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좀비에 대해서 잘 모른다. 무섭고 역한 장면 시청을 꺼려하는지라, 이번 주제 탐구를 위해서 찾아 본 ‘Warm bodies(2013)’라는 영화가 내가 집중하고 접한 유일한 좀비물이다. 이 영화는 좀비를 다른 시각으로 보려고 한 로맨틱 코미디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 초반부에 좀비들이 사람들의 생살을 뜯어먹는 장면이 보고 있기 괴로웠다. 따라서 필자가 좀비 자체에 대한 식견은 없다는 점을 양해드리며, 그래도 내가 느낀 좀비의 독특한 특성을 과학자적 시각으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좀비(Zombie)에 대한 고전적인 기술을 찾아가보자면, 좀비의 어원은 콩고(kongo)어에서 '영혼'을 뜻하는 'nzambi'에서 유래되었다.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미 대륙으로 이주되면서 아이티(Haiti)의 흑인 사회에서 부두교 (Vodou)가 생겼고, 'zonbi'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부두교의 강력한 사제인 boko가 시체에 주술과 마법을 걸어서 영혼이 없는 노예인 'zonbi'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림1-1).


 반면, 우리가 영화 등에서 접하고 있는 좀비의 prototype을 만든 것은 조지 로메로 (George A. Romero) 감독의 1968년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이다. 이 영화에서 로메로 감독은 좀비에게 흡혈귀의 특성을 가미하여 공포의 존재로 만들었고, 이후의 영화 등에서도 그러한 특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로메로 좀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림1-2)


, 우리가 접하는 좀비는 로메로 좀비이며, 나의 과학적 고찰도 로메로 좀비의 특성에 대한 것이다. 고전적 좀비와 달리 로메로 좀비는 주술과 마법이 아닌 방사능, 바이러스 감염등에 의해 좀비로 만들어지고, ‘노예가 아니라 사람을 공격하는 파괴자이다.

 

 

영화 속에서 좀비는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먹는다고 이야기 한다. 아마도 그러한 섭취가 그들이 ‘living dead’로서 ‘living’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일 것이다. 우리 같은 생명체가 음식을 먹으면 (ingestion) 소화기에서 효소(enzyme)를 이용해 소화(digestion)가 되고 glucose 등의 기본단위 영양소들이 세포로 전달되어 미토콘드리아에서 ATP(adenosine triphosphate)를 만들어서 생명현상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림2). 


하지만 좀비는 기본적으로 대사(metabolism)’가 없다. 혈액순환이 없어서 총을 맞아도 피가 나지 않고, 상처가 생겨도 그 모양 그대로 남을 뿐이다. , 음식을 통해서 에너지 생산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Warm bodies(2013)'에서 좀비 'R'이 사람 '줄리'를 좀비들 사이에서 숨겨주기 위해 "좀비인 척 해"라고 해서, 줄리가 과도하게 팔다리를 뻣뻣하게 하고 걷자, 귓속말로 "오바 하지마"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이러한 영화 속 좀비의 뻣뻣한 팔다리는 아마 사후경직(postmortem rigidity)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 2-1)


그림 2-1. Warm bodies에 나오는 사후경직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생명체의 모든 현상은 주로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산되는 ATP라는 에너지 화폐를 사용하여 일어나게 되고, 근육의 수축과 이완도 물론 ATP를 사용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생명체가 죽으면 ATP 생성이 되지 않으므로 근육 섬유인 myosinactin에 수축상태로 붙어있는 형태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사후경직이다


근육을 다시 이완 상태로 돌리기 위해서는 ATP의 결합에 이은 ADP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어서 칼슘이온(Ca2+)이 전달되면 ADP가 떨어지면서 myosin이 수축하며 actin에 붙게 된다  (그림3). 이렇게 근육은 ATP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muscle fiber 주변에 ATP공장인 미토콘드리아들이 무수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 속 좀비들은 좀 뻣뻣하긴 해도 잘 움직이고, 때로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움직이기도 한다. ATP를 생산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그들의 에너지 "화폐"는 ATP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죽어있는 좀비의 ‘living’은 이렇듯 생명체의 ‘living’ 기전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어쨌든 걔네들이 어떻게 ‘living’하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한 비과학적인 상상을 조금 해보자. 아마도 생명체의 원리와는 다른 3의 에너지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해야 할 것이다.


좀비는 도대체 어떻게 에너지를 얻을까?


추측의 단서로서, 영화 속 좀비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먹는다. 심지어 사냥을 할 때 일단 대상의 숨통을 끊고 먹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상태의 생살을 뜯어 먹는다. 좀비는 이런 신선한 생명체의 생살에서 에너지원을 얻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이 ATP일 수도 있겠고 다른 무언가 일 수도 있겠다 (그림4)


다만 ATP는 음식물의 영양소처럼 섭취되어 온 몸으로 전달되는 개념이 아니라, 각 세포 단위에서의 자체수급을 하는 구조이므로 말이 안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단백질 등을 섭취하는 것이라고 해도, 좀비는 소화를 시킬 수가 없고, 소화된 영양분을 온 몸의 세포로 전달시킬 혈류 (blood circulation)’ 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아무튼 그러한 생살 섭취가 좀비의 ‘living’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되고, 그로인해 섭취되는 것은 어쩌면 '활력(vitality)' 같은 무형의 에너지라고 상상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혈류'가 없는 좀비가 그렇게 섭취한 에너지를 온 몸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혈류 이외의 3의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는 좀비의 'living'을 통제하는 중심부에 대한 추측을 해보자. 영화 속에서 좀비의 ‘living’을 정지시키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head shot’ 등으로 머리를 공격해야 한다. 그리고, 좀비가 깨문 사람은 기본적으로 또 하나의 좀비가 되지만, 좀비가 희생자의 를 먹는 경우, 뇌가 없는 희생자는 좀비가 되지 않는다고 설정되어 있다. 이런 점으로 봤을 때, 좀비도 생명체와 비슷하게  ‘living’ ‘control tower’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상상의 존재인 좀비에 대해서 과학적인 고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긴 하지만, 죽어서 생명이 없음에도 ‘living’을 하고 있는 좀비에 대한 고찰이 오히려 생명체와 생명현상의 기본적인 원리에 대한 고찰을 하는 좋은 계기가 된 것도 같다. 

