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자 (MD-PhD) 이야기(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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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통증 그리고 주관적 고통
사람들은 언제든 아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시기가 있을 뿐이다. 대체로 사람들이 아픈 시기는 정해져 있다. 소아 때, 그리고 노년 때. 사실 소아 때는 아프다기 보다, 대부분은 부모가 걱정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 아플 수도 있겠지만, 그리 심한 병은 아닌 경우가 많고, 질병이라기보다는 사고인 경우가 많다. 아주 예전에 인턴 친구를 만나러 응급실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교통사고로 다친 아이에서부터, 말기 암으로 고생하는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아프다는 이유 하나로 병원에 모여 있었다. 다들 의사를 찾고, 간호사를 찾고, 누군가 자신을 봐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질병, 통증 그리고 주관적 고통 학생 때 그토록 많이, 공부했던 것이지만, 정작 내가 당해 보지 않았던 병들에 대..
2014.05.16 -
본과 1학년 들어가기 전 골학... 우리에게 봄은 없었다.
본과 1학년. 나의 본과 1학년은 1월부터 시작되었다.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고등학교 의대 선배나 의대 선배들이 가르쳐주는 골학OT, 동아리에서 해주는 골학OT을 들으면서 예과 2학년 겨울방학을 보냈다. 예과 때 여유롭게 지냈던 다른 방학들과는 달리, 겨울 방학은 본과 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무언가 이제는 더이상 놀 수 없겠다라는 복잡 미묘한 심경으로 방학을 보냈던 것 같다. 동기들도 그랬던 것 같다. 초등학교 방학 때, 탐구 생활을 살펴보면서 방학 숙제를 하는 것처럼, 골학책(메뉴얼)은 본과를 곧 맞이할 예과 2학년들에게는 "탐구 생활" 책과 같았다. 다만, 다른 것은 잠자리나 소금쟁이 대신 다양한 뼈 이름과 신경 다발들이 나열되어 있다는 사실뿐. 탐구 생활이라고 생각하고 골학책을 살펴 보면..
2014.05.13 -
학생에게나 선생에게나 항상 처음처럼!
세월호 참사에 대한민국은 슬픔과 불신으로 가득 차서 하루하루 사는 낙이 없다. 그럴 때일수록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것 같다. 나름 임상이 아닌 기초로 오고 나니 의사라기 보다는 선생님으로 8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어린 학생들의 참사라 더욱 가슴이 아프다. 고속발전과 성장이라는 이름아래, 우리사회는 앞만 보고 달려왔지 너무나 많은 것을 대수롭지 않게 스쳐 지나갔기에 사고가 생길 때마다 대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누구인들 처음에 일 할 때 “잘 해야지”라고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원칙과 철칙을 지키고 자기만의 이상을 이루어보리라 꿈꿔보지 않았겠던가?! 하지만 시간과 세월 속에 묻혀놓은 그 이상과 원칙들은 단 한번의 사고..
2014.05.11 -
의대생은 대학생이 아니다? - 별나라 같은 본과1학년 생활~
졸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본과생활을 되짚어보는 일은 나에게는 정말 힘들었다. 특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했던 1학년은 다시 태어난다 해도 전혀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입학하기 전 나는 의학도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어떠한 것을 공부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알았다고 해도, 달라질 것도 없겠다 싶다.) 사돈의 팔촌을 뒤져도 의사나 의료계 근처에서라도 일하는 사람도 없었고, 게다가 나는 문과계열 출신이다 보니 건너건너 아는 친구도 없었다. (닥터 몽 의대 가다 프로그램 정도 수준만 되어도 본과 1학년 10번은 하겠다.출처 : (C) CJ E&M All rights reserved.) 몇 년 전 케이블 TV에서 지금은 튼튼한 임플란트를 장착하고 두문불출하고 있는..
2014.05.06 -
[우리들은 본과 1학년] 필진들의 글 연재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의과학자 팀블로그 MDPhD.kr 편집장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의과대학생, 그리고 의사들에게 본과 1학년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대 생활의 추억이 많이 남아있는 시기이기도 하죠. 아울러, 본과 1학년때 대부분은 해부학, 생화학, 생리학, 면역학, 미생물학, 병리학 등 현대 의학의 근거가 되는 "기초 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하게 됩니다. 한창 놀았던 예과 2년 생활과는 판이하게 다른 삶. 빡빡한 시간 일정과 시험에 대한 압박은 본과 1학년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지만,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견뎌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배웠던 지식들이 본과 2학년, 3학년, 4학년 지식의 밑거름이 되고, 저희와 같은 길을 걷는 의과학자들에게는 더욱 더..
2014.05.05 -
직업의식과 사명감
세월호가 침몰한지 8일이 되었다. 저만 살겠다고 수많은 어린 생명들을 가둬두고 도망간 선장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고, 하나둘 수습되는 시신들의 슬픈 사연에 가슴이 막막해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번 비극의 핵심원인은 '직업의식과 사명감의 결핍'이라고 본다. 해상사고에서 승객들을 구해야할 선장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한다는 직업윤리의식을 이준석선장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대신, 살겠다는 본능이 훨씬 컸고 승객들의 생명보다 자신의 생명이 월등히 중요했던 사람인지라, 자기를 구해줄 헬리콥터만 관제시스템에 집요하게 요구하고는, 승객들은 가둬두고 부리나케 도망갔다. 사건 전후로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가 내면적으로 얼마나 후진국인지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서 착잡하..
2014.04.24