아보고야 그제서 점교수네 실험실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잡은 파이펫을 들어 후려치며,


“이 놈의 교수놈. 남의 포닥 논문 못 쓰게 하라구 그러니?” 


하고 소리를 뻑 질렀다. 


그러나 점교수는 조금도 놀래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포닥 가지고 하듯이 또 연구비 따와라, 따와라 하고 혼내는 것이다. 이걸 보면 내가 실험하고 돌아올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포닥을 잡아 가지고 있다가 너 보란 듯이 내 앞에서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실험실에 튀어 들어가 조교수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포닥이 혼날 적마다 파이펫으로 실험노트를 후려칠 수 밖에 별 도리가 없다. 


“아, 점교수! 남의 포닥 아주 죽일 터냐?”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호령을 하니까, 그제서야 팩스 옆으로 쪼르르 오더니 실험실 밖에 섰는 나의 머리를 겨누고 포닥을 내팽개친다.


“에이 쓸모없다!”


“쓸모없는 걸 널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할 조교수 같으니”


하고 나도 실험실을 힝하게 돌아내리며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라고 하는 것은, 포닥이 섬기는 서슬을 본다면 적어도 마음의 스크래치가 단단히 든 듯 싶다.


그리고 나의 등 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야 이 바보 연구교수 녀석아!”


“얘! 너 배냇병신이지?”


그만도 좋으련만,


“얘! 너, 느 교수님이 논문도 못 냈대지?”


“뭐? 울 교수님이 그래 논문도 못내?”


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 때까지 실험실 밖으로 나와 있어야 할 점교수의 대가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나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에 한 욕을 실험실 밖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욕을 이토록 먹어 가면서도 대거리 한 마디도 못 하는 걸 생각하니, 지난 달 미국 연구실에서 제의받은 연봉 없는 포닥자리라도 가버릴 껄 하면서, 분하고 급기야는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그러나 점교수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컬쳐룸에 사람들이 없으면, 틈틈히 제 박사과정 학생을 몰고 와서, 클린벤치를 점령한다. 제 실험실 남자 박사과정 학생은 썩 험상궂게 생기고, 실험이라면 홰를 치는고로, 으레 컬쳐룸에서 며칠이고 실험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툭하면 우리 포닥이 실험할 공간이 없어서, 슬리퍼 신고 책상머리에 앉아 케이온이나 보게 해놓는다. 


이렇게 되면 나도 다른 배차를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는 우리 포닥을 붙들어 가지고 넌지시 회의실로 갔다. 포닥에게 네이처 논문을 읽히면, 해외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외국인 포닥이 컨포칼 결과 하나만 가지고 네이쳐 쓰는 것처럼 논문을 잘 쓴다 한다. 책장에서 네이처 논문을 잔뜩 들고 포닥에게 읽혀 보았다. 포닥도 네이처에 맛을 들였는지 거스르지 않고 거진 반년치 논문을 훌쩍 읽는다. 


그리고 읽고는 금세 실험을 못할 터이므로 얼마쯤 기운이 돌도록 현미경실에다 가두어 두었다. 


웨스턴 한 두 판을 끝내고 나서 쉴 참에 포닥을 데리고 컬쳐룸으로 나왔다. 마침 컬쳐룸에는 아무도 없고, 점교수만 저희 사무실 안에서 연구계획서를 쓰는지 앉아서 노트북을 쳐다볼 뿐이다. 


나는 점교수네 박사과정 학생이 노는 실험테이블로 가서 포닥을 내려놓고 가만히 맥을 보았다. 포닥은 여전히 얼리어 논문을 쓰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아무 보람이 없다. 점교수네 박사과정 학생이 멋지게 인트로덕션을 쓰는 바람에 우리 포닥은 겨우 저자목록만 쓰면서, 연신 땀만 흘리고 당췌 논문 진도는 나갈 생각을 안 한다.


그러나 한 번은 어쩐 일인지 한글을 열고 마우스도 쓰지 않고 테이블을 척척 만들어 가니, 점순네 박사학생도 여기에는 놀랐는지 뒤로 멀씰한다. 과연 우리 포닥이 과체중 때문에 행정병으로 군대를 다녀온 것이 키보드에서 손도 안 떼고 표를 만드는 것이었다. 


옳다, 알았다. 행정병 출신에 네이쳐만 읽히면 되는구나 하고 나는 속으로 아주 쟁그러워 죽겠다. 그 때에는 연구실 밖으로 내다보고 섰던 점교수도 입맛이 쓴지 살을 찌푸렸다. 


나는 두 손으로 벌기짝을 두드리며 연방


“잘 한다! 잘 한다!”


하고 신이 머리끝까지 뻗치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넋이 풀리어 기둥같이 묵묵히 서 있게 되었다. 왜냐 하면 점순네 박사과정이 submission한 논문이 Immunity에 억셉되는 서슬에 우리 포닥은 BBRC에서도 리젝되어 막 곯는다. 이걸 보고는 이번에는 점교수가 깔깔거리고 되도록 이쪽에서 많이 들으라고 웃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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