 

안녕하세요.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 For Fun project의 첫번째 주제가 바로 좀비(Zombie)입니다. ^^ 


Zombie. 


Indiana Jones and the Undead Stormtroopers of Death
Indiana Jones and the Undead Stormtroopers of Death by Stéfa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죽은 것이긴 하지만, 죽지 않고 움직이는, Undead, Walker 등으로 불리는 이 생명체(?)에 대해서 여러 상상의 나래와 의과학적 지식을 접목시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입니다. ^^ 이 글은 좀비물에 대한 공통 코드와 여러가지 Fact를 다루는 Introduction같은 성격을 띠는 글입니다.


좀비를 싫어할 수 있을 독자를 생각하여, 본 프로젝트 글들에는 가급적 잔인한 형태의 사진을 제외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따라서 잔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진을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의대 실습 1년만 돌아 보면, 왠만큼 피가 나도 잔인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따라서, 필진에 따라서 "좀비가 무섭다, 잔인하다" 혹은 "이 사진이 무서울까?" 등등 하는 감이 무뎌져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혹 잔인하거나 불편했다면, 미리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저는 Walking Dead의 열렬한 팬입니다.[각주:1] ^^ 하지만, 이번에 저도 글을 쓰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좀비가 영화화된 것은 1932년도 "White Zombie"부터이고, 전형적인 틀을 가진 좀비 영화의 시작은 George Romero 감독의 1968년작 "Night of the Living Dead"라고 하더군요. 따지고 보면, 좀비의 역사는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셈입니다. ^^ 


George Romero 감독의 1968년작 "Night of the Living Dead" 

죽었다고 생각하면 섬뜩한 사진이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이 것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사진은 없습니다. ^^


위에 언급한 고전적인 영화를 봐도, 좀비의 개괄적인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시점에서부터 좀비의 틀이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로메로 감독의 영화는 지금 보아도 섬뜩합니다. 특히 흑백 영화 특유의 강한 컨트라스트 때문에, 더 그렇게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좀비 프로젝트를 For Fun Project로 채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죽습니다. 천하를 호령했던 진시황도, 불로장생을 꿈꾸며 산해진미를 먹고, 불로초를 찾아 헤매었지만, 허무하게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죽음에서 다시금 "부활한다"[각주:2]는 가정은 의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좀비는 "부활"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이상하게 회복되었고, 무언가 인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죠. 형태 뿐만 아니라, 행동, 생각, 대화 등등 모든 것이 의학적으로 부자연스럽습니다. 


Leghoul
Undead Leghoul by oskay 저작자 표시


동양에서도, 죽은 사람이 다시금 Un-dead의 형태로 나타나는 형태가 있습니다.바로, 강시(殭屍 또는 僵屍)가 그러합니다. 강시는 부적에 의해 행동이 정지되긴 하지만, 죽은 사람의 형태로 특이한 행동을 하면서 산 사람들을 공격합니다. 강시의 근원에도 역시 "죽었지만, 다시 이상하게 살아난다"는 전제가 깔려 있고, 이들이 공격적으로 변해서 사람을 "죽인다"는 것도 함축하고 있습니다.


동양의 좀비(?)인 강시  (조금 약한 사진입니다.)

이집트에서는 미라(mummy) 역시 그런 형태로 발전한 생명체(?)입니다. 실제로 미라는 부패하지 않고, 건조화된 형태로 보존된 사체를 의미하는데, 영화 미라가 개봉하면서[각주:3] 그리고 다양한 이집트,서양 공포물에서 실존(?)하는 사체처럼 영화화되면서, 다시금 태어(?)났습니다. 미라 역시, 죽었지만, 살아있는 형태의 하나라고 볼 수 있고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죽이고자 합니다.


잘 만든 미라 하나 열 콜라 안 부럽다


따지고 보면 뱀파이어(Vampire)도 좀비같은 존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뱀파이어 혹은 드라큘라를 죽은 존재냐" 라고 보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이 있긴 하지만, 일단은 "죽었다"고 보는 것이 대세(?)입니다. 죽었지만, 영생을 하기 위해서 사람 혹은 포유류의 피를 먹고 살아야 한다는 개념인 셈이죠. 이 역시, "죽었다 살아나서 영생을 얻기는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자신의 영생을 지속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죽음과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뱀파이어도 가족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죠. twilight


좀비, 강시, 미라 그리고 뱀파이어 등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공포물은 죽음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죽었다가 살아나지만, 기존에 있던 사람의 특징이 사라지고, 오로지 사람을 "죽이는 것"에만 관심가지는 맹목성 때문에, 더 공포스러운 것이죠. 


여하튼, 좀비물는 죽음과 가까이 있는 존재인 것만큼은 사실이고, 의학의 최종지점 역시 죽음이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 이제, 의학적 관점에서 좀비를 살펴봅시다. ^^


코리안 좀비 정찬성, 통증 그리고 인식

좀비의 energy source에 대한 고찰

좀비는 왜 당신을 공격하는가




P.S. 요새는 좀비를 재미있게 보는 시선도 있죠.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게임인 Zombie and Plant입니다. 중독성이 완전 짱이에요.




  1. 저는 소위 말하는 좀비 영화 매니아는 아닙니다. Walking dead도 처음에 볼 때는 비교적 강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우연히 보다 보니 너무 재미있더군요. ^^ 스릴감 넘치는 드라마에 흥미진진한 스토리.. 완전 강추입니다. [본문으로]
  2. 보통 부활이라는 표현보다는 소생했다는 표현을 많이 쓰죠. 심폐소생술,소생실 등이 그 예입니다. [본문으로]
  3. 사실 이전에도 미라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았지만, 미라를 대표적인 하나로 소개합니다. [본문으로]

코리안 좀비, 정찬성 그리고 통증과 인식

(승리의 포효를 날리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

  코리안좀비 '정찬성'. 격투기의 메이저리그라 불리는 UFC에서 한국인, 아니 동양인의 위상을 드 높이고 있는 선수입니다. '더 파이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입문배경[각주:1], 계속되는 이변을 필연으로 만들어버리는 실력까지 정말 우리 시대 격투기의 주인공이라 부르기에 부족함 없는 선수입니다.

(아주 재미있는 만화죠 "더 파이팅")

  그런 그의 캐릭터 '좀비'는 사실 그리 좋은 뜻에서 유래한 것만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기술 없는 선수" 라는 이미지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가드도 허술하고, 자세도 정석이 아니고, 특출난 장기도 없는 막무가내 느낌. 하지만 투지를 가진 좋은 선수이고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왜 이런 선수에게 '좀비'라는 별명을 달아주는 것일까?

(워킹 데드(Walking Dead). 전미 시청률 1위를 사수하고 있는 미드죠)

  먼저 "좀비"의 뜻을 알아봅시다. 몇 대쯤 맞어도 전혀 아파하지 않는, 심지어 총에 맞아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생명체, 아니 조금 더 정확히는 "아메리카 서인도 제국의 부두교 주술사가 마술적인 방법으로 소생시킨 시체들을 일컫는 말.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시체라서 썩어 있기도 한 것"[각주:2]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2. )

  하지만 여기는 의과학자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조금은 과학적으로 좀비에 대해서 접근해보겠습니다

왜 좀비는 총에 맞아도 아프지 않는 걸까요?

  우선, 무엇보다도 ''가 제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좀비는 시체를 부활 시킨 것이고, 시체라는 말에는 "우리 몸의 장기가 더 이상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뇌의 기능은 무엇일까요? 물론 다른 기능도 많이 있겠지만, 감각의 '인식' 이 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비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아파하지 않는 것입니다.


          (TV-송수신-방송국 : --감각기관)

  그렇다면 뇌만 살아 있다면 좀비도 통증을 느낄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통증이라는 '감각'은 대뇌에서 인식하는 것이지만, 피부나 근육, 소화기관 같은 각종 장기에서 들어오는 신호가 없다면 대뇌는 '인식'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예를 들어, TV를 생각해보겠습니다

TV를 켜서 화면이 잘 나오려면 TV()가 멀쩡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송신(각종 장기의 신호)이 잘되어야 합니다. 만약 TV는 멀쩡한데 방송국(피부, 근육)에 문제가 있어서 송신(신경을 통한 신호의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면 TV()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좀비의 경우는 TV에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TV가 멀쩡하다 하더라도 방송국, 송수신 장치등에 전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국 통증(신호)을 인식(송수신)할 수가 없는 것 입니다.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좀비는 통증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는 분명 TV도 멀쩡하고, 방송국도 멀쩡하고, 다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사람'인데 그런 격렬한 싸움속에서 어떻게 통증을 견딜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어딘가 고장난 것은 아닐까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파이터는 통증의 고통이 없기 때문에, 무서움 없이 싸움을 걸 수 있죠.)

  이해를 돕기 위해 정찬성선수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공이 울린다. 두 선수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잽을 날릴 것인가, 파고 들 것인가, 서로의 날카로움을 느끼며 날을 한 것 더 세운다

태고적부터 내려 온 바로 그 순간. 잡아 먹히느냐 먹느냐의 상황

통증 '따위'에 괴로워하는 시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벼운 고통들은 모두 무시하고 도망칠 것인지 싸울 것인지 정해야 한다.'

  이처럼 긴장된 상황에선 가벼운 통증은 모두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뜨겁게 운동하고 있는 순간에 살짝 까진 정도의 상처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운동이 끝난 뒤에 휴식을 취하는 순간 통증이 덮쳐옵니다. 이런 현상을 조금 더 전문적인 용어로 "긴장에 의해 유발된 진통" (Stress induced analgesia)라고 합니다

진화적으로 보면 아마도 먼 옛날 고인돌이 세워지던 시절에, 동물들과 먹고 먹히는 전쟁을 하던 시절에, 아니 그 보다 더 오래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가 성립된 그 순간부터 생겨났을 것입니다. 무릎이 아파서 잡아 먹히는 것 보단, 무릎이 고장 나는 편이 훨씬 생존에 유리할테니 말입니다

원래 통증의 기능은 이상이 있는 장기를 이상이 자연 치유되는 동안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른 선생님께서 (좀비는 왜 당신을 공격하는가)을 쓰셨습니다.

이렇듯 몸이 지극히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스스로 몸을 '고장'나게 만들어 진통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라톤의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도 그렇고, 고통을 참기 위해서 분비되는 엔돌핀(Endorphins - Endogenous morphine)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링 위의 긴장감,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 등이 코리안 '좀비'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진 뇌에는 '용량'의 제한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 용량을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하는 일들로 가득 채워 버린다면 통증을 '인식'하는데 나눠줘야 할 용량이 모자라게 되고, 통증을 인식하는데 장애가 오게 됩니다. 그런 '장애'가 바로 진통효과를 일으킵니다

한창 싸우고 있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는 그 모든 용량을 상대방에 집중하고, 다른 감각들을 날카롭게 세우느라 통증을 인식하는데 써야 할 뇌가 앵꼬(?)가 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짜 좀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뇌가 죽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잡아먹겠다는 목표 혹은 본능에 이끌려 통증을 느낄 뇌의 빈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를 통해 바라본 통증의 본 모습은 당신이 원래 알던 것과 많이 다르진 않던가요? 우리가 인식하는 '객관적인' 세상이 이렇게 다양하게 변화 될 수 있다는 사실, 객관적인 사실이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셨기를 바랍니다.

  1.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친구들이 괴롭혀서 각종 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2. 들녘, 환상동물사전 중에서 [본문으로]



사실 의학은 조금 딱딱한 학문이다. 학문 자체가 주는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무조건 외우고, 나름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혹은 메커니즘을 이해해서 외운다고 해도... 어찌되었건 외워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생활이 최소한 본과 4년간 지속되고, 심한 경우에는 그 이후에도 지속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배우면 배울 수록, 의학의 언어로 농담을 하고, 그 농담을 더 재미있게 느낀다는 점이다. 이상한 습성이다. 하지만 재미는 있다. 고난이도 유머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쨋든 배경지식이 필요한 농담을 동기들끼리 종종 하곤 했다. 특히 정신과를 배울 때는 극에 달했던 것 같다. 누구는 OC 같고, 자기는 Borderline disorder 같다고.. 


연구를 하면서 필요한 것이 상상력이다. 그리고 실험은 기본적으로 "단순한 반복의 연속"이기 때문에, 시의적절한 유희가 필요하다. 유희가 없으면, 지루하다. 그 유희는 연구자들끼리도 필요하고, 외부에게 설명할 상황에도 필요하다. 나만 재미있어도 좋지만, 다른 사람도 재미있으면 좋지 않을까?


뭐.. intro를 거창하게 썼지만, 한마디로 하면 인생에는 "재미"가 필요하다. 재미가 없으면, 돈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다. 뭐 돈 그 자체를 좋아해서 돈버는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긴 하더만... 여하튼, 여기에 있는 필진들은 연구에 재미를 느낄랑 말랑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간헐적 단식처럼 가뭄에 콩 나듯이 느끼는 사람도 있고, 미친년(?) 춤추듯이[각주:1]매일 매일이 재미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여하튼, 결론은 재미있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어떨까 하는 공감대가 생긴 것이다. 


필진 모두들 연구라는 생업이 있기 때문에, 매일 매일 글을 쓰긴 힘들지만, 최소한 2달에 한 번 정도는 ventilation을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가 조금은 비틀어 볼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서, 각자의 시각을 보여주면 어떨까?


그게 의학적 background를 곁들일 수 있는 주제여도 좋고, 완전 연구랑은 상관없는 주제여도 좋겠지만,필진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 글을 풀어보자는 것이 "For Fun Project"의 목적이다. 


다분히 필진들의 Ventilation이 목적이지만, 주제는 일반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선정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가 재미를 느끼고, 읽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 독자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 



MDPhD.kr 의과학자들의 For Fun Project. 지금 시작합니다.


  1. "이외수씨 표현을 빌린 것입니다. 아불류 시불류에 나오는 "미친년 방언 터지듯 시를 줄줄줄 써 제끼는 넘 ..." https://twitter.com/oisoo/status/7847993240 [본문으로]

본 블로그는 사실상 필진들의 익명성이 유지되지 않는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의과학 정보 공유"라는 가치를 내걸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의 신뢰성" 라고 판단하였다. 때문에, 필진들을 밝히는 것이 그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결론지었고, 필진들을 공개하였다. 최소한 연구를 어느 정도 경험한 사람이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 아래,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본 블로그 정보의 신뢰도를 높인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런 부분에서 많은 글들이 충분히 신뢰성을 가지게 되었고 많은 방문객들이 그에 근거해서 다양한 질문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기 때문에, 다룰 수 없는 주제들도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예를 들면 학제에 대한 논쟁적인 글이라든지, 의료 윤리와 관련된 글이라든지,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강하게 노출시키는 글 등이 그런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문제는 그런 글을 쓰면 바로 누가 그 글을 썼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좁은 한국 연구 바닥에서는 굳이 그런 리스크를 안으면서, 원천적으로 그런 글을 쓸 이유가 없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그런 글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향성을 시스템 상으로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현재 상황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취합한다는 소통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또한, 고정적인 필진으로 참여하는 것은 부담되지만,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은 사람들도 주변에 많이 있었다. (나와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중에서도 몇몇이 있고, 가깝지 않지만, 메일을 통해서 이런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진짜 이 부분은 정말 놀란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 


무언가 커뮤니티 같은 개념으로 가게 된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가면 정보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로그의 틀을 유지하면서, 정보를 제공하면 신뢰성 면에서 큰 장점을 가진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익명성을 가진 글을 추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익명을 유지할 수 있는 가상의 필진을 하나 만들었다. 이름하여 Anonymous_MDPhD.kr 이라는 ID이다. 일종의 다중 인격체 ID인 셈이다. 대부분의 필진들이 이 의견에 공감을 하였고, 다수 필진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익명성을 살리면서 글을 쓸 수 있는 ID를 만들게 되었다.


일차적으로 이 ID는 이 블로그의 편집인이 "관리" (글을 포스팅하고, 편집하고, 글을 다듬고 그림 작업을 하는 일 등) 하지만, 참여하는 든 필진들에게 본 ID와 PW를 공개한다. 따라서, 필진들이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 댓글이나 글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다양한 사람이 댓글을 작성하고 있다. 아울러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외부 필진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다른 커뮤니티에서 동의를 받아서 가지고 오는 글들 역시 이 아이디로 게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가지 한계점을 가지게 되는데, 


첫째로, 초반에는 데이터가 적어서 내부 필진이 글을 작성한다면, 누가 쓴 글인지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둘째로, 문체라든지, 글을 쓰는 스타일에 따라서 외부 필진이 쓴 글을 내부 필진이 쓴 글처럼 오해받거나, 내부 필진이 쓴 글이 외부 필진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결국, 익명성이 확보되지 않거나, 오해를 살 소지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으로 편집인이나 다른 특정인이 "신분이 노출될 만한 글"을 하나의 통일된 문체나, 양식으로 글을 변경해서 쓰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아주 많은 글들을 노출시켜서 masking하는 방안도 있다. 현재 다양한 해결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위 두가지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결과적으로 소재의 풍부함, 의견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동시에 익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이런 익명성이 잘 유지되고 있는 팀블로그를 찾아보면 여러가지 경영 전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mbablogger.net 이 있다. 이 블로그에 가보면 누가 쓴 글인지 도대체 알 수 가 없다. 얼핏 유추는 가능하지만 굳이 유추할 이유도 못 느끼겠고, ID나 필진 소개 자체도 익명이기 때문에, 그 community member가 아니라면 누가 누군지 유추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글을 쓰는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강력한 vision이나 motivation이 있어야 블로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글의 자유도를 높일 수 있지만 Authority라는 당근을 가지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뭐..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으니깐..


항상 도전은 시행착오를 수반하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그 도중에 배우는 것이 많다. 


다양한 시도를 해 보자. 그리고 feedback 그리고 이어지는 update. 마지막으로 upgrade

거창하게 "임상을 보면서 환자에게 유용한 치료를 제공할 있는 의대 교수가 되는 이라고 제목을 썼지만, 실제로 그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글은 아닙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과학자로서 임상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있었습니다. 역시 아직까지는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지만, 제가 이때까지 경험한 바에 근거하여 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의 생각임을 먼저 밝히고, 생각은 현재 시점에서의 생각이고 시간과 환경이 변하면서 바뀔 수도 있음을 전제하고 시작합니다

블로그 질문 글이나 댓글로 진로 상담을 하는 글을 보면, "임상을 보면서 환자에게 유용한 치료를 제공할 있는 의대 교수가 되는 " 꿈으로 가진 사람 많습니다. 사실 다른 제목을 붙였다가, 제목으로 붙여 보았습니다. 제목 자체가 거창하긴 하지만, 실제로 글은 그런 방법을 말하는 글이 아닙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모습(임상 교수) 어떤지를 유추하고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조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포스팅의 목적입니다.

실제로 임상 의과학자로 진로를 선택해서 academic position에서 성공을 한다면 것보다 멋진 길을 없을 것입니다. 그대로 환자도 보고, 실험도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과 가설들을 환자에게 적용하고, 하나의 치료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는.. ^^ 생각만 해도 너무 뿌듯하고 아름답죠.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주 단순한 임상 데이터 조차도 "환자 모으기" 부터 "가설 설정-확인"까지 적어도 2-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중간,중간에 있는 좌절이란 상당하겠죠

제일 힘든 부분은 제대로 "연구 트레이닝" 받기 위해 "없는 시간" 쪼개서, 자신의 시간에 할애해야만 한다는 것이라 있습니다. 실제로 임상에서 연구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대부분 교수님) 안식년에 해외에 가서 제대로 트레이닝 받았거나, 초반부터 펀드가 많아서 PhD 연구자를 실무진으로 고용했거나, 기초에 자기 남편, 혹은 부인, 아니면 아주 친한 동기나 선후배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였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아주 유수한 랩을 꾸려왔기 때문에, 항상 좋은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라는 것은 일정한 틀을 가지고 자신의 가설을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틀을 익히는 시간은 필연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틀은 절대 논문만을 읽어서는,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해서는 절대 얻을 없는 지식이라 생각합니다. 소위 말해서 "실험실에서 굴러봐야한다는 것이죠

트레이닝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예를 하나 들어 보도록 하죠.

개인적으로는 실험을 하시는 도중에 negative 결과를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결코 한번에 성공하는 실험을 적이 없었던 같습니다. 실험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좌절이였죠. 책에서 봤을 때는 당연히 한번에 되고, 쉽게 증명할 있을 같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더군요아무리 익숙한 실험이라 지라도 시행착오는 필수적이고, negative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원인들을 찾다보면 결국 어디엔가는 원인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가장 negative 결과에 대한 trouble shooting 무려 2 반이였습니다. (중간에 파일럿 실험 이후 시도해보다가 접은 기간이 있어서 2 반이다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처음 실험을 하고 나서 결실을 맺기까지 2 반이 걸렸습니다.) 정말 오만가지 삽질을 하기도 했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프로젝트와 병행하면서 해결해야했기에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문제만은 가지고 최소한 3개월 정도는 고민했었던 같습니다. 의외로 답은 간단하게 풀렸구요

일을 겪고난 후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것이 안나왔는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보려고 했습니다. 여기서 좌절하거나, 압박을 받으면 실험을 포기하거나, 황우석 박사 케이스가 등장하게 되겠죠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는 분명 나중에 자신의 데이터를 해석하는데 밑거름이 됩니다. 아울러,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디스커션을 할때 아주 자산이 되는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다면, 이런 트레이닝을 받지 않았다면, 연구원이 수행한 데이터가 " 생각대로 나오지" 라는 좌절에 빠지기 쉽고, 연구원 혹은 연구에 대한 불신이 커질 가능성 농후합니다. 자신이 몸으로 겪어 알고 가르치는 것이랑, 책으로만 알고 가르치는 것은 실제 연구에서 상당히 큰 차이를 가져 옵니다.

하나는 "비교 심리"입니다. 연구를 하면서 임상을 하는 "의사"라면 주변에 임상으로 돈을 버는 의사와 비교 심리가 상대적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성인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크게 후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주변을 보았을 이런 고민, 비교를 많이 하는 시기는 임상 펠로우 2-4년차 쯤이더군요

풍요 속의 빈곤은 절대적 빈곤보다 항상 크게 느껴집니다. 빈곤(경제적인 뿐만 아니라, 성취감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누적되다 보면,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한편으로 조금 편한 삶을 살고자하는(예를 들면 페이닥이나 임상만 하고 연구는 하지 않는) 욕구가 생각보다 많이 생깁니다

가족도 지치고, 나도 지치면, 자신이 처음 가졌던 연구 의지 계속 이어나가기가 힘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원이나 필드로 나가는 삶이 연구와 비교해서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멋지게 인생을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병원에 틀어 박혀서 주말에도 나와서 무언가 일을 하면서 위에 교수에게 쪼이 삶과 주말마다 자기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족과 온전히 48시간을 생각 없이 즐기면서 행복하게 보내는 . 과연 어떤 삶이 행복할까요? 답은 자신의 가치관 있겠죠.

나는 밤늦게 가족들도 보지 못하면서 연구 데이터를 붙잡고 논문을 쓰고 있는가... 나는 왜 수술도 해야하고 논문도 써야 하고, 환자 케어도 해야 하는가... 친구들은 주말마다 가족들과 어디 놀러간다고 하는데, 나는 주말마다 병원에 나와서 중한 환자를 봐야 하는가... 그리고 나는 왜 그들보다 시간적 여유, 경제적 여유 모두가 없는가... 이런 비교는 자신이 연구를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자신의 가치관이 이를 견딜 없다면,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 혹은 임상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분명 있습니다

 

따라서 무턱대고 자신의 꿈을 Naive하게 "임상을 보면서 환자에게 유용한 치료를 제공할 있는 의대 교수가 되기" 설정하는 정말 그대로 Naive 입니다

위와 같은 고민은 간접적으로 경험해서는 절대 도달할 없는 수준의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냥, 힘들지만 "나 하겠다 혹은 할 수 있다" 수준으로는 자신이 꿈꾸는 현실에 도달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미친듯이 많은 업무량과 아래 위에서 쏟아지는 스트레스. 그리고 가족들의 희생.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안타까움. 새벽에도 나와서 일하는 상황. 주말에도 회진을 돌아야만 하는 의무감. 

과연 이런 것을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서도,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다른 여유로운 삶을 내팽개치면서 까지 "연구를 있는가" 절대 간접적으로 결론지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상을 하는 Scientist 삶은 결코 비참하다고 없습니다. 그것은 실패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실패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다르겠다고 보겠습니다

제가 만난 진짜 과학자들은 (아직 저도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특히나 MDPhD 분들은 특성상 실용적인 가치 때문에 길에 근접하기가 상당히 쉽지 않은 합니다.) "사실 발견" 자체 기뻐하더군요. 것이 주는 명예와 논문은 그들에게 결코 중요해 보이지 않더군요

결과가 좋고, 멋지고 fancy해서 사회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으면 상대적인 풍요감으로 과학자로서 행복할 수는 있겠지만, 것이 다는 아니더군요. 대외적 용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정 즐기는 과학자들은 과정 자체를 즐기고, 결과 자체에 아주 흥미 가지더군요.

(굿닥터 소아외과 의사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죠. 

문채원, 주원, 주상욱, 김민서, 천호진.. 대학병원내 임상 의사, 교수의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성공한, 혹은 성공했다고 있는 임상의과학자 교수님들은 환자 자체에게 조금 나은 치료법을 제시할 있다는 점에 대부분 만족하시더군요. 그에 따른 명예와 reputation 자동적으로 따라 오거나, 거의 생각하시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더군요. 물론 아닌 분도 있겠습니다만, 결국 자신이 바라는 가치관에 따라 인생을 사시더군요

academic하게 성공한 사람은 소신이 있더라 하는 것이 결론이였습니다. 그리고 소신은 대부분 현실적인 목표나 금전적인 목표보다는 과학-의학적 재미나, 이타심이였던 것이 대부분이였습니다.

 

물론 안에 자신을 사랑하고,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 저변에 깔려 있을 있겠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소위 말하는 성공한 "과학자" 틀이더군요.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희생도 기꺼이 감수합니다. 아울러 그런 사람들은 성공과 실패에 크게 신경쓰지 않더군요. 성공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 역시 소신에 따른 삶을 살면 행복하다는 것이 지론입니다. ^^ 

간혹 보면, 브릭같은 곳에서 의대 교수 혹은 임상에 있는 교수라고 하면 무턱대고 까는 사람들이 있는데임상 교수님이라고 하더라도 정말 멋지게 연구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다만, 우리가 보는 것은 결과이죠. 어떤 교수님이 어떤 연구를 하고 있고 그런 랩을 가지고 있다는...결과. 과연 교수님이 결과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 했느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죠

 

과정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데, 개인적으로는 3 정도의 시간이 걸린 같네요.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랩을 꾸릴 있는지. ^^ 그리고 임상을 하면서 레지던트 교육을 하면서, 연구까지 하면서 학회일을 보살피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학생이 아닌 Postdoc researcher 등으로 외국 대학이나 연구소에 가게 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바로 비자 (사증) 취득일 것입니다. 이것만큼 골치아픈 것도 없죠. 학생이 아니라면 행정적으로 "an employee" 가 되는 셈이고 이것은 곧 "취업" 이라는 의미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여권만 있다면 미국이나 유럽 등 많은 국가에 "무비자" 로 갈 수 있지만, 그것은 "관광"을 목적으로 길어야 3개월 정도 방문할 경우에 한합니다. 무언가 외국에서 "일" 을 하려 한다면 비자를 취득해야 합니다.

복잡하기로 따진다면 미국 비자만한 것이 없겠지만 (J1, waiver, H1...), 상대적으로 미국 비자를 취득한 분들은 주변에 많이 있어서 정보를 얻기가 수월한 편입니다. 저는 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로 유학을 오게 되면서 영국 비자를 취득하게 되었는데, 물론 크게 어렵진 않았지만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더군요.

제가 여기에 남기는 글은, 2012년 12월 - 2013년 3월 사이에 한국에서 Tier 2 visa를 취득하였던 '저의 경험'을 정리한 것입니다. 영국 비자 관련 문제 전체를 정리할 능력은 제게 없으니까요 :) 제 경험을 글로 남겨두는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영국 비자와 관련한 최신 정보는 UK Border Agency (http://www.ukba.homeoffice.gov.uk)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은 관계 법규들이 매년 업데이트되고 있으므로 새로 비자를 취득하시려는 분은, 이 글을 참고하시되, 여기서 정보를 확인하시는 것이 필수입니다. 또한 자신이 방문하려는 기관의 도움이 필수이므로, 그곳 HR (인사과)과 긴밀한 연락을 하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많은 세부 비자 종류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크게 Tier 1-5, 다섯가지 group으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아마도  post-doc에게 해당되는 종류는 Tier 2 (skilled workers)와 Tier 5 (Temporary workers) 일 것입니다. 미국 비자로 치면, Tier 2 가 H visa (취업), Tier 5가 J visa (교류)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정확히 어느 Tier에 해당하는지는, Salary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고, 자신이 취업하려는 기관 HR에 문의하셔야 합니다. 문제는 HR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왜냐하면, EU 국가나 영연방 국가에서 영국으로 오는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한국에서 오는 경우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거죠. 그래서 스스로 공부를 조금 할 필요가 있습니다.


Tier 2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Tier 5 Goverment Authorised Exchange (GAE) 가 취득하기 조금 더 수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지식교류/협력에 관한 비자이므로 방문하려는 연구 기관이 sponsor 해 줄 수 있다면 그 외에 크게 요구하는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세금 문제에 대해서도 Tier 2보다 유리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면 기간이 최대 24개월로 제한적이고, 또한 영주권 취득과 관련해 Tier 2보다 불리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저희 연구소에서 Tier 2 General 로 신청해야 한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Tier 2 visa는 진짜 취업-어떻게 보면 영국 국민의 '일자리'를 외국 사람에게 내어 주는 것- 이므로 상대적으로 까다롭습니다. 또한 Tier 2를 소지하여 5년 이상 영국에 있으면 (아마도)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므로, Border Agency는 매의 눈을 가지고 심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매년 Tier 2로 영국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의 수 (quota)가 결정되어 있습니다. 매년 다르겠지만, 2013년은 20,000 명 정도인 것 같네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방문할 연구 기관으로부터 "Certificate of Sponsorship (CoS)" 를 취득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비자 취득의 8할입니다. 이전에는 "Work-permit (노동 허가서)" 취득으로 불리던 것이 이렇게 변화되었다고 하네요. 

CoS는 자신이 갈 연구소에서 신청하는 것입니다. HR에서 요구하는 정보 (이름, 여권번호, 생년월일 등등)을 알려주면, 연구소 HR에서 서류를 작성하여 Border Agency 에 CoS를 신청하게 됩니다. 이게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step이지요. 저는 이 과정이 영어 성적이 나온 이후부터 (아래 설명) 한달 반-두달 걸렸습니다. HR과 긴밀히 협의하고, 필요한 정보를 빨리 전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정적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추가적으로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CoS를 취득하게 되면 무슨 서류가 오는 것은 아니고, 그냥 reference number 가 하나 날아오게 됩니다. Applicant는 이 번호를 가지고 다음 step을 진행하면 됩니다.

 Point-base-system 에 의해 자신의 '점수' 가 결정되게 됩니다. 이 점수를 취득하지 못하면 Tier 2를 받을 수 없습니다. 관련 항목으로는,

 (1) Points for your attributes - CoS : 30점
 (2) Points for your attributes - Salary : 20점
 (3) English : 10점
 (4) Maintenance (funds) : 10점 입니다.

(1) CoS

"자신의 일이 영국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았다" 는 항목으로 보입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A. 연봉이 15만 파운드 (2억 5천만원 상당 -.-;;)의 고액연봉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
B. 자신이 하려는 일이 영국의 "Shortage occupation" list에 등재 (외국에서 모셔와야 하는 영국에서 부족한 직업군)
C. 자신의 sponsor (연구 기관) 이 해당 직업에 대한 "Resident labour market test"를 완료 (영국에서 마땅한 사람을 선발하고자 했으나 실패함... 뭐 이런 것 같습니다)
D. Named Researcher. '중요 연구자' 정도 되는데, '업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고, 이 applicant가 영국에 와야만 받게 되는 '연구비'가 있다면 이 category 가 됩니다. 

Postdoc의 경우 아마도 A, B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자신의 연구 기관에서 resident labour market test를 진행한 경우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연구비 (grant or fellowship)이 있어야 합니다. Nature Job 이나 관련 기관 홈페이지에 보면 postdoc에 대한 광고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공채'를 통해 채용된 것이면 C에 해당될 것 같네요. 저는 EMBO fellowship을 받게 되어 들어간 경우이므로 D에 해당 되었습니다. CoS를 얻게 된다면 30점을 받게 됩니다.

(2) Salary

Salary는 안정적으로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돈이 부족하면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영국 입장에서 보면 '불법 체류자'가 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는 문제겠지요. 자신의 직장에서 (세 전) 연봉 20,300 파운드를 받게 되면 20점을 획득합니다. 20,300 파운드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20점을 받을 수 있는 몇가지 예외 규정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생활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자신의 연구소로부터 관련 서류를 받으세요.

(3) English

영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겠지요. 영어 능력을 '검증' 받지 못하면 Tier 2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영어능력 검증 방법은,
A. 영어가 모국어인 국민
B.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에서 학사에 준하는 학위 취득
C. 영어 시험 점수
입니다. 

저는 영어 시험을 봤는데, 당연히 TEPS는 안 되고요 (-.-;;) IELTS, TOEFL, TOEIC 이 가능합니다. Tier 2 General 같은 경우에는 Listening, Speaking, Reading and Writing 영역에서 최소 B1 등급을 획득해야 합니다. 참고로 저는 가장 빨리 볼 수 있었던 IELTS를 서울에서 봤습니다 (IELTS academic/general 모두 가능). B1 성적이 그리 어렵지 않은 수준이지만, 주말에 시험을 봐야 된다는 것, 영어 시험 때문에 시간이 지체(시험 등록부터 성적 나올때까지 3-4주 걸리니까요) 됨과 함께 응시료 (21만원) 가 매우 아깝더군요. 

(4) Maintenance

자기가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CoS가 있는 경우 자신의 연구기관이 보증하는 것이므로 자동적으로 10점을 획득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비자 신청일 전에 적어도 90일동안 통장 잔고에 900 파운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CoS로 해결이 될 것이지만, HR에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하면, 아마도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아래와 같이 되는 것 같습니다.

[0] (영어시험점수 획득)
[1] Postdoc 연구소 (취업) 결정
[2] 연구소 HR 과 협의. CoS 신청 및 취득 (1-2달 소요)
[3] CoS reference number 로 비자 신청.


CoS를 받게 되면 그 이후는 상대적으로 쉽고 straightforward 한 과정입니다.

먼저 관련 서류를 준비해야 합니다. (영어가 아닌 서류는 영어로 번역, 공증되어야 합니다)

A. 여권 (이전 여권도 필요하다고 하는데...저는 직전 여권까지는 준비했습니다)
B. 비자용 사진 2매 (45mm x 35 mm) 
C. 영어 성적표 (원본). 원본 및 사본을 같이 준비하면 나중에 원본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D. CoS reference number
E. (필요한 경우) Maintenance 증명 (통장 잔고) 등
F. (필요한 경우) 가족관계 서류. 저는 주민등록 등본을 영문으로 출력하여 제출하였습니다.
G. (필요한 경우) Fellowship certificate
H. (기타 서류) 학위, 졸업증명 (혹시 도움이 된다고 하여 준비는 했습니다)

접수는 온라인으로 하게 됩니다. (http://www.visa4uk.fco.gov.uk/ApplyNow.aspx). 심사비는 현재 494 파운드네요. (85만원 상당!) 온라인 접수 과정에서 카드로 지불할 수 있습니다.VAF9 과 Appendix 5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데, 온라인 접수를 하게 되면서 해당 정보를 입력하게 되면 자연스레 VAF9 과 Appendix 5 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접수가 끝나면 VFS global (http://www.vfs-uk-kr.com/korean/)이라는 회사를 통해 서류를 직접 제출하게 됩니다. 비자 승인을 결정하는 영사가 한국에 없기 때문에 여권을 포함한 모든 서류가 필리핀 마닐라에 갔다가 오게 됩니다. 먼저 서류 제출 날짜를 예약하고, 약속된 시간에 서류와 함께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120 단암빌딩 5층의 VFS global로 가시면 됩니다. 지문 인식 과정이 있습니다. 인터뷰는 없고요.

보통 심사기간은 2주 - 4주 정도 걸린다는데, 현장에서 신속심사를 신청하면 (현금 15만원 필요) 3-5일만에 결과가 나옵니다. 2000원 정도의 문자서비스 신청을 하면 자신의 서류가 어느 step에 있는지 지속적으로 보고가 옵니다. 제출한 서류와 비자가 찍힌 여권은 택배나 직접 수령을 통해 받게 됩니다. 저는 신속심사를 신청하였고, 4 working days 이후에 비자를 직접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비자를 받느라 총 100일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영어시험 점수 등 제 서류가 완전치 않았고, 영국 휴가기간 (연말-연초)가 끼어 있어 HR과 연락이 어려웠던 것들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요. 일을 시작하는 시점과 맞물려 fellowship 등 여러가지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비자가 언제 나올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CoS를 얻는데 한달 반 정도가 들었고, 그 이후 step은 2주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비자를 받게 되면, 비자에 명시된 시점보다 2주 먼저 그 비자를 이용해 입국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서서 말씀드렸듯이, 이것은 저에 대한 하나의 case에 지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훨씬 더 고생하거나 심지어 reject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너무나 쉽게 받았을 수도 있겠지요. 아무쪼록 저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누군가 조금이나마 더 쉽게 영국 비자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안녕하세요. ^^ 


제법 날씨가 선선해 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문연구요원으로 훈련소에 들어간 것이 벌써 2년 전이군요. 2년 전이랑 지금이랑 훈련소 다녀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의 흡사한 것 같습니다. 소소하게 바뀐 것들은 있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실제로 "전문 연구 요원 준비물"이라는 키워드로 많은 사람들이 저희 블로그에 들어 옵니다. 그래서 기존 글과 더불어서 간단한 형태의 체크리스트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전문 연구 요원 준비물 체크리스트) 


전문연으로 훈련소를 들어가기 전에 개인적으로 준비한 준비물과 갔다온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합해서 만든 버전입니다. 준비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 링크(전문연 Tag) 를 참조 하셔서 시간 나실 때 전후 사정을 읽어 보시면 됩니다. 만약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면 이 "체크리스트"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무쪼록 훈련소에 가셔서 국방의 의무를 잘 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인쇄용 버전은 파일로 첨부해 두었습니다. 

MDPhD.kj_훈련소.pdf


주변에 혹시 퍼갈 때는 꼭 출처를 밝혀 주세요. 출처를 밝히는 한, 퍼가는 것은 언제나 OK입니다.


참고로, 여기 있는 준비물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배치받는 중대, 소대, 분대, 조교에 따라서 압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을 참고하세요) 가져가서 대놓고 보여주기 보다는 적절히 짱박아두고 알아서 숨기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P.S. 앞으로 전문연 훈련소를 가게 될 현제야~ 참고하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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